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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른 틈새
권여선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7월
평점 :
절판


권 여선이란 작가의 글로 처음 읽은 책이다.
성장 소설이라고 할 때에는 십대를 대상으로 한 글을 언뜻 떠올리게 되지만, 성장은 그때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니까, 십대 못지 않은 정신적 성장, 변화를 겪는 20대의 이 시기도 과히 성장의 시기라고 부를만 하다면 이 책도 망설임 없이 성장 소설이라고 부를만 하다고 보겠다.
지방에서 자라던 어린 시절, 가족의 얘기, 초등학교 학급 친구들과의 관계, 대학에 입학하여 만나게 된 사람들, 접하게 된 지식, 휴학, 그리고 복학, 사랑과 이별 등의 이야기 중심으로 엮어져 나가 있다.
읽으며 느낀 것은 권 여선이란 작가의 뛰어난 문장 구사력이 그 첫번째. 국문학을 전공한 문학도이기 때문일까. 많은 작품을 낸, 경륜이 오래 쌓인 작가는 아직 아님에도 불구하고, 가볍지 않고 글에 휘둘리는 것이 아니라 글 속에 생각을 맘껏 담아내가고도 남는 것 같은 필치, 글로 나타나는 것보다 훨씬 더 깊은 내공이 있을 것 같은 진지함이 묻어나는 한 줄, 한 줄이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뭐랄까. 도구는 훌륭했으나 그 도구에는 못미치는 완성품이랄까. 그런 아쉬움이 남는 책이었다. 아버지와의 관계, 학내 써클 친구와의 만남과 이별, 가족사, 어머니의 일생, 그 어느 것도 읽는 사람의 마음에 깊은 공감으로 빠져 들게 하기에 부족한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더구나 책의 말미에 등장 인물들의 사고, 죽음, 결혼등이 모두 갑작스럽게 동시 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듯한 인상은 그동안의 밍밍했던 책의 내용에 극적인 요소를 더해보려는 마지막 시도로도 보여졌다.
이 뛰어난 문장력으로, 그에 걸맞는 권 여선만의 뛰어난 이야기가 엮어져 나올 것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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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8-03-27 0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저도 읽어봐야겠네요 님이 권해주시는 건 무조건 오케이지요

hnine 2008-03-27 13:12   좋아요 0 | URL
하늘바람님, 알라딘 서재에서는 나름 지명도 있는 작가라고 생각하고 기대를 너무 하고 읽었는지, 기대만큼은 아니었어요. 글 쓰는 솜씨만은 대단하다 느꼈으나...
 
