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지금까지 몇번을 시도했으나 아직도 끝까지 다 못 읽고 있는 베스트 셀러가 있으니 바로 삼국지이다. 만화로 된 것이라면 혹시 읽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시도를 해봤지만 만화라고 해도 그 내용이 어디 가나? 내가 보기엔 정해진 포맷에 등장 인물만 바꿔서 같은 얘기가 계속 되풀이되는 듯한 느낌에 도무지 계속 읽어나갈 흥미를 못 느끼겠더란 말이다. 혹자는 삼국지 같은 책은 읽고 또 읽어도 읽을 때마다 느낌이 다르고 배울 점이 발견된다는데. 
남자 아이라서 그런가. 두권짜리 두툼한 만화 삼국지를 도서관에서 빌려다 주었더니 대여 기간 일주일동안 그 책을 읽고 또 읽고, 그래도 재미있단다. 난 이번에도 역시 반 쯤 읽다가 집어 던지고. 
오늘 아침, 도서관에 삼국지를 반납 하고 이번엔 세권짜리 만화 초한지를 빌려왔다. 오전은 이것 읽는라고 아주 조용하고 평화로운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오후 

나: "엄마 버섯 찾아보러 나갈건데 너도 갈래?"
다린:"버섯을 왜 찾아요?"
나:"그냥 찾아보고 싶어져서. 사진 찍어올거야."
다린: "같이 가요. 그런데 이 근처에 버섯이 있을까요?" 
나: "있을 것 같은데?"

 

 

 

 

 

 

 

 

 

 

 

 

 

 

 

 

 

 

 

 

 

 

 

 

 

 

 

 

 

 

세 종류 찾았다. 이름을 아직 못 달아주었는데 있다가 검색해서 알아놓아야겠다.

덤으로 담아온 아이들은, 해바라기와 꽈리.

 

 

 

 

 

 

 

 

 

 

 

 

 

 

 

 

 

 

 

 

오후 늦게는 영화를 보러 갔다. '챔프'
중간쯤 보는데 아이가 옆에서 훌쩍거리기 시작한다. 시력을 잃어가고 있는 차태현이 다른 집 아이를 자기 딸로 알고 끌어안는 장면까지만 해도 옆에 앉은 나를 쿡쿡 찔러가며 웃던 녀석이 금방 눈물을 찔끔거리기 시작하는 것이다. 갈수록 점점 더 크게 운다. 나도 영화 보면서 잘 우는 편이지만 이 영화는 코 끝만 찡 할 뿐 울지 않고 버틸 수 있었는데. 
 

 

다 저녁때 갑자기 해야할 일이 생겨서 결국 밤 꼴딱 새고, 조금 있다가 서울 가는 고속버스에 오른다. 버스 안에서 계속 자면서 가겠지.
지금은 그러니까 다음 날 (금요일)새벽.
있다가 아이가 먹을 밥 미리 해놓느라 밥 뜸 들이는 중이다.

하늘은 아무튼 점점 높아만 간다. 어제 낮 기온이 31도였다지만 그래도 가을은 가을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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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1-09-16 0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온은 높아도 정말 바람이 달라졌어요. 가을이에요 나인님.^^
다린인 참 다감하고 좋은 아이에요.^^ 훌쩍~
어쩜어쩜 버섯이 저렇게나.. 이쁘네요.

hnine 2011-09-17 07:45   좋아요 0 | URL
저날 왜 갑자기 버섯을 찾아볼 생각이 났는지 모르겠어요. 가끔 그렇게 뭔가를 찾아 나서보고 싶은 생각이 불쑥 들 때가 있다는 것 밖에.
기온만 가지고 계절을 얘기할 수 없음을 알겠지요 요즘.
그래서 저희 집엔 도톰한 이불을 덮고 전자모기향도 켜놓고 자요. 모기가 있더라고요 아직.

마녀고양이 2011-09-16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버섯만 보면 저것이 식용일까 독이 들었을까 궁금해져버려요.
하지만, 버섯 참 이쁘잖아요? 신기해요... 균사라는게.

