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만화] 서평단 알림
인생만화 - 그림쟁이 박재동이 사랑한, 세상의 모든 것들
박재동 글.그림 / 열림원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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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란 무엇일까. 무엇이든지 담아낼수 있는 그림이라고 생각해도 될까.
한겨레 그림판으로 유명해진 박재동 화백은 반쪽이 최정현과 함께, 이제는 만화를 그닥 많이 보는 편이 아닌 내가 좋아하는 만화가이다. 마르고 큰 키, 다소 날카롭고 강단있어 보이는 눈매, 인상과 어울리는 칼칼한 음성, 하지만 그의 글이나 그림을 막상 접하면 생각보다 훨씬 더 털털하고 따뜻한 인간미가 전해져 오는 사람이다. 한 쪽에는 그의 스케치, 옆에는 두어 쪽에 걸쳐 그 스케치와 관련된 글을 담아 모두 91꼭지로 아담하게 엮어진 책이고, 별다른 주제가 있다기 보다는 그의 일상에서 느끼는 깨달음, 일기장 같은 책이기에 부담없이, 하루만에 다 읽어버렸다.

저녁을 먹고 양재천을 걷다가, 꼬옥 껴안고 데이트하는 한 청춘남녀를 보고서 그 모습을 스케치하고 달빛 데이트라는 제목으로 글을 썼다.

   
  이보다 덧없는 순간도 없고
이보다 영원한 순간도 없으니
또다시 삶을 살게 하는 미끼이면서
삶에다 부어주는 선물이기도 하네
...
감히 주제넘게 한마디 한다면
인생길 어려움을 이겨가면서
부디 행복하시라
 
   

덧없기도 하고 영원하기도 한 순간이라는 말의 뜻을 그 커플은 이해할까? 나는 이해가 되는데.

그는 또한 내가 존경해마지 않는, 바로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하고 사는 사람이다. '행복한 천형'이라고까지 표현한 그의 그림 그리기.

   
  오늘은 그냥 가자
정말 그냥 가자
독한맘 먹고 그냥 가자
시멘트에 핀 들풀도
궁그는 낙엽도
종종 걷는 사람들도
그리지 말고 그냥 가자
없는 시간
걸음을 재촉하자
그런데 저기 하늘
아!
하나 남은 빨간 감
도리없이 걸음을 멈춘다
집밖은 나서지 말아야 해
아예 눈뜨지 말아야 해
아아.
행복한
천형이여!
 
   

고등학교1학년 아들의 방에서 빈 컵라면 갑에 담배꽁초로를 쌓아올려 꽁초탑을 만들어 놓은 것을 보고 '아들의 바벨탑'이라 이름붙이고, 가만히 보니 참신하고 독특하다고 생각하며 "너는 감각이 있어!"라고 혼잣말을 했다는 그는 멋진 사람이다. 아들이 열여섯 살이 되면 친구로 대하라는 말을 그는 실천하고 있는가.

사는 것이 팍팍하다고 느껴질 때 한번 후루룩 들쳐 읽어보시라.  훈훈한 글과 그림들로 마음을 덥혀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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씩씩하니 2008-02-29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삶에 대한 이해나 깊이는 세월의 무게가 어느 정도 보태어져야 가능하지 않을까요.
책을 읽으면서도..느낌이 읽을 때마다 달라지는 것이 책이..단지 글씨가 아니라,내용에 대한 받아들임이 있어야 비로서 읽는 것이기 때문이겠죠...
읽구싶어져요...

hnine 2008-02-29 14:47   좋아요 0 | URL
서평단에 뽑혀서 받은 책인데, 어제 받아서 그 날로 다 읽었어요.
가방 속에 쏙 들어가는 아담한 책이더군요.
세월이 주는 무게, 감사하며 받아들여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