퀴즈! 서양미술 - 흥미진진 미술사의 숨은 이야기
스가노 기미오 지음, 최재혁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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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이 미술에 대한 기본 지식을 얻기 위한 목적으로 읽을만한 책은 없을까 하다가 고른 책이다. 일본의 고등학교에서 미술교사로 있다 스가노 기미오라는 사람이 썼는데, 400여개의 질문과 그에 대한 풀이 형식을 빌어 고대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그리스 로마 미술, 그리고 중세, 르네상스, 바로크, 로코코, 신고전, 낭만, 사실, 인상, 신인상, 후기 인상, 19세기후반, 20세기 미술의 순서로 간단하게 흐름을 파악할수 있는 요약 설명을 해놓았다.
한 예를 들면, 중세에 해당하는 문항중의 하나. 노트르담 대성당의 정면에 있는 둥근 스테인드글라스 창을 무엇이라고 부를까? 답은 장미창, 그리고 이어서 그에 대한 부가 설명이 여섯줄에 걸쳐 나와있다. 이 문제 정도는 그래도 가볍게 읽고 넘어가겠는데, 모든 문제가 그 정도의 수준은 아닌 것이, 다음과 같은 문제는 버겁다. 에게문명의 하나인 크레타 문명기에 건설된 크노소스 궁전은 총 몇 층일까? 답은 5층. 이런 문제는 미술뿐 아니라 역사에 대한 지식도 얇기 그지 없는 사람에게는 질문도 새롭고, 답도 새로울뿐. 그래서 미술에 대한 지식이 어느 정도 있는 사람이라면 재미있게 페이지를 넘겨 갈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에겐 이 책의 형식이 의도한 재미를 누리지 못하고 그냥 읽어나가야 할 것임을 미리 알려두고 싶다.
일본 불상의 얼굴 표현에 영향을 미친 아르카이크 시기 그리스 조각의 양식은 무엇일까 같은 문항에서 보이듯이, 일본 미술과 관련시킨 문항들이 몇개 눈에 뜨이는데, 저자가 일본인이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편집상의 실수인지, 69쪽의 레오나르도와 그의 제자가 그렸다는 동일 제목의 그림 두개는 설명이 거꾸로 되어 있으며, 116쪽 프라고나르의 <그네> 설명에서 프라고나르 이전에 그림을 의뢰받았던 인물 Doyen을 윗줄에서는 두아얭이라고 했다가 바로 아래줄에는 도위양이라고 표기한 것은 번역자의 실수인지.
그래도 어느 한 시대, 어느 한 화가가 아니라, 인류 역사를 망라해서 미술 전반적인 흐름을 한권에 묶어 언제든지 펼쳐 볼수 있게 되어 있는 책이라는 점에서 충분히 즐기고 남음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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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08-03-07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글 읽고 있으니 미술에 관심 가져야 겠다는 생각^*^
님은 참 은은한 끌림이 있어요. 헤헤~~
오늘 6, 총 20012 방문
제가 좋아하는 숫자 2가 둘이나 들어있네요. 축하드립니다.

2008-03-07 10: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3-07 12: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3-07 14: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인생만화] 서평단 알림
인생만화 - 그림쟁이 박재동이 사랑한, 세상의 모든 것들
박재동 글.그림 / 열림원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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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란 무엇일까. 무엇이든지 담아낼수 있는 그림이라고 생각해도 될까.
한겨레 그림판으로 유명해진 박재동 화백은 반쪽이 최정현과 함께, 이제는 만화를 그닥 많이 보는 편이 아닌 내가 좋아하는 만화가이다. 마르고 큰 키, 다소 날카롭고 강단있어 보이는 눈매, 인상과 어울리는 칼칼한 음성, 하지만 그의 글이나 그림을 막상 접하면 생각보다 훨씬 더 털털하고 따뜻한 인간미가 전해져 오는 사람이다. 한 쪽에는 그의 스케치, 옆에는 두어 쪽에 걸쳐 그 스케치와 관련된 글을 담아 모두 91꼭지로 아담하게 엮어진 책이고, 별다른 주제가 있다기 보다는 그의 일상에서 느끼는 깨달음, 일기장 같은 책이기에 부담없이, 하루만에 다 읽어버렸다.

저녁을 먹고 양재천을 걷다가, 꼬옥 껴안고 데이트하는 한 청춘남녀를 보고서 그 모습을 스케치하고 달빛 데이트라는 제목으로 글을 썼다.

   
  이보다 덧없는 순간도 없고
이보다 영원한 순간도 없으니
또다시 삶을 살게 하는 미끼이면서
삶에다 부어주는 선물이기도 하네
...
감히 주제넘게 한마디 한다면
인생길 어려움을 이겨가면서
부디 행복하시라
 
   

덧없기도 하고 영원하기도 한 순간이라는 말의 뜻을 그 커플은 이해할까? 나는 이해가 되는데.

그는 또한 내가 존경해마지 않는, 바로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하고 사는 사람이다. '행복한 천형'이라고까지 표현한 그의 그림 그리기.

