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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연변이들
로빈 브랜디 지음, 이수영 옮김 / 생각과느낌 / 2009년 8월
평점 :
품절


표지가 저럼에도 불구하고, 관심있는 작가의 책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내가 저 책을 골라들게 한 이유는 아마도 제목때문이었을 것이다. 과학과 관련된 소재로 된 이야기에 요즘 관심이 좀 생겨나고 있는데다가, 책 소개를 읽어보니 진화론과 종교사이의 논쟁을 소재로한 청소년 소설이란다. 과연 무슨 이야기가 어떻게 펼져질까 궁금해서 읽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책의 주인공 미나는 고등학교 2학년생. 신실한 기독교인 부모를 둔, 착실하고 정직한 여학생이다. 어느 날 교리와 어긋나는 행동을 했다는 이유로 친구들로부터 따돌림 당하는 한 친구가 괴로와 하면서 자살까지 생각하는 것을 보고 미나는 그 친구 편에 서서 편지를 쓰게 되고 이것 때문에 그동안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을 몽땅 잃는다. 그런 상태에서 시작한 2학년 생활이 두렵기만 한데 과학을 담당한 멋진 여선생님과의 만남, 과학에 탁월한 실력과 흥미를 갖고 있는 독특한 성향의 친구 케이시와의 만남으로 미나는 과학에 흥미를 느끼며 그나마 학교 생활을 이어나간다. 
수업 시간에 과학 선생님은 진화론에 대해 가르치고, 교회 친구들이기도 한 학교 친구들은 이에 반대하여 과학 선생님을 곤경에 빠뜨릴 계획까지 세우고 있는 것을 알게 된 미나는 갈등에 빠진다.
진화론은 다윈에 의해 처음 등장하던 19세기부터 큰 논란을 일으키기 시작해서 지금까지도 그 논란은 그치지 않고 있다.  진화론이 옳으냐 창조론이 옳으냐. 그런 질문에 대해 과학의 입장에서 하는 대답은 어떤 쪽이 옳다, 그르다가 아니라 '종교는 과학의 범위가 아니다'라는 것. 즉 과학에서 논의할 수 있는 범위가 아니라는 것이다. 과학에서 다룰 수 있는 것은 입증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책중에 과학선생님도 그런 말을 한다.

과학은 '어떻게'를 설명하는 학문입니다. 날것을 그대로 파헤치는 거죠. '누가'와 '왜'를 설명하는건 다른 학문의 역할입니다. (246쪽)

