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흘 - 이현수 장편소설
이현수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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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이전 소설 <장미나무 식기장>이 출간되고서  바로 읽어야지 하고 마음먹고 실제로 읽지는 못하고 있는 동안, 어느 새 시간은 흘러 다음 소설이 나오고 말았다. 바로 이책.

<토란>과 <신기생뎐>을 읽으면서 이 작가의 색깔을 파악하게 되었다. 이현수의 소설들을 읽노라면 항상, 지금은 없어진 "TV문학관"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다루면 딱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은 아마도 그녀 소설의 소재, 문체, 주제들이 매우 한국적이라는데 있을 것이다. <신기생뎐>은 우리 나라 기생들의 삶, 사랑, 한을 토속적이면서 걸직하게 끌어나가는 서사력이 뛰어났으며 중단편집인 <토란> 역시 그녀의 거침없는 어휘 구사와 인간의 심리와 상황을 꿰뚫어보는 예리함을 제대로 보여준 작품이었다.

이책 <나흘>은 한국전쟁이 일어나던 해인 1950년, 미군들이 충북 노근리에서 피난을 나가던 주민들을 쌍굴다리 아래 감금해놓고 무차별 사격으로 살상해버린 사건을 소재로 하고 있다. 노근리라면 지금의 충북 영동면에 속하는 곳으로서 다름아닌 작가의 고향이기도 하다. 노근리 사건은 몇 해 전에 "작은 연못"이라는 영화로 만들어져 상영될때 보았기 때문에 사건이 일어난 곳의 모습이 쉽게 머리속에 그려졌다.

이 책이 출판된 이후 여기 저기 실린 작가의 인터뷰 자료, 그리고 이 책의 작가 후기를 읽어보니, 책의 제목을 정하는 것 부터 소설 내용의 대폭 수정에 이르끼까지, 작가는 나름 많이 고심을 하여 내놓은 듯 한데, 나 개인적인 느낌으로 여전히 제목도 과연 이 소설을 아주 잘 나타내고 있는지 모르겠고, 소설의 구성 역시 그녀의 이전작 처럼 매끈하지가 않다. 노근리 사건 하나만으로 장편을 끌고 가기엔 무리이기 때문에 조선시대 '내시'집안의 가족사를 끌여들임으로써 기록물의 느낌을 덜고 읽는 재미를 주고자 한 것 같으나 그 연결의 흔적이 여기저기서 보이고 만 것은 유감이었다. 소설 속의 인물 '김진경'을 내시 집안의 후손이 아니라 원래 동학 대접주의 후손으로 써나가다가 수정하였다고 작가는 후기에서 밝히고 있는데 그런 사연을 모르는 상태에서 읽었더라도 여기저기에서 조사한 자료문을 인용한 티가 여실히 드러나기도 하고, 그게 가끔 대화문 중에서 조차 발견될 때에는 읽는 내가 당황스럽기도 했다. 작가에 대한 기대, 믿음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소설의 재미를 더하기 위해, 김진경의 생부가 누구인지, 그날 화재를 일으킨 사람이 누구인지 하는 점을 이야기 속에 삽입한 것 같으나, 나만 그런지 모르겠지만 그것이 이 책의 주제, 그리고 결말과 그리 큰 관련이 없다보니 과연 그게 누구일까에 대한 궁금증이 그리 크지 않았다. 의문점이 풀리면서 비로소 결말이 지어지게 될때 흥미가 생기는 법인데, 이 소설의 흐름상 그 답을 몰라도 이야기는 끝날 수 있었기 때문에 읽는 사람에게 별로 긴장감을 불러일으키지 못했다.

뭐, 기대가 큰 만큼 좀 실망을 하기는 했지만 작가 특유의 문체와 어휘 구사력은 여전히 살아있었다.

누구나 자기의 작품에 대해 만족하기보다는 아쉬움이 크다지만, 작가는 이번에 이 작품을 내고서 얼마나 만족했을까.

독자의 한사람으로서 나는 아쉬웠다.