제 친구 중에 삼국지 왕팬이 있었어요. 그 사람은 번역자에 따른 삼국지를 모두 읽었을 뿐더러 소장하고 있었죠. 그래서 저도 도전했는데, 저는 이문열씨 번역판 삼국지 8권에서 녹다운. 그래도, 그렇게 엄청나게 인용되고 열광하는걸 보면 다시 도전해야겠다는 생각은 듭니다만...........

나인언니, 즐거운 주말되셔요.

hnine 2011-09-17 07:48   좋아요 0 | URL
버섯 모양이 예쁘니 아이들 그림책에도 많이 나오고 버섯 모양 인형, 집 등이 장난감으로도 만들어지나봐요.
일정 패턴의 반복으로 밖에 안보인다는 제 말에 제가 뭔가를 놓치고 있는 거라는 말은 남편이 하더군요. 아이야 물론 그런걸 벌써 알면서 읽는 것은 아니겠지만요. 저는 월탄 박종화의 삼국지 여덟권 짜리던가? 그중 4권 읽다가 녹다운~ ^^

비로그인 2011-09-16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버섯이 정말 예쁘네요. 버섯을 안 먹어본 지가 참 오래되었다는 생각이... ( '')~ 삼국지는 저도 별로... 근데 어디 가서 이런 얘기 잘 못 하겠어요. 다들 어느 정도는 삼국지를 많이 아는 것 같아서... 그래도 빨간머리 앤도 알고 초원의 집도 아니까 괜찮아요 ㅎㅎ

피곤하실텐데, 주말에는 푹 쉬세요 hnine님 ^^

hnine 2011-09-17 07:50   좋아요 0 | URL
버섯이 몸에 좋은 것에 비해 좋아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아요. 저도 가끔 아이에게 먹게 하느라 아주 잘게 다져서 볶음밥으로 해주거나 오므라이스의 달걀 속에 덮어서 숨기거나 해서 준답니다.
삼국지 별로 안 재미있어 하는 분도 꽤 계시네요. '나만 그런거 아니다~~ ' ^^

stella.K 2011-09-16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의 생일날을 적어놓으셔서 순간 얼굴이 화끈!ㅋㅋ
버섯 예뻐요.
31도라도 한 여름 31도하고는 많이 다르죠.
어제 전력 사용량이 상당했다는데 그렇게 많이 썼을까 싶어요.
초유의 정전사태라고 하는데 예비전력을 충분히 확보하지 않았다고 해도
어제 같은 더위 가지고 그렇게까지...?
좀 갸우뚱해지더군요.

hnine 2011-09-17 07:53   좋아요 0 | URL
맞아요 맞아, 한여름 다 지나서 전력 사용량이 그 정도나 되었을까요? 그래서 여러 가지 얘기들이 돌더군요. 영화 보고서 지하도를 걸어나오는데 전기가 나가서 무슨일인가 했답니다. 갸우뚱 할 일이 참 많은 요즘이어요.
버섯은 금방 눈에 안 띄어요. 그늘지고 습한 곳에 있기 때문에요. 맨 아래 나무에 붙어 있는 버섯은 겨우 찾아냈지요.

무스탕 2011-09-16 1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성이 친구중에 여자아이가 그렇게 삼국지에 푸~욱 빠져있는 애가 있어요. 하여간 삼국지를 달달 외우고 다녀요. 그 애가 하도 삼국지, 삼국지 노래를 하니까 정성이가 궁금해서 자기도 삼국지 사 달라고 할 정도였지요. 그래서 사 준게 이문열의 만화 삼국지인데 정성이는 지금까지 두번인게 세번인가 보고 안보더라구요. 전 한 번도 안 봤...;;;;;

해바라기 참 이쁘네요. 제가 젤루 좋아하는 꽃이 해바라기에요. 오죽하면 결혼할때 해바라기를 들고 할까 고민했었다니까요 ^^

hnine 2011-09-17 07:55   좋아요 0 | URL
정성이가 두번, 세번 읽었으면 많이 본 건 아닌가요? 그 책은 참 특이한게 저처럼 아예 완독을 못하던가, 읽으면 최소한 두세번은 또 읽게 되던가 그런가봐요.
해바라기 좋아하시는구나. 어울려요. 활짝, 긍정, 웃음...이런 이미지가요.

