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함께 글을 작성할 수 있는 카테고리입니다. 이 카테고리에 글쓰기

낭독의 발견
홍경수 기획.구성 / 샘터사 / 2004년 12월
평점 :
절판


가끔 TV에서 본 적이 있는 프로그램인데, 워낙 TV를 잘 안 켜고 사는지라 처음부터 끝까지 본적은 한번도 없었다. 이 책은 <낭독의 발견>이라는 프로그램의 뒷 담화, 즉 소개되었던 글들과 그 글을 소개한 출연자들의 이야기, 그들의 사연 등이 그 프로그램의 제자 PD의 손으로 엮어진 책이다.
좋아하는 글을 소리내어 읽어본 적이 정말 언제인가. 학교다닐 때 국어 시간에 한 사람씩 지목되어 읽어본 이후,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느라 참 많이도 소리내어 읽었으나 정작 내가 좋아하는 글을 소리내어 읽어본 적은 없었다.
소설이 영화와 통한다면 시는 사진과 동질의 성격을 갖는다고 사진작가 김중만 씨는 말했다는데, 무슨 말인지 알 것 같다. 함축된 이미지를 나름대로 해석하고 받아들이는 시의 성격을 말해주는 것 아닐까.
그 사람이 보여주는 모습만으로 그 사람을 알고 있다가, 그가 좋아하는 시와 그 시를 좋아하게 된 이유를 들으며 그 사람을 다시 보게 된다. 다시 알게 된다.
도종환 시인이 스콧 니어링의 저서에서 인용한 '유리하다고 교만하지 말고 불리하다고 비굴하지 말라'는 구절, 가수 성시경이 소개한 김종완이라는 분의 '그의 시 & 그녀의 시'라는 시, 하덕규님의 자작시 중 '숲에서 나오니 숲이 보이네'라는 구절이 나오기 까지 그가 겪었을 듯한 방황과 아픔이 전해져 온다. 양희은의 노래로 유명해진 '한계령' 역시 그의 한편의 시이자 독백.
시를 읽으면서 목소리가 떨려오고, 눈가가 젖어 오는 낭독자들은 그 한편의 시 속에 얼마나 많은 인생의 의미를 느끼고 있음인가.
'시'란 어떤 특정인이 아니라 이렇게 누구나의 가슴에 파고들 수 있는 쟝르임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준 책이었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즈행복 2008-01-16 0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성격이 급해서 아직은 소설이 더 편하게 느껴지네요. 관조하고 생각하고 느끼기 보다는 끝냈다는 방점에 너무 급급한 삶이라서 그런가봐요. 흑흑...

hnine 2008-01-16 09:38   좋아요 0 | URL
미즈행복님, 저도 소설을 훨씬 더 많이 읽어요. 시는 일부러 생각하며 읽는다기보다, 그냥 술술 읽어넘기다가 마음에 확~ 들어오는 시가 있으면 따로 적어좋던가 하는 식이지요. 그럴땐 뭔가 '발견'했다는 기쁨이 생기지요. 소설이 훨씬 편하다는 말씀, 맞아요~ ^^

비로그인 2008-01-16 0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덕규의 시는 대학시절 친구가 생일선물로 줘서 읽은 기억이 납니다.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라는 말이 어찌나 와 닿던지요.

hnine 2008-01-16 09:39   좋아요 0 | URL
내 속에 너무 많은 내가, 나이를 먹어가면서 하나씩 하나씩 정리가 되는 느낌이 들어요. 나이를 먹는 댓가인가보다 생각하지요.
 
