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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금파리 한 조각 1
린다 수 박 지음, 이상희 옮김, 김세현 그림 / 서울문화사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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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뉴베리 (John Newbury)는 18세기 영국의 서적상, 혹은 출판업자라고 알려져 있는데 1922년 미국에서 그의 이름을 딴 아동문학상이 제정되어 현재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아동문학상 이름이 됨으로써 뉴베리란 인물보다 상 이름이 더 유명해지게 되었다. 수상자에게 메달이 수여되는 이유로 뉴베리 메달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이 상은, 상이 수여된 작품의 책 표지에도 노란 색 뉴베리 메달이 새겨짐으로 해서 그 작품을 더 돋보이게 한다.
뉴베리 상은 미국시민이나 미국에서 거주하는 사람의 작품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한국인 최초로 뉴베리 메달 수여의 영예를 안은 이 책 <사금파리 한조각> 역시 영어로 쓰여져 영어로 출간되었고, 이후에 한국어로 '번역 출간'되어 국내에서도 많이 읽혀진 작품이다.
 한국인 부모를 두기는 했지만 한국에서 자라다가 미국으로 이민간 것도 아니고 미국에서 태어나줄곧 미국에서 자란 저자 린다 수 박은 결혼하여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비로소 자기 아이들에게 한국에 대해 알려주고 싶지만 알려 줄 능력이 없다는 것을 알고 그때부터 한국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공부를 시작했다고 한다. 그리고 곧 한국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는데 그 작업이 자신에게 얼마나 엄청난 경험이었는지 모른다고 작가의 말에서 하고 있는데 이 책을 읽어가다보면 저자의 그 말의 의미를 금방 이해하게 된다. 마치 도자기를 만들고 굽는 경험을 많이 해본 사람이 쓴 것 같은 자세한 설명과 묘사, 특히 그 중에서도 아직까지도 고려시대의 그 기술이 완전히 재현되지 않고 있다는 상감청자를 만드는 과정이 단지 이 소설의 한 에피소드로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그 줄기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흙으로 그릇을 빚고 그 위에 단순히 그리고싶은 문양을 그리거나 새기는 것이 아니라, 그릇 위에 오목한 무늬를 파서 틈을 만들고 그 사이에 그릇을 빚을 때 사용한 것과는 다른 종류의 흙, 즉 백토나 자토를 집어 넣고 굽게 되면 백토나 자토가 들어간 부분은 다른 색으로 변하게 되어 무늬를 나타내게 된다. 이런 상감 기법을 오묘한 녹색의 청자에 도입하여 그 어느 나라도 따라 올 수 없는 고려의 상감 청자가 탄생되는 것이다. 학교 다닐 때 국사 시간에도 배웠고, 대학 때 미술사 시간에도 배웠었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만큼 실감나게 이해하지 못했었다. 아마 스토리를 따라가는 재미 뿐 아니라 책 뒤에 사진과 함께 실려있는 도자기 제작 과정에 대한 자세한 설명 덕분이었을 것이다.
부모의 얼굴도 모른채, 동네의 거렁뱅이나 다름없는 두루미 아저씨와 함께 다리 밑에서 살고 있는 목이라는 어린 아이가 마을 도예꾼들이 작업하는 것을 기웃거리며 도자기에 관심을 갖게 되고, 가진 것이라고는 아무 것도 없지만 언젠가는 자기 손으로 그 도자기를 만들고 싶다는 오로지 그 일념아래 배가 고픈 것도, 하루 종일 나무를 해오고 흙을 실어오는 고단함도, 쉽게 기술을 가르쳐 주지 않으려는 민영감의 냉대 속에서도 인내로 버텨 나가는 과정은 어찌 보면 예술의 길, 또는 꿈을 이루어 가는 여정이라고도 보여진다. 스승이라고 할 수 있는 민영감의 귀중한 도자기를 지고 송도(지금의 개성)로 가는 도중 도적을 만나  도자기는 산산 조각이 나버리지만 거기서 주저앉지 않고 그 중의 한 조각 (제목의 사금파리 한 조각)을 주워 들고 가던 길을 계속 가서 왕실 감도관의 허락을 받아내는 목이. 그것이 바로 꿈을 가진 자의 용기이고 자신감 아닐까. 부서진 것은 도자기이지 '꿈'이 아니었던 것이다. 전체로서 온전하지 않은 작은 조각이지만 그 숭고한 기법과 가치는 충분히 살아있다고 믿는 자신감은, 목표는 높이 세워 놓고 기대만 클뿐 그만한 노력은 기울이지 않으면서 쉽게 좌절하고 꿈을 포기하네 마네하는 우리에게 조용히 무엇인가를 말해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란 무엇이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한 용기가 무엇이며 인내가 무엇인지를 잘 보여주는 이책은 청소년들이 읽어도 큰 감동을 안겨줄 것이라 생각된다. 

