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이콥스키 교향곡 6번 4악장이 이렇게 아름다웠던가...  

2011 교향악 축제가 4월1일 예술의 전당 콘스트홀에서 정명훈 지휘 서울시립교향악단의 공연으로 시작되었다. 프로그램은 드뷔시의 'La Mer'와 라벨의 'La Valse',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6번이다. 모두 내가 관심있어하고 좋아하는 곡이어서 꼭 들어야지 마음을 먹고 있었다. 그런데 표가 공연 한달 정도 전 부터 매진이었다. 하루에 예매 사이트에 몇번씩 들어가 혹시 취소된 표가 있나 확인해 표를 구했다.(사실, 공연장에 오면 안되는 사람들이 많이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누구나 공연을 볼 수 있기는 하지만 분위기를 흐리는 사람들은 용서할 수 없다.)

원래 시간이 날때면 콘서트홀 앞 분수대 옆에 있는 '모차르트'란 레스토랑에 가서 헤페바이젠 맥주를 한잔 하곤 했는데, 이 곳이 장사가 잘되는지, 모든 자리를 100% 예매석으로 영업방침 변경해서 하루 전에 애매를 하지 않으면 이용할 수 없게 되었다. 이러 경우가 있나 싶다.(물론 여름이 되면 커피와 음료같은 경우는 테라스에서 이용할 수 있다고 한다. 그나마 다행.)

공연장에 들어가니 내가 있는 2층 B블로 옆 한구역이 모두 단체애매였다. 교향악 축제를 한화에서 후원하는 것 같은데, 이 날 공연에 한화 임직원들이 단체 관람을 하는 것 같았다. 시간이 조금 지나니 나이 드신 분들이 대거 입장했다. 그러다 공연 8분 전 정도되니 김승현 한화 회장님(?)께서 행차하셨다. 뭐 그럴수도 있지...그런데 회장님이어서 그런지 여기저기서 플래쉬를 터트리며 촬영을 하는게 아닌가. 내가 눈이 좋지 않아 그런지 예당 콘서트 홀에 가면 눈이 상당히 피로한데 잘 보이지도 않고 그런데 공연 시작 전부터 카메라 플래쉬를 받으니 눈이 시작 전부터 피곤했다. 그래서 그쪽을 째려보니 옆 블록 내 옆에 앉아 계신 점잖게 생기신 분이 날 훝어 보시더라. ㅋㅋ

첫번째 프로그램인 드뷔시의 'La Mer'와 라벨의 'La Valse'. 'La Mer'는 많이 들어보지 않아 Martinon의 1973년 녹음으로 예습을 했다. 처음엔 별로 내 귀에 들어오지는 않았지만, 들으면 들을수록 묘한 매력이 느껴지는 곡어었다.  III. 'Dialogue du vent et de la mer'(바람과 바다의 대화)의 종결부분같은 경우 악기군간의 소리와 리듬이 명확히 귀에 들리지는 않았지만 곡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공연이었다. 라벨의 'La Valse'는 내가 워낙 좋아하는 곡이어서 실제 공연을 보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위 두 곡 모두 서울시향의 2010 유럽투어 공연시 호평을 받았다고 한다. 그리고 예전부터 조금씩 느낀건데 어제 'La Mer'와 'La Valse'를 들으며 생각한건 이 곡들을 악보를 보면서 들으면 재밌겠다는 것이다. 두 곡이 관현악법적으로 뭔가 특징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느낌이다. 혹, 저같은 초보가 악보를 볼 수 있으려면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 아시는분 계시면...

정명훈 지휘의 비창 교향곡은 아르떼 TV를 통해 본 적이 있다. 그때의 인상은 번스타인의 말년 녹음과 비슷하다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예습한다는 차원에서 번스타인과 뉴욕필의 1986년(DG) 녹음된 앨범을 찾아 들었다. 그러나, 공연장에서의 느낌은 므라빈스키보다 더 다이나믹하고 액션이 느껴지는 공연이었다. 

