나와 제일 친한 친구를 꼽으라면 주저없이 그 세명을 꼽을 것이다. 모두 초등학교 5학년때 같은 반이었던 친구들인데 그중 둘은 큰 아이가 올해 고등학교 3학년. 그중 하나는 이제 돌도 안된 아기를 둔 초보 엄마. 

그 초보 엄마가 곧 복직을 앞두고 아기 맡기는 문제를 의논하기 위해 나와 통화를 했다. 여러 가지 이야기가 오고 갔는데 전화를 끊기 전 친구가 하는 말,
"네 마지막 말이 제일 의미심장하게 들린다~" 

내가 통화중에 마지막으로 한 말은,

"애한테 아무리 좋은 일이라 할지라도 그게 엄마에게 너무 무리가 가는 일이라면 그건 결코 좋은 일이 아닌거야." 였다.

"나 복직하고 나면 남편이 집안 일 많이 도와줄까?" 라는 친구의 질문에 대한 나의 대답은,
"그냥 도와달라고 하지 말고, 남편이 해주었으면 하는 일을 구체적으로 알려줘. 예를 들면 쓰레기 분리수거와 빨래 널기는 당신 담당, 뭐 이런 식으로. 그냥 도와달라고 얘기하면 남자들은 잘 못 알아들어." 

겪어본 사람은 다 아는 것일텐데, 조금 먼저 겪어보았다는 이유로 잘난 체를 한 건 아닌지 모르겠다. 

나도 아이가 늦은 편인데, 언제 키워서 우리 집 애만큼 키우냐고 그런다. 아마 나도 우리 아이 키우면서 그런 소리 많이 했을 것이다.
"xx야, 아이를 직접 자기 손으로 키워본 사람들은 아마 책 세권 정도 쓸만큼의 이야기가 저절로 쌓여. 남편과의 이야기? 그건 따로 세권 분량이고."
그랬더니 깔깔 웃는다. 

이 친구 결혼식때 아이에게 신사복 입혀가지고 대전에서부터 고속 버스 타고 함께 서울 행 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에구, 친구가 보고 싶다. 열 두살 부터 지금까지 친구이니 어쩌면 지금 같이 살고 있는 남편보다 더 나에 대해 잘 알고 있을지 모르는 친구들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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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1-05-14 1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 권만 되겠습니까? 10권씩 20권이 한질이겠죠.ㅋ
평생 책다운 책을 써 보는 게 꿈인데
저도 진작 결혼이란 걸 해 볼 걸 그랬습니다.ㅜ


hnine 2011-05-14 21:47   좋아요 0 | URL
아니, stella님. 책 벌써 내신 분이 그리 말씀하시다니.
결혼해서 아이 키워 생기는 이야기들은 '분량'이 책 세권이라는 것이지 책으로 낼 글감들은 아니지요. 왜냐하면 독창성이 떨어지는, 지극히 일반적인 이야기이기 때문에요. 그러니 생색 안나는 일이라는 것 아니겠습니까 ㅠㅠ

sangmee 2011-05-14 1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나도 아는 그 녀가 복직을 하는구나...
남의 일은 참 빨라.
네 피아노 반주에 결혼식 했던 5월 10일... 올해가 19주년이었어.
참 빠르지?

너도 다린이 어릴 때, 일도 하랴 참 힘든 시기를 보냈을거 같아.

hnine 2011-05-14 21:50   좋아요 0 | URL
아직 복직 까지 시간이 있긴 하지만 슬슬 걱정이 되는거지.
와, 그러고보니 너 결혼기념일이 며칠 전이었네? 19주년, 꺅~~~ 내년이면 그럼 20주년 되는거야? 다시, 꺅~~~~
그러고도 그렇게 신혼처럼 사는 비결을 알 것도 같고 모를 것도 같고 ^^
축하한다. 내년엔 정말 20주년 행사라도 해야겠다.

2011-05-14 23: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5-15 11: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실 2011-05-15 0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남자는 콕 짚어 얘기해주어야 하지요. 전담이라고 해도 별 생각이 없는걸요....
오늘 아침에도 분리수거 하라고 했음에도 플라스틱은 그냥 두었다는. 에구.

요즘 시간 없다는 핑계로 친구도 만나지 못하고 사네요.

hnine 2011-05-15 11:12   좋아요 0 | URL
ㅋㅋ 뜬구름 잡는 식으로 얘기하면 남자들은 모르더라고요. 도와주었으면 좋겠다는 제스쳐 백번 소용 없다니까요. 정확하게 말로 하는 한 마디가 훨씬 더 효과있지요 ^^ 저희 집도 분리수거는 완전 남편 책임. 남편이 잊어버리고 그냥 가도 저는 안하고 버티는 심술이예요 ㅋㅋ

오래된 친구는 시간 없어 한동안 못만나더라고 그래도 그 인연이 끊이지 않더라고요. 오랜만에 만나면 그만큼 더 반갑더군요. 저도 일년에 한번이나 만날까? 그 정도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