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을 많이 흘린 사람은 눈물을 적게 흘린다는데
난 아직도 세상 살면서 충분한 땀을 흘려보질 않았음에 틀림없다. 

 

 

 

 

앓고 나면 알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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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30 20:3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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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08 09:0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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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0-05-01 0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은 앓고나면 부쩍 큰다고 하잖아요.
어른도 그랬으면 좋겠어요.
님 조금만 아프세요.
그런데


저도 아파요......

hnine 2010-05-08 09:03   좋아요 0 | URL
세실님도 어디가 편찮으신지요.
세실님 활짝 웃는 사진 좀 가서 보고 와야겠어요. 마음이 순간적으로 '활짝' 하는 느낌을 주거든요.

순오기 2010-05-01 15: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도 아픈가 봐요.
어여 기운 차리시기를....

hnine 2010-05-08 09:02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저는 내공이 아직 부족해요. 그래서 내공 쌓는 중이라 생각한답니다. 그거 댓가를 톡톡히 치러야하는구나...그러면서요.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2010-05-01 17:2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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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08 09:0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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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0-05-03 2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몸도 마음도 많이 아프신가 봐요 힘내셔요

hnine 2010-05-08 09:00   좋아요 0 | URL
하늘바람님도 요즘 힘드시지요? 언제나처럼, 우리 같이 힘내요 ^^

2010-05-04 23:3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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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08 08:5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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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하늘 2010-05-05 0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을 보고 아래 글을 보고 hnine님께 뭔가 큰 일이 있었나보다 하는 생각이 마음이 덜컹했습니다. 몸도 마음도 지쳐 있을때는 그저 푸~~욱 쉬시고 날 좋은 어느날 툭툭 털고 파란 하늘 한번 보면서 일어나 주세요.

hnine 2010-05-08 08:57   좋아요 0 | URL
큰 일이라기 보다 그저 여러 가지 정리할 일이 있다보니 마음이 지치고, 몸도 따라 지치고, 그런 상태네요.
오늘은 정말 하늘이 파랗습니다. 저를 보송보송 말려줄 것 같은 그런 하늘이어요. 하늘 한번 올려다봐도 기분이 달라지는 것을, 제가 참 어리석어요.

2010-05-07 12:2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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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08 08:5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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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릿밥 남 주시고 잡숫느니 찬 것이며
두둑이 다 입히고 겨울이라 엷은 옷을
솜치마 좋다시더니 보공(補空)되고 말아라. 

 

이 강이 어느 강가, 압록이라 여짜오니
고국 산천이 새로이 설워라고
치마끈 드시려 하자 눈물 벌써 굴러라 

 


설워라 설워라 해도 아들도 딴 몸이라
무덤풀 욱은 오늘 이 '살'부터 있단 말가
빈말로 설운 양함을 뉘라 믿지 마옵소. 

 


(鄭寅普, 1892-?)
<자모사(慈母思)>

  

 

어릴 때 아버지께서는 친할머니와 외할머니의 흑백 사진을 찍어서 작은 액자에 넣어 놓으셨다. 그 액자의 뒤에는 아버지의 친필로 위의 정 인보의 시를 적은 종이가 붙어 있었다. 나중에 알았다. 그 사진은 나중의 영정 사진 용으로 찍어놓으신 것이라는 걸. 

고등학교때였나, 국어 시간에 시조를 배우는데 바로 위의 저 시가 교과서에 나오는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뜻은 잘 몰라도 눈에 익숙하던 시조라서 무척 반가왔는데, 선생님으로부터 저 위의 '보공'이란 말의 뜻을 배우고는 갑자기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자신은 배고픈줄도 추운 줄도 모르고 자식들에게 다 내어주고는, 좋아하며 아끼던 솜치마는 결국 돌아가신 후 보공으로 쓰였다는.  

 

 

지난 주 부모님을 걱정시켜드리는 일이 있었다. 한 밤중에, 입으신 옷차림 그대로 나이 칠십이 넘으신 두 노인네가 두시간을 걸려 여기 대전까지 내려오셨다. 이 세상에 누가 나를 위해 그 밤중에 그렇게 달려와줄까. 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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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27 20:4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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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27 20:4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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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10-04-27 2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 밤중에 조건 없이 달려와주는 손길은 먹먹하지요. 되새겨 읽는 시도 참 뭉클해요.
그런데 걱정스런 일이 있었던 건가요? 지금은 괜찮아졌고요? 염려스러워요...

순오기 2010-04-28 0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공, 검색해봤어요~ 관의 빈자리를 채우는데 쓰였군요.ㅠㅠ
아~ 무슨 일로 어른들이 그리 급하게 오셨는지...