잘잘라 2011-09-16 15: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바라기가 아주 탐스러워요.^^
콧물 재채기 마를날 없는 환절기, 아아아 재채기 하느라 체력이 딸려요.
건강하시지요?

hnine 2011-09-17 07:57   좋아요 0 | URL
저런 해바라기가 벌판에 쫘악~ 피어 있는 것을 실제로 보면 참 장관이겠지요? 왜 영화나 화보에서 가끔 보잖아요.
저희 집에도 기온만 좀 떨어지면 콧물, 재채기 달고 사는 사람 있는데 메리포핀스님도 그러시군요. 음, 면역력을 높이셔야 함을 삼가 아뢰오~~ ^^

순오기 2011-09-17 0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버섯, 이쁘네요~ ^^
해바라기와 석류~~~~라고 하셨는데, 석류가 아니고 꽈리 사진이 올라왔어요.^^
요즘엔 꽈리 보기가 힘든데 그곳에 있군요, 어릴 때 시골집 뒤란에 꽈리가 지천이었는데... 어제 우리집 마당에 석류가 좍좍 벌어져서 따다가 설탕에 재워두었어요.

hnine 2011-09-17 08:01   좋아요 0 | URL
ㅋㅋ 석류 사진은 다른데 들어있었는데 제가 또 실수를^^ 얼른 고쳐놓겠습니다. 석류를 설탕에 재워놓기도 하는군요. 몸에 좋다니까요. 저는 석류를 한번도 먹어본 적 없어서 그 맛을 상상만 해요. (쓰는데 자꾸 울보님댁 '류'가 생각이 나서.. ^^)
버섯의 이름은 찾다가 포기했어요. 제대로 된 버섯 도감을 봐야지 인터넷에서 어줍지않게 찾아보려고 했더니 못 찾겠네요.

담쟁이 2011-09-17 0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티비서 봤는데 그쪽 뿌리공원 좋더군여~

hnine 2011-09-17 14:10   좋아요 0 | URL
지난 겨울에 가봤어요. 저희 집에서 좀 거리가 있지만 독특한 곳이더군요. 이런 목적의 박물관 혹은 전시관은 거의 없지 않을까 싶어요. 따뜻할 때 다시 한번 와야지 하고 역시나 이후로 다시 못 갔네요~

세실 2011-09-18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은 21도라네요. 어쩜 어제와 오늘은 이렇게 다른지. 가을이 시작되었어요^*^
영화보면서 제가 먼저 훌쩍 거리니...아이들은 그런 제모습 보면서 키득거리고.
아이들이 좀 더 진지하게 영화를 봤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hnine 2011-09-19 08:36   좋아요 0 | URL
오늘 월요일 아침은 더 가을같네요. 이제 짧은 옷은 정리해도 될 듯해요.
영화볼때 옆에 있는 사람이 울기 시작하면 저는 오히려 감정이 좀 자제되는 것 같더라고요. 다린이가 울지 않았더라면 제가 본격적으로 흑흑거렸을지도 모르지요 ^^
 

 

오늘 밤 
달을 보기 힘들다 하여
대신
마음 속에 달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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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1-09-11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예쁘군요.
그래요. 달은 또 날씨만 개면 볼 수 있잖아요.
중요한건 가슴속에 달 하나 품고 사느냐는 거겠죠.
우리 그런 마음 가지고 살아요.
추석 잘 보내구요.^^

hnine 2011-09-11 15:19   좋아요 0 | URL
비가 잠깐 그친 것 같아서 아이랑 자전거 끌고 나갔다가 비 쫄딱 맞고 들어왔습니다 ㅋㅋ 요즘 날씨 진짜 독특하지요.
마음 속에 달덩이 하나씩 품고 살다보면 그 달에도 가끔 구름이 끼겠지요? 또 맑은 날도 있겠고요.
음식 잘 하시는 stella님 어머님, 바쁘시겠어요.
추석 무사히 잘 보내고 다시 만나요 ^^

