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활동하고 있는 미국 작가 열 세명이 모여 열 세살을 주제로 한 이야기를 담아 책으로 펴냈다.
우리 소설 중에도 열 세살이라는 제목을 가진 작품들이 있고, 제목은 아니더라도 그 나이 주인공이 등장하는 작품들이 많이 나와있는데 다른 나라의 작가들은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냈을까 궁금했다. 어린이도 아니고 어른도 아닌 나이, 동시에 어린이이면서 어른이기도 한 나이.
"13이 그토록 재수없는 숫자라면서 그 숫자 나이의 한 해 전체를 그대로 겪어내야 하다니. 그냥 건너 뛰어 열 네살로 가면 안될까? "
"다른 누군가를 인정하는 것이 왜 그렇게 어려울까?"
"다른 아이들 모두 신고 있는 운동화를 나도 신고 싶어하는게 잘못된 것일까?"
"다른 남자 아이에게 키스하는 것이 왜 변태야?"
이 책의 내용을 암시하는 물음들이 이 책을 편집한 James Howe가 쓴 서문에 나온다. 열 세살의 나이로 산다는 것은 이리 저리 왔다 갔다 균형을 못잡는 배에 타고 있는 기분과 같다고 한다. 때로는 흥분되고, 때로는 미슥거리며, 어디로 가고 있는지 갈피를 못잡는.
나의 열 세살 시절을 되돌려 보는 것은 별로 재미없고 답답하기만 한데, 다른 이들의 이야기 속의 열 세살은 왜 이리 웃음도 나오고 뭉클해지기도 하며 120% 공감이 되는지. 읽는 동안 마음 속으로 울고 웃었다. 열 두편의 단편과 한 편의 시가 묶여 있는데 이 중 열 두편의 단편들 내용을 간략하게 정리해두고 싶다.
What's the worst that could happen? (by Bruce Coville)
소심하기 짝이 없는 Murphy가, 마음 속에 두고 있는 여자 친구Tiffany의 권유로 용기를 내어 학교 연극에 참가하던 중 일어난 일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Tiffany와 좀 더 가까와 질거라는 애초의 예상과 달리, 있는지 없는지도 모를만큼 눈에 띄지 않던, 말없는 여자애 Laurel의 관심을 받게 되면서 Murphy는 미래는 정말 예측 불허라는 것을 알아간다.
Kate the Great (by Meg Cabot)
Jen은 13살이 된 기념으로 귀 뚫는 것과 아기보는 일을 할 수 있도록 부모로부터 허락을 받는다. 처음으로 아기를 봐주러 간 집이 한때 절친이었으나 지금은 관계가 소원해진 Kate의 옆집이었다. Kate는 Jen이 자기와 함께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아이 봐주는 일에 매달리는 것을 질투하고 계속 방해하고자 한다. 그런 행동을 하는 Kate의 본심을 Jen은 Kate의 남자친구인 Patrick을 통해 마침내 알게 된다.
이맘때 아이들의 행동은 진심보다는 진심을 숨기기 위한 행동일때가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이야기인데 어디 아이들만 그런가? 어른들도 그러지 않는가.
If you kiss a boy (by Alex Sanchez)
절친 Jarmal과 극장에서 몸으로 부딪치며 장난을 치다가 자기도 모르게 키스를 하게된 Joe는 이후로 Jamal과의 사이가 서먹해졌을 뿐 아니라 동성애자라고 놀림을 받을까봐 죄책감에 시달리게 된다. 고민 끝에 Joe는 이미 동성애자라고 소문이 나있는 과학 선생님에게 자기의 고민을 털어놓고 용기를 얻어 Jamal과의 관계를 다시 회복하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틴에이지 때에는 이성에게도 관심이 많아지지만 동성 친구에 대한 특별한 감정이 생기기도 한다. 이것이 더 말못할 고민이 되는 경우가 있음을, 그리고 이것에 어떻게 대응해나가는지를 보여주는 이야기였다.
Thirteen and a half (by Rachel Vail)
사립학교에 다니다가 전학온 친구 Ashley가 내 옆에 앉게 되고, 하교길을 함께 걸어 집에 가게 된 것을 계기로 Ashley는 내게 이것 저것 물으며 친해지고 싶어한다. 그러던 어느 날 열 세살 반이 된 날이라며 집으로 초대한다는 Ashley의 말을 거절할 수 없어 그녀의 집에 간 나는 으리으리한 집의 규모에 놀란다. 큰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은 Ashley가 세살 때부터 키워왔다고 하는 새가 죽어있는 것을 보고 놀라 소리지르며 흥분하는 Ashley를 본 나는 어찌해야할지 모르지만 함께 그 새를 묻어주고 기도를 해주며 그동안 외로웠던 Ashley의 마음을 조금씩 이해해간다.