 과학적인 근거를 가지고 가장 무리없이 설명할 수 있는 이론이 진화론일 뿐이다. 과학은 진화론이 옳다, 혹은 창조론이 옳다는 판명을 내릴 수는 없다. 자신의 범위에서 할 수 있는 말을 하는 것일 뿐.
책에서는 교회 목사님이 학교 교장 선생님을 대동하고 수업 시간에 들어와 과학 선생님의 수업 내용을 간섭하기에 이르고, 예배시간중에 교리에 어긋난 행위를 한 친구를 옹호한 미나와 미나의 가족을 단죄해야한다는 의미의 설교를 하기에 이른다.
이 책의 저자는 실제로 주인공 미나처럼 근본주의적 종교를 가진 집안에서 자랐고 학생 시절 교회에서 쫓겨난 경험도 있다하니 자신의 경험이 많이 작용한 것 같다. 이 소설을 쓰기 위해 다윈의 종의 기원을 읽고 고등학교로 돌아가 생물 수업을 한달간 다시 듣기도 했다고 한다.
이 책의 결말에서 진화의 개념을 확장하여 이 세상 모든 생물은 시간을 두고 변한다, 우리 모두는 자연의 변종이며 변이란 최선을 다해 생존해나가기 위한 우주의 질서라는데에 미나의 생각이 정리된다. 이 책중의 과학 선생님 자신도 교회에 열심히 나가는 기독교인임이 나중에 밝혀지고, 자기 자신은 진화론 역시 신의 섭리내에 있다고 믿는다면서, 하지만 학생들 앞에서 가르침에 있어서는 개인적인 생각과 가르쳐야 할 내용을 확실하게 구분하여 교단에 선다고 말한다. 
과학 서적이 아닌 소설의 소재로 선뜻 삼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음에도 저자는 무리없이 이야기를 잘 풀어나갔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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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확실한 행복 - 무라카미 하루키가 보여주는 작지만 큰 세계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진욱 옮김 / 문학사상사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영어 제목은 Collection of essays 라고 되어 있다. 우리 나라 제목처럼 역시 튀지 않는 제목, 하루키의 짧은 신변잡기 모음집이다. 대부분의 글 한 꼭지가 기껏해야 두 페이지 정도이니 깊은 내용이 들어있다기 보다 지극히 일상적인, 생활의 한 단면을 얘기하며 하루키란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 그의 소설로 알 수 없는 이것 저것을 보여주는 책이라고 하겠다. 이 책이 처음 일본에서 출판된 것이 1980년대이니 하루키가 30대 중반일때. 지금과 어느 정도는 다른 점도 있고 여전히 같은 점도 있을 것이다.
아주 소소한 일상이다보니 이전에 읽은 하루키의 에세이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읽을 때보다 하루키의 성격이 더 잘 엿보인다. 그는 금방 눈에 띄지는 않지만 드러나지 않는 일종의 '괴짜'아니였을까? 그의 소설들을 볼때 괴짜 아닌, 평범한 사람이라는 생각은 안했지만 그건 그저 짐작이었고 이 책에는 나는 이런 사람이요 라고 하루키의 입을 통해 직접 들을 수 있으니 말이다. 맥주와 두부를 좋아하는데 두부는 프랑스 가정에서 갓 구운 빵을 사다가 그날 다 먹는 것 처럼 (결코 미리 만들어 놓은 빵을 사다 먹지 않는단다) 그날 만든 것을 사다가 그 자리에서 다 먹어야 맛이라는 등, '두부에 대한 미학'이란 제목까지 붙여 글을 쓴 것이 있다. 이사하는 것을 좋아하는 이유는 다 리셋 (reset)하고 다시 시작하는 느낌이 좋아서란다. 결혼식장을 일종의 공장으로 비유한 것도 하루키다운데 그가 취재한 어느 예비 부부의 결혼식 예약 과정이 어쩌면 우리 나라와 그렇게 비슷한지.
아무도 줄을 서지 않는 상황이 벌어졌을 때의 당황스러움때문에 사인회 같은 것은 절대 하지 않는 소심함도 있고 (아직도 그럴까?), 대학 1학년 첫 수업 시간에 옆자리에 앉은 여학생과 결혼을 했다고 한다. 매일 일기는 쓰지 않지만 일지는 쓴다는 것, 금연을 '취미'로 하고 있는 그의 요령, '나는 이런 신조로 글을 쓴다' 에서는 결코 자기 글에 대한 비평에 대해 다시 비평하지 않는다는 그의 생각을 말하고 있다. '교통 파업이 즐겁다'란 제목의 글에서는 바쁠 것도, 서두를 것도 없는 그에게 갑자기 한 두시간 기차가 멈춰 서게 되어 그동안 천천히 책을 읽으며 맥주를 즐길 수 있었던 추억이 나쁘지 않았던 모양이다. 계획을 세워 할 일 리스트를 만들어 놓고 하나하나 지워가며 일하는 타입이라기 보다는, 아니 대개는 그렇게 일 하고 있을지 몰라도 그는 이런 우연에 의해 벌어지는 상황을 꽤 즐기는 사람인 것 같다. '책을 한권만 가지고 무인도에 간다면' 이란 질문을 우리도 곧잘 하곤 한다. 그때  뭐라고들 답을 하던가? 하루키는 자기가 지금까지 쓴 원고를 들고 가서 계속 수정을 하고 싶단다. 그게 허락이 안된다면 사전을 들고 가고 싶단다. 사전이 얼마나 재미있는 볼거리인가 설파하면서.
다른 사람 인터뷰를 직접 해보기도 하고 자신이 인터뷰를 많이 받아보기도 했는데 자기는 무슨 질문을 받아도 그리 쉽사리 솔직하게 본심을 털어 놓지 않는다면서 60퍼센트 정도가 솔직한 이야기, 40퍼센트는 자기 방어적인 선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고 한다.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세가지는 몇시에 일어나서 몇시에 자는가, 필기도구는 어떤 걸 쓰고 있는가, 부인과는 어디서 알게 되었는가, 이런 것들이라는데 이런 것들을 알아서 도대체 무슨 도움이 될까 싶지만 모두가 물어 보는 것을 보면 그 나름대로 의미가 있는 모양이라고, 역시 마지막 줄에서 피식 웃음이 나오게 한다.
처음 보는 사람과 금방 사귀고 말을 잘 하는, 사교적인 성격이 아닌 하루키라지만 그는 글로 풀어내는 수다만큼은 타고 난 사람이 분명하다. 작가가 되어야만 했을 사람. 읽다 보면 굳이 어느 나라 출신 작가라는 것이 의식 되지 않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그의 글들.
하루키란 작가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에 대해 알고 싶은 것들을 알아가는 재미에 한번 가볍게 읽어 볼만 하다. 우리 나라에서 이 책은 1997년에 처음 나왔는데 검색하다보니 그 표지가 정말 볼만하다. 위의 책은 그 후 2010년에 다시 나온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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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1-01-15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재밌겠습니다.
저는 작년에 1q84 전권을 사고 아직도 못 읽고 있어요.
뭐 워낙에 다른 책에 채여서 아직 완독을 못한다고 봐야하지만
점점 뒤로 미뤄지는 걸 보면 저에게 있어 하루키는 역시 다시 바짝 끌어올 수 있는
사람은 아니지싶기도 하단 생각이 들기도 해요.
예전에 하루키 단편집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있는데
이 책도 그러지 않을까? 끌리네요.
주말 잘 보내고 계신 거죠? 넘 추워요.
이제 좀 봄은 아니어도 추위는 더 이상 없었으면 하는데 얼마 안 남았겠죠?ㅠㅠ