비로그인 2011-09-11 2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노랗네요~~ 노란색 테두리선이 먹구름 같아요, 라고 하면 안 되겠죠? ㅋㅋ
추석 잘 보내고 계시죠?

hnine 2011-09-11 21:49   좋아요 0 | URL
어릴 때 부르던 동요인데 '보름달 둥근달 동산 위에 떠올라, 어둡던 마을이 대낮처럼 환해요...' 하는 노래 있어요. 전 달 노래 중에 그 노래가 제일 좋아요. 한번 목청 높여 불러 보고 싶네요. 어둡던 마을 뿐 아니라 어둡던 마음도 환해지는 달이었으면 좋겠어요. 추석 준비는 다 되었고, 내일 성묘 가는 길에 비나 안 와주었으면 좋겠네요.

마노아 2011-09-12 0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름답고 따뜻한 달이네요. 이 달로 위로를 삼을까봐요. hnine님, 추석 즐겁게 보내셔요.^^ 요새 주말 드라마에 축구 엄청 좋아하는 소년이 나오는 게 있는데(제목은 모르겠고 서영희 나오는 드라마) 다린이 생각이 났어요.^^

hnine 2011-09-12 05:48   좋아요 0 | URL
마노아님, 혹시나 했는데 추석날 새벽인 지금도 비가 주룩주룩 오고 있네요 ㅠㅠ 뭐, 할 수 없지요. 성묘길 도로가 너무 막히지만 않으면 좋겠어요.
그 드라마 저도 언뜻 본 것 같아요. 지현우 나오는 드라마 맞죠? ^^ 저기에도 다린이 같은 애가 있구나 생각했지요. 남자 애들은 다 한번씩 거쳐가는건가 싶기도 하고요.
마노아님도 오늘 하루 잘 보내시고 재미있는 얘기 번호 붙여서 잔~뜩 올려주세요~~ ^^

달사르 2011-09-14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hnine님 계신 곳은 비가 왔었군요. 제가 있는 곳은 내도록 해가 쨍쨍이어서 에어컨을 끼고 살았다지요. 추석날은 피곤해서 하늘에 달이 떴는지도 못 봤고 추석담날밤에야 하늘의 달을 봤다지요. 하하. 달님이 이쁘더라구요. 달그림자도 살짝 보였구요.

마음속의 달, hnne님이 그렸습니까? 하하. 예쁩니다. ^^

hnine 2011-09-14 19:12   좋아요 0 | URL
여긴 비가 계속 왔는데 그래도 다행인 것이 경기도의 산소에 가니 거기는 비가 안오더군요. 비가 안 왔더라도 저 역시 추석날엔 피곤해서 달 구경 할 생각도 못했을 것 같아요. 설겆이는 동서가 거의 다 해주고 갔는데도 나이가 나이인지라...ㅋㅋ
 

 

 

 

 

 

 

 

 

당글공주 -임 정자 동화집 -

동화를 읽기만 읽었지 동화란 어떻게 써야하는 것인지 구체적으로 배워본 적은 없다. 하지만 이 책을 읽는 동안 혼자서 ‘아, 동화란 이렇게 쓰는 것이구나.’ 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1. 제목

당글공주. 당차고 발랄한 모습과 성격이 연상되는 이름이다.
발음이 경쾌해서 아이들도 쉽게 입에 오르내릴 수 있을 이름이다.
아마도 작가는 이런 저런 여러 가지를 고심해서 지었으리라.


2. 운율

시에만 운율이 있는 것은 아니구나. 이 책을 읽다보면 소리 내어 읽지 않아도 글에 리듬이 살아있는 것이 느껴진다.

예1. 무지무지 힘이 세고,
      대단히 똑똑하고,
      아주아주 용감한

예2. 겨우겨우 잠들었다 일어나 보니
      투둑투둑 투둑투둑. ‘이게 무슨 소리지? 비가 오잖아.
      난 몰라. 소풍 가긴 다 틀렸네.
      날마다 해 쨍쨍 나더니 갑자기 웬 비가 와.’ 
      마지못해 가방 메고 학교 가니까
      투둑투둑 떨어지던 빗방울, 언제 왔냐는 듯 그쳐 버렸네.