명랑한 밤길
공선옥 지음 / 창비 / 2007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공선옥. 쉽게 말하기 어려운 작가로 생각되는 여자 소설가 중의 한사람.
그야말로 인생의 이런 저런 골목을 구비구비 돌아오며, 마흔 다섯 그녀의 가슴에 남은 것은 인생에 대한 너그러움, 포용력, 따뜻한 감성일까, 아니면 차갑고 냉철한 현실에 대한 더욱 철저한 자각일까.
'...내 글 속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삶을 보면서 나는 내 흔들리는 초상을 본다. 예전에도 그랬듯이 그들과 나는 지난 몇년 동안도 늘 생의 '변방'에서 함께 살아온 사람들이다. 나는 확실히 화려한 정원에서 보호받고 주목받는 꽃과는 인연이 먼 사람임이 분명하다. 나는 내 글 속의 사람들이 비록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지만, 아무렇게나 대접받는 것도 원치 않는다. 나는 다만 그들이 눈에 잘 띄지 않는 바람 부는 길가에서나마 피었다 지고 피었다 지고 하면서 다른 누구도 아닌 그들만이 부를 수 있는 작고 고운 노래를 부를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그러면 그들 옆 한귀퉁이에 사는 작가인 나는 그들이 부르는 노래에 귀기울이며 조금은 행복하지 않을까. 그들처럼 나 또한 작고 고운 노래 한번 부를 용기를 내지 않을까...'(작가의 말 중에서)'
그녀는 자신의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에 저리도 절절한 애정을 담고 있구나.
최근에 각 문학지에 실린 열두편의 단편이 실려있다. 맛있는 곶감을 하나씩 빼 먹듯이, 한편 한편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다보면 마지막 장에 이르러 있는 책.
'꽃진 자리'에서는 바로 이웃집 여인네의 모습이기도 하고 또 중년을 살아가는 우리 삶의 한 풍경을 보는 듯했고, '영희는 언제 우는가'에서는 올망졸망 어린 삼남매를 남기고 먼저 세상을 뜬 남편의 장례식이 끝날 때 까지 눈물을 흘릴 수 없던 여자의 얘기. 배고프거나 아플 때 울어제끼는 아이의 울음이 아닌, 이런 울음의 의미가 무엇인가 다시 생각해보게 되는 글이었다. '..인자서 우는가비. 그려, 울어라, 울어. 하먼, 밥 묵고 살라먼 울어야제. 울어야 밥맛 나고 밥 묵어야 심이 나제. 별것이나 있간디...태나서 우는 놈이 사는 벱이여. 울어야 산 목심이여. 그저 내 울음이 내 목심줄이여...(56쪽)' 그러고보면 어린 아기의 울음과 다를 바 없구나. 생존의 울음이라는 점에서 말이다. 우리 사회의 소외 계층의 좌절과 희망에 관한 얘기인 '도넛과 토마토', 비에 떠내려간 남편을 기다리며 목노아 외치는 절규 '아무도 모르는 가을'. 이 세상 사람들의 수만큼이나 다른 종류의 가을이 있음을 알게 해준 이야기이다. 단풍 구경가는 인파와는 다른 종류의 가을을 맞는 사람들, "별도 우라지게 많다." 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는 삶의 한 대목을 사는 사람들이 있음을 말이다. 눈에서는 눈물이 쏟아져내리는데 노래를 부르며 걷는 '명랑한 밤길', 쏟아지는 비를 피할 길 없어 그대로 맞으며 그치기를, 언젠가 그치기를 바라며 사는 듯한 사람, 집을 나간 아이, 유방암으로 가슴 절제술을 받고 우울증을 앓고 있는 아내를 둔 무능력하고 '별볼일 없는' 남자의 얘기 '빗속에서', 인간은 사랑 없이 살수가 없나 '언덕 너머 눈구름', 아내 죽고 자식들 떠난 빈집에서 달 보고 울고 있을 친정 아버지를 생각하는 글 '비오는 달밤', 미혼모와 입양의 주제는 늘 슬프면서 화가 난다, '79년의 아이', '지독한 우정'은 바로 모녀의 사이를 말한 것이고, 갱년기 증세를 겪고 있는 이혼녀 이야기 '폐경전야', 피폐한 상황에서도 상한 것 같은 딸기로 아이에게 잼을 만들어 먹일까 말까를 고민하는 여자를 주인공으로 한 '별이 총총한 언덕'
이 책에서 가장 낭만적인 구절을 고르라면 여기를 들겠다. '나는 나의 스물한 살 봄밤을 그와 함께 먼먼 나라, 그가 없으면 닿을 수 없는 나라를 여행하는 것만 같았다. 나 혼자서는 도저히 갈 수 없는 낯설고 아득한 나라를. 그가 있어야만 닿을 수 있는 나라를 여행하는 것은 그래서 슬펐다. 아름답고 슬프고 쓰라린 여행을 끝내고 집에 돌아왔을 때, 나는 이번에는 낯익고 낯익어서 슬픈 풍경과 맞닥뜨려야만 했다.' (114쪽 '명랑한 밤길'중에서) 연애의 감정을 이처럼 아득하면서도 정곡을 찌르는 표현을 할수 있을까.