hnine 2011-01-15 22:04   좋아요 0 | URL
이 세상 일을 심각한 눈으로만 보는 사람은 아니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1Q84는 저도 아직 못 읽었는데 이런 가벼운 에세이로 시작하시는 것도 괜찮을 듯 싶어요. 저도 이 책 읽고 뒤늦게 1Q84를 한번 읽어볼까, 없던 관심이 생겼으니까요.
오늘 춥다는 말 듣고 얼마나 꽁꽁 싸매고 다녔는지, 지하철 기다리면서 유리에 비친 제 모습을 보니 마치 미쉐린 타이어 캐릭터 같았어요 ㅋㅋ 내일도 춥다던데 다른데 안가고 아이 데리고 영화나 보러 다녀올까 해요.

마녀고양이 2011-01-15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 책 참 좋아해요.
하루키의 에세이를 워낙 좋아하죠. 그의 소설과는 완전히 다르면서도
어딘가 비슷한 그런 느낌이잖아요. 그리고 그의 에세이를 읽고 나면
이상하게도 열심히 살아야겠다.. 이런 결심을 하게 된답니다. 아하하.

좋은 주말되셔요,, ^^

hnine 2011-01-15 22:06   좋아요 0 | URL
마녀고양이님 이책 읽으셨군요. 하루키의 소설보다 에세이가 더 좋다는 분들도 꽤 계시더라고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는 책, 하루키의 매력일까요? 저도 '달리기를 말할 때~' 그 책 읽으면서 비슷한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비로그인 2011-01-16 1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사하는 것을 좋아하는 이유는 다 리셋 (reset)하고 다시 시작하는 느낌이어서라니 저도 참고로 해야겠군요.

구판 표지가 볼만하다고 하시길래 궁금해서 찾아봤지요. 푸하핫~

hnine 2011-01-16 12:16   좋아요 0 | URL
구판은 이미 절판되었는데 혹시 구판 중고책 가격도 보셨어요? 후덜덜...

루체오페르 2011-01-17 0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관함에 담았습니다. 추천 감사드려요^^

hnine 2011-01-17 07:37   좋아요 0 | URL
루체오페르님, 하루키 좋아하세요? 그 아저씨 수다 한번 재미있게 들어보고 싶으시면 저 책 딱 입니다~ ^^
 
하리하라의 몸 이야기 - 질병의 역습과 인체의 반란
이은희 지음 / 해나무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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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저자의 책은 나오는 대로 다 구해서 읽는다. 지금까지 나온 책 중 안 읽은 것은 <하리하라, 미드에서 과학을 보다> 이 한권. 내가 미드를 본 것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우리 생활과 요원한 과학이 아니고 바로 우리가 느끼고 숨쉬듯이 가까이 있는 과학. 주로 인체, 질병, 유전 등에 관한 생물학적 지식을 너무 가볍지도 않고 너무 무겁지도 않게, 머리에 쏙쏙 들어오게 설명해주는 저자의 능력에 대해서는 다른 책 리뷰에서도 여러 번 감탄하며 언급한 적 있다. 이 책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내가 즐겨 보는 인터넷 과학 신문 사이언스 타임즈를 운영하는 한국과학창의재단의 또다른 인터넷 사이트 '사이언스올'에 기고한 칼럼들을 모았다는데 인체 생리, 질병, 유전, 의약 관련 상식을 일반인으로서 필요한 만큼 잘도 요약해서 설명해주고 있다. 혹, 이쪽 계통을 전공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다음 물음에 자신있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더 빨리, 책장을 휙휙 넘기며 읽을 수 있을 것이다.
1. 사람에게 을 일으키는 세가지 주범은 무엇인가?
2. 말라리아가 아프리카가 아닌 미국이나 유럽에서 주로 발생하는 질병이었다면 무엇이 달라졌을까?
3. 환경호르몬은 진짜 '호르몬'인가? 왜 이런 이름이 붙여졌을까? 
4. 광우병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진 프리온 단백질은 뇌, 척수 속에 분포하는 단백질이다. 먹은 것은 위, 소장, 대장 등의 소화 기관을 거쳐갈텐데 광우병에 걸린 소고기를 먹은 사람이 이 병에 걸리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5. CJD와 vCJD의 차이는 무엇일까?
6. 바이러스는 암을 '일으키는' 쪽인가, '치료하는' 쪽인가?
7. 인체를 이루고 있는 모든 신경 세포는 재생이 불가능한가?
8. 인슐린이라는 호르몬은 혈액내 포도당 레벨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한다. 혈액 내 포도당 레벨은 일정하게 유지되어야 하는가?
9. 아토피 피부염, 천식, 비염, 류머티즘의 공통점은? (실제로 내 아이가 아기였을 때 아토피때문에 한의원을 찾았을 때 의사선생님께서 그러셨다. 아토피가 있는 아이들이 조금 자라면 천식이 생기고, 비염도 생길 것이라고.)
10. 항체에 의한 면역력을 얻기 위해서는  반드시 활성화된 세균이나 바이러스 전체가 다 필요한가?
11. 가끔 예방 접종때문에 병원에 가면 '생백신'. 혹은 '사백신' 하는 말을 듣게 된다. 백신에는 어떤 종류가 있는가?
12. 소독멸균은 어떻게 다른가? 우리가 보통 상처 소독에 쓰이는 '빨간약'은 포비돈-요오드 용액이다. 요오드가 어떻게 상처 소독에 관여하는가? (이 책을 읽기 전에 이것이 궁금한 적이 있어 의약 계통에 종사하는 몇 사람에게 물어보았는데 아무에게도 답을 듣지 못했다.)
13. 해열제로 가장 흔히 쓰이는 약 삼총사, 아스피린, 타이레놀, 부루펜은 모두 같은 종류의 약일까? 다르면 어떻게 다르고 어떤 사람들이 주의해야 하는가? (영국에 가서 타이레놀 얘기를 했더니 타이레놀을 아는 사람이 거의 없는 것을 보고 놀란 적이 있다.)