3. 적절한 비유와 상징

홍역이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병을 홍역 괴물로 형상화하는 과정이 억지스럽지 않고, 그것과 맞서 싸우는 과정이 자연스럽고 재미있게 표현되어 있다. 어떤 아이가 홍역에 걸려서 며칠을 끙끙 앓고 아이의 엄마는 옆에서 아이에게 잘 참아야 한다고 달래는 이야기가 이런 식으로 사실 그대로 진행된다고 가정해보라. 아무리 아름다운 언어로 표현한다고 해도 이야기가 재미있겠는가?

4. 재미를 넘어서지 않는 교훈

동화가 갖춰야 할 조건 중의 하나라면 읽는 주요 대상이 어린이라고 간주하고 써진 것이기 때문에 이들이 읽어서 배울 점이 들어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홍역에 걸리게 되는 과정, 그것을 잘 참고 이겨내는 과정, 이겨낸 후 따라오는 보상, 보람, 성장.
동화의 조건을 균형 있게 잘 갖추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지나치게 드러나게 강조되어 재미을 떨어뜨리지 않는다는 것, 바로 그것!



수지 모건스턴의 '조커'를 통해 생각해 보는 아이들 교육 방식 


수지 모건스턴의 그 여러 작품들을 읽어보아도 어느 하나 비슷한 내용이 없다. 어쩌면 그렇게 다양한 소재와 주제의 이야기들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
늙고 뚱뚱하고 목소리마저 이상한 노엘 선생님. 아이들은 학교가 시작하는 날 담임선생님의 모습을 보고 실망하지만 노엘선생님이 한가지씩 내어놓는 아이디어는 곧 아이들로 하여금 학교를 가기 싫어하는 곳이 아니라 그 반대로 만들어놓는다. 노엘 선생님의 그 비결은 어디에 있을까? 다른 선생님들보다 아이들을 더 사랑했기 때문일까?
나는 오히려 그가 아이들에게 거는 기대가 다른 선생님들에 비해 크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노엘 선생님은 어른의 기준에 맞추어 모델 상을 만들어 놓고 모든 아이들을 그 규격에 맞추는데 온 시간과 노력을 소진하지 않았다. 좀 못하면 어때, 좀 모르면 어때, 학교 좀 빠지면 어때, 수업 시간에 한번 쯤 군것질 좀 하면 어때, 한번 쯤 떠들면 어때, 옆 친구 것 좀 베끼면 어때.

물론 아이들로 하여금 이런 규칙들이 아무 것도 아니라고 여기게 하면 안 된다. 오히려 이 결과 아이들은 그런 규칙들이 왜 필요하고 왜 어쩌다 한번만 사용해야 하는 것인지 피부로 느끼게 될지 모른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방법은 한 가지 방법만 있는 게 아니다.
조커를 만들어 사용한다는 발상 또한 작가가 던지는 의미 있는 메시지이다. 규칙을 어기지 않고 완벽하고자 하는 사람이 아니라 때때로 이렇게 스스로 조커를 만들어 사용할 줄 아는 사람, 즉 융통성 있고 관대할 수 있는 사람이 요즘 세상을 무사히 버텨나가는데 더 적자(適者)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내 친구를 찾아서 -조 성자 지음-


아이들의 고운 심성이 드러나는 고운 이야기인데 왜 재미가 없을까?

수지 모건스턴의 책을 읽고 난 후라서 그런 것만은 아닐 것이다. 이런 책을 읽고 나면 나는 마치 이 책을 내가 쓴 것인 양 아이디어의 한계를 보는 것 같아 답답해진다. 과연 작가, 특히 어린이책 작가로서 갖춰야할 제일 중요한 조건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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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1-09-10 2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당글공주... 어떤 아이인지 얼른 만나보고 싶은 생각이 막 샘솟네요. 가끔 동화책도 읽어보고 싶은데 학교 도서관에는 동화책이 아예 없다는 게 늘 불만이에요. 어린이도서관에 한 번 들려야겠어요 ㅎㅎ

hnine 2011-09-11 05:03   좋아요 0 | URL
오, 수다쟁이님. 그림책, 동화책 읽기도 꼭 해보시라고 권해드리고 싶어요. 삶이 팍팍하게 느껴질때 '비타민'이라고나 할까요? 그리고 머리 속 복잡할때 문제의 근본에서 흐트러지지 않게 해줄때도 아주 좋아요. 제가 돈만 많으면 그림책을 하나하나 사서 모으고 싶답니다.
위의 당글공주 같은 친구, 애인, 배우자 (?)가 있으면 참 좋을텐데...^^