삶에도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이 나뉘어져 있다면, 공선옥의 소설을 읽는 동안은 그 어두운 편에 들어갔다 온 기분이다. 하지만, 어두운 편에 있다가 나옴으로써 삶을 가볍지 않게, 더욱 진지한 가슴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된 그런 느낌. 함부로 좌절할 일도 아니며, 쉽게 기뻐 춤 출 일도 아니라고 가르치는 듯한. 지금 딱 그 심정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침이 고인다
김애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7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가 읽어본 우리 나라 여자 소설가들의 작품들은 분명 모두 다르면서도 동시에 그것이 그것 같게 하는 면이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김애란처럼 분명한 자기 색깔이 있는 작가의 존재는 기쁨이고 다행이다.
그녀가 가지고 있는 색깔이란 무엇일까. 그녀에게는 1980년생, 20대 초반 등단이라는 꼬리표가 늘 따라다니지만 그것은 어떤 파격적인 문체로서 그녀를 구별짓는 것이 아니라, 길지 않은 인생 경험에도 인생에 대한 진중한 시선이 그녀의 소설을 관통하고 있으며, 예리하지만 따뜻하고, 글의 분위기를 끝까지 처지게 하지 않는 '위트'가 바로 그녀를 그녀로 보이게 하는 색깔이 아닐까. 어떠한 구차한 상황에서도  글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살짝살짝 드러내는 코믹한 터치, 읽고난 후에도 마냥 우울한 감상에 빠지지 않게 하는 그녀의 그런 감각이 좋다. 이런 작가의 단편집을 읽는 것은 시간가는 줄 모르고 몰입하게 되는 일들중의 하나.
풍족하지 않은 형편, 희망보다는 패배감에 온 몸과 마음과 시간을 채우고 지낼 수도 있었을 재수생 생활을 그린 단편'자오선을 지나갈 때'에서의 한 구절. '...K-59. 오래전 내 책상 번호. 1999년의 나는 어떤 공간이나 시간이 아닌 번호 속에 살았다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그때가 내겐 어떤 떳떳한 한 시절로 느껴진다. 그래서 가끔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그때만큼만 하면 뭐든지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 내가 그때만큼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왜냐하면 그때보다--아는게 많아졌기 때문이다...(147쪽)' 소모적인 한 시절이 아닌, 떳떳한 한 시절로 느껴진다는 말이 마음에 들어왔다.
'그해에는 혼란스러운 것이 많았다. 신학기의 낯선 질문 앞에서 당황하거나, 뭔가 고백하고 해명하지 않으면 누군가 나를 비난하지 않을까 조바심 낸다거나 하는 일들로 말이다. 우리가 하는 말은 대부분 할 말이 없어서이거나 침묵을 견딜 수 없어 하는 것들임에도 불구하고. 또 우리는 우리가 언제 어떤 말을 하며 살아왔는지 쉽게 잊어버리는 존재들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나는 그 말들 안에서 자주 달뜨고, 아프고, 우왕좌왕했다. (222쪽)' '네모난 자리들'이라는 단편중에서 옮긴 구절이다. 대학 신입생. 모이는 자리마다 홍수를 이루던 말의 향연 속에서의 느낌은 지금도 어느 자리에 갈때마다 느끼는 것 아니던가. 할 말이 없어서 하게 되는 말들, 그리고 그 말들로 인해 아파하는 우리들이라니.
이 책에는 유난히 수험생, 취업준비생등, 현재를 담보로 미래를 준비하는 사람을 주인공으로 한 글들이 많다. 작가도 그런 생활을 경험해보았을 것이라 짐작이 들 정도로 구체적인 묘사가 재미있다.
참신하나 가볍지 않고, 위트를 잃지 않으면서 삶을 진지하게 정면에서 직시할 수 있는, '네모난 자리들'의 한 구절처럼 (223쪽) 뜨거운 차를 마셨을 때와 같이 정갈한 고독이 가슴 아래로 내려가는 기분을 아는 그녀의 소설이라면, 앞으로도 주저없이, 단숨에 읽어낼 수 있을 것만 같다. 이 책에 실린 여덟 편의 단편 중 어떤 글이 제일 좋았던가 골라보려다 결국 포기한다. 마지막의 '플라이데이터리코더'가 다른 글과 비교해 좀 튀더라는 말 밖에는.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즈행복 2008-01-11 07: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려라 아비'을 읽고난 후, 매우 잘 씌여진, 흠잡을 데 없는 소설이란 생각은 들었는데, 그 실력에 비해 이상하게 끌리지는 않네요. 너무 잘해서 그런가? 으음...
한 번 더 도전해볼까를 생각하게 되네요.