마지막 장의 '유전자 치료의 의미와 과정'에서도 얘기하고 있지만 유전자 치료라든지 줄기 세포를 이용한 치료에 대해 긍정적인 쪽으로 몰아서 얘기하지도 않고 부정적인 면만 부각시켜 얘기하지도 않는다. 현실적인 필요성, 그 분야의 치료법이 가지고 있는 장점에 대해 차근차근 설명하고 그럴 때 있을 수 있는 위험성에 대해서도 충분히 설명하고 예시를 든다. 내가 이 저자의 책을 좋아하는 이유 중의 하나이다. 또 하나는, 적절한 비유를 참으로 잘 찾아서 설명한다는 것이다. 호르몬과 호르몬 분비 기관, 작용 기관을 휴대폰의 문자, 문자를 보내는 사람, 받는 사람에 비유한 것, 이때 환경호르몬은 불법스팸문자에 비유한 것이라든지, 미토콘드리아를 에너지 충전소, ATP를 휴대폰 밧데리로 비유한 것 등, 이런 것들이 이 글을 쓰면서 그냥 저절로 생각난 것은 아닐 것이다. 이번 책에는 특히 각 장마다 화가들의 그림으로 시작을 하고 있는데 케테 콜비츠의 <어린이병원 방문>, 윌리엄 블레이크의 <이집트의 재앙: 역병>, 반 고흐의 <아를시의 병원> 등을 이런 책에서 만나는 느낌이 색달랐다.
의학이 발전되어 가면 갈수록 그에 따른 부작용과 예상 못하던 문제점이 드러나고, 그것이 특히 더 심각하게 생각되는 것은 '생명'에 관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것들을 무시하지도, 과장하지도 않으면서, 천천히, 그러나 지속적인 연구가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한 우리는 희망을 버리지 말아야 한다는 저자의 말은 과학을 하는 사람의 묵묵한 철학이 아닐까.
소설보다, 아니 소설만큼이나 재미있게, 그리고 뿌듯하게 읽은 과학책이었다. 저자의 다음책이 또 기다려진다고, 전혀 과장 없이 말할 수 있겠다. 

* 1. 표지와 제목이 저보다 훨씬 더 좋을 수 있었을텐데, 그 점은 좀 아쉽다.  
* 2. 154쪽, 184쪽, 210쪽의 오자는 출판사 홈페이지에 신고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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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하늘 2011-01-13 16: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들려요.^^* 잘 지내시지요?
아이들이 방학중이니 서재놀이도 거의 불가능해요.
이젠 너무 늦어서 새해인사도 못하겠어요.ㅎㅎ
저도 하리하라~~~ 몇 권 보았는데, 이 책도 보고싶어지네요.

hnine 2011-01-13 17:58   좋아요 0 | URL
같은하늘님, 아이들이 우선이지요. 서재놀이는 그 다음~ ^^
아이들과 무슨 책 읽으셨는지, 어떤 맛있는 것을 해주셨는지, 어딜 놀러가셨었는지, 사진 많이 찍어놓으셨다가 나중에 시간 날때 차근차근 풀어놓아주세요. 기다릴 수 있어요. ^^
제가 워낙 하리하라 왕팬이라서요. ^^ 같은 하늘님도 이 책 재미있게 읽으실 수 있을 거예요.