  

(아버님 산소가는 차 안에서 읽었다. 오는 길에는 자면서 오고.
집으로 돌아오니 제기며 음식이며 정리해야 할 것들이 쌓여있긴 하지만 '숙제 다 했다!'는 홀가분함이 훨씬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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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0-02-15 0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뉴베리 수상작을 열심히 챙겨보는데 이상하게 이 책은 도서관에서 골랐다가 자꾸 다른 책에 밀려났어요. 님 덕분에 다시 챙겨봐야겠어요.^^

hnine 2010-02-15 11:08   좋아요 0 | URL
매우 한국적인 내용에, 한국적인 삽화에...저자가 한참 공부해서 썼을 것으로 짐작되는, 들인 공이 느껴지는 그런 책 있잖아요? 이 책도 그런 책이었어요.
1권 표지의 바탕은 상감청자의 구름학 무늬가, 2권 표지에는 연화문이 바탕에 깔려 있지요. 김 세현이라는 분이 삽화를 그리셨는데 김 동성 화백의 그림이 곱고 정밀한 것에 비해 이분이 그린 주인공 소년 목이의 모습에는 어딘가 결연한 의지와 힘이 느껴지더군요.
한번 읽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비로그인 2010-02-15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조카 책 몇권 사서 보내야하는데, 요고 추가해서 보내야겠네요~ ^^
하하~ 어려운 숙제 마치셨다니..귀여우십니다. ㅋ

hnine 2010-02-15 22:30   좋아요 0 | URL
지난 번에 페이퍼에 쓰셨던 그 조카요? 보시다시피 1,2권으로 되어 있는데 한권이 140쪽 쯤 되어요.
아마 우리 나라 대부분의 맏며느리들, 아니 모든 며느리들의 공통적인 느낌이 아닐까 싶네요, 숙제 마쳤다는 느낌이요. 어른들이 들으시면 야단맞을까요? ^^

세실 2010-02-15 1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재미있게 읽었던 책입니다. 깊이가 있어요.
저도 숙제 다 했다는 홀가분함으로 휴일의 여유를 만끽하고 있습니다.
이번 설에는 저 정말 고생 많이 했답니다. 헤헤~~
음식 옆지기랑 둘이서 준비했거든요.

hnine 2010-02-15 22:40   좋아요 0 | URL

세실님도 이 책 읽으셨군요. 신문에서 뉴베리 수상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마음에 담아 놓고 있다가 이제서야 읽었네요.
이번 설 정말 고생 많으셨죠? 누구와 함께 하는 것과, 주도적으로 혼자서 알아서 하는 것과는 정말 많은 차이가 있잖아요. 저도 처음에는 얼마나 막막하던지...수고 많으셨어요. 아마 누구보다도 옆지기님께서 세실님께 많이 고마와하실 것 같네요.

꿈꾸는섬 2010-02-15 1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인님 설 잘 보내셨지요? ㅎㅎ
저도 오늘 집으로 돌아오며 크게 호흡을 좀 했어요. 숙제 다한 듯 설을 마쳤잖아요.ㅎㅎ

hnine 2010-02-15 22:38   좋아요 0 | URL
저는 저희 집에서 음식 준비해서 차례를 지내기 때문에 차례 후 산소에는 가지만 따로 시댁에 따로 갈 필요가 없어서 그나마 편하게 설을 보낸다 생각이 들어요. 또 이번엔 산소 가는 동안 교툥 체증이 별로 없어서 저는 고생을 덜 했네요. 아직 어린 아이들 둘 데리고 먼길 다녀오시느라 얼마나 힘드셨어요. 시댁에 가셔서는 또 어떠셨었는지...
이제 마음도 몸도 충분히 푹 쉬셨으면 좋겠네요.

하늘바람 2010-02-17 0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설 잘 보내셨어요? 위 댓글 보니 잘 지내신 것같긴 한데 음식하시느라 힘드셨겠어요. 저는 마산 김해 부산까지 찍고 왔답니다

hnine 2010-02-17 18:16   좋아요 0 | URL
안그래도 프레이야님 서재에서 알았어요. 부산에도 가셨다고요.
여행이었는지요? 바다 사진 좀 보여주세요~~ ^^
 
