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 인체 탐험
북타임 편집부 지음 / 북타임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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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생각을 해보면 궁금해지는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하품을 하면 왜 칠판의 글씨가 순간적으로 더 잘 보일까, 단것을 한꺼번에 너무 많이 먹고나면 두통이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운동을 하는 것은 오래사는데 도움이 될까 아니면 그 반대일까, 커피를 마시면 잠이 안온다는데 오히려 커피를 마시자마자 졸음이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소변을 끝까지 참으면 어떻게 될까, 울고 나면 눈이 붓는 이유는 무엇일까, 등등. 
어떤 분야의 공부이든 스스로 호기심이 발동하여 알고자 하는 욕구에서 시작하는 것이 제일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데 현실은 우리에게 그럴 여유를 주지 않는다. 호기심이 생기길 기다려줄 시간이 어디 있나. 미리 미리 그건 이렇고 저건 저렇다고 가르쳐지고 머리에 주입시켜진다.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책을 읽어보고 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시험을 위해 억지로 이해하고 외우기까지 해야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시험때문이라 할지라도 공부하던 중에 그나마 흥미가 생기는 경우도 있으니 다행이라고 해야할지 모르지만 말이다.
하지만 학교에서 위에 열거한 것 같은 궁금증에 대한 답을 직접 가르쳐주진 않는다. 그 문제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한 기본적인 개념과 원리를 배울 뿐이다. 그 기본 지식을 가지고 실생활에 접목시키는 것은 각자의 할 일이기에 이런 책에 계속 흥미가 생기고 재미있게 읽게 되나보다.
'인체 상식 수다방'이란 부제가 어울리게 온갖 잡다한 내 몸안의 현상의 이유들이 설명되어 있다. 엉뚱해보이기도 하지만 누구나 한번쯤 궁금하게 생각했을만한 현상들을, 일반인들이 읽어서 이해할 수 있을 정도, 딱 그 정도의 설명이 장황하지 않으면서 요점이 잘 설명되어 있어 재미있게 읽혔다.
감기에 걸리면 왜 깊이 잠을 자게 되는지, 수술로 위를 절제해도 식욕이 생길지, 웃으면 암에 걸릴 확률이 낮아진다는 것은 근거가 있는 말인지, 상처에서 나오는 고름의 정체는 무엇인지, 눈물을 흘리면 콧물이 같이 나오는 이유는 무엇인지, 어떤 운동은 예전에 배웠다가 한참후에 다시 해도 금방 숙달이 되는데 왜 어떤 운동은 그렇지 않은 것인지. 이런 것들은 학교 수업 시간에 가끔 에피소드 정도로 설명이 되어졌거나 그렇지 않고 지날 수 있는 문제들이지 교과서에 직접 설명이 되어 있는 것들은 아니다. 그런데 사실은 더 재미있는 문제들이다.
책 크기도 아담하여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책인데 표지 그림을 보고 혹시 아이들 용 책으로 오해하지는 마시라고 덧붙이고 싶다. 읽어보신 분들은 그렇게 말하는 이유를 아시겠지만. 

 

* 오자신고: 258쪽의 '아포토시스'는 영어의 Apoptosis를 소리나는 대로 쓴것으로 생각되는데 우리말 표기임을 감안하더라도 '아폽토시스'라고 써야할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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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2-20 1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깐.. "아!!! 그렇구나, 그런거였구나" 하게 만드는 책이군요 ㅎ

hnine 2010-02-20 19:56   좋아요 0 | URL
네, 그렇습니다.
 

 
책세상님께서 서재에 올려주신 인체 관련 아이책들 중에서 제일 먼저 이 책 '내일은 실험왕 8' 이 눈에 들어온 것은 DNA모형만들기가 부록으로 들어있다는 이유였다.

상보적인 두가닥이 이중 나선 모양을 하고 있다고, 귀가 따갑게 들어온 DNA 구조이지만 나도 아직 이렇게 직접 모형을 만들어본 적이 없다.

키트는 다음과 같이 간단하다. 



 

 

 

 

 

 

 

 

 

 

  

 

맨 처음 시작하기만 내가 해주고 아이에게 같은 방법으로 계속 해나가면 된다고 일러주었다. 