   

1악장 초반의 비올라의 음색은 귀에 착 붙게 들렸다.(개인적으로 서울시향의 공연을 몇번 보면서 느낀 점은 왠지 비올라와 콘트라베이스 연주가 따뜻하고 안정적으로 느껴진다는 것이다.) 3악장의 과격함과 큰북 타격은 보는 이로 하여금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줄 정도였다. 문제는 4악장이었다. 예당 공연을 보면서 매번 어수선한 공연장 분위기에 많이 신경을 쓰는 편이다. 특히 말러 교향곡 4번. 9번, 비창 교향곡처럼 종악장이 느리고 조용하게 마무리되는 곡들의 경우는 보는 내내 조마조마하다. 얼마전에 아바도, LUCERNE FESTIVAL ORCHESTRA의 2010년 8월 공연 DVD를 구입해 들었다. 애기가 있어 허접한 홈시어터 마저 치워 TV 스피커를 통해 듣기 때문에 소리는 별로지만, 정말로 좋은 공연이었다. 특히, 종악장 마지막 10여 분 간 이어지는 정적은 정말 몸서리처질 정도였다. 연주자 관객 모두 아바도 옹께서 진정이 되고 곡에 대한 마무리를 지을 때까지 숨죽이고 지켜보는 모습을 보며 부러웠다. 저런 공연장의 분위기가 매너가. 그래서 조용하게 마무리되는 곡에서 흔히들 애기하는 '안다 박수'가 나올까 해서 항상 신경이 쓰이는 편이다. 그러나 다행히 작년 말러 교향곡 4번때와 마찬가지로 종악장의 여운을 느낄 수 있는 분위기였다. 지휘자의 손이 모두 내려가고 고개를 끄덕이며 연주의 끝을 알릴때 까지(좀 빨리 마무리된 듯 하는 느낌이 들었지만) 관중들은 조용히 그 여운을 즐겼다. 

난, 4악장을 들으며 내 눈에 뜨거운 기운이 느껴지는 걸 느꼈다. 누군가 이런 말을 했던게 기억난다. 비창 교향곡을 들으면 이 곡을 작곡할 당시 눈물을 흘리고 있을 차이콥스키의 모습이 떠올라 눈물이 난다고. 예전엔 그 말의 의미를 알 수 없었지만, 어제 공연을 통해 조금이나마 그 '눈물'의 감정을 알 수 있게 되었다. 앨범을 통해서는 절대로 느낄수 없는 감동과 여운이 느껴져 그 여운을 깨고 싶지 않아 박수도 작게 치고 '브라보'를 외치지도 않았다. 자리에 앉아 조용히 연주자, 지휘자에게 박수를 보낼 뿐이었다. 조용히. 아주 천천히. 박수로 화답하였다. 나에게 차이콥스키의 눈물을 보여준 그들에게. 난 앵콜곡을 듣지 않았다. 아니 듣고 싶지 않았다. 앵콜곡은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4번 4악장이었다. 비창 교향곡 3악장과 비슷한 그러나 더 경쾌한 느낌의. 아마도 관객들에게 그 흥겨운 분위기를 마지막으로 느끼게 해주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러나, 난 그게 싫었다.

비창 교향곡을 들으며 3악장이 종악장이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많은 사람들이 그래서 알면서도 3악장이 끝나면 박수를 치게된다. 이게 끝이 아니란걸 알면서 말이다. 그러나 어제 공연은 어수선한 공연장의 분위기와는 다르게 박수가 거의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이 공연 이후 비창 교향곡의 백미는 차이콥스키의 눈물 4악장이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로그인 2011-04-03 1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연에 가질 않아도 간 것처럼 느껴지네요. ^^ 자세히 메모하신 것처럼 생생하고, 햇빛눈물님의 느낌이 잘 전해져 옵니다. 고 클래식에서 서울시향 공연 분위기에 대해 말이 많던데 아무래도 초대권이 많이 뿌려져서 좀 부산스러웠나 보네요.

2년전일까요.. 비참(비창) 을 정명훈 & 서울시향의 연주로 들었는데 꽤나 좋았던 기억이 납니다. 무엇보다 악상의 작은 변화까지도 미묘하게 표현해내려는 모습이 다른 국내악단과는 좀 차이가 난다 싶더라고요. 훌륭한 연주자들도 많겠지만 오케스트라라는 전체적인 그림을 위해 사운드를 조절하는 노력의 결과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3월 초에 열린 명협주곡 시리즈 공연에서 저는 호른을 비롯한 금관악기들의 안정감이 눈에 띄더라고요.