hnine 2008-01-11 14:49   좋아요 0 | URL
그러셨군요. 제게는 그 유명한 박완서 님의 소설이 그렇답니다 ^ ^
그러다가 또 언젠가 가슴에 와닿을지도 모르는 일이겠지요~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주겠지! - 터키편, End of Pacific Series
오소희 지음 / 에이지21 / 2007년 6월
평점 :
절판


네살 아들을 두고 있는 30대 엄마가, 그 네살바기 아들을 데리고 한달 여 동안 터키를 여행하면서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한 것들을 책으로 엮었다. 얽매이고 싶어 하지 않은 저자의 마음이 제목에서부터 느껴진다.
동서양의 문화와 역사가 묘하게 어우러져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터키라는 나라는 많은 관광객들이 방문하는 나라이기는 하지만 경제적으로 아직 선진화 대열에 서있는 나라는 아니다. 도시를 벗어나면 여행객을 상대로 물건을 팔려고 달려드는 어린 아이들의 모습도 많이 볼 수 있었고, 여자 혼자 네살 아이를 데리고 여행을 다니는 모습이 사치로 보여질 수도 있어 긴장을 풀기 어려운 분위기 속에서 나름대로 의미를 부여해가며, 살아온 날들을 되짚어 가며 버텨낸 한달이 그녀에게 가져다 준 것은 무엇이었을까.
'카파도키아'라는 지역을 여행하는 일정을 잡는데  밴을 타고 하는 편한 그룹투어를 포기하고 굳이 더듬어 걸어가는 편을 택하면서 하는 말, '...밴으로 이동한다면 아이가 풀 더미에 숨어 있는 무당벌레가 모두 몇 마리인지 셀 수는 없을 것이다. 나 또한 다른 이들의 발걸음에 맞추느라 아이의 손을 꽉 잡고 끌다시피 걸어야 할 것이다. 아이가 관심이 있어 하는 것은 유적이 아니다. 오히려 사람을 만나고 동물과 놀고 차를 갈아타는 여행의 과정들이다. 그런데 내가 지금 그것을 생략하고 커다란 볼거리에 집중하고 싶은 욕심에 주저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세 돌바기 친구의 작고 따스한 손을 맞잡고 더듬더듬 걸어가는 이 여정에서 큰 것을 바라지 말자고 마음을 다잡는다...(96쪽)'
어린 아이를 데리고 하는 여행, 그것도 너댓 시간 이상 버스를 타고 이동해야하는 여정에서 아이로 인해 벌어질 상황들을 예상하면서 엄마는 초조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엄마는 용감하다고 했던가. 아이가 혹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면 어떻하나 하는 조바심에서 벗어나, 그런 것들이 다 사람살이임을 깨닫고, 더 나아가 세상에는 잘 걷고 달리는 사람만 있는 것이 아니라 넘어지고 절룩이는 사람도 있으며, 얼마나 멀리 가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서로 도와 손을 잡고 한 걸음 내딛는 것이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알아간다 (121쪽).
이 책이 단순히 터키라는 나라의 여행을 위한 여행가이드로서의 책이 아니라, 아이 엄마로 살아가면서 잃어버리고 있다고 생각되던 자기 정체성을 찾아가는 사유의 기록이며, 온전히 나에게 의지하는 한 어린 인간을 책임지는 막중한 임무를 수행하는 사람으로서의 자세를 배울 수 있는 기록이라고 말하고 싶은 것을.
'... 작고 느리고 지루한 것들을 반복해서 무비판적으로 들여다보면서 나는 조금 따뜻해졌다는 생각이 들어요. 예전엔 남과 다른 것을 사랑했지만, 이제는 남과 같은 것에도 진심으로 눈물이 나올 때가 있어요. 어머니라는 자리가 준 선물이죠. 그리고 따지고 보면 열심히 분석했던 시기에도 대단한 분석을 해냈던 것은 아니었거든요...(229쪽)' 백배 공감하며 읽은 대목중의 하나.
'우리는 자신이 희생하는 것들과만 관계를 맺을 수 있다. 무언가를 좋아하는데 그것을 얻을수 없다면 이유는 간단하다. 그 '무언가'를 위해 자신이 희생하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언제부턴가 나는 좋아하는 것을 위해 아무것도 희생하지 않으면서 '얻을 수 없다'며 푸념을 늘어놓는 사람들과 거리를 유지하게 되었다. 그들의 오해가 불편하기 때문이다...(245쪽)' 삶의 거친 여정을 살아오면서 그것이 그 사람을 단련시키며 성찰의 기회로 승화되지 못했을 때의 모습은 자신은 물론이고 다른 사람에게도 참으로 안타깝게 보인다는 것을 알고 하는 말이리라.