<남자는 초콜릿이다>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남자는 초콜릿이다 - 정박미경의 B급 연애 탈출기
정박미경 지음, 문홍진 그림 / 레드박스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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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급 연애 탈출기'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이 책은 30대 미혼 여성을 주대상으로 역시 30대 중반 미혼인 저자가 그간의 경험과 다른 사람의 인터뷰 자료를 토대로 엮은 연애지침서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이미 30대 중반을 훨씬 넘어선 기혼자이지만 30대를 훌쩍 넘어서 결혼을 한터라 그때까지의 기억이 많이 남아 있어서 그나마 이 책을 읽기 시작할때의 거리감을 좁힐 수 있었다.
책의 내용, 공감이 가는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는 것은, 어느 책에서나 마찬가지 이겠지만 이 책의 경우엔 '글쎄~'하며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내용이 비교적 많았음을 얘기할 수 밖에 없다. 결혼 적령기라는 것이 이미 무너지기 시작했고 많은 여성들의 결혼에 대한 생각이 바뀌어 가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많은 여성들이 결혼과 동시에 자기가 하던 일을 그만 두고 주부로서의 생활로 전환할 것을 계획하던 시대가 아니고, 남편의 지위와 조건에 묻어가려는 의존적 태도로 결혼을 보던 시대는 아니라고 본다. 그럼에도 이런 종류의 책들이 대부분 미혼 '여성'을 대상으로 쓰여지고 있는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결혼은 여전히 여성에게 불리한 제도로 작용하기 때문 아닐까. 그래서 우리는 연애 하면서 계속 계산한다. 이 사람과 결혼하는 것이 앞으로의 나의 인생에 보탬이 될지, 장애가 될지, 얼마나 도움이 될지를 따져 본다. 이런 이성적인 계산과 감정적인 절실함을 저울의 양쪽에 올려 놓고 균형을 이루는 지점에서 타협하고 판단을 내린다. 이렇게 책 한권의 경험을 안고 결혼을 하고 나면, 그때 부터의 이야기는 어디 책 한권 정도이랴. 열 권도 모자랄, 치고 받고, 밀고 당기는 이야기들이 생겨 나서 '지는게 이기는 것이다'라는, 언뜻 들으면 말도 안되는 말이 내 입에서 나올 경지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어떤 경로를 거쳤든 일단 결혼을 하기로 결정을 내린다면 그 동안 연애하면서 가졌을 기대를 버리고 오히려 마음을 비우는 것으로 시작해야할 것이 결혼이라고 말하고 싶다. 다시 시작, 리셋 (reset)이랄까? 연애하면서 보여진 그 남자의 모습을 바탕으로 하여 혼자서 어떤 남편상을 그려놓고 그것을 기대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 책에 나오는 일곱 가지의 각기 다른 사례들을 읽으면서 몇가지 동의하기 어려웠던 것들 중의 하나는, '지금 나의 감정과 기분에 충실하다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는 말이 '나만 좋으면 된다'는 것과 거의 같은 뜻으로 쓰여진 것 같다는 것인데, 이건 저자가 말하는'쿨'한것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사회적인 통념이나 관습을 벗어나려는 것은 좋으나 거기에서 더 나아가 다른 사람에게 치명적인 상처가 되거나, 크게는 파괴를 초래할 수 있는 '내 감정에 충실하기'가 얼마나 오래 가겠는가.
여러 남자와 연인 사이를 동시에 유지하고 있는 한 미혼 여성의 사례에서, '한 남자로 모든 게 충족되지 않는다면 그 욕구의 일정 부분을 다른 남자들로부터 나눠서 얻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135쪽)'라는 말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동의를 할지도 궁금해진다.
이 책의 한 꼭지 제목이기도 한 '착한 여자는 천국에 가지만 못된 여자는 아무데나 간다'라는 말은, 마음만 먹으면 웬만한 남자들은 다 넘어오게 할 수 있다는, 네 남자와 동시에 사귀고 있는 여성의 사례 내용이다. 이 제목은 예전에 읽은 다른 책에서 이미 눈에 익은 문장이었다.  

독일의 여성운동가 우테 에어하르트의 <나쁜 여자가 성공한다>라는 이 책에서이다. '착한 여자는 하늘나라로 가지만 나쁜 여자는 어디로든 간다.' 라는 문구가 나오는데, 여기서 나쁜 여자란 '착한 여자 신드롬'에서 깨어나 독립적인 존재로 생각하고 자신의 인생을 당당하게 헤쳐 나가는 여자를 의미하는, 여성들로 하여금 그렇게 살 것을 주장하는, 내가 꽤 인상깊게 읽었던 책이다.
이 책에서의 관점이 남자에 의존하지 않는, 평등하고 독립적인 존재로서의 여성으로서의 삶이었다면, <남자는 초콜릿이다>에서는 부제에서처럼 B급 연애에서 탈출하기 위한, 좀 더 실속있고 현명한 연애를 하기 위한 것에 촛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이 대조가 된다.
나는 왜 우테 에어하르트의 책은 그토록 공감하여 '결혼을 앞두고 있는 후배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라는 제목으로 만든 리스트까지 만들어 그 중 한 권으로 뽑았을 정도였으면서, '남자는 초콜릿이다'라는 이 책에는 아주 최소한의 공감 밖에 할 수 없었던 것인지 알 것 같다. 