양철나무꾼 2011-01-13 1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하라하라 시리즈 사봐야겠어요.
님이 이렇게 칭찬을 하시니...왠지 꼭 봐줘야 할 것 같은 사명감이 들어서 말예요~^^

hnine 2011-01-13 18:00   좋아요 0 | URL
이 사람보다 더 이름이 많이 알려진 과학 관련 책 저술가는 많지만 저는 이 사람 만큼 제대로 잘 알면서 동시에 쉽게 쓰는 사람을 아직 못 보았어요. 제가 워낙 골고루 여러 사람의 책들을 못 읽어본 탓도 있겠지만요. 양철나무꾼님은 누구 좋아하시나요?

반딧불이 2011-01-13 2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를 바로 올려주셨네요. 저 많은 질문에 한가지도 제대로 답을 못하겠어요.꼭 읽어봐야겠는걸요. 정보 고맙습니다.

hnine 2011-01-14 10:19   좋아요 0 | URL
저 질문에 자신 없기는 저도 마찬가지랍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지 않을까요? ^^
아는 것을 부풀려 쓰려고한 흔적이 없고, 자기 생각을 다른 사람들에게 설득시키려 과장한 흔적이 없어서 좋아요. 다만 자기가 알고 있는 것을 더 쉽게 설명하는 것, 그것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는 것이 보여서 저는 좋더군요.

비로그인 2011-01-14 0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요새 좀 자주 보이는 표지의 책이 이런 내용을 담고 있군요.
이시간쯤 되면 약간 머리가 멍해서 다양한 리뷰글들이 좀처럼 들어오지 않는 때가 많은데,,

이렇게 요약, 물음으로 정리해주시니 재미도 있고 쉽게 다가오네요. ㅎ
올리신 리뷰를 읽다 생각난건데요. 성인이 되고, 자기의 일에 몰두하며 살게 되면 특정 분야에 대해 꼭 알아두어야 할 것들이나 안다고 생각했던 것들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책은 사지 않더라도 올리신 글에 대한 답은 좀 찾아봐야겠습니다. hnine님~

hnine 2011-01-14 10:21   좋아요 0 | URL
저는 저 책을 읽었기 때문에, 그리고 아직은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요즘 하도 빨리 잊어버려서요 ㅠㅠ) 최소한 지금은 저 질문에 대답할 수 있습니다. 어떤 질문이 제일 궁금하신지요? 찾기 귀찮으면 제가 대답해드릴 수 있어요~ ^^

꿈꾸는섬 2011-01-14 0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인님 리뷰 읽으니 하라하라 시리즈 저도 기억해두어야겠어요.^^ 예전에 생물학까페, 한권 읽어봤는데 지금은 기억도 가물가물하네요.

hnine 2011-01-14 10:23   좋아요 0 | URL
생물학 까페도 재미있었지요. 그동안 저자가 결혼도 했고, 아이도 낳았고, 그래서 이후의 책들엔 그런 얘기도 간간이 나오더군요. 아무튼 저 책도 재미있어요. 표지도 좀 더 멋지게 만들고 제목도 더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는 건 아마 내용이 그만큼 마음에 들기 때문이겠지요.

감은빛 2011-01-14 0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점에서 눈에 띄었던 책인데,
여기서 만나네요.
필독서로 분류해두겠습니다.
고맙습니다!

hnine 2011-01-14 10:24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감은빛님.
나온지 그리 오래 되지 않아서 서점에서도 신간 코너에 있을 것 같네요.
자신있게 추천해드릴 수 있습니다 ^^

turnleft 2011-01-14 0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재밌을 것 같아요. 찜!