 



 

 

 

 

 

 

 

 

 

 

  

  

 

다린: " 꼭 계단 같이 생겼어요." 

엄마: " 너 그 말이 대학생 형, 누나들 보는 책에도 그대로 써있는거 알아?" 

다린: " 정말요?" 

엄마: " 정말이야.
          그런데 다린아, A+T바G+C바 를 꼭 하나씩 번갈아 연결하지 않아도 돼." 

다린: " 예? 여기 설명서에는 번갈아가며 연결하라고 되어 있는데요?" 

엄마: " 색깔이 보기 좋은 모형을 만들게 하려고 설명서에는 그렇게 되어 있는 것 같아.  
          진짜 DNA는 그렇게 A+T바와 G+C바가 하나씩 번갈아 있는 식으로 되어 있지 않거든." 

다린: " 그럼 어떻게 되어 있는데요?" 

엄마: " 이 세상에 똑같은 사람이 없다는 것은 사람마다 다 다른 DNA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거든.
          사람마다 다 다른 DNA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DNA의 모양이 다르게 생겼다는 것이 아니야. 사람마다 다른 것은 바로 이 A+T바와 G+C바의 순서인거지. " 

다린: " (이해가 잘 안된다는 표정) 이 세상에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겨우 이 몇개의 순서만 가지고 사람마다 다 다른 DNA를 가지게 할 수가 있어요?" 

엄마: " ㅋㅋ 다린아, 이건 모형이라서 요만한 것이지, 실제 DNA하나는 얼~~마나 긴지 알아? 요 계단 같이 생긴 이것이 자그마치 30억개가 연결되어 있는, 진짜 끝내주게 긴 계단이란말이지." 

 

 


 

 

 

 

 

 

 

 

 

 

 

 

 

 

 

 

 

이걸 아무리 쉽게 잘 설명된 글로 읽는다 한들, 이렇게 직접 만들어보는 것만큼 실감이 났을까?
계단 모양이라는 말이 아이 입에서 직접 나올 수 있고, 쭉 연결해보니 나선 모양으로 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손으로, 그리고 눈으로 보고 실감할 수 있는 것이 훨씬 더 흥미로운데 말이다.
어쩌다가 '생물'이라는 과목이 암기 과목이 되었는지, 나도 한때 그렇게 생각했던 사람으로서 안타깝기만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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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19 21: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2-20 06: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10-02-19 2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제 책 한권 내심 어떨까요?? ^^..

hnine 2010-02-20 06:46   좋아요 0 | URL
아이쿠, 무슨 말씀을. 이미 저런 책들 많이 나와 있는걸요 ^^

nemuko 2010-02-20 0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모형 때문에라도 책 구입을 해야겠는걸요^^ 이중나선구조라는 말이 잘 이해가 안 되는지 계단을 빙글빙글 돌린 모양이라고 해도 잘 모르겠다더라구요.

hnine 2010-02-20 10:52   좋아요 0 | URL
그러시다면 저 모형 추천해드립니다. 조립하기도 아주 간단해요.
 

 

가끔 내가 쓰는 모든 시들이 유서같다가 그것들이 모두 연서임을 깨닫는 새벽
아직은 조금 더 실패해도 좋다고
네가 켜든 슬픔 한 덩어리의 시도 시들고 시들면 알뜰히 썩을 운명이라고
크나큰 실패마저도 그렇게 잘 썩어갈 거라고
모든 연서는 죽음과 함께 동봉되어오는 유서라고
외롬이라고
음악이라고
왜 음악은
항상 고장난 심장에도 누군가와 함께 도착하고
이미 죽어버린 자들을 느닷없이 호출하는 것인지 

작년에 구입하여 늘 책상 옆에 두고 있는 안현미 시인의 시집 <이별의 재구성>에 손을 뻗는 날이 있다. 그녀의 시 '불멸의 뒤란'에서 밑줄 그은 부분만 다시 재구성하여 올려 보았다. 시인 허락도 없이 그래도 되는지 3초 쯤 망설이다가 결국 바로 옆 페이지의 시 '리라들'까지 비슷한방식으로 올려 보기로 한다. 

