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제일 친한 친구를 꼽으라면 주저없이 그 세명을 꼽을 것이다. 모두 초등학교 5학년때 같은 반이었던 친구들인데 그중 둘은 큰 아이가 올해 고등학교 3학년. 그중 하나는 이제 돌도 안된 아기를 둔 초보 엄마.
그 초보 엄마가 곧 복직을 앞두고 아기 맡기는 문제를 의논하기 위해 나와 통화를 했다. 여러 가지 이야기가 오고 갔는데 전화를 끊기 전 친구가 하는 말,
"네 마지막 말이 제일 의미심장하게 들린다~"
내가 통화중에 마지막으로 한 말은,
"애한테 아무리 좋은 일이라 할지라도 그게 엄마에게 너무 무리가 가는 일이라면 그건 결코 좋은 일이 아닌거야." 였다.
"나 복직하고 나면 남편이 집안 일 많이 도와줄까?" 라는 친구의 질문에 대한 나의 대답은,
"그냥 도와달라고 하지 말고, 남편이 해주었으면 하는 일을 구체적으로 알려줘. 예를 들면 쓰레기 분리수거와 빨래 널기는 당신 담당, 뭐 이런 식으로. 그냥 도와달라고 얘기하면 남자들은 잘 못 알아들어."
겪어본 사람은 다 아는 것일텐데, 조금 먼저 겪어보았다는 이유로 잘난 체를 한 건 아닌지 모르겠다.
나도 아이가 늦은 편인데, 언제 키워서 우리 집 애만큼 키우냐고 그런다. 아마 나도 우리 아이 키우면서 그런 소리 많이 했을 것이다.
"xx야, 아이를 직접 자기 손으로 키워본 사람들은 아마 책 세권 정도 쓸만큼의 이야기가 저절로 쌓여. 남편과의 이야기? 그건 따로 세권 분량이고."
그랬더니 깔깔 웃는다.
이 친구 결혼식때 아이에게 신사복 입혀가지고 대전에서부터 고속 버스 타고 함께 서울 행 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에구, 친구가 보고 싶다. 열 두살 부터 지금까지 친구이니 어쩌면 지금 같이 살고 있는 남편보다 더 나에 대해 잘 알고 있을지 모르는 친구들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