Jeremy Goldblatt is so not moses (by James Howe)
유태인들의 13세는 특별하다. Bar mitzvah라고 하는 소년 성인식을 치르기 때문이다. 이 성인식에서 일어난 예상 외의 사건에 대해 가족, 친구, 랍비 등 관련된 여러 사람이 돌아가면서 화자가 되어 이야기하는 짧은 토막글의 모임으로 되어 있다. 특이한 형식, 특이한 주제가 돋보이는 글이었다.
Black holes and basketball sneakers (by Lori Aurelia Williams)
아버지 없이 홀어머니 밑에서 많은 형제들과 어렵게 살고 있는 흑인 소년 Malik은 다른 친구들이 모두 신고 있는 신상 운동화를 자기도 신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 학교에서 Malik이 다른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을 때 그를 도와주며 호의적으로 접근한 Carl은 Malik에게 자기네 그룹에 들어오라고 권유한다. 운동화가 너무 갖고 싶어 용기를 내어 엄마에게 말해보지만 그 비싼 운동화를 사줄 형편이 못되어 미안하다는 엄마의 말을 듣고 실망에 빠진 Malik은 기분도 풀겸 Carl이 말한 그들의 아지트를 찾아가는데, 그가 그토록 갖고 싶어하는 운동화를 Carl과 그의 친구들이 어떻게 돈 없이도 얻어내는지를 알게 된다.
운동화를 매개로 하여 작가는 결핍과 소외 계층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누구는 당연하게 누리는 것들을, 내 잘못도 아닌데 나는 늘 결핍과 부러움 속에 살아야 한다는 불공평과, 그 감정을 어긋난 방식으로 해결하고 그 결과 새로운 미움과 증오를 낳게 하는 이 세상의 한 면을 열 세살 소년의 경험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Picky eater (by Stephen Roos)
자기가 다니는 학교 식당에서 일을 하는 엄마가 차려주는 음식에 늘 이런 저런 불평을 하며 먹기를 거부하는 Woody. 그의 버릇은 음식 자체보다 자신의 상황에 대한 불만과 거부를 나타낸다고 보여진다. 친구 사귀는 것 역시 아무하고나 친하게 지내기 보다는 차라리 혼자 있기를 즐기는 편인 Woody에게 어느 날 같은 동네 사는 Nelson이 호감을 보이며 가까와지고 싶어하지만 감옥에 수감중인 Woody아버지 얘기까지 Nelson이 꺼내자 Woody는 Nelson을 멀리하며 친구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몸이 늘 허약해보였던 Nelson이 세상을 떠났다는 말을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전해 듣고 Woody는 쓸쓸함을 느끼고, 학교 식당에서 남은 음식이라며 엄마가 가져온 스파게티를 자신은 먹기를 거부했지만 감옥에 있는 아버지에게 면회가면서 싸가지고 간다는 엄마를 기꺼이 동행해준다.
Noodle soup for nincompoops (by Ellen Wittlinger)
아마도 이 책에 실린 글 중에서 재미로 치자면 제 1순위로 뽑고 싶은 글이 아닐까 한다.
마음을 위로하는 책 중 Chicken soup (닭고기 수프)시리즈가 있다. 그것에 착안하여 학교 신문의 고민 상담 코너를 익명으로 맡게 된 Maggie가 붙인 코너 이름이 이 글의 제목인 Noodle soup for nincompoops. 여기서 nincompoop은 우리말로 하자면 뭐라 해야할까, 약간 제 정신이 아닌 사람, 멍청이라고 할까?
재치가 번뜩이는 이 코너는 단박에 학생들의 인기와 관심을 끌고, 쓰는 사람이 누군지 모두들 궁금해하는 가운데 Maggie의 절친 Liza는 그 코너의 집필자가 Maggie라는 것을 알아챈다. 그리고 실제 Maggie와의 사이에 생겨난 고민을 투고하는 식으로 Maggie의 의견을 알고 싶어하는데.
서로의 오해와 갈등이 풀어지는 과정이 톡톡 튀는 문장으로 재미있게 그려져 있다. 이 작가의 다른 책도 읽어보고 싶어서 빌려온 <하드 러브>라는 책이 지금 내 옆에.
Squid girl (by Todd Strasser)
일명 자연친화 가족인 Sierra의 가족.