   
  오늘은 그냥 가자
정말 그냥 가자
독한맘 먹고 그냥 가자
시멘트에 핀 들풀도
궁그는 낙엽도
종종 걷는 사람들도
그리지 말고 그냥 가자
없는 시간
걸음을 재촉하자
그런데 저기 하늘
아!
하나 남은 빨간 감
도리없이 걸음을 멈춘다
집밖은 나서지 말아야 해
아예 눈뜨지 말아야 해
아아.
행복한
천형이여!
 
   

고등학교1학년 아들의 방에서 빈 컵라면 갑에 담배꽁초로를 쌓아올려 꽁초탑을 만들어 놓은 것을 보고 '아들의 바벨탑'이라 이름붙이고, 가만히 보니 참신하고 독특하다고 생각하며 "너는 감각이 있어!"라고 혼잣말을 했다는 그는 멋진 사람이다. 아들이 열여섯 살이 되면 친구로 대하라는 말을 그는 실천하고 있는가.

사는 것이 팍팍하다고 느껴질 때 한번 후루룩 들쳐 읽어보시라.  훈훈한 글과 그림들로 마음을 덥혀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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씩씩하니 2008-02-29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삶에 대한 이해나 깊이는 세월의 무게가 어느 정도 보태어져야 가능하지 않을까요.
책을 읽으면서도..느낌이 읽을 때마다 달라지는 것이 책이..단지 글씨가 아니라,내용에 대한 받아들임이 있어야 비로서 읽는 것이기 때문이겠죠...
읽구싶어져요...

hnine 2008-02-29 14:47   좋아요 0 | URL
서평단에 뽑혀서 받은 책인데, 어제 받아서 그 날로 다 읽었어요.
가방 속에 쏙 들어가는 아담한 책이더군요.
세월이 주는 무게, 감사하며 받아들여야겠지요.
 
아주르와 아스마르 - Azur & Asmar, 초등용 그림책
미셸 오슬로 지음, 김주열 옮김 / 웅진주니어 / 2007년 9월
절판


영화로 보셨다는 해적님의 소개로 찾아서 보게 된 그림책이다.
'아주르'는 프랑스어로 '파란색'이라는 뜻, '아스마르'는 아랍말로 '갈색'이라는 뜻. 영화로 먼저 나온 것인데, 영화에서 빠르게 지난 장면들을 그림으로 담아 책으로 펴낸 것이라고 한다. 한 사람이 아닌 여러 명의 화가들에 의해 그려졌다고 하는데, 책장을 넘길 때마다 펼쳐지는 환상적이고 정교한 그림들이 눈을 못떼게 한다.

아기 때부터 함께 자라는 아주르와 아스마르.
잎 하나 하나 어쩌면 이렇게 자세하고 아름답게 그려졌는지.

파란 눈은 저주의 눈색깔이라고 지탄하는 사람들 때문에 장님인척 눈을 감고 다니기로 한 아주르가 크라푸를 어깨에 태우고 야자나무 숲을 지나는 장면이다.

꼬마 공주의 소원대로 밤에 궁전을 빠져 나와 함께 도시를 구경하는 아주르.
파랑, 보라, 검정이 어울려 보여주는 밤의 광경과 실루엣으로 나타낸 아주르와 공주의 모습이 매혹적이다.

요정 진을 찾아 떠나는 행렬. 종려나무 숲의 나무를 화면에 빈틈없이 가득 채우고 인물을 작게 표현함으로써 신비감과 시각적인 효과를 더했다.

다른 피부색, 다른 혈통을 지닌 아주르와 아스마르가 한 어머니 밑에서 자랐다는 것(인류는 결국 형제라는 코스모폴리탄 개념), 요정 진을 구해내는 공동의 목표를 추구한다는 것, 서로 대립이 아니라 '협력'에 의해 요정 진을 구해내고(인류가 추구해야할 방식) 결국엔 함께 어울려 해피 엔딩을 맞이한다는 줄거리 속에서 작가가 상징하는 바가 잘 나타난다.