여행을 정말로 사랑해서, 이 책의 마지막도' 다음해 아이와 나는 사막을 보기 위해 아랍으로 떠났다.'는 문장으로 맺고 있고, 이 이전에도 아이가 두돌이 채 못되었을 때 이미 캄보디아로 떠났던 이력을 가지고 있는 저자이지만, 나는 이 책에서 여행을 형식으로 한 그녀의 고백을 읽었다는 생각을 뿌리칠 수 없다. 그녀의 고백이기도 하면서, 여행은 해보지도 못했지만 나 자신의 고백이기도 했을 그런 것들을 말이다.
그녀의 말처럼 여행은 늘 나를 능가하는 현명함으로 나를 데려다줄 것인가? 누구에게나 그럴 것인가. 또 한권의 인상적인 책 읽기를 마친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즈행복 2008-01-06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리뷰만으로도 충분히 얼마나 멋진 책인지 감이 팍팍 오네요.
그리고 제 세돌된 아이를 생각하니 얼마나 엄청난 일인지도 감이 오고요. 어휴~
책을 읽는다는 것은 이렇게 나와 다른 세계와 조우하는 일 아닐까요?
생각이 더 깊어지고, 또 바뀌고, 또 도전하게 하고 , 반성하게 되고, 돌아보게 되고...
님덕분에 좋은 책 많이 알아가네요. 감사!
저는 제 위주의 여행만을 생각해서 애들이 크면 가자고 마음먹고 있었는데 말이죠.
유적을 보는 것보다 길가의 무당벌레를 세는 아이의 마음을 헤아려가며 여행할 줄 아는 엄마는 얼마나 멋진 엄마일까요?

hnine 2008-01-06 20:10   좋아요 0 | URL
미즈행복님, 이 책 참 괜찮아요. 나와 다른 세계와 조우하는 일이라는 미즈행복님의 말씀도 멋지네요 ^ ^
 
소심하고 겁 많고 까탈스러운 여자 혼자 떠나는 걷기 여행 2 - 스페인 산티아고 편 소심하고 겁 많고 까탈스러운 여자 혼자 떠나는 걷기 여행 2
김남희 지음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6년 3월
평점 :
품절