hnine 2011-01-14 10:24   좋아요 0 | URL
네, 재미있습니다. ^^
 
기묘한 생물학
한혜연 글 그림 / 거북이북스 / 2010년 11월
평점 :
품절


기묘한 생물학이라니, 만화의 제목으로 너무 범상한 것 같기도 하고, 아니면 그 반대인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일단 호기심이 생겼고 올라와 있는 리뷰들을 읽어보니 나쁜 평이 거의 없기에 어쨌든 한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표지마저 전혀 만화책 표지 같지 않은 이 책을 구입하기에 이르렀는데, 평소에 만화를 즐겨 보는 편이 아닌 나에게는 생소한 이름인 한혜연이라는 이름은 이 분야에선 꽤 알려진 만화가인 모양이다.
저자가 생물학과 출신이라지만 그간 펴낸 만화들이 모두 이 만화처럼 생물학과 관련된 것들은 아니다. 아무튼 여기 실린 일곱 개의 만화는 직접적, 간접적으로 조금씩은 생물학과 관련된 내용을 소재로 삼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부모 중 한쪽 성을 따라서 유전되는 현상을 말하는 '한성 유전'. 첫번 째 만화의 제목이다.  두번 째 이야기 '개체발생은 계통발생을 되풀이 한다'. 이것은  생물학을 전공한 사람은 익히 들어서 알고 있는 이론인데 그것은 원래 배 발생동안 일어나는 일이지만 여기서는 이미 성인이 된 한 개인에게서 일어나는 것으로 그려져 있다. 인간의 식탁에 오르기 위해 화학성분의 사료를 먹이며 키워지다가 비참하게 살해당한 동물들, 그 영향이 그대로 인간에게 돌아온다는 메시지가 담긴 만화 '먹이 연쇄', 생물학적인 근거는 희박하지만 동물 행태상으로나마 드물게 보여지는 현상을 소재로 한 '동기 감응', 네번 째 만화 제목 '오페론의 유전자' 자체는 원핵 생물의 유전자 발현 기작을 설명하는 이론이 맞지만 여기서는 인터넷 자살 사이트의 주동자가 모르는 다른 사람들을 자살로 이끈다는 이야기에 비유적으로 이용되었을 뿐이다. 여섯 번째 이야기 '완전 변태' . 여기서 변태는 곤충 등에서 보이는 탈바꿈을 의미하는 변태이다. 성적 도착 행위가 아니라. 마지막 만화 'Butterflies'는 일란성 쌍둥이 자매의 갈등, 경쟁, 복수를 그린 것으로서 일부 나비들이 다른 종류의 나비를 모방하여 의태하는 현상과 관련이 있다.
200 쪽이 겨우 넘는 얇은 만화책인데다가, 그것도 짧은 일곱 편의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어서 30분 여 만에 다 읽어버렸다. 제목처럼 기묘함을 느끼기엔 너무 짧고 얕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마지막 세 페이지에 담은 작가의 이야기는 학창 시절을 떠올리게도 하고, 생물학을 전공하고 만화가로 가는 과정을 엿볼 수 있어 작가에 대해 아는데 도움이 되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런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생물학을 전공한 만화가, 소설가, 화가, 디자이너 (현미경으로 보이는 패턴의 세계가 얼마나 아름답고 정교한지), 건축가 (생태 건축, 조경) 등등. 그런 의미에서 이 만화를 어떻게 읽었든 간에 이 작가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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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하늘 2011-01-13 16: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이 책이 만화였어요? 표지는 아닌데...^^

hnine 2011-01-13 18:01   좋아요 0 | URL
표지는 무슨 대학 교재처럼 생겼지요? 이런걸 무슨 마케팅이라고 하더라...
그런데 기대에는 조금 못 미쳤어요.

양철나무꾼 2011-01-13 1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거북이북스에서...대단한 모험을 감행했군요~^^

hnine 2011-01-13 18:01   좋아요 0 | URL
거북이북스를 잘 아시는군요 음...

감은빛 2011-01-14 0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글 읽고 나니, 무지 땡기는데요.
마지막 말씀 무척 공감합니다.
좋은 책 소개 고맙습니다!

hnine 2011-01-14 10:27   좋아요 0 | URL
저 책 평들이 좋아요. 알고 보니 저와 나이 차이도 그리 많이 나지 않고 (왜 아주 젊은 작가일거라 생각했는지 모르겠어요.), 전공도 같고 해서 관심이 급증했습니다. 다만 책의 별점은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주었지요. ^^
 
스톡홀름, 오후 두 시의 기억 - 북유럽에서 만난 유쾌한 몽상가들
박수영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9년 11월
평점 :
품절


1. 스웨덴에 대한 나의 기억 

예전에 즐겨보았던 '세계의 어린이들'이라는 TV 프로그램에서 본 스웨덴은 깨끗하고, 눈으로 덮여 있는, 맑고 투명한 세상이었다. 영국에 있을 때, 하이스트릿 한 골목길에, 영어는 아닌 것 같은 제목의 간판을 단 조그만 가게가 있었는데 (ORDIN- 어쩌구 하는) 가방, 문구류, 카드, 노트, 필기도구 등을 파는 곳이었다. 디자인도, 색상도 복잡하지 않으면서 세련되었고, 모던하면서도 품위가 느껴져 탐나는 것들이 많았는데 가격을 보면 그야말로 허걱할 지경. 단순한 디자인의, 그리 크지 않은 가방이 약 십오년 전에 200파운드 (당시 우리 돈으로 약 40만원?)가 좀 넘었으니까 그 당시 내 형편으로는 구경으로 만족해야 했었다. 나중에 스웨덴에서 온 아이에게 그 가게 이름과 그 가게에서 파는 물건들의 상표명을 대니 금방 알아들으며 스웨덴에서는 꽤 알아주는 디자인 회사라고. 그래서 그때 알게 되었다. 스웨덴, 핀란드 등 북유럽 국가들이 디자인 강국이라는 것을.
'오써' 라는 이름의, 위에 말한 그 스웨덴에서 온 아이는 나보다 나이가 어린 여학생이었는데 하얀 피부에 금발 머리, 마른 몸매의 다소 차가운 인상이었고, 멋을 대놓고 내지 않아도 그녀 특유의 멋이 우러나는, 북구 미인이었다. 말이 별로 없었지만 말을 할줄 모르는 것은 아니어서 누가 말을 시키면 말을 잘 하지만 먼저 나서서 말을 하는 타입은 아닌 것은, 영국 사람들과 비슷하나 그 수준이 한수 위였다. 외톨이는 아니지만 혼자서 하는 것을 즐겼고, 그것이 자연스럽게 생활에 배어있는 듯. 네덜란드, 독일 출신들 만큼이나 영어를 잘했고, 그래서 그런지 은근히 사람 차별하는 영국 아이들이 만만히 보지 않았던 기억이 있다. 