하늘바람 2010-04-28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고 무슨 일이셨을까요?

그래요 힘내자고요.

2010-04-28 11:3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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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28 12:2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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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0-04-28 1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댓글로 걱정해주신 분들, 그리고 댓글은 안남기셨어도 제 서재에 들르셨다가 이 글 보시고 걱정하셨을 서재 친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제게 큰 힘이 되었어요.
얼른 추스리고 씩씩하게 일어나겠습니다.

정말 감사드려요...

꿈꾸는섬 2010-04-29 2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고, 무슨 일이었는지 걱정되네요. 어디 아프신건가 싶어서 걱정이 되어요. 나인님 힘내세요.^^

hnine 2010-04-30 13:57   좋아요 0 | URL
살다보면 이런 일도 있고 저런 일도 있기 마련이겠지요.
저는 점점 나아지고 있어요. 꿈꾸는 섬님,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2010-04-30 20:1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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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30 20:3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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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비소리>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숨비소리 - 조선의 거상 신화 김만덕
이성길 지음 / 순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숨비소리. '해녀들이 물질을 마치고 물밖으로 올라와 가쁘게 내쉬는 숨소리 (네이버 국어사전)'
해녀의 딸로 태어난 김 만덕의 일생만 그러하랴. 이 땅의 얼마나 많은 여자들이 숨비소리 그칠 새 없는 일생을 살아왔겠는가.
배를 타고 장사를 하는 아버지와 해녀 일을 하는 어머니 밑에서 두 오빠와 함께 살고 있던 어린 만덕은 풍랑으로 아버지를 잃고, 전염병 호열자 (콜레라)로 어머니를 여의자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나이 든 기생의 수양녀로 들어가 살게 된다. 기생 수업을 받기는 하나 수청을 드는 일을 도저히 해낼 수 없다고 생각한 만덕은 원래 천민이 아닌 양인의 신분이었다는 것을 마을 현감에게 아뢰고 기생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허락을 받은 후 본격적인 여자 상인이 되기로 결심한다. 포구에 객주집을 차리고 그곳에 오가는 사공들의 물건을 거두어다가 소매상들에게 파는, 요즘의 도매상으로 시작을 해서 배를 구입하여 제주의 물건을 육지에 내다 파는 일을 하며 점차 돈을 모으게 되는데, 돈을 버는 것만이 목적이었다면 오히려 돈을 많이 모으지 못했을 수도 있고, 1700년대 인물인 그녀의 이름이 지금까지 전해 내려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만덕이 장사를 시작할 때 세운 방침은 '매점매석 근절, 헐벗은 사람들을 위한 박리다매 추구, 적정 가격 매매, 정직한 신용 본위'였다는데, 지금도 몰라서 지키지 못하는 것들이 아닐 것이다. 무슨 일을 하든 자기만의 방침, 철학을 가지고 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나게 마련인 것 같다.
어릴 때 비슷한 처지를 통해 서로 호감을 가지게 된 도형과 끝내 서로 도움을 주고 받는 관계 이상으로 이어지지 못한 것은 참 안타깝다. 일찍 부모를 여읜 만덕에게는 그 누구보다도 서로 의지하고 살아갈 가족이 필요했을텐데, 잠시나마 만덕이 기생의 신분이었다는 것 때문에 큰아버지로부터도 외면을 당하고 좋아하는 도형에게 마음의 표현도 제대로 못하고 평생을 보내는 만덕이 참 측은했다.
예전에 살았던 한 인물에 대한 일대기이라서 그런지 드라마를 보듯 책이 술술 읽혀, 요즘처럼 마음 집중하기 어려울 때 읽기에 좋았다. 지금 만덕에 대한 드라마도 TV에서 방영되고 있다고 하는데 드라마에서는 어떻게 그려지고 있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1700년대 정조 임금때 인물인 김 만덕에 대한 기록은 어디에 이렇게 자세하게 남아있는 것일까. 여자의 신분으로서 조선의 거상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의 큰 인물이긴 하지만 양반의 신분도 아니었고, 평민 신분의 여인에 대한 이야기가 거의 400년이 넘은 지금까지 전해져 내려오는 것을 보면 그 당시로서 의외적인 일이어서 말이다.
지금 우리 나라에는 김 만덕 기념 사업회도 결성이 되어 있다는 이야기를 언젠가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들은 적이 있다. 자기 가진 것을 다 털어 흉년으로 굶주린 제주 사람들에게 쌀을 사다 줄 수 있었던 김 만덕. 부족하게 자란 자신의 처지를 하나라도 더 채우는데 주력하게 하지 않고 더 베푸는데 이용할 수 있었던 사람.
정조로부터의 포상으로 생전 처음 제주 땅을 떠나 금강산 구경길에 나서는 책의 결말 부분이 좀 갑작스러운 감이 있어 좀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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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4-27 1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론 그것도 큰 사람들이나 하는 것이지만, 자신이 가난했기에 다른 사람의 가난의 아픔을 더 알 수 있었을 것 같아요. 있는 사람들은 없는 이의 사정을 알 턱이 없고, 또 그것이 얼마나 가슴저린 일인지도 알 수 없기 때문에 알고 경험한 이들이 조금은 더 깊이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도형과의 로멘스가 이어졌다면 어땠을까요? 자신의 가치는 지금의 처지에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알고 실천하기에는 그녀만의 문제는 아니었겠지만, 그 또한 마음이 너무 아픕니다.