아빠를 Mr. Nature Man, 엄마를 the Bird Woman이라고 부르는 Sierra는 자연탐사를 좋아하는 부모와 함께 여름 휴가차 오지의 바닷가를 찾는데 그곳에서 역시 휴가차 와있는 멋진 남자 아이를 발견하게 되고, 맘대로 Travis라는 멋진 이름을 붙여 놓고 가까와질 기회를 노린다.
부모님의 영향으로 자연과 과학에 대한 상식이 풍부한 Sierra는 오히려 이런 자기가 Travis에게는 잘난 척이나 하는 아이로 비춰질거라 생각하며 걱정하지만 Travis (그 아이의 실제 이름은 Bob -정말 평범한-인 것으로 나중에 밝혀진다) 는 오히려 Sierra의 그런 점에 매료된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아빠, 엄마의 이름을 저렇게 붙여 부르는 것부터 시작해서 이름 지어서 붙이는데 폭소를 터뜨리지 않을 수 없었다. parents를 pair-o-rents라고 한 것도 그 예.
제목이 Squid girl인 이유는 cuttle fish와 squid (우리말로는 둘다 오징어) 를 정확히 구분하여 설명해준 Sierra에게 감탄한 Travis가 붙여준 닉네임이기 때문이다.
Angel & Aly (by Ron Koertge)
소극적이고 허약하고 의존적이어서 늘 쌍동이 언니인 Mona의 보호와 보살핌을 받아야 하던 쌍동이 동생 Angel에게 어느 날 악어 인형이 생기게 된다. 그날부터 Angel은 이 인형에게 Aly라는 이름을 붙이고 마치 사람 친구를 대하듯이 행동하며 말도 하고, Aly가 말하듯이 대신 말해주기도 하며 평소엔 새모이처럼 먹던 음식을 Aly가 먹듯이 엄청나게 먹어치우는 등 평소와 다른 행동을 하기 시작한다. 걱정이 된 Mona는 부모님에게 도움을 청하지만 늘 바쁜 부모는 신경쓸 시간과 여력이 없다. 뒤늦게 문제점을 알게 된 엄마와 아빠는 Angel과 Mona에 대한 그동안의 자신들의 태도를 바꾸게 되고 마침내 Angel은 더 이상 Aly를 사람처럼 대하는 이상 행동을 하지 않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평소와 다른 행동을 하는데에는 행동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그 바탕에 깔린 문제를 볼 줄 알아야 한다. Aly라는 인형에 자신을 투사하여 행동하는 Angel의 문제점이 다름 아닌 부모의 관심과 애정이었듯이.
Nobody stole Jason Grayson (by Carolyn Mackler)
자시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nobody 같은 존재라고 여기는 열 세살 여자 아이 Abby는 우연히 같은 반 친구 Daytona의 사물함이 잠겨 있지 않은 것을 보게 되는데 그 안에 자기가 좋아하는 남자 아이 Jason의 사진이 있는 것을 보고 훔쳐서 혼자 간직하게 된다. 뜻밖에 이 일은 학교 전체를 떠들썩하게 만들고 물론 범인이 누구인지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Abby는 자기가 더 이상 nobody는 아니라는 만족감을 얻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제목의 Nobody는 그러니까 주인공 Abby 자신을 일컫는 말.
Tina the Teen Fairy (by Ann M. Martin and Laura Godwin)
정말 이런 요정이 있다면 어떨까? 요정은 아이들의 동화에서만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재미있는 환타지이다. 열 세살이 되고 싶어하지 않는 Maia의 열 세번째 생일을 하루 앞둔 밤, Teen 나라의 요정 Tina는 잠자고 있는 Maia를 Teen 나라로 데려가 틴에이지의 의미에 대해 보여주고 알려준다. 이 시기는 성장 (growing)과 실험 (experimentation)을 할 수 있는 때라는 것. 즉,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지 이렇게 저렇게 시도 (실험) 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는 때이고, 실패는 그 과정의 일부이며 실패를 통해 성장한다는 것을 Maia는 이해하게 된다. 동화같은 이야기에 담긴 의미와 상징이 돋보인다.
이 책은 답보다 더 많은 질문을 던지고 있을지 모른다고 편집자는 말한다. 그 질문은 궁극적으로 '나는 누구인가?' 하는 것. 틴에이지 시기를 출렁이는 배에 타고 있는 시기라고 한 비유를 연장해서, 답이 목적지라면 질문은 그 배를 젓는 노라고 했다. 질문이 없이 닿을 수 있는 곳은 없다는 뜻이다.
마지막 문장이 짧고 명쾌하다.
Set sail. 계속 항해해나가세요!
책이 통째로 재미있다. 제목은 13살이지만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라면 중학교 3학년 정도 이상이면 읽을 수 있을 것 같아 권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