내가 내게 만들어주고 싶은 조커를 생각해보는 것도 재미있고요. 저라면 'oo살 먹은 어른이라는 것 하루동안 잊고 지내보기' 이런 조커를 만들어보고 싶어요 ^^

순오기 2011-09-11 0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점점 깊이가 더해지는 나인님의 글쓰기 공부~ ^^
추석명절 잘 지내시고 알라딘에서 또 만나요!!

hnine 2011-09-11 08:08   좋아요 0 | URL
글쓰기 공부라기보다 언제부터인가 저렇게 막 따져가며 읽어보게 되더라고요 ^^
순오기님, 이번 추석엔 제가 농떙이 부리고 있어요. 송편도 제가 안 만들고 버티니까 어제밤에 나가서 남편이 파는 것 사다놓고요, 다른 것도 당일치기 할 심사로 손도 안대고 있고요 (어떤 상황인지 금방 눈치채셨으리라...^^).
그래도 오늘 밤은 아이랑 달 그림이라도 그리고 소원을 빌어보려고요. 순오기님의 도서관도 무사히 잘 개관하게 되길 빌어드릴께요. 물론 그렇게 되겠지만요.
이렇게 들러 기운 주고 가셔서 감사합니다 언제나처럼요 ^^

달사르 2011-09-14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운 이야기인데 왜 재미가 없는지..저도 그게 궁금하네요.
동화작가를 꿈꾸는 친구가 있거든요. 그 친구와 이런 이야기를 종종 하는데 hnine님처럼 저런 궁금점이 자꾸 생기더라구요.
동화책은 고운 이야기를 넘어서는 다른 그 무언가가 필요한가봐요.

hnine 2011-09-15 08:41   좋아요 0 | URL
동심천사주의라는 말이 있더군요. 아이들을 무조건 천사로만 그리려는 경향이 우리도 모르게 발동된대요. 외국의 어린이책들을 보면 착한 아이들보다는 장난꾸러기, 좀 별난 아이들이 많이 등장하거든요? 그 이야기에서만 볼 수 있는 캐릭터들이요. 고운 이야기를 넘어서는 다른 그 무엇은 아마도 작가의 창의력과 많이 연관되어 있는 것 같지요?
친구분이 계시다니 그런 얘기 많이 하셨겠지만 어른이 되어 동화를 쓴다는 것이 쉬운일이 아닐 것 같아요.

진주 2011-09-15 00:51   좋아요 0 | URL
두 분 대화에 잠깐 끼어들어도 될까요?ㅎㅎ
저도 '곱기만'한 동화는 별로예요.
애들 말대로 오글거리잖아요ㅎㅎ

hnine 2011-09-15 09:14   좋아요 0 | URL
어서오세요, 진주님^^
그런데 그 동심천사주의라는 것이, 작가가 일부러 의도하지 않아도 은연중에 그렇게 가게 된다고 하더라고요. 우리의 편견이나 선입관이 참 강한가봐요.
 
내몸안의 주치의 면역 - 인체의 균형을 잡아주고 스스로 생명을 지키는 면역 탐험!!
하가와라 기요후미 지음, 황소연 옮김, 다다 도미오 외 감수 / 전나무숲 / 2006년 1월
평점 :
절판