현명한 연애를 하기 위해 고민하지 말고, 현명한 인생을 살기 위해 고민하라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
어찌 보면 둘 다 고민 거리가 아닌지도 모르겠다. 고민하기보다는 직접 몸으로 부딛혀 배우는 것이 많다는 점에 있어서는 공통점이라고 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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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2-13 14: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엔 남자들도 철저히 계산하는 추세인듯 해요. 나인님. 근데 그게 남자/ 여자 그 어느 개인들에게로만 책임을 묻기에는 한계가 많은 것 같더라구요. 여자의 스펙이나 재산을 보는 남자들이 많아지는 건 그만큼 세상 살기가 어려워지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듯이, 즉 같이 벌어줄 수 있는 능력 좋은 여자가 연애와는 다르게 결혼에 있어 필수 조건 중 하나가 되어지듯, 서로 실속을 따지겠다는 계산은 어쩌면 개인과 사회적 모순 양 쪽을 다보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어머니 세대들의 분투 보다는<그저 집안교육이 엉망이거나 나쁜여자로 혹은 지혜롭지 못한 여자로 찍히기가 쉬웠죠ㅠㅠ 우리도 지혜로운 남자를 원하는데 말이지요..ㅠㅠ > 사회 경제적 시스템의 변화가 성적 평등을 더 빨리 앞당기는데 견인차 역할을 했듯, 새로운 환경들이 어떤 가족의 그림을 가져올지는 계속 지켜봐야겠지만 남자건 여자건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희생만으로 딛고 일어서는 모습의 가족형태는 없어져야겠지요..

hnine 2010-02-15 22:51   좋아요 0 | URL
맞아요 현대인들님, 남자들도 철저히 계산하는데 남자들의 계산은 여자들의 계산과 그 배경에 차이가 있다는 생각이어요. 이미 그동안 눈으로 보고 들어 뻔히 알고 있는 결혼으로 인한 손해, 양보, 방향의 급전환 등을 조금이라도 줄여보려는 안간힘이 여자의 경우라면, 남자들의 계산에는 더 빨리, 더 쉽게 기득권 층으로 들어가고 싶은 심리가 아닐까 하거든요. 같이 벌어줄 수 있는 능력 좋은 여자, 좋지요. 하지만 그 댓가를 어디서든 치르게 된다는 것은 남자도, 여자도 알아야 할 것 같아요. 달라진 결혼의 풍속은 가족 관계의 변화와 직결되기 때문에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닌 것 같고요.

솔직히 친한 후배들이 결혼에 대해 고민을 얘기할 때마다 저는 누구와 결혼을 하든 결혼으로 인해 여자가 겪는 것은 어차피 거기가 거기니 그렇게 이것 저것 재지 말고 그냥 이 사람 아니면 안되겠다 하는 남자가 나타나면 결혼을 하든가, 그 정도로 좋아하는 남자가 아니라면 하지 말고 혼자 사는 것은 어떻냐고 얘기하는, 극단적인 답변을 해주던 선배였어요. 그런데 우리 나라는 혼자 살거나 늦게 결혼하는 여자들에 대한 주위의 시선이 지나칠 정도이기 때문에 그것들로부터 자유로와지기가 제 경우에는 더 힘들더군요.

비로그인 2010-02-13 13:51   좋아요 0 | URL
"같이 벌어줄 수 있는 능력 좋은 여자, 좋지요. 하지만 그 댓가를 어디서든 치르게 된다는 것은 남자도, 여자도 알아야 할 것 같아요. 달라진 결혼의 풍속은 가족 관계의 변화와 직결되기 때문에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닌 것 같아요"

이 말씀에 정말 백만 스물 두번 동의해요. 나인님. 여자가 경제적인 역할을 나누어 갖게 되면 그만큼의 역할 변화가 따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서 갈등을 겪고 힘들어 하는 분들 너무 많이 뵈었거든요. ㅠㅠ

2010-02-13 14: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0-02-13 15:40   좋아요 0 | URL
저와 같으시군요 ^^
혹시 위의 <나쁜 여자가 성공한다>는 읽어보셨는지요? 전 그 책은 꽤 설득력있게 읽었거든요.
서평단 덕분에 여러 가지 책 경험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
 
