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어린이날, 다음주엔 아이의 열번 째 생일이 있다.
육십 넘은 아들에게 여든 된 노모가 차조심하라고 이른다는데, 이제 겨우 열 한살 된 아이가 어미에게 아직도 어린아이로 보이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내 뱃속에서 나온 내 새끼. 어미에겐 언제나 그게 먼저일 뿐이다. 

하지만 아이는 자란다.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르게 쑥쑥 자란다. 이제 내 뱃속에서 나온 내 부속물로서가 아니라 나처럼 하나의 개별적인 인격체로 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그건 일부러 의식하고 연습하지 않으면 저절로 되지 않을 것이고, 시간이 더 흐른다 해도 역시 그럴 것이다. 

아이는 이제 내가 읽어주는 것을 듣고, 보여주는 것을 보고, 들려주는 것을 듣고, 만들어주는 것만을 먹지 않는다.  

오히려 내가 종종 아이가 듣는 음악이 궁금해서 따라 듣기도 하고,

- 그룹 Green Days 의 노래 iViva La Gloria.
   어떻게 이 노래를 알게 되었냐고 물어봤더니 아이가 요즘 푹 빠져 읽고 있는 책 <Percy Jackson, Lightning Thief> 에 나와서 검색해보고 알게되었다고 한다. -

   

 

아이가 읽는 책을 따라서 읽어보기도 한다.  

- 제목이 특이해서 눈길을 끈다. 아이 역시 제목이 마음에 들어 빌려왔다고 한다. 정신 지체인 엄마와 어린 딸, 그리고 그들을 아무 댓가 없이 돌보아주는 옆집 여자가 등장하는, 따뜻하고 또 눈물 글썽여지는 내용의 책이다. -

   

 

 

  

 

 

 

 

 

 

 

 

내가 몸이 안좋아 어기적거리고 있으면, 해놓은 밥만 있으면 아이는 자기가 혼자 먹을 수 있다면서 밥 데우고, 국 데우고, 달걀 프라이 하고, 김치 꺼내어 혼자서도 밥을 먹는다. 

나는 아이가 혹시 잘못될까봐, 실수를 피하게 해주고 싶어서, 덜 아프고 덜 힘들게 하고 싶은 마음을 온통 잔소리로 전달한다. 그건 결국 받아들여지지도 않고 관계만 더 멀어지게 할 뿐이다. 이제 나의 그 마음을 잔소리를 하는게 아니라 잔소리를 꾹 참는 방법으로 바꿔나가야 할 때이다.
혹시 가려먹는 음식이 있더라도 한번 얘기해서 안들으면 그저 거기서 그치는 연습을, 저렇게 꾸물거리다가는 학교에 늦을게 뻔하더라도 잔소리로 다그쳐서 아이를 현관 밖으로 내몰아 지각을 면하게 하기보다는 차라리 하루 지각해보거라 하는 배짱을 가져볼 것, 운동으로 땀 범벅이 되어 들어와서도 씻지 않으려고 할땐 큰 소리 내서라도 욕실로 몰아넣기 보다는 불쾌한 냄새 나는 남자애를 좋아하는 여자 친구는 없을 거라고 차라리 협박성 발언 한번 해주고 말 것. 학교에서 하는 행사에 엄마가 와주는 것이 최고 희망사항이었던 나의 어린 시절만 생각하고는 내 아이도 당연히 그럴거라 생각하고 참석했다가 엄마는 본체 만체, 친구하고 더 어울리려는 아이를 보고 서운해하지 말것. 

아이는 오늘도 커간다. 즉, 부모에게서는 점점 멀어져 간다는 뜻이다. 아이와의 끈은 계속 잡고 있으되, 그 끈을 나도 모르게 내쪽으로 잡아당겨 아이의 발걸음을 늦추게 하지는 말자. 어미로서는 눈물나는 노력이 필요한 사항이다.  

2011년 5월은 이런 생각들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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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1-05-06 1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열한살.
하루가 다르게 정말 그렇게 자라는군요
금세 5학년6학년 중학생 고등학생 그리고 어른 모습이 되겠죠
40이된 저를 걱정하는 제 어머니처럼
어떻게 아이가 자란다고 걱정을 안하겠어요.
하지만 멋지게 자라나는 아이가 점점 자랑스러워질게요. 님이 그렇게 키우고 계시니까요

hnine 2011-05-06 15:32   좋아요 0 | URL
제 친구들 아이들은 대부분 지금 고등학생이랍니다. 그런데 언제 시간이 그렇게 갔는지 모르겠대요. 고등학생 되고 나니 집에서 얼굴 볼 시간도 별로 없고요. 옛 어른들이 품 안의 자식이라고 하셨던 말씀이 틀리지 않지요.
하늘바람님, 태은이 눈 때문에 걱정 많으시지요? 다린이도 어려서부터 안경을 썼는데 처음 안경 쓰는 날 참 마음이 안좋더라고요. 그런데 지금은 적응이 되어서 아무렇지도 않아요. 그러고 보니 태은이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도 궁금하네요. 아가씨가 다 되어 있는건 아닌지요? ^^

마노아 2011-05-06 14: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nine님의 두런두런 말소리가 저에게 잠언이 되어주네요.
다린이도 그런 엄마의 깊음을 닮아가는 것 같아요.

hnine 2011-05-06 15:34   좋아요 0 | URL
마노아님께서 잘 보셨습니다. 저 혼자 두런두런 하는 기분으로 썼어요. 아이가 커가면서 엄마가 마음을 더 잘 다스리지 않으면 마냥 서운하고 허무하고, 그렇게 될 수 있겠더라고요. 이젠 가끔 저보다 더 앞서가는 아이를 발견하는 기분이 참...한마디로 표현할 수 없는 묘한 기분이랍니다.