2. 이 책의 저자에 대해서

많이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1997년에 등단하여 이미 두 편의 소설을 출간한 엄연한 작가. 그럼에도 문장에 기교가 넘치거나 문학적인 표현들로 자신의 생각을 나타내느라 애쓴 흔적이 없다. 오히려 절제되어 있고, 주관적인 생각보다 객관적인 사실들을 연관시켜 생각하는 흔적이 보인다. 역사적 배경, 민족적 특성, 철학적 근거 등. 학자의 자세랄까?
이화여대 경영학과에 입학했다가 그만 두고 서울대 철학과에 입학. 굳이 나이가 궁금하다면 84학번. 나보다 무려 1년 연배이다. 학교를 졸업하고 작가가 되었고 2006년, 마흔이 넘은 나이에 홀연히 스웨덴의 웁살라 대학 역사학과 석사 과정으로 유학길에 오른다. 스웨덴으로 떠나기 몇년 전 유럽 여행을 하면서 아무도 자신을 알아보는 이 없고 반가와 하는 이도 없는 완전한 익명성, 그 새로운 존재 방식에 매료되었다고 한다. 사람들에게 좀 덜 알려져 있고 덜 화려하고 들뜬 곳, 차분한 곳을 생각하다가 스웨덴을 선택하게 되었다고.
스웨덴 공항에 처음 도착해서 무거운 짐가방을 질질 끌고 가는 동안, 이런 광경을 그냥 두고 못보고 얼른 도움을 자청하는 런던의 경험과 달리 아무도 나서서 눈길을 주지 않는 것을 보고, 그렇게 겨우 빠져 나온 공항에서 아래 위 검은 옷을 입고 목도리를 휘날리며 혼자 자전거를 타고 가고 있는 금발의 스웨덴 여자를 보며 새로운 눈이 트이는 느낌이었다고 한다. 결혼, 나이, 전공, 이런 것으로부터의 구속보다 그녀의 자유 의지가 더 컸기에 가능한 삶. 역사학 공부를 하면서 한편으로는 단편 소설 몇편을 완결시키기 위해 늘 책상위에 노트를 두고 있었다는 그녀의 이름을 기억해두고 있어야겠다. 

3. 이 책에 대해서 

저자가 간소하고 품위있는 나라라고 말한 스웨덴. 저자가 주로 지낸 곳은 웁살라대학이 있는 웁살라임에도 제목에 스톡홀름이라고 되어 있는 것이 이상하다. 아마 웁살라보다는 스톡홀름이 사람들에게 더 알려진 곳이어서 그런가? 식물의 명명법을 제창한 식물학자 린네가 다닌 대학이 웁살라 대학, 그래서 내게는 웁살라라는 지명이 낯설지 않은데 남편에게도 물어보니 고개를 갸우뚱한다. '스톡홀름, 오후 두시의 기억'이라는 제목에서 오후 두시는 겨울에 스웨덴에서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는 시간이다. 저자가 그렇게도 좋아한다는 미스틱한 어두움의 시각을 제목으로 삼은 것이다.
글을 쓰는 작가 답게 쿤델라를 비롯해서 문학가, 문학작품 얘기가 종종 나온다. 철학을 전공한 사람답게 철학자와 그의 사상 얘기도 자주 나온다. 유럽의 어느 나라에 있든지 전범국으로서 독일에 대한 얘기는 늘 끊이지 않는 이슈인 것 같다. 그에 따른 정치 이야기, 역사 이야기 등, 저자는 함께 공부하는 여러 국가 출신의 학생들의 이야기 틈틈이 유럽 전반에 걸친 사회 현상과 역사에 대해, 그리고 그에 따른 우리 나라의 문제, 아시아의 주변 상황들에 대한 자기 생각, 그 생각의 근거들을 여기 저기 피력하고 있다. 그래서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함께 생각해보게 한다. 그녀의 이력이 그렇듯이 생각이 어느 한군데 고여 있지 않은 것 같아 읽으면서 느낌이 좋았고, 자신의 개인적인 이야기에 지나치게 치우치지 않고 절제력있고 담담한 어조로 조금씩 풀어놓는 방식도 마음에 들었다.
스웨덴은 사회민주주의라는 방식을 택한 나라. 사회주의와 민주주의의 혼합형태라고 보면 될까? 빈부차가 적고 권위로 해결하려 들지 않는 나라. 우리가 말하는 소위 의사, 판사, 정치인 등의 부유층과 수입면으로 최하위층인 노동자 층의 수입 차이가 세배 정도 밖에 나지 않는 것은, 많이 버는 사람에게는 그만큼 많은 세금을 부과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 세금을 견뎌내지 못하고 외국으로 이민가는 사람이 있을 정도.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무료로 공부할 수 있는 것을 물론이고, 저자가 공부할때만 해도 비유럽권 유학생에게까지도 학비 혜택을 주었었다니, 돈 없어서 하고 싶은 공부 못할 수는 없는 나라이다. 남녀에 대한 차별 의식이 없어 여자이기 때문에 받는 부당한 대우도 없고 여자의 외모, 미모를 중시하는 사회도 아니라고 한다. 출산을 앞둔 임산부 앵커가 버젓이 TV 뉴스에서 일기예보를 진행하는 것을 보고 처음에 깜짝 놀랐다는 저자는 스웨덴에서는 오히려 남자가 내성적이고 온순해보이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고. 여자라고 해서 짐을 들어준다던가, 별로 힘이 들지 않은 일도 남자들이 달려들어 도와주려고 한다든가, 그런 일도 없단다. '차가운 등'이라고 표현한 이런 습성은 남녀의 역할과 상하를 구분짓지 않는 그들의 사고 방식에서 나온 것이다.
함께 공부하며 마음껏 우정을 나눈 친구들. 마음껏 누린 스웨덴의 낯선 공기가 익숙해질 무렵, 3년 만에 그곳을 떠나면서 아쉬움과 그리움을 얘기하는 대신 이런 여러 가지를 누릴 수 있어서 내 생활이 풍요로왔고 행복했다고, 그래서 스웨덴을 떠나면서도 슬프지 않다고 그녀는 말한다. 책 중에서 그녀가 인용했던 다음 구절처럼.