The Mysterious Benedict Society (Paperback) The Mysterious Benedict Society 1
트렌톤 리 스튜어트 지음, 카슨 엘리스 그림 / Little Brown & Company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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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로 옮기자면 <베네딕트 비밀 단체> 쯤 될까? 부모를 모르거나 부모에게 버림받은 아이들을 대상으로 일종의 영재성 테스트를 거쳐 선발된 네명의 아이들. 베네딕트 (Mr.Benedict)는 신문에 공고를 내고 이들을 선발한 사람의 이름이고 이렇게 뽑힌 아이들은 스스로 '베네딕트 비밀 단체' 라고 이름 짓는다. 이들을 선발한 이유는 무엇이고 맡겨진 임무는 무엇인가? 초반부에서부터 이들을 선발하는 문제들의 황당함, 그리고 이들이 그 문제를 풀어나가는 기발한 방식등이 읽는 사람의 흥미를 단숨에 끌어당기는 이 소설은, 청소년 대상으로 쓰여졌다고는 하나, 활자도 제법 빽빽하고 거의 500 페이지 가까이 되는 분량 때문에 계속 페이지를 넘기게 하는 재미가 없었다면 아마 끝까지 읽어나가기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럴 염려가 전혀 없었던 소설. 어린 아이들의 목소리를 통해서 이 세상에 나쁜 메시지를 전파시키려는 Mr. Curtain의 음모를 저지시켜야 한다는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베네딕트 비밀 단체의 아이들은 Mr. Curtain이 운영하고 있는 특수 영재 학교에 이를테면 위장 입학을 한다. 베네딕트 씨와 불빛으로 모르스 부호를 이용 하여 연락을 취하면서 일의 진행 과정을 보고 하고 또 조언을 받는 과정들, 난관에 부딪힐 때마다 보통 사람들은 생각지도 못할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이 정말 흥미 진진하게 펼쳐 진다.  
책의 중반 정도 까지는 이렇게 스토리를 쫓아가며 읽는 재미가 거의 전부였다가 점차 더 읽어나갈수록 드러나는, 내용 하나 하나에 담겨 있는 은유와 상징에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선 이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능력과 개성이다. 이들 중 리더격인 냉철한 분석가 '레이니', 한번 보거나 들은 것은 머리 속에 다 기억하는 능력을 가진 말라깽이 소년'스티키', 늘 다양한 도구들이 담긴 양동이를 허리에 차고 다니며 시기 적절하게 이것들을 이용하여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모험심이 강하고 유쾌한 소녀 '케이트', 그리고 이 소설의 후반부에 이르러서야 도대체 어떻게 이 아이가 선발되었는지 드러날 정도로 특별한 재능이 없어보이는, 초미니 사이즈 체구에, 늘 불평을 늘어놓고 신경질적인 꼬마 '콘스탄체'. 이들이 각자 가지고 있는 능력은, 어떤 것이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하다고 할 수 없이 궁극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모두 없어서는 안 될 기여를 하게 되는데 이 네 아이들을 통해 각각 분석력, 기억력, 모험심, 고집스런 독립심 등의 필요성을 의미했다고 보여진다.
Mr.Curtain이 그의 메시지를 세상 사람들에게 전파시키기 위해 TV 같은 방송매체를 사용한다는 것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매스컴에 의해 나도 모르게 정신적 획일화, 사고의 확일화를 전수받고 있는 것에 대한 비유로 볼 수 있지 않을까?  Mr.Curtain이 이런 목적으로 고안한 장치인 'Whisperer' 의 조정을 받고 나면 일시적으로 '공포'와 '걱정'이 사라지고 마음의 안락함에 취하게 되어 그 기분에 다 연연하게 되고 점차 공포와 걱정을 야기시키는 모든 기억을 상실하고 말게 된다. 즉 'Brainsweeping' ('뇌 청소'라고 해석해야하나?)이 일어나는 것. 이런 장치를 통해 궁극적으로 전 세계 사람들로부터 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공포감, 공포를 야기시키는 '생각 (thoughts)'를 제거시킴으로써 더 행복한 세상을 만들자는 것이 Mr. Curtain의 명분인데 그 이면에는 온 세상 사람들을 자기 뜻대로 '조정 (control)'하려는 목적이 있는 것이다.  

