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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금파리 한 조각 1
린다 수 박 지음, 이상희 옮김, 김세현 그림 / 서울문화사 / 2002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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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뉴베리 (John Newbury)는 18세기 영국의 서적상, 혹은 출판업자라고 알려져 있는데 1922년 미국에서 그의 이름을 딴 아동문학상이 제정되어 현재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아동문학상 이름이 됨으로써 뉴베리란 인물보다 상 이름이 더 유명해지게 되었다. 수상자에게 메달이 수여되는 이유로 뉴베리 메달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이 상은, 상이 수여된 작품의 책 표지에도 노란 색 뉴베리 메달이 새겨짐으로 해서 그 작품을 더 돋보이게 한다.
뉴베리 상은 미국시민이나 미국에서 거주하는 사람의 작품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한국인 최초로 뉴베리 메달 수여의 영예를 안은 이 책 <사금파리 한조각> 역시 영어로 쓰여져 영어로 출간되었고, 이후에 한국어로 '번역 출간'되어 국내에서도 많이 읽혀진 작품이다.
한국인 부모를 두기는 했지만 한국에서 자라다가 미국으로 이민간 것도 아니고 미국에서 태어나줄곧 미국에서 자란 저자 린다 수 박은 결혼하여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비로소 자기 아이들에게 한국에 대해 알려주고 싶지만 알려 줄 능력이 없다는 것을 알고 그때부터 한국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공부를 시작했다고 한다. 그리고 곧 한국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는데 그 작업이 자신에게 얼마나 엄청난 경험이었는지 모른다고 작가의 말에서 하고 있는데 이 책을 읽어가다보면 저자의 그 말의 의미를 금방 이해하게 된다. 마치 도자기를 만들고 굽는 경험을 많이 해본 사람이 쓴 것 같은 자세한 설명과 묘사, 특히 그 중에서도 아직까지도 고려시대의 그 기술이 완전히 재현되지 않고 있다는 상감청자를 만드는 과정이 단지 이 소설의 한 에피소드로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그 줄기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흙으로 그릇을 빚고 그 위에 단순히 그리고싶은 문양을 그리거나 새기는 것이 아니라, 그릇 위에 오목한 무늬를 파서 틈을 만들고 그 사이에 그릇을 빚을 때 사용한 것과는 다른 종류의 흙, 즉 백토나 자토를 집어 넣고 굽게 되면 백토나 자토가 들어간 부분은 다른 색으로 변하게 되어 무늬를 나타내게 된다. 이런 상감 기법을 오묘한 녹색의 청자에 도입하여 그 어느 나라도 따라 올 수 없는 고려의 상감 청자가 탄생되는 것이다. 학교 다닐 때 국사 시간에도 배웠고, 대학 때 미술사 시간에도 배웠었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만큼 실감나게 이해하지 못했었다. 아마 스토리를 따라가는 재미 뿐 아니라 책 뒤에 사진과 함께 실려있는 도자기 제작 과정에 대한 자세한 설명 덕분이었을 것이다.
부모의 얼굴도 모른채, 동네의 거렁뱅이나 다름없는 두루미 아저씨와 함께 다리 밑에서 살고 있는 목이라는 어린 아이가 마을 도예꾼들이 작업하는 것을 기웃거리며 도자기에 관심을 갖게 되고, 가진 것이라고는 아무 것도 없지만 언젠가는 자기 손으로 그 도자기를 만들고 싶다는 오로지 그 일념아래 배가 고픈 것도, 하루 종일 나무를 해오고 흙을 실어오는 고단함도, 쉽게 기술을 가르쳐 주지 않으려는 민영감의 냉대 속에서도 인내로 버텨 나가는 과정은 어찌 보면 예술의 길, 또는 꿈을 이루어 가는 여정이라고도 보여진다. 스승이라고 할 수 있는 민영감의 귀중한 도자기를 지고 송도(지금의 개성)로 가는 도중 도적을 만나 도자기는 산산 조각이 나버리지만 거기서 주저앉지 않고 그 중의 한 조각 (제목의 사금파리 한 조각)을 주워 들고 가던 길을 계속 가서 왕실 감도관의 허락을 받아내는 목이. 그것이 바로 꿈을 가진 자의 용기이고 자신감 아닐까. 부서진 것은 도자기이지 '꿈'이 아니었던 것이다. 전체로서 온전하지 않은 작은 조각이지만 그 숭고한 기법과 가치는 충분히 살아있다고 믿는 자신감은, 목표는 높이 세워 놓고 기대만 클뿐 그만한 노력은 기울이지 않으면서 쉽게 좌절하고 꿈을 포기하네 마네하는 우리에게 조용히 무엇인가를 말해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꿈이란 무엇이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한 용기가 무엇이며 인내가 무엇인지를 잘 보여주는 이책은 청소년들이 읽어도 큰 감동을 안겨줄 것이라 생각된다.
(아버님 산소가는 차 안에서 읽었다. 오는 길에는 자면서 오고.
집으로 돌아오니 제기며 음식이며 정리해야 할 것들이 쌓여있긴 하지만 '숙제 다 했다!'는 홀가분함이 훨씬 더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