hnine 2010-04-27 21:06   좋아요 0 | URL
현대인들님의 말씀이 맞네요. 겪어본 사람이 제일 잘 알겠지요.
자신의 가치는 지금의 처지에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는 말씀도 가슴에 와닿아요. 지금 가지고 있는 꿈이라면 또 모를까요.
개인적으로는 김 만덕이 말년에라도 좀 덜 외롭고 쓸쓸했었으면 하고 바라는데 글이 끊겨서 좀 아쉬웠어요.

2010-05-01 15: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일요일이었던 어제, 오랜만에 아이 손을 잡고 집에서 가까운 엑스포과학공원엘 갔다.
행사가 열리고 있어 평소보다는 사람들이 꽤 있었고 체험 행사를 하는 여러 부스를 우리는 그냥 한번 쭉 둘러보기만 했다.

오래 전, 심심하던 주말에 나는 혼자 어슬렁 어슬렁 하이스트릿 거리를 걷곤 했다. 꽃을 파는 곳에 가면 사고 싶은 꽃이 너무나 많았다. 집으로 돌아올 때 내 손에는 저 튜율립 한 송이가 들려있곤 했다. 딱 한 송이. 방에 돌아와 병에 꽂아놓고 보고 있으면 무슨 호사를 누리고 있는 기분이었다. 그때 생각이 나서 찍어본 사진이다. 위의 사진의 튜울립들은 마치 곧 하늘로 훨훨 날아갈 준비를 하고 하늘을 향하고 있는 것 같았다. 

힘들게 힘들게 또 이 봄이 가고 있다. 우리 식구들 중 추위 안타기로 둘째 가라면 서러워 하던 내가, 아직도 내복을 입고, 새벽에 일어나면 전기 난로부터 키고 있다.  

튜율립을 보고도 앉아서 울고 싶었다. 아이와 손붙잡고 소리 내어 웃으면서도 사실은 울고 싶었다.
힘들게 힘들게.
하지만 쓰러지지는 않으리라. 난 나이고, 엄마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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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하늘 2010-04-27 0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얀빛이 너무 고와서 어찌할까요?
얼핏보면 백합으로 착각할 정도네요...
튤립은 빨간색과 노란색만 있는줄 알았다는...

hnine 2010-04-27 00:55   좋아요 0 | URL
같은하늘님, 사진만 우선 올려놓고 글도 써넣기 전에 들러주시고 댓글을 남겨주셨네요. 고맙습니다. 말씀 듣고 보니 정말 백합같기도 해요. 곱지요.
고운 꽃 보면서 고운 생각을 해야하는데...그쵸? ^^

프레이야 2010-04-27 0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눈부셔요.
정말 하늘 향해 활짝 얼굴을 펴고 있네요.
하얀 튤립은 처음 봐요, 저도.
정말 올봄은 왜 이리 힘든지.. 님도 힘내세요!!

hnine 2010-04-27 07:00   좋아요 0 | URL
하얀 튤립이 흔하지 않군요. 저는 여기 저기서 그래도 많이 본 것 같은데요.
보라색 튤립도 본적 있어요 ^^

세실 2010-04-27 0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지면 부서질듯한 하이얀 튜울립이네요. 언뜻 촛불 같기도 합니다.
참 예뻐요.
그렇게 힘들게 힘들게 봄은 가나 봅니다.

hnine 2010-04-27 16:27   좋아요 0 | URL
즐겁고 행복하라고, 감사하라고 내려주신 계절에, 이렇게 징징거리고 있으니 참...
그래도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살아보자고 지금도 매 한시간 간격으로 결심하고 있긴 합니다 ^^
흰색은 참 오묘한 색이어요.