드뷔시 바다를 장 마르티농(오랜만에 듣는 이름이네요 ㅎ)과 차이콥스키의 비참을 므라빈스키와 함께 하고 가셨나 봅니다. 그래도 역시나 일정 수준만 되면 실연을 따를 만한 연주는 없겠죠? ^^ 당분간은 공연 보러 가기 힘들텐데 덕분에 공연 다녀온 것 같아 기분이 좋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D

햇빛눈물 2011-04-03 21:17   좋아요 0 | URL
메모는 하지 않았습니다. 공연 다음날 학교(아 제가 고등학교에 근무합니다)에서 아이들 토요일 자습시간에 갑자기 메모하고 싶어지더군요. 그래서 벌점용지 뒷면에 끄적끄적 거렸죠. 며칠 지나면 잊어버릴 거 같아서요. 워낙 그날 공연의 느낌이 저에게는 좋아서 바로 몇분 전에 들은 것 처럼 기억이 나더군요. 오히려 바람결님의 페이퍼가 저에게는 많은 도움과 때론 영감을 주곤 합니다. 건강하시고 좋은 글 많이 써주세요.

마녀고양이 2011-04-03 1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로................ 너무너무너무 부럽습니다.
당장 음악회로 저도 날아가고 싶군요. 저번부터 미뤄놓은 예매해야겠습니다.
시간대가 애매해서 계속 망설이는 중인데요.

아, 도망치고 싶어라... ㅠㅠ

햇빛눈물 2011-04-03 21:20   좋아요 0 | URL
이번 교향악 축제는 초반부터 말이 많습니다. 많은 분들이 말하시길 초대권이 남발된것 같아 분위기가 엉망이라...저도 그런 부분에서는 동감입니다. 전 와이프에게 지금까지 점수 따 놓은 것들을 모두 이번 공연 시간 할애에 이용할 생각입니다. 말러 교향곡 5번과 바이올리니스트 신현수씨의 공연은 꼭 가볼 생각이구요.(원래 브루크너 교향곡 4번도 꼭 가보고 싶었는데...빠질수 없는 회식이 ㅠ.ㅠ) 부디 마녀고양이님도 '도망' 한번 쳐보시기 바랍니다. 하하~~

나무 2011-06-20 15: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차이코프스키의 삶과 음악이란 책도 나왔는데 함 읽어보시면 도움이 될듯하네요^^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6667405

햇빛눈물 2011-06-22 10:29   좋아요 0 | URL
아 좋은 책 추천 감사합니다. 이 출판사에서 꾸준히 작곡가 관련 책이 나오고 있죠. 얼마전에 말러도 나왔던데 읽어보고싶네요.
 
백두산 : 현재와 미래를 말한다
김정배 외 지음 / 한국학중앙연구원(한국정신문화연구원) / 201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최근 뉴스와 신문의 기사면을 장식하고 있는 주요 주제는 일본의 지진 피해,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폭발 소식이다. 지진 발생 초기에는 원자력 발전소 사고 보다는 지진해일로 인한 일본 북동부 센다이 주변 지역의 피해 장면과 그 정도에 초점이 맞추어졌다면, 사고 중반을 넘어가면서 우리의 관심은 온통 ‘방사능’이라는 단어에 집중되고 있다. 어제(3월29일)는 국내 12곳에서 요오드, 세슘과 같은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물론 인체에 해를 끼칠 만큼은 아니라고 한다. 그러나, 아주 극소량이라 하더라도 이 물질들이 일본 후쿠시마에서 왔다는 것이 문제이다. 만약 일본에서 방사성 물질의 배출이 현재보다 현저히 증가한다면, 우리나라에 전해질 방사성 물질의 양도 그에 따라 늘어날 것은 뻔한 이치이다. 우리들은 경제분야에서의 '세계화'는 강조하지만 ‘재해의 세계화’에 대해서는 관심이 덜한 것 하다. 태풍과 지진, 화산활동과 같은 자연재해는 인간의 힘으로 막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더 큰 문제는, 1차적 재해로 인한 2차적인 피해가 발생 된다는 것이다. 이번 일본의 원자력발전소 폭발 사고로 인한 전지구적인 방사성 물질 노출(아직 2차적인 재해라고까지 할 수는 없으나 이로인한 위험 발생은 사실이다.)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재해의 세계화'에 대비할 수 있는 국가간 협력과 상호공존적인 태도가 중요하다 할수 있다.  