녹슨 호미를 들고 뒤란 꽃밭의 잡초를 솎아낼 때, 슬픔은 슬픔의 얼굴을 버려두고 아리랑을 부른다 아리아리랑 쓰리쓰리랑 마루 기둥의 자명종 새로 두시를 알리고 녹슨 리라의 현을 뜯듯 한때의 소나기가 다녀가는 마당
낮에는 돈 벌고 밤에는 시 쓴다 개미처럼 쓴다 까맣게 까맣게 쓴다 까맣게 까맣게
언어는 언어를 버려두고 아리랑을 부른다 아리아리랑 쓰리쓰리랑 일곱 개의 낮과 일곱 개의 밤이 매일매일 공평하게 배달되는 월 화 수 목 금 토 일 

 

마무리도 그녀의 싯구절을 재구성하여. 

겨울이 지나간다 
비가 지나간다
내 슬픔에 접붙이고
그 속의 돌덩이를 다 헤집고
겨울이 지나가고
비가 지나간다

 

그녀 시집 '이별의 재구성'을 또 재구성하고 있는 저녁. 

 

(라디오 음악 프로그램을 들으며 이 페이퍼를 쓰고 있던 중, 지금 무슨 일을 하며 음악을 듣고 계신지 문자 메시지를 보내달라는 진행자의 멘트에 #9310누르고, 마음 달랠 목적으로 안현미 시인의 시를 베껴 쓰고 있다고 적어 보냈더니 소개가 되었다. 마음을 달래야 할 무슨 일이 있으셨냐면서.
'무슨 일이 있기는요, 저녁 상 차리다가 양념 담긴 유리병 떨어뜨려 박살 낸 것 밖엔 없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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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18 21: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2-18 22: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2-19 13: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0-02-19 17:38   좋아요 0 | URL
수첩에 고이고이 잘 적어놓았습니다, 보라색 펜으로 ^^

프레이야 2010-02-18 2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인님, 양념유리병 떨어뜨렸다구요?
안 다치셨나요? 마음까지 박살나지 않기 바래요.
편안한 저녁 보내세요^^
참, 안현미의 시, 참 좋군요.

hnine 2010-02-18 22:15   좋아요 0 | URL
마늘 한 봉지를 겨우 다 씻고 다져서 유리병에 잘 담아서는, 냉장고로 가져가다가 그만 떨어뜨려가지고는 유리병 박살나고 마늘도 다 버리고 흑흑...
제 마음은 박살도 잘 나지만 또 금방 붙기도 잘 붙어요 ^^
안현미 시인의 시집은 한번 읽어보시라고 권해드리고 싶어요.

비로그인 2010-02-18 2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클래식 산책 일까요? 아니면 세상의 모든음악 일까요?? ㅎ 다시듣기로 꼭 확인해보겠습니다. hnine님 '_' ㅎ

hnine 2010-02-19 06:40   좋아요 0 | URL
클래식 산책이었어요 바람결님 ^^

2010-02-21 22: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0-02-21 07:05   좋아요 0 | URL
아, 김 경란 아나운서가 이번 주 출장 관계로 대신 김 윤지 아나운서가 진행하고 있답니다~ ^^

하늘바람 2010-02-19 1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양념통 박살! 큰일인걸요. 아 님의 페이퍼 읽으면 다시 시를 쓰고픈 따라쟁이가 된답니다.

