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런 저런 이유로 평소보다 TV를 자주 보고 있다.
어제 본 어느 시트콤.
이웃 여자가 땅을 좀 가지고 있는데 곧 개발에 들어가기 때문에 상추를 심어만 놓고 그냥 놀리고 있다는 말을 하자 여자는 내가 한번 키워보겠다며 그날부터 정성을 다해 상추를 돌본다. 상추를 '우리 애들'이라고 부르며 상추에게 인사도 하고 대화도 나누고, 애지중지 키워 거둔 상추는 이웃 사람들에게 먹으라고 한가득씩 안겨다주며 행복해하는데, 결국 그 땅이 개발에 들어갈 날짜가 정해지자 여자는 서운한 마음에 어쩔 줄 모른다. 내일이면 다 갈아엎어질걸 아는지 모르는지 아직도 파릇파릇 자라고 있는 상추밭에 앉아 상추들을 만지작거리며 여자는 훌쩍거린다.
"니들도 다 살려고 태어난건데, 개발은 뭔놈의 개발이고 누구를 위한 개발이냐......"
여자는 마치 사람에게 하듯이 상추를 쓰다듬으며 이런 말까지 한다.
"부디 다음 생에는 사람으로 태어나서 맘껏 한번 살아봐."
결국 엉엉 울며 밭에 남은 상추를 거둬들이고 있는 여자를 보며 하마터면 나도 같이 울 뻔 했다.
'니들도 다 살려고 태어난건데.'
한 해에 버려지는 유기견이 십만 마리라는데, 하물며 동물도 아니고 움직이지도 못하고 말도 못하는 식물을 보며 이런 마음을 갖는 것. 그런 마음이면 되는데.
살아있는 모든 것들, 움직이지 못하고 말 못해도 이 세상에 태어난 귀한 생명. 함부로 대하지 않기 위해, 나도 기억해두고 자주 되뇌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