 

최근 북한이 백두산 화산 폭발 문제의 심각성을 느끼고 우리측과 공동연구를 위한 협의를 시작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하여 3월 29일 경기도 문산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에서 백두산 화산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남북 민간 전문가 회의가 열렸다. 남측대표로는 유인창 경북대학교 지질학과 교수가, 북한측 대표는 화산연구소 윤영근 부소장이 참석하여 백두산에 관한 공동연구의 필요성을 공감했다고 한다. 북측에서 이런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는 이유는 바로 백두산의 화산폭발 징후가 포착되고 있어 이에 대한 조사와 대비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백두산이 폭발할 경우 그 피해는 북한에만 국한되지 않기에 우리 정부도 현재의 경색된 남북 국면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이런 움직임에 보조를 맞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들은 백두산을 민족의 성산(聖山)이자 근원이라 말하면서도 정작 백두산에 관한 종합적인 연구와 전문서적은 전무한 편이다. 서점에 가보라 과연 백두산과 관련된 책이 몇 권이나 되는지? 그많은 책들 중에 좀 읽을만한 책은 다섯 손가락에 꼽을 수 있을 정도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차지하고 있는 백두산의 위치(?)를 생각한다면 너무 초라한 대우를 받는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에 처음으로 백두산 종합안내서라 할 수 있는 <백두산 : 현재와 미래를 말한다>가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출간(2010년 9월)되었다. 이 책은 올 겨울방학 기간 백두산과 관련된 글을 쓸 일이 있어 관련 참고서적을 이리저리 찾다 알게 되었다. 큰 판형에 하드커버, 분량이 450페이지 정도로 상당히 무거운 책이다. 책의 무게뿐만 아니라, 내용도 그렇다. 읽어 보면 알겠지만 지리와 지질적 지식이 없는 일반인이 읽기에는 솔직히 어려운 책이다. 특히 2부 백두산의 자연환경 부분은 나 자신도 읽기 너무 어려우 부분이었다.(지질 및 토양은 너무 어렵다. 내용 특성상 어쩔 수 없다고는 생각된다.)

이 책은 고대사 전공자이며 고구려연구재단 이사장이었던 현 한국학중앙연구원 원장(4월 임기가 끝나는 김원장을 대신해 다음 원장으로 전 대통령 실장이었던 정정길씨가 내정되었다고 한다. 이분에 대해 아는게 없어 찾아보니 학부는 법대를 나왔으며 행정고시 출신으로 공직에 입문했다고 한다. 정치학박사 학위 소지자이며 정통관료 출신이라 할 수 있는 이분이 과연 인문학의 발전과 한국학의 위신을 어떻게 높여줄지 궁금하다.)인 김정배 교수를 중심으로 역사, 북한, 지질, 국문학 전공자 등 13명의 각계 전문가들이 집필하였다. 이 중에 지리학자로는 역사지리 전공자인 정치영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가 참여하여 4부 백두산의 인문학_백두산의 인문지리 부분을 집필하였다. 책은 크게 1부_백두산의 역사, 2부_백두산의 자연환경, 3부_백두산의 생태, 4부_백두산의 인문학 등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다. 이 중에서 가장 핵심적인 내용으로는 2부_백두산의 자연환경과 3부_백두산의 생태로 ‘백두산의 화산과 화산위기’(이 부분은 부산대학교 윤성효 교수가 집필했다. 이 분은 최근 백두산 화산 폭발과 관련하여 뉴스에도 많이 나온 분이다.)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북한의 사회과학원과 국가과학원이 작성한 원고를 넘겨받아 재집필한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이 부분이 가장 읽기 어려우며 어색하다.(근데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아무리 용어를 우리식 표기로 바꿨다 하더라도 내용 서술 방식이 왠지 어색한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러나 이 책에서 나에게 가장 눈에 들어오며 재밌던 부분은 약 60페이지 정도에 걸쳐 서술된 ‘백두산정계비와 간도’였다. 간도 문제도 복잡하고 상당히 민감하지만, 백두산정계비 또한 미묘한 부분이라 할 수 있으며 두 가지가 상호 복합적인 면이 존재한다. 그래서 그런지 이 부분과 관련된 일반인이 읽을 만한 자료가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책의 ‘백두산정계비와 간도’는 가뭄에 단비와도 같다. 또한 읽기도 쉬운 편이다. 중요 내용을 보면 “조선은 건국 이후 압록강 중상류 지역에 4군을 세우고, 두만강 중하류 지역에 6진을 세워 압록강-백두산-두만강을 대략적인 경계로 확보”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17세기 후반 이래 인삼 채취, 사냥을 목적으로 활동하는 평안도와 함경도 북부 주민들의 수가 늘어나면서 월경 및 청인들과의 충돌 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하였다고 한다. 이에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청의 요구로 1712년 백두산 정계가 이루어졌으며, 두 나라의 경계는 백두산을 기준으로 ‘서쪽은 압록강, 동쪽은 토문강’으로 규정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이것이 확정적인 것이 아니었으며 토문강의 발원지 및 물줄기에 대한 정확한 지리적 인식이 바탕되어 있지 않아 그 이후로도 양국간의 경계 문제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사실, 18세기 이래만 보더라도 압록강, 두만강 주변 지역은 청인과 조선인들이 혼합되어 살아가는 공동의 삶의 터전이었다. 당시 양국이 월경을 엄격히 금했다 하지만, 기근과 연료 부족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주민들의 이동이 상당하였다고 한다. 사실 간단히 생각해보면 압록강과 두만강 주변 지역은 ‘점이지대’였던 것이다. 당시에는 지금과 같은 근대적 의미의 '선(line)'으로서의 국경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현재 실효적으로 간도 지역을 중국이 지배하고 있다 하더라도 우리 정부측에서는 간도에 대해서 뭔가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은 당연할 수 있다.(그런 의미에서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도 비슷한 경우라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백두산정계비에 적혀있는 ‘토문강’을 어디로 인식하느냐는 국경 설정 및 영토 인식에 아주 중요한 포인트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이 부분을 명확히 정리하고 있다. “두만강 이북 지역의 간도 문제와 관련하여 백두산 정계 및 정계비 문구의 의미를 정리한다면, 1712년 정계 당시에는 조선과 청은 모두 두만강을 정계로 상정”했다고 언급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백두산 정계 및 정계비의 내용은 간도 문제의 시발점이지만 문제 해결의 가장 핵심 요인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간도 문제의 배경은 백두산 정계 이후 계속 이루어진 북방 지역 개발과 인구 증가, 이를 바탕으로 나타나 지역 개발 추세를 더욱 자극하였던 적극적인 영토의식과 고토회복의식이었다. 아울러 19세기 말 국내외 정세의 변화와 국제 관계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간도 문제의 직접적 원인이었던 것”이라 정리하고 있다.