지난 번에 저자는 다르지만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내 몸안의 지식 여행 인체 생리>책을 읽는데 눈이 확 뜨이길래 비슷한 기획물로 보이는 이 책 <내 몸안의 주치의 면역>도 바로 주문해서 읽게 되었다. 먼저 읽은 <내 몸안의 지식 여행 인체 생리> 책이 '미니 인체 생리학'책이라면 이 책은 '미니 기초 면역학' 책 쯤 되겠다. 훌륭하다. 면역학을 이 정도로 이해 가능하게 집필하기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을텐데 말이다. 역시 이 책의 표지 그림을 보고 초등학생용 과학 상식 책 쯤으로 오해하지 말라는 말을 덧붙여야 함은 참 유감이다. 표지와 안의 내용 수준이 이렇게 다를 수가 있다니. 물론 책 내용 중에 내용을 정리하기 위해 만화 그림도 좀 삽입이 되어 있고 책 전체가 딱딱한 문어체가 아닌 상당히 격이 없는 글체이긴 하지만 그래도 초등학생이 볼 수준은 아니다. 최소한 고등학생 정도는 되어야 집중해서 읽으면 이해가 될 것이라 보인다.
면역의 기본은 나(self)와 남(non-self)을 구분하는 것. '면역 관용'이라고 하는 이 과정을 위해 면역 세포는 초기에 선별과정을 거친다. 즉 자기를 인식하는 면역 세포는 미리 다 없애버리는 과정이다. 이것을 이 책에서 설명해놓은 방식을 보고 웃음도 나오고 감탄스럽기도 했다. 제4막 (이 책의 내용을 무대에서 펼쳐지는 연극으로 보고 각 장도 '제4장' 이런 식이 아니라 '제4막' 이렇게 되어 있다)제목이 '나'를 교육시키는 공포의 흉선학교 란다. 면역 관용이 가능하게 하는 일을 하는 곳이 흉선이라는 것을 한번 들으면 잊지 못하게 할 제목이다. 그 아래 소제목들도 재미있다. scene4.1 면역 담당세포의 어린 시절, scene4.2 세포의 생사를 가르는 공포의 테스트, scene4.3 선택된 세포들의 여정.
제8막은 암과 면역에 대한 내용인데 '암세포는 태아 흉내를 내고 있다' 라는 제목이 달려 있다. 암세포는 어떤 점에서 태아와 닮았다는 것일까? 한번도 그런 의미로 생각해본 적이 없기에 더 흥미롭게 읽은 부분이다.
마지막 단원에는 면역 담당세포의 일생으로 살펴본 생명의 신비에 대해 짧게 저자의 의견을 보여주고 있는데, 생명의 신비는 반복되는 '우연'으로 이루어진다는 것. 읽는 분들 중 얼마나 동의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동의한다. 그래서 신비하다는 것 아닌가? 생명이란 것이 말이다. 같은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난 일란성 쌍동이 조차 완전히 같지 않은 것은 어떤 유전자가 어떻게 조합될지 우연에 의해 결정되는 사건들을 거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의 마지막 문장은

생명력에는 외적인 우연내적인 필연으로 승화시키는 능력이 갖추어져 있는 법이다.
생명체의 이런 능력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생명은 정말 하나를 알면 궁금한 것이 두개씩 더 생기는 학문이다.
사실 그 다음 페이지에, 세포가 절을 올리는 그림과 함께 진짜 마지막 문장이 있기는 하다.
그동안 면역극장을 시청해주신 여러분께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라는. 

(어쩌다보니 이 책을 다 읽자 마자 이 시리즈의 다른 책을 또 사버리고 말았다. 이번엔 '정신의학'이란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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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잘라 2011-09-09 1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헤 저는 이런 리뷰가 좋아요. 확- 땡겨주시는^^
미리보기 봤더니 그림이 참 귀여워요. 우선 보관함으로~~~^^

hnine님!!! 따뜻한 가족 사랑으로 면역력 왕창 강화되는
풍성한 한가위 맞이하시길 바랍니다!

hnine 2011-09-09 20:21   좋아요 0 | URL
메리포핀스님, 시험 치르시고 꿀맛같은 휴식 기간을 갖고 계신 거죠?
면역력 왕창 강화되는 한가위 맞이하라는, 어쩌면 이렇게 재치있는 인삿말을...역시 메리포핀스님 입니다.
사실 오늘부터 추석까지 시간이 3배속으로 후다닥 가버렸으면 하는 생각을 슬금슬금 하고 있던 참인데, 맘 고쳐 먹어야겠어요 ^^
우리 메리포핀스님도 씩씩한 T림프구가 철통같이 지켜줄겁니다.

