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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 제120회 나오키상 수상작
미야베 미유키 지음 / 청어람미디어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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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베 미유키 하면 왜 추리소설 부터 떠오르는 것일까. 첫번째 읽은 그녀의 소설'스텝 파더 스텝'도 어떤 '사건'으로 시작하였으나, 읽는 사람에게 일본 사회의, 아니 꼭 일본이 아니더라도 현대의 가족상, 사회상을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도 마찬가지. 하나의 인물이 등장할 때 마다 홀로 등장하는 법이 없다. 그의 가족의 내력이 모두 설명되려니 660쪽의 만만치 않은 분량이 되고 말았다. 살인 사건으로 일단 이야기를 시작해놓고, 그 사건에 조금이라도 관련이 있다 싶은 사람들은 모조리 등장시켜 설명하는데, 그 사람들의 가정사가 모두 다르다. 예를 들어 이 책에 등장하는 중 고등학생만 해도 헤아려보면 열손가락이 쉽게 꽉 차는데, 모두 다른 생각, 다른 가족 배경, 다른 목표를 가지고 있다. 비슷한 나이로 동일 시대를 살아갈 뿐, 전혀 다른 정신 세계를 가지고 살고 있는 것이다.
애초에 미야베 미유키가 쓰고 싶었던 것은 살인 사건 자체, 사건의 범인 찾기 같은 것이 아니었을거라는 생각이 든다. 살인 사건으로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 만큼 초기에 독자의 관심을 빨리 붙들어 매어놓는 것이 없을 것이라고 볼 때, 그저 그런 목적으로 도입된 것일 뿐. 그녀가 얘기하고 싶었던 것은 이 사회의 여러 군상의 모습이 아닐까. 서로 다른 생각을 담고 살기에, 사람은 많아도 고독할 수 밖에 없는 현대인들의 거울을 마련하여 보여주고 싶었던 것 아닐까.
그녀의 책을 좀더 읽어보아야 할 것 같다. 연구대상으로 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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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운이
윤동재 지음 / 창비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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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서울아이들>이라는 시집을 먼저 읽었다. 오랫동안 보관함에 담겨 있다가 이번에 읽게 된 시집 <재운이>도 비슷한 색깔의 시들로 꾸며져 있다. 어린이들이 주인공이 된다고 해서 꼭 동시라고 이름붙일 일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또하나의 시집이다. 농촌에 사는 어린이들의 가족, 친구, 학교, 가난 이야기. 하지만 요즘 가난은 농촌에만 있지 않다. 같은 서울에 살면서도 빈부의 격차는 얼마나 큰가. 위의 <서울아이들>이라는 시집에는 그런 내용을 담은 시들이 여러 편 있다.  서울 아이들이라고 해서 특별히 더 누리고 산다는 생각, 농촌 아이들이라고 해서 더 못 누린다고 생각하기가 모호해져가고 있는 시대이다.
학교 운동회 총연습날, 옷이 한벌 뿐인 재운이, 운동복도 운동화도 없이 계주 선수로 뛰다가 교장선생님께 불려나가 뺨을 맞는다. 복장때문에 학교 망신 시킨다는 이유로. 그런 재운이를 담임 선생님은 데리고 가 깨끗이 씻기고 운동화, 운동복도 사주시지만, 운동회날 결국 결석을 하고 마는 재운이. '재운이'라는 제목의 시 내용이다. 재운이 가슴에는 이미 커다란 멍이 되었을까? 그렇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들게 하는 시들도 함께 실려 있다. '새롬이', '꽃이 먼저 핀 까닭은?' 같은 시를 읽어 보면 말이다.
학교 파한 후에도 학원을 돌아다니며 시간을 보내는 도시 아이들이 꿈에서도 부지런히 돌아다니며 지쳐하듯이 ('5학년 송이'), 여섯 살난 꼬마는 강아지와 함께 학교 간 오빠 돌아올 때까지 혼자서 집을 보며 기다림에 지친다 ('봄 하루').

아이들아, 그래도 부디 멍들지 말고 커가라고 부탁한다면 그게 더 무리이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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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만난 나무늘보 민음의 시 143
김민 지음 / 민음사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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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보이지 않는 눈에 우리 또한 아름다울 수 있을까
김 민 시인의 시 '자벌레' 전문이다.

이보시게, 자네는 정말이지 멋지게 뒤틀렸군 그래
이것은 '하회삼신당느티나무'라는 시 전문.

대부분의 시가 한줄을 넘지 않는다.
실려져 있는 대부분의 시가 주는 느낌은,
한줄로도 충분히 마음이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었다.
시인의 마음을 그대로 느낄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그의 마음 한자락이 손에 잡힐 듯 말 듯.

아련한 슬픔이고, 포기이고, 관조이다. 그는 아마도 그렇게 인생을 보는가보다.

나나 쟤나 날갯짓만 요란하다니까 ('하루살이' 전문)
따악 따악 딱 따다다다 도마를 부엌의 목탁이라 부른다면 ('저녁연기' 전문)

어떤 시에서는 나도 함께 말이 없어진다.