Thoughts carry a great deal of freight. (생각에는 무거운 짐이 상당량 내포되어 있다.)p.100

우리가 깊게 생각하기를 포기하는 이유 중에는 실제로 이러한 부담감을 회피하고 싶은 마음이 작용하는지도 모르겠다.
이쯤 파악이 되자 이 책을 보는 눈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스토리에 담긴 의미와 상징을 찾아가는 재미가 더해졌다고나 할까. 끝까지 내가 놓치고 만 것들도 많을테지만 말이다.
서로 상반된 성향과 가치관을 가진 Mr. Benedict와 Mr. Curtain의 소설 속에서의 관계는, LIVE와 EVIL (알파벳의 순서만 바뀐)과의 관계와 같은 맥으로 짚어지며, Mr. Curtain이 메시지를 전달시키기 위해 성인이 아닌 어린이들을 이용해야 했던 것의 의미, 자신의 능력과 상관 없이, 다른 사람들이 자기를 찾아 주지 않음에서 '스티키'가 느껴야 했던 외로움과 자기의 존재 가치에 대한 부정이 나타내는 의미, 공포를 감수하고 스스로 사고하여 얻은 진실과 자신도 모르게 외부에서 주어진 메시지를 일방적으로 진리라 받아들이고 사는 것의 차이 등, 이 책은 청소년 소설로만 보기에는 참으로 많은 은유와 상징을 담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빛을 발하는 신경질 꼬마 '콘스탄체'의 그 특별한 능력은, 다른 사람들의 판단과 평가에 연연하는, 요즘의 우리가 점점 잃어가고 있는 그 무엇이 아니던가.
청소년들 사이에 한창 유행하는 환타지 소설이 가지고 있는 황당함이 없이도 지루할 새 없게 하는 작가의 톡톡 튀는 발상이 유쾌하며, 읽는 사람에 따라 얼마든지 깊이를 가지고 의미를 해석해볼 수도 있는 책이었다고 하겠다.  

책의 마지막 페이지에는 다 읽고 난 독자를 위한 '퀴즈'도 출제되어 있으니 풀어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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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06 22: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2-06 23: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2-06 23: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0-02-08 14:13   좋아요 0 | URL
말씀하신대로 fright이라고 해도 앞뒤 내용으로 보아 별로 무리가 없을 듯 하지요? ^^
이 책이 벌써 3권 까지 나왔더군요.

비로그인 2010-02-08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저는 읽다 말았었는데, hnine님 말씀처럼 스토리 아닌 다른 재미가 있는걸 몰랐군요. 안그래도 무대뽀인 꼬마 콘스탄체의 이야기가 궁금하긴 했었는데 다시 들춰봐야겠네요.
애들 책 읽는 재미가 쏠쏠하지요? 저희 애는 퍼시 잭슨~이 개봉할 날을 목빠지게 기다리고 있어요..

hnine 2010-02-08 14:09   좋아요 0 | URL
예, 무대뽀 꼬마 콘스탄체가 후반부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전혀 예상치 못하던...
퍼시 잭슨, 다린이도 포스터까지 미리 가져다 보면서 기다리고 있어요. 저희 동네에서는 이번 주 목요일 개봉이더군요.

상미 2010-02-09 17: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예전에 경은이 사줬는데, 읽었나 모르겠다.

hnine 2010-02-09 22:48   좋아요 0 | URL
인터넷에서 겉 표지만 보고 재미있어보이니까 다린이가 자기가 읽겠다고 사놓고는 막상 배달되어 온 것을 보더니 몇 페이지 읽고는 계속 못 읽더군 ㅋㅋ
썼다시피 이게 글씨도 좀 작고 두껍거든. 그런데 막상 읽기 시작하면 계속 손을 놓지 못하게 하는 재미가 있으니 혹시 경은이 아직 안 읽었거든 읽어보라고 전해줘~

stella.K 2010-02-16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해요. 원서랑 그닥 친하지 않아서리 뭐라 말씀은 못 드리겠고...ㅜ

hnine 2010-02-16 17:19   좋아요 0 | URL
stella님도 축하드려요. 제가 못본 영화라서 저도 뭐라 말씀은 못드리겠고... ^^

순오기 2010-02-16 2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수리뷰 먹었네요~ 축하드려요!
흥미진진한 은유와 상징까지 있는 소설이라니 구미가 당기고, 코닉스 버그의 '퀴즈왕들의 비밀'도 떠오르네요.^^

hnine 2010-02-16 20:39   좋아요 0 | URL
예, 먹었습니다 ㅋㅋ
축하해주셔서 감사드려요 '퀴즈왕들의 비밀'이라...수첩에 메모 해 놓고~ ^^
 
<4월의 물고기>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4월의 물고기
권지예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1월
평점 :
품절