카스피 2010-04-27 1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꽃이 참 예쁘네요.근데 엑스포 공원이라면 대전 둔산동 쪽에 살고 계시나봐요

hnine 2010-04-27 16:28   좋아요 0 | URL
엑스포 공원은 도룡동 이라는 곳에 있지요. 저희 집은 거기서 아주 가깝고요.
꽃 구경을 하자면 아마 지금쯤 대전동물원의 오월드 라는 곳에 가면 아마 장관일텐데 저희 집에서 좀 멀어서요.

2010-04-27 13: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4-27 16: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4-27 17:0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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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27 20:0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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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28 12:2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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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0-04-28 17:57   좋아요 0 | URL
저야 집에서 가까우니까 그야말로 집앞 공원 가는 기분으로 종종 들르는 곳인데, 자주 가서 그런지 특별히 재미있는지는 모르겠어요. 이 날은 기분 전환겸 아이랑 가서 인체특별전 보고 꽃 사진 몇장 찍고 왔지요. 대전동물원의 오 월드 안가보셨으면 한번 가보세요. 좀 멀기는 하지만요.

꿈꾸는섬 2010-04-29 2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하얀 튤립은 처음 보는 것 같아요. 너무 예뻐요.^^

hnine 2010-04-30 13:58   좋아요 0 | URL
흰색이 빛의 반사가 제일 많은 색이라서 그런지 정말 눈이 부신 것 같았어요.

비로그인 2010-04-30 2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힘들게 힘들게..

그래도 좋아지실 것 같습니다. hnine님..^^

hnine 2010-05-08 09:05   좋아요 0 | URL
바람결님, 바람결처럼 다녀가셨군요.
그래도 좋아질것 같다는 말씀이 왜 이리 기분 좋은지요.
 
<숨김없이, 남김없이>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숨김없이 남김없이
김태용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책 뒤에 실린 작가와의 인터뷰를 일부러 읽지 않고 리뷰를 써보기로 한다. 오로지 내 느낌에 충실하여 소감을 써보고 싶어서이다.
리뷰 제목을 뭐라고 할까 고민 중이다. '성.인.물' 이라고 할까? 아니면 '소설의 형식을 하고 있는 독백'이라고 할까. 흔한 표현이지만 '언어의 유희'라고 할까.
읽으면서 내내 궁금했던 점 중의 하나는, 과연 작가는 이 소설을 쓰는 동안 스스로 즐거웠을까, 아니면 그야말로 머리를 쥐어뜯으며 썼을까 하는 것이었다. 확실히 이 작품은 내가 지금까지 접해보던 소설의 모습을 하고 있지 않았다. 소설의 줄거리는 있는가? 있다면 있고 없다면 없다. 줄거리라는 것을 만들며 글이 펼쳐지고 있나보다 하며 읽다보면 어느 새인가 작가의 독백이 이어지고, 이렇게 끝나려나 하다보면 앞의 인물들이 다시 등장하고. 잠깐 정신을 놓고 건성으로 읽다보면 글의 흐름을 놓치기 십상이지만 그래도 신기하게 읽는 동안 지루하지 않았던 것은, 그래서 생각보다 빨리 읽을 수 있었던 것은, 작가가 단어를 가지고 무슨 일을 했던 간에 그 나름대로 거기에는 일관성이 있었다는 것, 그래서 그 속에 흐르는 작가의 목소리가 한 목소리로 들렸다는 점, 그리고 한 문장의 길이가 그리 길지 않아서 적어도 하나의 문장을 읽어나가다가 호흡을 놓치는 일은 없었다는 것이다.
작가가 즐겨 쓰는 문장의 특징을 한마디로 말하라면 '모순' 구조라고 하겠다. 이를테면 다음과 같은 구절이다.

   
  다른 곳에 가도 이곳보다 나쁘지 않을 것이고 이곳보다 좋지 않을거야...그녀는 그가 더 이상 자신에게 관심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 말을 입 밖에 내지 않으려 부단히 노력했다. 말을 하는 순간 행동으로 실현될 것이라 믿었다. 그녀가 붙잡고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지만 언제나 손아귀에 힘이 들어가 있어 붙잡고 있는 것을 놓치면 영영 다시 붙잡지 못할 것 같았다. (64쪽)  
   

계단을 밟을수록 계단이 하나씩 늘어났다는 표현은 또 어떤가. (101쪽) 예전에 공부할 때 무엇에 대해 한가지 새로 배우고 나면 그것에 대해 이해 안되는 것이 다섯 개 씩 새로 생겨나기 때문에 배우면 배울수록 모르는 것이 더 많아진다고 투덜거리곤 했던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구절이어서 금방 공감이 갔다.
이 책의 제목이 들어가 있는 부분에 어떤 식으로 그 어휘들이 늘어서 있는지를 보자.