하늘바람 2011-09-10 1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힘들지만 그래도 즐거운 추석 보내셔요
아프지 마시고요

hnine 2011-09-10 17:01   좋아요 0 | URL
하늘바람님, 고마와요.
비가 주룩주룩 오지만 아직은 견딜만 해요.
달은 제 마음 속에 커다랗게 그릴래요.
하늘바람님도 잘 지내기로 해요. 마음이 혹시 흐려지려고 하면 하늘바람님의 이 댓글을 기억할께요.

2011-09-10 14: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9-10 17: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몇주 동안이나 책상에만 매달려있다
마침내 밖으로 걸어나간다
달은 지고, 터덜대는 발걸음에 별 하나 없다
빛이라곤 흔적조차 없다!
만일 이 허허 벌판에 말 한마리가 나를 향해 달려 온다면?
고독 속에서 보내지 않은 모든 날들은 낭비였다

- 로버트 블라이 '오랫동안의 바쁜 일이 끝나고' -

 

 

먼저 미안하단 말 건네고
햇살 좋은 남쪽 가지를 얻어오너라
원추리꽃이 피기 전에 몸 추스를 수 있도록
마침 이별주를 마친 밑가지라면 좋으련만
잔물 위에 흙 한줌 문지르고 이끼옷도 입혀주고
도려낸 나무그늘, 네 그림자로 둥글게 기워보아라
남은 나무 밑동이 몽둥이가 되지 않도록
끌고온 나뭇가지가 채찍이 되지 않도록 

- 이 정록 '나뭇가지를 얻어 쓰려거든' -

  

  

오 후
 


하늘은 하늘색
저리 푸르고

가는 여름 뒤통수 보면서도
매미 저리 열심히
울고 있다


일주일에 한번 서는 아파트 장터
팔던 배추 무우 옆에
배추 무우로 앉아
그새 손님 오나
한 술 뜨고 뒤돌아보고
또 한 술 뜨고 뒤돌아보는
노인네의 점심 짬


우울 하나
우울 둘
우울 셋
할 일 없이 맘 적시고 있던 내가
부끄럽고 염치없어


얼른
그늘 거두어야 했던
오후가 있었다 


  

 

 

 

 

당신을 향해 달려오는 말은 끝내 없었을 것입니다 블라이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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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1-09-08 2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느새 hnine님의 서재는 제게 시를 읽는 공간이 되어버렸네요 ㅎㅎ
고독 속에서 보내지 않은 모든 날들이 낭비였다니, 이거 쉽게 이해하기가 어려운데요. 바쁜 일이라는 게 예술을 말하는 걸까요. 흠... 역시 시는 그저 읽는 게 좋은 것 같아요. 그저 읽다보면 실낱 같이 반짝이는 의미들이 날아오기도 하고... 그게 점점 좋아지고 있어요 ^^

hnine 2011-09-09 12:41   좋아요 0 | URL
말없는 수다쟁이님, 전 고독 속에서 보내지 않은 모든 날들은 낭비였다는 그 문장에 꽂혔는데요? ^^

파란놀 2011-09-09 2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외롭게 보냈다는 날이란
참 많은 이야기를 스스로 깨닫도록 하는 날이라고 느껴요.

hnine 2011-09-10 06:00   좋아요 0 | URL
외로움의 댓가가 깨달음으로 올 수 있다는 것이군요.
끄덕끄덕...
그런데 인간의 특징이자 약점이기도 한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이 외로움에 취약하다는 것 같아요. '외로워서 그랬어요.'라는 말이 변명처럼 쓰일 때가 참 많지요. 위의 시인은 지내고 보니 그 고독 속에서 보낸 시간이 얼마나 값진 시간이었는지를 말하고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그 당시로는 참 견디기 어려운 일 같아요.
외로움을 못 견디는 것이 인간이라면, 참고 견디며 무언가를 깨달을 수 있는 것은 '초'인간적이라고 할까요?
저는 아무래도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것 같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