그녀의 작품을 한권도 읽지 않은 나도 그녀의 작품을 대라면 어렵지 않게 몇권 정도 댈 수 있을 정도로 그녀는 우리 나라에서 꽤 인기 있는 작가 중의 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그녀의 작품을 한권도 읽지 않은 데에는 단지 우연은 아닌 것 같고 웬지 나의 관심을 불러 일으키지 못했다고나 할까. 몇년 전이었던가, 그녀의 전작 '꽃게 무덤'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표절 시비 문제로 신문 지상에 한참 오르내리던 것도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 
에세이는 말할 것도 없고 소설을 읽을 때에도 작품 자체 뿐 아니라 작가를 알아가는 재미를 찾는 나는 어디 한번 그녀의 세계로 들어가보자는 기대로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기대는 몇 페이지 안 읽고서도 그냥 이런 연애 소설이었나 하는 실망감으로 바뀌기 시작했으니. 30대 미모의 요가 강사겸 작가인 여자 주인공 '서인'과, 사진 작가이며 대학 강사인 남자 '선우'가 서로 끌리게 되어, 관계가 급속도로 발전하는 과정이 거의 소설의 초반부를 이루고 있었는데, 사랑이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그리고 사랑의 감정 묘사등 특별히 새로울 것도 없는, 그저 그런 통속 소설 이상으로 봐주기가 어려웠다. 책 표지에서 소설가 하성란이 소설의 중반부에 도달하기까지는 그 어떤 섣부른 예측도 하지 말기 바란다고 평해놓은 것을 보고서 그래도 계속 읽어나갈 수 있었다.  그 말은 틀리지 않았다. 그저 그런 연애 소설로 시작되었던 스토리가 갑자기 무슨 스릴러물로 급변,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다소 궁금증을 유발하여 계속 페이지를 넘겨 가게 하는 효과는 있었으니까. 하지만 갑자기 달라진 소설의 분위기가 영 어색했다. 게다가 소설의 후반부에 가면 또 다중 인격 장애, 최면 요법을 통한 과거의 되살림, 천사와 악마 등, 심리 소설의 세계가 펼쳐 진다. 혹자는 다채로운 기법이 도입되었다고 긍정적인 평을 할 수도 있겠는데 개인적으로는 그 다채로운 기법이라는 것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있다기 보다는 시작과 끝의 경계가 확연하게 드러난다는 점에서 그다지 특별해보이진 않았고 오히려 소설의 깊이를 떨어뜨린 결과를 낳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우연처럼 보이는 사랑에도 운명이 복선처럼 깔려 있고, 만나고 헤어지는 것에는 우리가 모르는 필연성이 내재되어 있음을 주제로 한 연애 소설이라고 한마디로 말하겠는데 소설 중의 그 어느 인물들에도 완전한 공감이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도 아쉬웠다.
이 소설이 작가의 말만큼 그다지 애절하고 처절한 러브스토리로 와닿지 못한 데에는 무엇이 얼마만큼 빠져 있는 것일까.
그저 사는 일이 너무도 막막하고 쓸쓸해서 쓰기 시작한 소설이라는 작가의 말도 공허하게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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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스탕 2010-02-04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이 책 읽고 있어요. 그래서 제가 책을 다 읽은 다음에 리뷰를 읽으려고 내용은 안 읽고 있지요 ^^;

hnine 2010-02-04 11:55   좋아요 0 | URL
잘 하셨습니다. 무스탕님의 리뷰를 기다리겠습니다. 저도 다른 분의 감상이 궁금해요.

stella.K 2010-02-04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표지나 제목이나 나름 괜찮은 것 같아서 부러워하던 중이었는데 별로였군요.^^

hnine 2010-02-04 11:56   좋아요 0 | URL
제 개인적인 생각이니까 다른 분들은 어떠실지 모르겠어요. 서평단 도서이니 다른 분들 리뷰가 올라오기를 기다려봅니다.

순오기 2010-02-05 2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권지예는 2002년 이상문학상 받은 '뱀장어 스튜'하나 봤는데 내 취향이 아니라 다른 작품은 챙겨보지 않았어요. 나는 하성란이 더 끌려요. '푸른수염의 첫번째 아내'는 사회성 짙은 작품이라 내 취향에 맞았거든요.^^
예전에 이상 문학상 받은 작품을 꼭 챙겨보려고 노력했는데 최근에 그것도 잊고 사는 듯.ㅜㅜ

hnine 2010-02-05 21:15   좋아요 0 | URL
저는 하성란 소설도 아직 한권도 안 읽어보았네요 ㅋㅋ
가끔 TV 방송대학이던가? (확실하진 않아요) 작가들을 인터뷰 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더군요.