책가방 2011-05-06 15: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3딸이 그러더군요.
엄마는 엄마 스스로가 스트레스를 만들어서 힘들어하는 스타일이라고..
잔소리 참는 연습이 절실히 필요함을 느낍니다.
근데.. 그게 잔소리하는 것보다 더 힘들더라구요..ㅡ.ㅡ

hnine 2011-05-06 15:35   좋아요 0 | URL
그렇지요? 잔소리하는 것보다 몇 배 더 힘들어요.
스스로 스트레스를 만들어 힘들어하는 스타일이시라니, 책가방님 웬지 저와 많이 닮으셨을 것 같은 기분이...^^

sangmee 2011-05-06 16: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겨울날 눈이 쌓이듯이 소리없이 조용히 아이들은 자라는거 같아.
어느날 보면 아 .... 이렇게 자랐나 싶게...
근데 그러면서도 아이는 아이더라.
씻는건 네가 말 안해도 몇 년 지나면 열심히 씻는단다 ㅎㅎㅎ

hnine 2011-05-06 17:10   좋아요 0 | URL
정말? 몇 년 지나면 열심히 씻게 될까? 그럼 안 씻는 어른은 어찌된거지? ㅋㅋ

울보 2011-05-06 1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많이 자랐는데 제가 제아이를 너무 아이처럼 대하고 있는것은 아닌지 한순간 슬픔이 찾아오는것은 아닌지,,이런저런 생각에 요즘 많이힘들어하는 엄아 여기도 있습니다,

hnine 2011-05-06 22:03   좋아요 0 | URL
고개를 끄덕끄덕하며 올려주신 댓글들을 읽고 있답니다.
'난 아이를 키우면서 참 행복했다' 라고 말하는 어머니들도 많으시던데...최소한 나중에 '나는 아이 키우기가 제일 힘들었다' 이렇게 말하고 싶지는 않은데 말이지요.

섬사이 2011-05-06 1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언제였는지 모르겠지만 아이를 45도쯤 시선을 돌리고 바라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정말로 그렇게 보겠다는 게 아니라, 아이를 너무 똑바로 지켜보는 일은 하지 말아야겠다고 결심했다는 뜻이에요.
그리고 잔소리 대신에 내가 좋아하는 일을 즐기면서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었죠. 뭐, 그렇다고 제가 그렇게 살고 있는 건 아니지만.. ^^

hnine 2011-05-06 22:06   좋아요 0 | URL
섬사이님, 정면 직시가 아니라 시선을 45도 돌리고 바라본다는 말씀이 금방 접수됩니다. 잔소리 대신 저 스스로가 제 일을 즐기면서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그것만한 교육이 어디있겠어요. 'Teaching is showing.' 이라는 말을 섬사이님 덕분에 오랜만에 다시 떠올렸습니다. 저보다 먼저 아이를 키워보신 분 다우세요. ^^

순오기 2011-05-06 2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자랄 땐 어땠나? 생각해보면 아이들에게도 어떻게 해야 할지 답이 나오는데 실천은 잘 안되죠. 그래도 이런 두런거림으로 마음을 추수리는 과정이 필요하죠.^^
나는 중1때 만날 학교 가기 싫어하니까, 아버지가 홧김에 학교 가지 말라고 했는데 다음날 진짜로 학교를 안 갔어요. 우리 아들 초등 2학년 때, 아침에 안 일어나서 안 깨우고 학교 결석시킨~ 속된말로 간댕이 부운 엄마도 있어요. 누군지 알겠죠?ㅋㅋ

hnine 2011-05-06 22:11   좋아요 0 | URL
제가 자랄 때 싫었던 것을 너무나 잘 기억하는 저는 그거 하나는 잘 지키려고 노력하는데 그것만으로 부족한 것 같아요 ㅠㅠ
먼저 아이를 키워보신 분들 말씀을 읽어가니 도움이 많이 되네요. 중1때 학교가 가기 싫으셨군요. 하루만 안 가셨지요? ^^
저희 집에서도 저는 아이에게 너 한번 지각 좀 해봐라 하는 쪽인데, 늘 남편 덕에 아이가 지금까지 지각은 면하고 있지요. ㅋㅋ

2011-05-06 23: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5-08 06: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카스피 2011-05-07 2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70세 된 노모가 50살이 넘은 자식을 걱정한다고 하던데,자식이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자식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