hnine 2010-02-19 17:39   좋아요 0 | URL
그럼 제가 자주 올려야겠네요, 하늘바람님 자극시키게요 ^^
 
<사소한 발견>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사소한 발견 - 사라져가는 모든 사물에 대한 미소
장현웅.장희엽 글.사진 / 나무수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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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이런 책 한권 정도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읽은 책이다. 지금 현재, 혹은 한때 내가 지니고 다녔거나 아니면 자주 애용하던 물건들을 찾아 보는 것이다. 그리고 사진을 찍고 그 물건과 관련된 얘기를 간단하게 메모해둔다. 그런 메모가 모여서 웬만한 분량이 된다. 책으로 엮는다. 이런 과정을 거쳐서 만들어진 책이 이 책 <사소한 발견>이다. 여기 실린 60가지의 물건들 중 남들은 가지지 않은 물건이라 여겨질만한 것은 별로 없다. 단추에서 가위, 칫솔, 클립, 냉장고, 탁상 시계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사소한 일상 용품들을 클로즈 업한, 깨끗한 배경들의 사진들, 그리고 간간이 들어가 있는 연필 스케치도 단촐하고 깨끗하다. 보조 출연으로 아무 것도 등장시키지 않는, 오직 대상에만 집중한 사진 찍기의 묘미를 이 책을 읽으며 새삼 발견했다. 사진 옆 페이지에는 그 물건과 나와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깨알만한 글씨로 촘촘촘. 남들이 가지고 있는 것에 수시로 관심을 두며 더 가지고 싶어 하는 욕망을 키우는 대신, 내가 가지고 있는 것, 내 옆에 항상 있기에 있는지 없는지 인식하지 못하고 있던 것들에 시선을 돌려보자고 소곤거리는 것 같은 책이다. 

다음은 '바비인형' 사진과 함께 실린 짧은 글. 재미있어서 옮겨 본다.

누나의 바비 인형

어릴 적 일이다.
누나가 아끼는 바비인형들을 모두 한자리에 모았다.
그리고 순서대로 차례차례 머리를 짧게 깎아주었다.
대부분의 인형들이 긴 생머리였다.
난 언젠가 인형의 머리카락이 다시 자라나리라 믿었다. 

그날 오후, 누나도 울고 나도 울었다.

읽으면서 웃음이 절로 났다. 누나도 울고 나도 울었다는 마지막 줄에서 특히.
놓치고, 잊혀지기에는 너무나 애틋하고 소중한 추억 아닐런지.

이 책은 사진 찍는 일을 하는 두 형제가 엮은 책이지만, 누구든 블로그에라도 이런 제목의 카테고리를 하나 마련해두고 가끔씩 한 꼭지씩 자기만의 사소한, 그러나 사소하지 않은 발견에 대한 글을 채워나갈 수 있을 것 같다. 아마 사진 기술은 이 책의 저자보다 떨어질지 몰라도 내용은 그에 못지 않은 책의 가치가 있을지 모른다.
그런 생각으로 우선 내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야말로 정말 사소한 것들만 눈에 들어온다. 그 중에 무엇이 '사소한 발견'의 대상이 될 수 있을지 정할 수가 없다. 내 눈에 보이는 것들은 그저 '배경'으로서 존재할 뿐 '클로즈 업'의 대상으로 눈에 들어오지 않는 것이다. 누구나 할 수 있을 것 같은 일이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일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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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0-02-18 0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소한 발견..그러면서 옛 추억을 더듬어 보는것도 좋을듯 합니다.
바비인형 한편으로는 웃음이 나면서 얼마나 속상할까 생각하니 안타깝네요.

hnine 2010-02-18 09:26   좋아요 0 | URL
저는 어렸을 때 아버지께서 애지중지 가꾸시던 화단의 채송화 꽃을 동생이랑 가위들고 가서 댕강댕강 잘라놓은 적이 있어요. 한번 해보니까 재미있어서 자꾸 한거예요 글쎄. 나중에 아버지로부터 얼마나 혼났는지는 말씀 안드려도 되겠지요 ㅋㅋ 아이들은 당장 재미있으면 뒷일 걱정은 안하는 모양이어요 ^^

하늘바람 2010-02-18 0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나도 울고 나도 울었다에서 저는 마음이 아파요.

hnine 2010-02-18 09:27   좋아요 0 | URL
하늘바람님, 저는 좀 짖궂은 데가 있나봐요. 누나는 속상해서 울고 동생은 아마 누나에게 싫은 소리를 듣고 울었겠지요? 그 광경이 너무 귀엽기도 하고 재미있어서 킬킬거리며 읽었어요.

다락방 2010-02-18 1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하늘바람님처럼 누나도 울고 나도 울었다에서 마음이 아프네요.

인형의 머리카락이 자라지 않을거라는 걸 둘다 깨닫고 울었다고 읽혀서 말이죠 저는. ㅠㅠ

hnine 2010-02-18 14:34   좋아요 0 | URL
누나는 몰라도 동생은 분명히 누나에게 야단맞고 우는거라고 저는 생각했는데...ㅋㅋ
만약 제 동생이 저렇게 제 인형 머리카락을 잘라놓았다면 저라도 가만 안두었을 것 같거든요 ^^

하이드 2010-02-18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동생은 어릴적 친구에게 혓바닥을 잘라보라고 한 적이 있어요. 동생 친구가 정말로 잘라서, 뱀혀 될 뻔 했다지요;

다행히 지금은 다 아물었어요.