   
  모든 비유 속에는 세계의 질서를 조롱하는, 혼돈마저 조롱하는 비아냥거림이 도사리고 있거나...(중략) 그렇다면 불활성과 불확실성에 대해 좀더 말해야 한다. 쉬지 않고. 쉴 새 없이. 숨김없이. 남김없이. 아낌없이. 여지없이. 기약없이. 후회없이. 없이마저 없이. 기꺼이. 입이 아프도록, 입술이 부르트도록, 혀가 갈라지도록, 침이 마르도록, 목구멍이 닫히도록, 하악골에 금이 가도록, 입이 주둥이가 되도록, 주둥이가 영영 입으로 돌아갈 수 없을 때까지 떠들어야 한다. (162, 163쪽)  
   

 이런 식이다. 재미있다. 그리고 모든 비유 속에는 조롱하는 비아냥거림이 도사리고 있다는 말도 조금 맘에 든다.
내용 중에 돌쌓기에 대한 행위, 의미, 과정 등이 한참 동안 나오는데 아마도 글쓰기를 비롯한 창작 행위를 비유하지 않았나 싶다. 그의 말대로 조롱하는 비아냥이 도사리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돌쌓기 작업에 대한 표현 중에 '시간의 사체 (死體) 가 자란다' (217쪽)라는 문장에서는 창작 행위에 대해 그가 얼마나 경외심을 가지고 있는지로 해석되기도 했다. 사체에 생명력을 불어 넣는 과정이라니.
345쪽의 다음 구절에 이르자 작가가 이러한 언어 행위를 하게 된 배경이랄까, 변명이랄까, 그 의미를 좀 더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사회화된 언어가 아닌, 소통의 언어가 아닌, 목적의 언어가 아닌, 기록의 언어가 아닌, 자신만의 형태와 소리의 울림과 발광의 언어를 부자연스럽게 구사하는, 언어라 이름 붙일 수 없는, 언어 이전의 목소리와 시선 그리고 떨림이 전부인, 짐승도 흉내 낼 수 없는, 차라리 언어가 없다는 게 맞을 것이다. ...(중략) 이것 봐라. 저들의 언어가 얼마나 불완전한가를.  
   

우리가 보통 사용하는 언어는, 아무리 어법에 맞게 사용된다고 해봐야 이렇게 불완전하고 불확실 할 수 밖에 없으니 그 정해진 형식에서 벗어나보고자 함이라는 뜻일 것이다.
본문 중에는 그로테스크한 표현이 넘쳐나고, 적나라한 행위, 명칭, 표현이 넘쳐 흘러 (이런 책 정말 처음이다) 책의 중간을 넘어서는 거부감이 들뻔 하기도 했다. 뭐 이럴 것 까지야 하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내가 모르던 언어, 말, 글 등의 저 깊은 속을 뒤집어 보여주었다. 이런 방식으로 작가는 언어의 정체를 철저하게 파헤쳐보고 싶었나보다. 그 실험 정신과 도전 정신에 점수를 주고 싶다. 그래서 다 읽은 지금, 뿌듯하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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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4-20 2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인님 리뷰를 읽으면서 도대체 어떤 사람이길래 나인님께서 적으신 그런 책을 썼을까..저자를 찾아보기까지 했어요. 1974년생의 한 남성의 얼굴이 보이네요.

언어에 대한 글에 대한 뒤집음 ..재밌어요.. 근데.. 정말 .. 인용하신 글을 읽으면서 혼자 웃었어요...나인님.

hnine 2010-04-20 22:14   좋아요 0 | URL
서평단 덕분에 제가 참 다양~한 종류의 책을 읽고 있습니다.
저도 읽으면서 작가에 대해 궁금해지더라고요. 아마도 매우 재미있는 사람이 아닐까, 옆에 있는 사람을 절대 지루하게는 하지 않겠다, 그런 상상을 했더했습니다.
그리고요, 이 책의 첫장이 1장이 아니라 -1장, 그다음이 0장, 1장, 이런 식이랍니다, 큭큭...재미있죠?

2010-04-20 23: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4-21 05: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0-04-21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허. 그 아주 독특한 소설인가 봅니다.
그런데 님의 글 맨 마지막 문단에서 좀 주춤거리게 만드는군요. 흠...

hnine 2010-04-22 04:43   좋아요 0 | URL
하하...그래도 전 별 다섯 개 주었습니다 ^^

2010-04-21 13: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4-22 04:50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