 

 

- 밑줄 그은 구절 -

 

(106쪽) 그즈음 나는 쓸쓸함에 매몰되어 있었는데, 흙을 만지면 마음이 무상해져서 좋았다. 그때는 몰랐다. 물레를 돌리며 내시의 양자라는 비천한 신분을, 내 외로움을 도토 속에 이겨넣고 있었다는 사실을. 훗날 그 시절 접했던 흙과의 교감이 내 삶의 노동과 휴식의 시간을 적절히 배분하고 조절하는 능력을 키워주었다는 걸.

 

(114쪽) 서산댁은 동글동글한 얼굴에 뺨까지 붉어 언제나 태평해 보인다. 포근하게 살이 오른 서산댁의 뒷모습을 뜯어보면 환희나 기쁨을 받아들이는 것만도 벅차서 분노와 화, 다급한 일 따위는 저장할 여력이 없는 몸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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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놀 2013-06-03 1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작가로서는 만족했으니 책으로 나왔을 텐데,
이렇게 나온 책이
여러 독자들 비평을 받으면서
작가께서 다음에 내놓을 작품에
어느 만큼 더 눈길과 마음과 사랑을 쏟으면 좋을까 하는
대목을 배울 수 있으면 좋으리라 생각해요.

hnine 2013-06-04 12:17   좋아요 0 | URL
그냥 저 같이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이지요. 비평까지는 아니랍니다 ^^
 

 

 

 

 

 

 

 

 

너는 바람개비를 닮았구나, 산딸나무.

 

 

 

 

 

 

 

 

아파트 뒷 동산. 작년엔 여기 개양귀비 (꽃양귀비)가 장관이었는데, 올해는 마거리트 (우리말 이름은 '나무쑥갓') 가 점령하고 있다. 넌 계란프라이야.

 

 

 

 

 

 

 

 

좀 심심하던 오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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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모모 2013-06-01 2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첫번째 산딸나무 꽃 정말 바람개비 모양이네요! 신기하네요~

hnine 2013-06-01 22:51   좋아요 0 | URL
그쵸? 꽃잎 네장이 완전 180도로, 거의 평면상에 있어요.
들고 달리면 정말 바람개비처럼 돌아갈까요? ^^

무스탕 2013-06-01 2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계란프라이... ㅎㅎㅎ 노란자가 너무 작아요 ^^
산딸나무는 이름은 들어봤는데 꽃은 첨 보는듯 싶어요.
아니, 꽃이랑 이름이랑 따로 알고있었나..?

hnine 2013-06-01 22:52   좋아요 0 | URL
'노란자' 가까이서 보면 먹을만할 정도 크기 되는데...ㅋㅋ
산딸나무, 이름 재미있지요? 저도 이름따로, 생긴거 따로 기억하고 있는 꽃, 나무들 많답니다 ^^

oren 2013-06-02 0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파트 뒷동산이 어쩌면 저토록 아름다울 수 있을까요. 직접 찾아가 보고 싶네요. ㅎㅎ

hnine 2013-06-02 13:25   좋아요 0 | URL
아마 제가 지금 사는 아파트도 예전엔 저기 보이는 동산의 일부였겠지요.
더 올라가보고 싶은데 저 사진 찍은 시간이 벌써 저녁 7시를 넘긴 때인지라, 그냥 아쉽게 내려왔습니다. 내일은 좀 더 둘러보고 와야겠어요. oren님 고향 사진 올려주신것 보니, 저는 그곳이 한번 가보고 싶던걸요.

서니데이 2013-06-02 0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에 있는 꽃들, 저는 거의 처음 보는 것같아요. 집 근처 화단에 피는 꽃은 대부분 철쭉 아니면 장미, 아니면 벚꽃 정도일까요. 집 가까이에 저렇게 꽃피는 곳이 있다면 좋겠네요.
사진 올려주셔서 저도 잘 보고 갑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hnine 2013-06-02 06:25   좋아요 0 | URL
철쭉은 이제 거의 다 졌더라고요. 곧 여기 저기 장미 구경을 많이 하게 될 때가 올거고요. 어제는 둘러보니까 키 작은 꽃으로는 유난히 토끼풀 (반지 만드는 꽃 아시죠?)이 눈에 많이 띄던데, 크기도 아주 더 커보이던데 제 눈에 그렇게 보이는건지는 잘 모르겠어요. 무슨 꽃이 피고 지는지, 관심도 없고 눈여겨 보지도 않았을 때도 있었는데 점점 바뀌었어요. 마음의 여유가 좀 생겼다는 뜻인지. ^^

파란놀 2013-06-02 0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개비' 하면
조그마한 '마삭줄 꽃'이 떠올라요.

