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로 옮기자면 <베네딕트 비밀 단체> 쯤 될까? 부모를 모르거나 부모에게 버림받은 아이들을 대상으로 일종의 영재성 테스트를 거쳐 선발된 네명의 아이들. 베네딕트 (Mr.Benedict)는 신문에 공고를 내고 이들을 선발한 사람의 이름이고 이렇게 뽑힌 아이들은 스스로 '베네딕트 비밀 단체' 라고 이름 짓는다. 이들을 선발한 이유는 무엇이고 맡겨진 임무는 무엇인가? 초반부에서부터 이들을 선발하는 문제들의 황당함, 그리고 이들이 그 문제를 풀어나가는 기발한 방식등이 읽는 사람의 흥미를 단숨에 끌어당기는 이 소설은, 청소년 대상으로 쓰여졌다고는 하나, 활자도 제법 빽빽하고 거의 500 페이지 가까이 되는 분량 때문에 계속 페이지를 넘기게 하는 재미가 없었다면 아마 끝까지 읽어나가기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럴 염려가 전혀 없었던 소설. 어린 아이들의 목소리를 통해서 이 세상에 나쁜 메시지를 전파시키려는 Mr. Curtain의 음모를 저지시켜야 한다는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베네딕트 비밀 단체의 아이들은 Mr. Curtain이 운영하고 있는 특수 영재 학교에 이를테면 위장 입학을 한다. 베네딕트 씨와 불빛으로 모르스 부호를 이용 하여 연락을 취하면서 일의 진행 과정을 보고 하고 또 조언을 받는 과정들, 난관에 부딪힐 때마다 보통 사람들은 생각지도 못할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이 정말 흥미 진진하게 펼쳐 진다.
책의 중반 정도 까지는 이렇게 스토리를 쫓아가며 읽는 재미가 거의 전부였다가 점차 더 읽어나갈수록 드러나는, 내용 하나 하나에 담겨 있는 은유와 상징에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선 이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능력과 개성이다. 이들 중 리더격인 냉철한 분석가 '레이니', 한번 보거나 들은 것은 머리 속에 다 기억하는 능력을 가진 말라깽이 소년'스티키', 늘 다양한 도구들이 담긴 양동이를 허리에 차고 다니며 시기 적절하게 이것들을 이용하여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모험심이 강하고 유쾌한 소녀 '케이트', 그리고 이 소설의 후반부에 이르러서야 도대체 어떻게 이 아이가 선발되었는지 드러날 정도로 특별한 재능이 없어보이는, 초미니 사이즈 체구에, 늘 불평을 늘어놓고 신경질적인 꼬마 '콘스탄체'. 이들이 각자 가지고 있는 능력은, 어떤 것이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하다고 할 수 없이 궁극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모두 없어서는 안 될 기여를 하게 되는데 이 네 아이들을 통해 각각 분석력, 기억력, 모험심, 고집스런 독립심 등의 필요성을 의미했다고 보여진다.
Mr.Curtain이 그의 메시지를 세상 사람들에게 전파시키기 위해 TV 같은 방송매체를 사용한다는 것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매스컴에 의해 나도 모르게 정신적 획일화, 사고의 확일화를 전수받고 있는 것에 대한 비유로 볼 수 있지 않을까? Mr.Curtain이 이런 목적으로 고안한 장치인 'Whisperer' 의 조정을 받고 나면 일시적으로 '공포'와 '걱정'이 사라지고 마음의 안락함에 취하게 되어 그 기분에 다 연연하게 되고 점차 공포와 걱정을 야기시키는 모든 기억을 상실하고 말게 된다. 즉 'Brainsweeping' ('뇌 청소'라고 해석해야하나?)이 일어나는 것. 이런 장치를 통해 궁극적으로 전 세계 사람들로부터 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공포감, 공포를 야기시키는 '생각 (thoughts)'를 제거시킴으로써 더 행복한 세상을 만들자는 것이 Mr. Curtain의 명분인데 그 이면에는 온 세상 사람들을 자기 뜻대로 '조정 (control)'하려는 목적이 있는 것이다.
Thoughts carry a great deal of freight. (생각에는 무거운 짐이 상당량 내포되어 있다.)p.100
우리가 깊게 생각하기를 포기하는 이유 중에는 실제로 이러한 부담감을 회피하고 싶은 마음이 작용하는지도 모르겠다.
이쯤 파악이 되자 이 책을 보는 눈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스토리에 담긴 의미와 상징을 찾아가는 재미가 더해졌다고나 할까. 끝까지 내가 놓치고 만 것들도 많을테지만 말이다.
서로 상반된 성향과 가치관을 가진 Mr. Benedict와 Mr. Curtain의 소설 속에서의 관계는, LIVE와 EVIL (알파벳의 순서만 바뀐)과의 관계와 같은 맥으로 짚어지며, Mr. Curtain이 메시지를 전달시키기 위해 성인이 아닌 어린이들을 이용해야 했던 것의 의미, 자신의 능력과 상관 없이, 다른 사람들이 자기를 찾아 주지 않음에서 '스티키'가 느껴야 했던 외로움과 자기의 존재 가치에 대한 부정이 나타내는 의미, 공포를 감수하고 스스로 사고하여 얻은 진실과 자신도 모르게 외부에서 주어진 메시지를 일방적으로 진리라 받아들이고 사는 것의 차이 등, 이 책은 청소년 소설로만 보기에는 참으로 많은 은유와 상징을 담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빛을 발하는 신경질 꼬마 '콘스탄체'의 그 특별한 능력은, 다른 사람들의 판단과 평가에 연연하는, 요즘의 우리가 점점 잃어가고 있는 그 무엇이 아니던가.
청소년들 사이에 한창 유행하는 환타지 소설이 가지고 있는 황당함이 없이도 지루할 새 없게 하는 작가의 톡톡 튀는 발상이 유쾌하며, 읽는 사람에 따라 얼마든지 깊이를 가지고 의미를 해석해볼 수도 있는 책이었다고 하겠다.
책의 마지막 페이지에는 다 읽고 난 독자를 위한 '퀴즈'도 출제되어 있으니 풀어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