영화로도 꼭 보고 싶은 그림책이다. 지면으로 보는 그림이 이렇게 아름다운데 영상으로 보면 얼마나 더 환상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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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8-03-05 1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그림이 환상적이네요.
멋져요. 애니메이션으로 나오면 정말 매혹적인 영상이 될 것 같네요.^^

hnine 2008-03-05 18:04   좋아요 0 | URL
저희 동네 극장에서는 상영 안하던데, 서울에서는 상영중이더군요.
저도 보고 싶은 영화랍니다.

ceylontea 2008-04-07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이 정말 환상입니다.. 조카한테 선물해야겠어요.. ^^

hnine 2008-04-07 13:05   좋아요 0 | URL
ceylontea님, 반갑습니다. 에버랜드에서의 지현이랑 우진이 사진 보고 참 많이 컸다고 생각하고 놀라왔습니다. 이 책은 그림이 정말 감탄스럽답니다.
 
발끝으로 서다 푸른도서관 14
임정진 지음 / 푸른책들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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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책에 관한 소개글을 신문에서 처음 본 순간부터 마음이 끌렸었다. 겨우 열두살 소녀 재인이의 얘기이지만 나의 이런 저런 경험과 겹쳐지면서 이 책에는 어떤 이야기가 펼쳐져 있을까 궁금했었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지붕 낮은 집>의 임 정진 작가의 성장소설.
소설 속의 재인이는 겨우 열두살 나이에 발레리나의 꿈을 안고 가족과 떨어져 혼자 영국으로 유학을 간다. 좋아하는 발레 공부를 위해 떠나온 유학이지만, 낯선 곳에서 적응하는 동안 외로움도 많이 느끼고 식구들이 보고 싶어 울기도 많이 운다. 점차 적응이 되어 갈 무렵 한국의 집에서는 예상치 못하던 일이 벌어지고. 여러 가지를 극복하면서 학교룰 마치고 또다른 도전을 결심하며 한국행 비행기에 오르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가족과 떨어져 홀로 지내본다는 것이 인생 전체에 가져다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단지 학문적으로 어떤 것을 더 배운다는 것보다, 그 시간 자체가 이후 인생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클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이 책 속의 주인공처럼 십대의 어느 한 때였든, 이 삼십대의 어느 한때였든 마찬가지인 것 같다.

한국, 중국, 일본은 다 거기가 거기라고 생각하는지, 한국에서 왔다고 했음에도 중국말을 할 줄 알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외국인은 어디까지나 외국인 대우를 하기에 친해지기 어려웠던 경험, 영어를 얼마나 잘하는가로 지식 수준 전반을 결정하는 분위기, 적응 안 되던 오전, 오후 두 차례나 되는 티 타임, 재인이가 겪은 바로 그 과정을 언젠가 똑같이 겪었으니 읽으면서 어찌 감정 이입이 안되었으랴. 나도 그때 발레를 공부하러 왔던 친한 동생을 알고 있었는데, 가끔 만나 한국 음식을 해먹으며 실컷 한국말로 수다를 떨던 기억까지 보태져 읽으면서 그 동생의 소식이 궁금해지기도 했다. 생각보다 너무나 어려워, 과연 이 학교를 무사히 마칠 수 있을까 늘 걱정하던 그 아이.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의,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타는 대목을 읽으면서는, 내가 한국으로 돌아오던 3월의 어느날, 모처럼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공항으로 가는 택시에 오를때 그 시원하기도 하고 서운하기도 하던 복잡한 심정을 오랜만에 되돌려 볼수 있었다. 한동안 잊고 살았던 그 때를.

글 속의 재인이는 지금 무엇이 되어 있을까. 어른이 되어 소녀시절을 회상하는 형식으로 쓰여진 이 책의 첫 페이지에서 말하기를, 소녀시절, 자신은 발레가 삶의 전부라고 생각했었으나 어른이 된 지금 자기에게는 발레만큼 소중한 것들이 더 많아졌다고.

지금의 나는 무엇이 되어 있는가. 단순한 줄거리의 책이 가져다 주는 뒷끝이 만만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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