이제 고흥 시골마을에서 마삭줄 흰꽃은 거의 다 지는데,
산딸나무는 꽃이 지고 열매 맺을 때에 어떤 모습일는지 궁금합니다.
열매 맺을 때에도 예쁜 사진 보여주셔요~

hnine 2013-06-02 10:12   좋아요 0 | URL
찾아보았더니 마삭줄꽃은 정말 '돌아가고 있는' 바람개비 모양을 하고 있네요. 산딸나무꽃은 그럼 바람 없을때, 멈춰 있는 바람개비라고 해야하나요? ^^
저도 궁금해집니다, 어떤 모양의 열매를 맺을지. 저희 집에서 가까운 곳에 있으니 잊지 말고 잘 살펴 보겠습니다.

꿈꾸는섬 2013-06-02 2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책길에 만나는 꽃들,참 예뻐요.^^

hnine 2013-06-03 05:54   좋아요 0 | URL
같은 길을 가면서도 마음이 바쁠땐 걷느라 바빠서 지나치기 쉬워요. 매일 하는 산책이 아니니 갈때마다 다른 모습인 것도 느끼게 되고요. 이 꽃은 지고 저 꽃이 피고, 그러는 동안 저 자신은 무엇이 얼마나 변했을까, 그런 생각도 하면서, 심심하면 생각이 늘어납니다 ^^

마녀고양이 2013-06-03 2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거네요...
제가 며칠 전에 호수공원에서 바람개비 모양의 꽃이 맺힌 나무를 만났는데
이름표가 없는거예요. 그런데 산딸나무군요.

언니가 달아주셔서 알았네요, 진짜 궁금했는데.
단아하고 상큼해서 참 좋았거든요.

hnine 2013-06-04 12:20   좋아요 0 | URL
마녀고양이님도 보셨군요. 비슷하게 생긴 꽃들이 꽤 많아서 이름을 듣고도 이름표에서 바로 확인할 수 없으면 긴가민가 하지요. 꽃잎이 꽤 시원스럽게 크고요, 네 장의 꽃잎이 거의 수평을 이루고 있는거, 이게 저의 나름 요령입니다 ^^

bookJourney 2013-06-10 0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산딸나무로군요. 며칠 전 길가에 활짝 핀 꽃을 보면서 나무 이름을 궁금해하고 있었거든요.
hnine님 덕분에 궁금증이 풀렸어요.^^

hnine 2013-06-10 14:27   좋아요 0 | URL
저도 지나가다 꽃이나 나무를 보면 이름이 궁금해지고, 이름을 알고 나면 왜 그 이름으로 불릴까 궁금하고, 그렇답니다. 산딸나무가 왜 산딸나무인지는 아직 못알아냈어요.
책세상님 이미지 그림, 따님이 그린거 맞나요? 관찰력이 보통이 아닙니다. 꽃은 제비꽃인가요? 잎 모양이 그런 것 같아서요.

nama 2013-06-10 1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딸나무의 흰꽃이 시든 자리에 열리는 열매가 익으면 딸기와 아주 흡사하지요. 산에 열리는 딸기라고 해서 산딸나무라고 하는 듯싶어요. 빨간 열매를 보면 금방 이해가 된다는...

hnine 2013-06-11 05:11   좋아요 0 | URL
nama님 댓글 읽고 너무나 궁금해져서 당장 검색해보다가 잠시 망설이기도 했습니다. 이 궁금증을 좀 참았다가 내 눈으로 직접 보면 더 재미있지 않을까? 그런데 결국 못 참고 찾아보고 말았네요. 빨간 열매, 정말 신기해요. 산딸나무 이름의 유래를 그리 말씀하시게 정말 이해가 바로 되는군요. 손으로 만져보고 싶고 속은 어떻게 생겼을까 해부(!)도 해보고 싶고...^^

Nussbaum 2013-06-14 1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도 마음에 들고, 올리신 꽃 사진도 마음에 듭니다.

