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지금까지 몇번을 시도했으나 아직도 끝까지 다 못 읽고 있는 베스트 셀러가 있으니 바로 삼국지이다. 만화로 된 것이라면 혹시 읽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시도를 해봤지만 만화라고 해도 그 내용이 어디 가나? 내가 보기엔 정해진 포맷에 등장 인물만 바꿔서 같은 얘기가 계속 되풀이되는 듯한 느낌에 도무지 계속 읽어나갈 흥미를 못 느끼겠더란 말이다. 혹자는 삼국지 같은 책은 읽고 또 읽어도 읽을 때마다 느낌이 다르고 배울 점이 발견된다는데.
남자 아이라서 그런가. 두권짜리 두툼한 만화 삼국지를 도서관에서 빌려다 주었더니 대여 기간 일주일동안 그 책을 읽고 또 읽고, 그래도 재미있단다. 난 이번에도 역시 반 쯤 읽다가 집어 던지고.
오늘 아침, 도서관에 삼국지를 반납 하고 이번엔 세권짜리 만화 초한지를 빌려왔다. 오전은 이것 읽는라고 아주 조용하고 평화로운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오후
나: "엄마 버섯 찾아보러 나갈건데 너도 갈래?"
다린:"버섯을 왜 찾아요?"
나:"그냥 찾아보고 싶어져서. 사진 찍어올거야."
다린: "같이 가요. 그런데 이 근처에 버섯이 있을까요?"
나: "있을 것 같은데?"
세 종류 찾았다. 이름을 아직 못 달아주었는데 있다가 검색해서 알아놓아야겠다.
덤으로 담아온 아이들은, 해바라기와 꽈리.
오후 늦게는 영화를 보러 갔다. '챔프'
중간쯤 보는데 아이가 옆에서 훌쩍거리기 시작한다. 시력을 잃어가고 있는 차태현이 다른 집 아이를 자기 딸로 알고 끌어안는 장면까지만 해도 옆에 앉은 나를 쿡쿡 찔러가며 웃던 녀석이 금방 눈물을 찔끔거리기 시작하는 것이다. 갈수록 점점 더 크게 운다. 나도 영화 보면서 잘 우는 편이지만 이 영화는 코 끝만 찡 할 뿐 울지 않고 버틸 수 있었는데.
밤
다 저녁때 갑자기 해야할 일이 생겨서 결국 밤 꼴딱 새고, 조금 있다가 서울 가는 고속버스에 오른다. 버스 안에서 계속 자면서 가겠지.
지금은 그러니까 다음 날 (금요일)새벽.
있다가 아이가 먹을 밥 미리 해놓느라 밥 뜸 들이는 중이다.
하늘은 아무튼 점점 높아만 간다. 어제 낮 기온이 31도였다지만 그래도 가을은 가을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