어릴적에는 가위를 조심해야 하는군요.

hnine 2010-02-18 14:37   좋아요 0 | URL
제가 지금까지 들었던 어릴 적 에피소드 중 가장 압권이네요. 뱀혀될 뻔 했다니 그러니까 세로로 가위질을 했다는 말씀이시네요?

비로그인 2010-02-18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삼 뭔가 어딘가에 기록을 남기는 것이 소중하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잊혀지지 마련인 것들, 잃어버리기 마련인 것들. 사진처럼 생생한 장면들도 하루하루 생각나다가 어느새인가 기억에서 지워져 버리더라고요.

또한 이런 기록으로 나는, 우리는 좀 더 자신에게 다가갈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하고요. 자기것, 세상과 자신과의 대화들 이런것 말예요..

오래전 일인데요. TV 뉴스에서 화재 장면을 취재하던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리 큰 화재는 아니었는데요. 집들이 모여있는 곳이었는데 어떤 나이드신 아저씨의 집도 타버려서 그 분의 인터뷰가 나왔습니다. 그 분이 아주 바람빠진 풍선같은 눈빛으로 한 얘기가 아직도 생생합니다.
20년인가(?) 하는 세월동안 기록해둔 노트들이 모두 탔다고, 그게 젤 아쉽다고.. 하더라고요. 이 모습이 자꾸 머릿속에 맴도네요~

노트에 뭔가를 고이 남기는 일. 참 소중한 일이 아닌가 해요.. 그냥 그런 생각이 드네요~

hnine 2010-02-18 14:39   좋아요 0 | URL
제가 리뷰에 쓸까 말까 하다가 안 쓴게 있는데요, 사실 저 책 읽으면서 바람결님 서재 생각이 계속 나더라고요. 분위기는 다르지만요.
기록의 중요성이야 두말할 필요도 없겠지요.
 
<아홉번째 집 두번째 대문>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아홉번째 집 두번째 대문 - 제1회 중앙장편문학상 수상작
임영태 지음 / 뿔(웅진)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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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태. 처음 듣는 이름이다. 경력을 본다. 1992년에 등단했다고 하는데 그의 작품 목록 중에 읽은 것이 없다. 어떤 선입견 없이 그의 작품과 만날 수 있겠다 생각하며 읽기 시작했다.
매우 평이한 문체에, 수식이 많지 않으며, 주인공을 비롯한 인물의 감정 표현에 과함이 없는, 내가 선호하는 글 스타일이었기 때문일까. 매우 빠른 속도로 읽혔다. 범인이 궁금한 추리 소설도 아니면서, 어떤 특별한 사건이 펼쳐지는 스토리도 아니면서, 그렇게 속도감 있게 읽힐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해본다. 아마도 다른 사람의 일기장을 훔쳐 보는 기분으로 읽혀졌기 때문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 소설이라기 보다는 어떤 한 남자의 일기장, 혹은 블로그의 아주 개인적인 한 카테고리를 쭉 훑어 읽는 느낌이 들게 할 정도로,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해 쓰여진 글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 마치 독백과 같은 글이었다. 더구나 자전적 요소가 적지 않다는, 어느 신문의 인터뷰 기사를 읽고 난 후임에야.
조용히 옆에서 남자를 지켜봐주고, 챙겨 주던 아내가 병으로 세상을 뜨고, 아내에게 잘 해준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는 생각때문에 더욱 쓸쓸해하며 살아가는 남자의 이야기에 아내가 살아 있을 때의 이야기, 그때 키우던 개 이야기, 어릴 적 왕따 친구 이야기, 한동네 살던 불행했던 누나 이야기 등이 어우러져, 어느 대목 하나 쓸쓸하지 않은 대목이 없는, 그런 소설이었다.