어슬렁 산책. 오늘은 저도 선선해지면 방 좀 치워 놓고 어슬렁 산책 좀 다녀와야겠습니다. ^^
 

 

어설픈 티가 폴폴 나지만

그래서 더 정이 가는,

여덟 사람이 함께 만들어본 그림책 더미북.

 

그중 내가 맡아 그린 두 바닥이다.

 

사람도 잘 못그리는데

동물은 더구나 더 못그리는데 고양이 그림이라니.

스케치북 들고 고양이 카페 탐방까지 했음에도

그리면서 얼마나 쩔쩔 맸는지 모른다.

한마리 스케치 하는데 몇번을 그리고 지우고 그리고 지우고...

 

색칠도 매끈하게 하는게 쉽지 않아, 보시다시피 얼룩덜룩.

내 생전 처음 만져본 아크릴 물감

고등학교 졸업한 이후로 처음 해본 물감 색칠 (그러니까 30년만이네)

 

또 하라면? --> 또 하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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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스탕 2013-05-29 1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낫-!!
고양이들 옷이 다양해요. 아이구 이뻐라~~~ >_<

언제 이런건 하셨대요?
나인님이 맡으신 두 그림 말고 다른건 언제 보여주실거에요? +_+

hnine 2013-05-29 19:02   좋아요 0 | URL
저 고양이들이 이래봐도 다 이름도 개성도 다르답니다. 소심고양이, 낭만 고양이, 똑똑 고양이, 먹보 고양이, 허풍 고양이, 꼬질이 고양이...
다른 사람들이 그린건 허락없이 올리기가 좀 뭐해서 안올렸어요.
예뻐해주시니 고맙습니다.

2013-05-29 14: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3-05-29 19:05   좋아요 0 | URL
와, 고양이 그리기 진짜 어렵더라고요. 다리 하나 그리고, 지우고, 고민하고, 다시 그려봐도 어딘가 기형적으로 보이고...
저 같은 생초보가 일주일에 한번, 거의 15주 배워서 겨우 그렸어요.
이쁘고 사랑스럽게 봐주시니 고양이들도 좋아하겠네요 ^^

서니데이 2013-05-30 0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 속의 고양이가 여럿인데다 귀여워서 한참 봤어요. 고양이들 표정이랑 자세랑 털색이 조금씩 달라 보이는데, 댓글로 써주신 내용 보니까, 그림 그리기 전에도 많이 보고 많이 그리셨나봐요. 채색된 색이 참 예쁜데, 아크릴 물감은 수채화용 물감과는 조금 다른 건가 봅니다.

다음에 또 그리시면 올려주세요. 보고 싶어요.

hnine 2013-05-30 09:16   좋아요 0 | URL
아크릴물감은 그나마 초보자가 사용하기에 제일 무난한 물성재료라고 하더군요. 수채화물감은 그보다 좀더 기술이 필요하고요. 처음에 시작할때는 스케치부터 했는데, 저는 그냥 연필하나 가지고 그대로 베껴내는 것은 부담없이 해나갔는데 머리속으로 장면을 짜고 그것을 그리고 색칠하려니, 휴~ 어렵더라고요.
그런데 확실히 힐링효과는 있더라는게 제 소감입니다 ^^

Nussbaum 2013-05-30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nine님 안녕하세요 ~
귀여운 고양이들 잘 보았습니다. 저는 저 놀라는 회색 고양이가 좀 궁금해지네요
화면의 고양이들이 다 생김도 다르고 성격도 달라 보입니다. ^^

그간 뭔가 하시는 듯 하더니 책 만드셨군요 !
뭔가 결과물이 나와 저도 좀 기분이 좋아지려고 합니다.

