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려령 <그 사람을 본 적이 있나요?>
<완득이>로 유명한 김 려령. 지금까지 그녀의 작품은 다 찾아서 읽었다.
문학동네에서 나온 그녀의 신작 <그 사람을 본 적이 있나요?>
역시 그녀는 남들과 다른 무엇이 있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며 확인할 수 있었다.
<완득이>에서도 느낀 바이지만 문장력이 뛰어난 글을 쓴다기 보다는 남들이 다루지 않았던 소재의 선택과 구성, 그리고 유머 감각이 이 작품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어린이 대상의 책이지만 막 등단한 동화 작가, 즉 어른이 화자 이다. 어린이 대상 책이라고 해서 꼭 어린이가 주인공으로 나서야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독자로 하여금 궁금증을 불러 일으키는 구성. 개인적으로 이건 어떻게 보면 거의 필수 조건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결과가 뻔히 보이는 이야기, 드러내놓고 교훈적이기만 한 이야기는 아니라는 것이다.
등단은 했지만 소위 잘 안나가는 작가가 화자가 되니 실제 저자가 그 심리 묘사를 얼마나 실감나게 해놓았겠는가. 더구나 짤막한 대화 속에서 그녀만의 기지가 유감없이 드러난다.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얘기 속의 그 아저씨의 정체에 대해 작품 속의 아이들만큼이나 독자들도 궁금해하며 읽는다. 그 아저씨가 허구 속의 인물이 아니라 실존 인물이었다는 것을 아이들처럼 독자도 감을 잡아간다. 아픈 과거가 배경으로 깔려 있지만 결코 어둡게 이야기를 끌고 가지 않는 것은 <완득이>에서와 비슷하다.
베스트셀러 작가는 확실히 다르다, 달라야 한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한다.
김 선정 <최 기봉을 찾아라>
작년도 푸른문학상 새로운 작가상 수상작인데 올해초 전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작은 도서관 시리즈 단행본으로 출판되었다.
최기봉은 오랜 세월 초등학교 교단에 서온 선생님 이름. 하지만 자기가 가르치는 아이들과 특별한 유대감을 느껴본 적 없는 선생님이다. 어느날 15년 전 제자로부터 두개의 도장을 선물로 받는데 최 기봉이라는 이름 옆에 엄지 손가락을 위로 치켜 세운 모양이 새겨져 있는 도장, 그리고 엄지 손가락 대신 울상을 한 얼굴이 새겨져 있는 도장이다. 그 날부터 최 기봉 선생님은 잘 한 아이에게는 엄지 손가락 도장을, 잘 못한 아이에게는 울상 얼굴 도장을 찍어주기로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누군가 도장을 가져가버리는 사건이 일어나고, 학교 여기 저기 아무데나 이 도장이 찍혀 있는 것이 발견된다. 누가 도장을 훔쳐 갔으며, 왜 학교 여기 저기 그 도장을 찍어놓는 것일까. 독자들은 궁금해진다. 그래서 읽던 페이지를 손에서 놓을 수가 없다.
저자가 실제 초등학교 선생님이어서 그런지 최 기봉 선생님의 심리 묘사라던가 반 아이들의 심리 묘사가 잘 되어 있고 초등학교 풍경이 생동감있게 그려져 있다.
제목이 특이해 읽어보면 내용은 기대보다 평범한 작품들인 경우도 종종 있는데 이 책은 제목이 눈에 띄는 만큼 내용도 독특하고 구성도 재미있다.
초등학교 시절 선생님의 말 한마디나 학생을 대하는 태도가 성인이 되어서도 얼마나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이야기이다.
왜 수상작이 되었는지, 독자도 머리 끄덕이게 할만한 작품이다.
Dav Pilkey <The Adventures of Ook and Gluk>
초등학교 1,2 학년 때에는 Nate the great, Horrid Henry 뭐 이런 시리즈의 챕터북을 재미있어라 읽어제꼈고 3학년 때 그렇게 낄낄거리며 읽던 책 중에 Captain underpants 시리즈가 있었다. 4학년 되고서는 한동안 뜸하다 했더니 예전에 <Captain underpants> 를 쓴 사람의 다른 책이라며 위의 책을 사왔다. 아직도 이런 책을? 하면서 들춰 보았더니 이건 만화책이었다. 한장 두장 넘기다가 금방 한권을 다 읽어버렸다. 그것도 나 역시 낄낄거리면서. 구석기 시대의 두 꼬마 Ook과 Gluk은 어느 날 자원 고갈과 오염을 피해 미래에서 구석기 시대로 시간 여행을 와서 구석기 시대 자원과 사람들을 마구 이용하고 있는 미래 세계 사람들과 대면하게 된다. 이들을 물리치기 위해 Ook과 Gluk은 시간 여행문을 통과해 거꾸로 미래세계로 가서 쿵후를 배워온다. 단순히 쿵후 기술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노자, 장자 철학까지 배우게 되는데... 스승으로부터 아직 깨우침이 모자라다는 이유로 이 꼬마들은 자그마치 어른이 될때까지 거기서 머무르게 된다 (역시 만화는 만화다.).
구성이 재미있고 만화이다보니 짤막짤막한 대화체 문장이어서 금방 부담없이 볼 수 있었다.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목적, 과정, 결말 등이 참 기발하게 펼쳐져있었다.
주의 사항은 여기 나오는 영어는 모두 엉터리 영어라는 것. 엄연한 규칙을 가지고 저자가 고의로 자기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영어를 사용하고 있고 (예. 주어를 모두 목적어로 쓴다. I like him. 을 Me like him. 이런 식) 일부러 철자를 우스꽝스럽게 바꿔놓았기 때문에 그걸 알만한 사람이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막 영어를 배우기 시작한 아이들이 읽으면 자칫 혼동할 염려가 있겠고, 그걸 알아볼 수 있는 사람이 읽으면 낄낄거리며 읽게 되는 것이다.
뒷장에 이 책을 쓴 사람으로 두 사람의 이름이 나오고 현재 나이가 9살, 10살이라고 나와 있고 현재 미국의 어느어느 초등학교 몇 학년에 재학중이라고 나와 있어서 깜짝 놀라 아이에게 물어보았더니, 그것도 저자가 장난친거란다. 실제 저자 (Dav Pilkey)는 어른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