(김민 시인은 고 김수영 시인의 조카이고, 뇌성마비 장애인이라는 것을 시집 말미의 평론에서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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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즈행복 2007-11-06 0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절묘하군요!

hnine 2007-11-06 05:08   좋아요 0 | URL
그렇지요? 대체로 쓸쓸함이 깔려 있는 시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선물
스펜서 존슨 지음, 형선호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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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도 그만 안 읽어도 그만인 류의 책이라고 해도 틀리진 않으나, 우리가 알아야 할 중요한 사실들은 복잡한 말로 쓰여지지 않는 법이다. 유치원에서 이미 다 배웠다고 하지 않는가. 글 속에서 소년이 가끔 노인을 찾아가서 얘기를 듣듯이, 우리도 가끔 다 아는 얘기라 할지라도 옆에서 누가 조근 조근 일깨워 주기를 원할 때가 있다. 그럴 때 읽으면 좋을 책이다.
현재 (present)가 선물 (present) 이다. 우리에게 선물은 바로 지금 이 순간, 현재라는 것. 얼마나 많은 책들이 같은 얘기를 하고 있는가.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을 주시하고 집중하는 것. 아직 일어나지 않은 미래를 미리 걱정하지 말 것. 과거를 탓하느라 늘 스스로를 불행에 빠지게 하지 말 것. 하지만 현재는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 과거로부터 와서 미래로 연결되므로, 말처럼 현재만 생각하라는 말은 넌센스일수도. '노인'께서 하시는 말씀; 과거의 나쁜 점만 기억하지 말고 나에게 도움이 된 점들을 기억하고 감사하게 받아들이면 현재가 행복해진다. 미래를 막연히 걱정만 하거나 현재를 희생하면서 미래만을 보며 살지 말고, 미래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을 위해 오늘 할 수 있는 일들을 한가지씩 해나가면 우리는 오지 않은 미래가 아닌 현재를 즐길 수 있게 된다. 길지 않은 이 책의 요점이라고 할수 있다.
한가지 더 있다면, '소명'의식에 대한 것인데, 우리가 하고 있는 일에 스스로 부여한 소명 의식이 더해질 때, 우리의 삶은 어려움 속에서도 더욱 견디기 쉬워진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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씩씩하니 2007-10-29 1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끔씩 다 알구 있는 걸 되짚어 주는 책을 읽어줘야 될 때가 있어요...
삶 자체가 건망증으로 가득해서..잊고 지내는 일들이 너무 많아서요..
님 주말 잘 보내셨어요??? 바람이 차요...

hnine 2007-10-29 13:06   좋아요 0 | URL
예, 어제보다 좀 더 쌀쌀해진 것 같네요.
저는 이제 일보러 나갑니다.
위의 책은 아침에 운동으로 걸으면서 읽었답니다 ^^
 
지금도 쓸쓸하냐 - 2004년 1월 이 달의 책 선정 (간행물윤리위원회) 운문산답 1
이아무개 (이현주) 지음 / 샨티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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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쓸함'은 인간 모두의 공통의 제목이 될수 있나 보다, 적어도 최소한 가끔씩이라도.
외로움, 쓸쓸함을 잊기 위해 우리가 하는 많은 생각들, 그리고 행동들.
본명이 이현주 라지만 책에는 '이아무개'라고 소개하고 있는 저자는, 쓸쓸함도 너에게 온 손님이지 지극 정성으로 대접하라고 말한다. 잘 대접한다는 것은, 그것을 떨쳐 버리거나 또는 반대로 움켜잡으려고 하지 말고, 때가 되면 떠나려니 하고 지켜보라는 것이다. '지켜보라는 것'.
관(觀).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 한가지에 마음을 집중하고 주시하라는 것이다. 내가 읽은 책에서만 해도 얼마나 여러 사람이 그것에 대해 말했던가. 이 책도 예외가 아니구나.

'생각하지 말아라. 사람 생각으로 가서 닿을 수 있는 경계가 아니다.'
생각이 뭐 그리 중요하랴. 사람이 하는 생각이 다 거기서 거기가 아니던가. 생각으로 우리가 얻는 답이 있던가.
'에고를 없애거나 부수려고 하지 말아라. 그러면 그럴수록 오히려 단단해지는 게 에고의 성질이다. 무시하지도 말아라. 무시당할 수록 에고는 그만큼 더 거칠어진다. 무시보다 더한 공격이 없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자비의눈으로, 불쌍히 여기는 마음으로 지켜보거라.그것이 에고를 변화시킬 것이다.'

읽으면서 공감하는 이 말들이, 실제로 나의 일상에 얼마나 적용시킬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감은 잡힌 것 같다. 나의 성격의 문제점을 볼 것이 아니라, 또는 어떻게 고쳐나가려고 애 쓸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은 그 자체로 유일무이한 소중하고 완벽한 존재. 그대로 받아들이고, 모든 감정을 충분히 맛보라. 다른 사람들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은 그 사람들의 것. 상처 입고 마음 쓸 것이 아니다. 오는 대로 맞고, 가는 것을 지켜보라. 꾸미고 포장하려 하지 말라.

지금도 쓸쓸하냐? - 그렇다. 그 쓸쓸함을 지켜 보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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