다음번의 결과물도 좀 기대해 보겠습니다 !!
(아크릴 붓은 얼른 잘 빨아 말려 두셨죠? ㅎ)

hnine 2013-05-30 19:08   좋아요 0 | URL
집 나갔던 고양이가 주인이 소녀 품으로 돌아오는 장면이랍니다.
좋아하기도 하고 그래서 좀 잘 했으면 싶은데 잘 못하는 것 중의 하나가 제게는 그림이랍니다. 저 혼자도 아니고 여덟명이 함께 하는 것이라 저때문에 마무리 작품의 수준이 떨어지면 어떡하나 걱정도 했지만, 그래도 일주일에 한번 서울 다녀오는 길은 행복했어요. 그러면 된거 아닌가요? ^^
붓 관리에 대한 얘기는 선생님으로부터도 여러번 들었지요. 챙겨주셔서 고마와요 ^^

노이에자이트 2013-06-02 0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하하하...고양이들이 성질부리는 얼굴 표정이 정말 실감납니다!

hnine 2013-06-02 01:41   좋아요 0 | URL
오우~ 그럼요. 그거 살려 그리느라 제 딴엔 얼마나 애썼는지 모른답니다 ㅋㅋ
 

 

 

우리 가족중 유일하게 나의 이 블로그를 가끔 들여다보는 사람, 내 남동생이다. 가끔 댓글도 남겨주고.

 

원래 동생에게 들려주려고 찾던 음악은 한영애의 <여울목>이었다. 노래도 노래지만 가사때문이었는데 다시 들어보니 동생의 기분을 더 무겁게 할까 하여 망설이던 중에 위의 노래를 찾았다. 동생 본듯 반가와서 대신 올린다.

 

" 너, 생각나? 우리 이 음반 (CD 아니고 레코드) 사서 듣던 거? 여기 좋은 노래 진~짜 많았는데. 님에게, 뭉게구름, 꿈꾸는 백마강까지도...... "

 

힘내라 동생!

 

 

(친정 가면 아직 이 음반 있을지도 모른다. 먼지 뽀얗게 뒤집어 쓰고.

왼쪽 아래 있는 사람이 왕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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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미 2013-05-25 0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 글 보는데 왜 뭉클할까?
나도 < 힘내라, SH !! >
막내라서 마냥 어릴거 같았는데,
이제 세월은 흘러흘러 다 같이 늙어 가고 있지?

오늘 학교 축제라고 지하철 타고 지금 오고 있다.
참 재미나게 대학생활을 보내고 있지?

hnine 2013-05-25 00:49   좋아요 0 | URL
고맙다. 너의 이 댓글도 와서 보겠지 ^^

그렇구나, 지금이 대학 축제 기간이네. 이렇게 늦게까지 지하철이 다니는, 우리 나라 좋은 나라 ^^

파란놀 2013-05-25 0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쁜 동생과 예쁜 노래
오래오래 누리셔요

hnine 2013-05-25 09:46   좋아요 0 | URL
'예쁜' 동생이라고 하시니 동생 얼굴이 떠올라 웃음이 나오는걸요? 사십대 중반 예쁜 동생 ^^ 말씀하신 뜻 압니다. 감사드려요.

2013-05-25 02: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5-25 15: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5-25 10: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5-25 11: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3-05-29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흘째 비오고 축축해서 장마철 같은데
이 노래 들으니 마음이 덩달아 둥실 떠오르네요.^^
사십대 중반의 동생, 제 동생은 오십대라 같이 늙어가는 중인데도
동생은 항상 어린 거 같아 염려가 되는 누나 마음을 알지요.^^

hnine 2013-05-29 12:25   좋아요 0 | URL
정말 장마철 느낌이 나는 요즘입니다. 이런 날은 비 노래도 좋지만 이렇게 좀 방방 뜨는 경쾌한 음악도 좋은 것 같아요.
요즘 제가 좀 투덜거리는 얘기를 하면 남편의 대답은, 오십이 되어야 내공이 좀 쌓인다고 그러네요. 그런가요? ㅋㅋ
누나가 보는 동생이 늘 어리게 생각되는데, 부모님이 보실때 자식은 어떨까 싶어요.
 

