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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비소리 - 조선의 거상 신화 김만덕
이성길 지음 / 순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숨비소리. '해녀들이 물질을 마치고 물밖으로 올라와 가쁘게 내쉬는 숨소리 (네이버 국어사전)'
해녀의 딸로 태어난 김 만덕의 일생만 그러하랴. 이 땅의 얼마나 많은 여자들이 숨비소리 그칠 새 없는 일생을 살아왔겠는가.
배를 타고 장사를 하는 아버지와 해녀 일을 하는 어머니 밑에서 두 오빠와 함께 살고 있던 어린 만덕은 풍랑으로 아버지를 잃고, 전염병 호열자 (콜레라)로 어머니를 여의자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나이 든 기생의 수양녀로 들어가 살게 된다. 기생 수업을 받기는 하나 수청을 드는 일을 도저히 해낼 수 없다고 생각한 만덕은 원래 천민이 아닌 양인의 신분이었다는 것을 마을 현감에게 아뢰고 기생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허락을 받은 후 본격적인 여자 상인이 되기로 결심한다. 포구에 객주집을 차리고 그곳에 오가는 사공들의 물건을 거두어다가 소매상들에게 파는, 요즘의 도매상으로 시작을 해서 배를 구입하여 제주의 물건을 육지에 내다 파는 일을 하며 점차 돈을 모으게 되는데, 돈을 버는 것만이 목적이었다면 오히려 돈을 많이 모으지 못했을 수도 있고, 1700년대 인물인 그녀의 이름이 지금까지 전해 내려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만덕이 장사를 시작할 때 세운 방침은 '매점매석 근절, 헐벗은 사람들을 위한 박리다매 추구, 적정 가격 매매, 정직한 신용 본위'였다는데, 지금도 몰라서 지키지 못하는 것들이 아닐 것이다. 무슨 일을 하든 자기만의 방침, 철학을 가지고 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나게 마련인 것 같다.
어릴 때 비슷한 처지를 통해 서로 호감을 가지게 된 도형과 끝내 서로 도움을 주고 받는 관계 이상으로 이어지지 못한 것은 참 안타깝다. 일찍 부모를 여읜 만덕에게는 그 누구보다도 서로 의지하고 살아갈 가족이 필요했을텐데, 잠시나마 만덕이 기생의 신분이었다는 것 때문에 큰아버지로부터도 외면을 당하고 좋아하는 도형에게 마음의 표현도 제대로 못하고 평생을 보내는 만덕이 참 측은했다.
예전에 살았던 한 인물에 대한 일대기이라서 그런지 드라마를 보듯 책이 술술 읽혀, 요즘처럼 마음 집중하기 어려울 때 읽기에 좋았다. 지금 만덕에 대한 드라마도 TV에서 방영되고 있다고 하는데 드라마에서는 어떻게 그려지고 있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1700년대 정조 임금때 인물인 김 만덕에 대한 기록은 어디에 이렇게 자세하게 남아있는 것일까. 여자의 신분으로서 조선의 거상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의 큰 인물이긴 하지만 양반의 신분도 아니었고, 평민 신분의 여인에 대한 이야기가 거의 400년이 넘은 지금까지 전해져 내려오는 것을 보면 그 당시로서 의외적인 일이어서 말이다.
지금 우리 나라에는 김 만덕 기념 사업회도 결성이 되어 있다는 이야기를 언젠가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들은 적이 있다. 자기 가진 것을 다 털어 흉년으로 굶주린 제주 사람들에게 쌀을 사다 줄 수 있었던 김 만덕. 부족하게 자란 자신의 처지를 하나라도 더 채우는데 주력하게 하지 않고 더 베푸는데 이용할 수 있었던 사람.
정조로부터의 포상으로 생전 처음 제주 땅을 떠나 금강산 구경길에 나서는 책의 결말 부분이 좀 갑작스러운 감이 있어 좀 아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