태인이 집 근처까지 갔지만 기척이 없었다. 나는 조용히 숨을 들이마신 뒤, 허리를 숙여 개집 안을 들여다보았다. 태인이가 힘겹게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태인아! 나는 얼른 태인이를 안았다. 태인이가 꼬리를 흔들었다.
"그만해라, 힘도 없을 텐데."
나는 태인이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는... (114쪽)

 태인이는 주인공과 그 아내의 이름 한자씩을 따서 만든, 키우는 개의 이름이다. 상한 음식을 먹고 키우던 개 네 마리 중 두 마리가 죽던 때의 이야기 중 한 대목인데 읽는 동안 마치 위의 장면이 눈 앞에서 펼쳐 지고 있는 것 같았고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는 동안에도 계속 그 잔영이 머리 속에 남아 있었다. 생사의 기로에서도 주인을 반기는 개와, 그런 개의 마음을 알아주는 남자의 따뜻하고도 쓸쓸한 말투.

이 사람은 슬프다는 말을, 쓸쓸하다는 말을 다음과 같은 식으로 한다.

도가니탕이 나왔다. 뽀얀 국물을 한 숟가락 입에 넣었다. 그러고는 더 먹지 못했다. 손에 숟가락을 든 채, 울음을 참으면서 나는 국물이 식을 때까지 창밖 거리만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228쪽)

주인공이 한때 위가 안좋아 병원 신세를 지고 나온 후 기운 차리라며 아내가 사주었던 도가니탕. 혼자서 그 도가니탕을 주문해서 먹는 장면이다. 눈물을 뚝뚝 흘린 것도 아니고, 그 자리를 그냥 박차고 나간 것도 아니고, 울음을 참으면서 숟가락을 든채 창 밖을 바라보고 있는, 그렇게 슬픔이 삭기를 말없이 기다리며 사는 일상인 것이다.

아내가 죽고 난 후 종우 형은 이따금 전화를 걸어 내가 무사히 살고 있는가를 체크했다. 몇 번째 전화던가, 종우 형의 전화가 '체크'라는 것을 느꼈을 때 내가 말했다.
"형님, 저는 따라 죽을 위인 못 돼요."
"누가 뭐래. 서울 올라가면 잘 때 없을까 봐 그러지." (120쪽)

남겨진 사람은 남겨진 대로의 삶을 계속 살아가야 한다. 대필을 의뢰하는 전화가 오면 한치도 게으름없이 성실하게 답변하고 일을 맡겠다고 응하는 주인공이 고맙다. 왜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그래 주어 정말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부디 추억이 그를 끌어내리지 않고 계속 지탱해나가게 하는 힘이 되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아마도 내가 읽은 책 중 제일 쓸쓸한 느낌을 주는 책 리스트를 만든다면 빠지지 않고 들어갈 책이다. 책을 읽고 나면 미루지 않고 바로 리뷰를 쓰는 편인데 이 책은 다 읽고서 다른 책까지 한 권 더 읽고서 리뷰를 쓴다. 일부러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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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02-17 1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 책 설날전에 주문해서 오늘 받았는데 hnine님의 리뷰를 보니 안심이 되요 (엄한 것 주문하지 않았다는 안도감) 대필작가 이야기라는 데 끌려서 덥썩 주문했었거든요.

hnine 2010-02-17 22:39   좋아요 0 | URL
읽어보실만 합니다. 작가 자신도 지난 4년 동안 대필작가로 일해오고 있었고, 그래서 대필작가에 대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주인공 직업도 그렇게 정했다고 하더군요.

하늘바람 2010-02-17 1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필작가 이야기? 궁금하네요^^

hnine 2010-02-17 22:40   좋아요 0 | URL
하늘바람님도 좋아하실 것 같아요.

2010-02-17 20: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2-17 22: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0-02-17 2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들어 본 이름 같습니다. 읽어보지 못했구요. hnine님의 제일 쓸쓸한 느낌을 주는 책이라. 왠지 저는 읽으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제목은 참 맘에 드는데...^^

hnine 2010-02-17 22:46   좋아요 0 | URL
들어보셨군요. 쓸쓸한 느낌을 주지만 괜히 읽었다는 생각은 들게 하지 않는 책이어요. 아마 읽는 사람의 어느 한 구석에 있던 비슷한 정서를 어루만져준다고나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