고향을 감미롭게 생각하는 사람은 아직 허약한 미숙아이다. 모든 곳을 고향이라고 느끼는 사람은 이미 상당한 힘을 갖춘 사람이다. 그러나 전 세계를 타향이라고 느끼는 사람이야말로 완벽한 인간이다. -에드워드 사이드 <오리엔탈리즘> 중에서-

그녀가 좋아한다는 라흐마니노프의 피협을 마치 처음 듣는 사람처럼 다시 들어보고 싶고, 그녀가 자란 곳 춘천에서 부모님과 함께 즐겨 갔다는 까페 '헤븐'에도 언젠가 한번 가보고 싶다.
스웨덴? 스웨덴에도 가보면 좋겠지. 하지만 중요한 것은 스웨덴에 가보고 안가보고, 거기에 있는 것 같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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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1-01-08 1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스웨덴에서는 못 살것 같아요.
지금도 살짝 날리는 눈발 때문에 심란해 어쩌지 못하고 있는 걸 보면,
우울증 걸리기 딱 적절한 인자인 것 같단 말이죠~

85학번 이시군요~
근데 사진 상으론 꽤 많이 영거해 보이시던데...ㅋ~.

hnine 2011-01-08 18:38   좋아요 0 | URL
책에도 나오지만 스웨덴이 자살율 1위 국가라잖아요. 그런데 그 말을 하는 스웨덴 사람들의 표정은 별로 부끄럽게 생각하는 것 같지 않더라는 내용이 책에도 나오더군요.
앞으로는 우울증 증상 전혀 없는 사람은 아마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야 할지도 몰라요 ㅋㅋ
예, 빼도 박도 못하는 85학번, 올해 나이 마흔 여섯! 우후훗!!ㅋㅋ

비로그인 2011-01-08 2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95학번이라고 해도 믿으실듯 하던데요 ^^

북유럽. 군더더기 없고 깔끔한 디자인을 하는 곳으로 여전히.. 아마 디자인사(스칸디나비아..로요)에서 나오지 않을까 싶네요. 저는 스웨덴 하면 아바 가 제일 먼저 떠오르던데요~ ㅎ

주말 전기현님이 진행하던 프로그램 없어진다 해서 많이 아쉬웠는데 평일 12시로 옮기셨더라고요. 지금 다시 듣기로 줄창 듣고 있는데 역시 마음이 꽤나 편해집니다. hnine님 편안한 토요일 밤 되세요!!

hnine 2011-01-09 06:02   좋아요 0 | URL
스칸디나비아라는 단어를 발음을 할때의 느낌도 참 좋지요. 군더더기 없다는 것, 그것이 스웨덴의 디자인 특징이기도 하고 국민성의 일부이기도 한 것 같아요. 지나친 간섭, 지나친 관여, 지나친 친절은 삼가하는...우리 나라 정서에는 좀 심심할 수도 있겠지요?
KBS프로그램이 대폭 개편되었더라고요. 한사람이 오래하는 프로그램들만 찾아서 들을까, 잠시 혼자 투정도 해보았습니다. 들으면서 정이 드는 것을 그 프로그램 뿐 아니라 진행자에게도 마찬가지인가봐요. 저도 전기현씨의 그 조용조용하고 맑은 목소리, 좋아했었는데 말이지요. 안그래도 요즘 다시듣기로 듣는 것이 많아지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