제목처럼 소심하고 겁이 많은 것이 아니라, 소심하고 겁 많아 보이나 강단 있고 용기 있는 여자인 김 남희. 그녀의 국내 도보 여행기를 인상깊게 읽은 적이 있어 기억에 남는 이름이었고, 요즘 갑자기 사람들 입에 많이 오르내리는 산티아고 도보 여행 기록을 담고 있기에 주저 없이 골라서 단숨에 읽은 책이다. 그녀의 전작에서도 그랬듯이 이 책에서도 그녀의 여정은 새로운 것을 보고 듣고 어디에 도달하려는 여행이기에 앞서, 혼자 감당키 어려운 어떤 물음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한 사유의 여행이기도 하고, 순례의 여행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즐겁고 유쾌한 여행이라기 보다는, 불가의 삼천배 같은 의미의 여행이랄까.
사실 산티아고란 우리말로 야곱이라고 부르는 예수의 열 두 제자 중 하나였던 사람의 스페인식 이름이며, 그가 복음을 전하러 에루살렘에서 스페인까지 걸어간 행로를 9세기초 부터 성지순례의 성격으로 기독교 신자들이 따라 걷기 시작하면서 그의 시신이 묻힌 곳 콤포스텔라를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저자가 산티아고로의 도보 여행을 시작하고 얼마 안 되어 다리의 심한 통증 때문에 할수 없이 걷기를 중단하고 휴식을 취한 지 일주일 후, 다시 걷기를 시작하며 성당에 혼자 들어가 무릎 꿇고 올린 기도가 마음에 와닿았다. "당신을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지금 제 마음속에 가득한 감사와 기쁨을 당신은 느끼고 계시겠지요? 저를 이 세상에 오게 하신 분, 건강한 몸으로 세상을 둘러보고,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을 사랑할 수 있도록 허락하신 분이 있다면, 그분이 당신이라면, 감사드립니다. 이제 내일부터 저는 다시 길 위에 섭니다. 제 몸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천천히 걸어갈 수 있도록 허락하소서. 끝까지 가야만 한다는 욕심에 제가 많은 것을 놓치지 않도록 하소서. 이 길 위에 욕심과 미련과 어리석은 마음은 다 내려놓을 수 있기를, 그래서 길의 끝에 섰을 때 깃발처럼 가볍게 나부낄 수 있기를, 더 많이 사랑하고, 더 많이 웃고, 더 많이 나눌 수 있는 여백용기를 허락하소서." (89쪽) 아, 그녀를 길 위에 있게 하는 이유이구나, 그녀가 지금도 계속 가보지 못한 곳을 걷고 있는 이유이구나.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을 물결치게 하는 풍경 사진들도 책 속에 많이 수록 되어 있다. 그림인가, 사진인가 다시 들여다 본 풍경들.
그녀의 후작 여행기 3, 4편도, 그리고 산티아고를 여행한 다른 사람의 여행기도 앞으로 읽을 책의 목록에 추가해본다. 그리고 그녀에게 화이팅을, 그녀가 물음에 대한 자신의 답을 어디서 찾을지 함께 기다려본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로그인 2007-12-22 0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녀의 책을 읽으면 저 또한 치열하게 걷고 생각하고난 후의 개운함이 느껴져서 좋더군요 (인대가 늘어나거나 물집이 생기거나 하는 고통은 없이)

hnine 2007-12-22 10:29   좋아요 0 | URL
확실이 pain이 있으면 gain이 있나보죠? ^^
저런 용기, 아무나 낼수 있는게 아닌데 말이지요.

미즈행복 2007-12-28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심하고 겁많고 까탈스러운' ? 으잉? 이건 정말 나를 딱 규정하는 말인데...
저도 봐야겠네요. 소심하고 겁많고 까탈스러움에도 불구하고 유럽여행은 가고 싶으니 말예요.

hnine 2007-12-29 21:14   좋아요 0 | URL
소심한 사람들이 한번 결심하면 무섭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