요즘 이런 저런 이유로 평소보다 TV를 자주 보고 있다.

어제 본 어느 시트콤.

이웃 여자가 땅을 좀 가지고 있는데 곧 개발에 들어가기 때문에 상추를 심어만 놓고 그냥 놀리고 있다는 말을 하자 여자는 내가 한번 키워보겠다며 그날부터 정성을 다해 상추를 돌본다. 상추를 '우리 애들'이라고 부르며 상추에게 인사도 하고 대화도 나누고, 애지중지 키워 거둔 상추는 이웃 사람들에게 먹으라고 한가득씩 안겨다주며 행복해하는데, 결국 그 땅이 개발에 들어갈 날짜가 정해지자 여자는 서운한 마음에 어쩔 줄 모른다. 내일이면 다 갈아엎어질걸 아는지 모르는지 아직도 파릇파릇 자라고 있는 상추밭에 앉아 상추들을 만지작거리며 여자는 훌쩍거린다.

"니들도 다 살려고 태어난건데, 개발은 뭔놈의 개발이고 누구를 위한 개발이냐......"

여자는 마치 사람에게 하듯이 상추를 쓰다듬으며 이런 말까지 한다.

"부디 다음 생에는 사람으로 태어나서 맘껏 한번 살아봐."

결국 엉엉 울며 밭에 남은 상추를 거둬들이고 있는 여자를 보며 하마터면 나도 같이 울 뻔 했다.

 

'니들도 다 살려고 태어난건데.'

한 해에 버려지는 유기견이 십만 마리라는데, 하물며 동물도 아니고 움직이지도 못하고 말도 못하는 식물을 보며 이런 마음을 갖는 것. 그런 마음이면 되는데.

살아있는 모든 것들, 움직이지 못하고 말 못해도 이 세상에 태어난 귀한 생명. 함부로 대하지 않기 위해, 나도 기억해두고 자주 되뇌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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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3-05-18 0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상추도 아끼고 이뻐해줘야 잘 자라는데요
저도 요즘 상추 키우는데 많이 공감가네요

hnine 2013-05-18 09:08   좋아요 0 | URL
저기서 상추키우는 여자는 상추가 시들하면 그 상추를 보고 막 안타까워해요. 꼭 아픈 자식 돌보는 엄마처럼요. 시들하다가 다시 건강해진걸 보면 대견하다고 막 칭찬해주고요. 혼자 밭에 가서 그러고 시간보내느라 허리가 아픈지도 모르고 있다가 집에 와서 끙끙 앓더군요.
저도 아침에 일어나면 몇개 안되는 화분들부터 쭉 둘러보긴 하는데, 지난 번에 심은 허브도 다 죽어버렸어요 ㅠㅠ

하늘바람 2013-05-20 0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브는 키우기 쉽지 않더라고요

hnine 2013-05-20 09:35   좋아요 0 | URL
전 허브가 제일 쉽게 키울수 있는 식물인줄 알았어요. 금방 싹이 나서 좋아했더니 2-3cm정도 자라고서는 더 안자라고 푹 쓰러지더군요.

하양물감 2013-05-20 07: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요즘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이 행복한지 잘 모르겠네요. ㅠ.ㅠ

식물키우는 거 어렵기만 해요. 식물은 식물대로 자연에서 제 스스로 크는게 제일 좋겠죠? 우리집에 오면 죽어나니까 요즘은 자꾸 집안에 식물을 안들이게 돼요...ㅋㅋㅋ

hnine 2013-05-20 09:39   좋아요 0 | URL
식물키우는게 어려운거 맞아요. 키우는 사람이 관심을 가지고 계속 봐주지 않으면 시들고 병 들고 있는 걸 모르고 지나치게 되더라고요.
동물도, 식물도, 자연에서 제 스스로 크는게 제일 좋지요. 집안에 들여놓고 키우려면 더 잘 키워야 하는데.
오늘도 일어나서 난 화분에 새로 나오는 촉이 얼마나 자랐나, 그것부터 살폈답니다.

2013-05-23 03: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5-23 19:14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