같은하늘 2010-02-09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평단을 하다보면 별로인 책도 읽어야하지요.^^

hnine 2010-02-09 18:00   좋아요 0 | URL
예, 맞는 말씀입니다.
그래도 '뱀파이어' 나오는 소설은 끝내 못 읽고 있답니다 흑흑...

하늘바람 2010-02-17 0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책은 표지가 참 이뻐요

hnine 2010-02-17 18:22   좋아요 0 | URL
잘 보면 좀 섬뜩하기도 해요...
 
<자학의 시>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자학의 시 1 세미콜론 코믹스
고다 요시이에 지음, 송치민 옮김 / 세미콜론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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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서평단이 된 덕분에 몇년 만에 이렇게 책으로 나온 만화를 보는지 모르겠다.
이 '자학의 시 (詩)'란 만화는 1985년에서 1990년까지 일본 잡지에 연재된 네컷짜리 만화 시리즈였던 것이 1996년에 단행본으로 출간된 것인데 2007년엔 영화화되기도 했다고 한다. 

   
 

1,2권으로 되어 있는데 어느 것 부터 읽어도 무리가 없다. 나도 실제로 2권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다 읽고 나서 오히려 순서가 이것이 맞지 않나 생각이 들기도 했으니까 말이다.
여기에 등장하는 유키에라는 여자는 어릴 때 엄마가 집을 나가고 홀아버지 밑에서 자란다. 그러나 아버지는 변변한 직장 없이 늘 사채꾼에게 쫓겨 다니기만 하여 유키에가 신문 돌리는 일을 하여 생계를 유지했으니 사실은 홀아버지를 어린 유키에가 부양했다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고 하겠다. 학교에서도 늘 외로왔던 유키에, 하지만 꿋꿋하게 살아가는 모습이 코믹하게 그려져 있다.
어른이 된 유키에. 사랑하는 남자 이사오를 만나 함께 살게 되지만 결혼식은 물론이고 혼인 신고도 안한 상태, 더구나 이 남자 역시 유키에의 아버지가 그랬던 것 처럼 직장은 커녕 경마와 오락에만 관심이 있을 뿐, 식당에서 일을 하는 유키에에게 전적으로 의존하여 살고 있을 뿐이다. 이런 남자를 너무나 너무나 사랑하는 유키에는 그가 늦게 들어오는 날에는 그의 옷을 부둥켜 안고서 행복해하며 잠이 드는 그런 여자이다. 영화 포스터에도 나와 있듯이 마음에 안들면 밥상을 뒤집어 엎어버리는 것이 취미인 이 남자에게 헌신적인 사랑을 바치는 유키에를 동정할 필요도, 이해하려고 할 필요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사랑이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것이던가? 이유가 없는 것이니까. 그렇게 사랑할 대상이 있고, 자기의 사랑을 쏟을 상대가 있는 것이 오히려 완전한 외로움보다 살아가는데 힘이 될지도 모르는 것이다. 이 만화에서 옆집의 과부 아주머니가 유키에를 부러워하는 모습에서 알수 있듯이 말이다.
정상적인 직업이 없었던 이사오가 그나마 한동안 일하던 곳은 야쿠자 조직 밑이었는데, 하는 일이라는게 야쿠자 관련 업소에 트럭으로 물수건을 배달하는 일. 아내를 잃고 딸에게 변변히 아버지 노릇도 못하는 이 남자, 그리고 역시 자기에게 매달리는 여자에게 돈과 사랑을 의존하며 사는 유키에의 남자, 역시 혼자 외로와하며 어떻게 해서든지 유키에의 환심을 사고 싶어하는 유키에가 일하는 식당의 주인 남자. 이 만화에 등장하는 남자들의 모습이다. 만화가 가진 잇점이랄까, 읽는 사람들에게 이런 문제들을 드러내보이지만 심각하지 않은 범위 내에서이다. 야쿠자, 실업, 학내 소외 문제 등, 일본에서 사회 문제가 될 수 있는 것들이 여기 저기서 잘 드러나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나보다 먼저 잠깐 이 책을 들여다본 남편의 말이, 무뚝뚝하고 표현력 없으며 한심하게만 보일 수도 있는 유키에의 남편이 그래도 유키에를 많이 사랑하고 있다고. 역시 남자의 마음은 남자들이 더 잘 알아보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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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0-01-28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화였군요. 소설인 줄 알았다능...
영화 보고 싶네요.^^

hnine 2010-01-28 15:43   좋아요 0 | URL
안그래도 영화로 보면 또 어떨까 저도 궁금하던걸요.
위의 만화는 혹시 보고 싶으시면 말씀하세요 ^^

stella.K 2010-01-29 16:23   좋아요 0 | URL
보고 싶기는 한데 님 마음만 받겠습니다.
마음 써 주셔서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