중국과의 국경문제는 그 이후에도 이어진다. 불명확했던 백두산 지역의 국경 획정 문제는 1909년 9월 청과 간도협약을 맺어 천지 주변을 통째로 중국에 귀속시켰다. 당연히 광복 이후 남한과 북한이 간도협약을 인정하지 않았음은 당연하다. 그런데 광복 이후 남한과 북한의 분단 상황이 고착화되면서 북한의 국경선 획정 문제를 알 수 없게 되자 논란이 생겼다. 동서냉전이 치열하던 1960년대 북한이 중공군의 6.25전쟁 참여 대가로 백두산 천지를 전부 양보했다는 주장이 학계에 떠돈 것이다. 그러나 중국과 북한과의 조약 내용이 일부 알려지면서 사실이 조금씩 알려졌다. 현재의 북한과 중국과의 국경선은 간도협약 기준으로 보면 중국 입장에서 상당 부분 북한에 양보한 것으로 보여진다는 것이다. “1990년대 백두산과 두만강 일대의 국경선을 선구적으로 탐사한 하천 전문가 이형석 박사는 새로운 북한과 중국의 국경조약 체결로 인해 백두산 일대에서 늘어난 국토 넓이를 약 280㎢”로 판단"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조중 5호경계비>

'백두산정계비와 간도' 말고도 이 책에는 도움이 될 만한 부분이 많다. '백두산의 기후' 부분에서는 아주 자세한 백두산 주변 지역의 기온, 바람, 강수량 등 기후 환경 특색을 알 수 있는 자료가 풍부하며, 3부_백두산의 생태 부분에는 선명한 새와 식물들의 사진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4부_백두산의 인문학 부분에서는 백두산 지역의 민족 분포와 인구 특징이 서술되어 있는데, 툰드라 기후 지역과 유사한 가옥의 특징을 설명하는 부분이 흥미롭다. “백두산 인근 지역에서는 귀틀집 이외에도 우리나라의 일반 민가와 같이 나무로 집의 골격을 만들고, 흙이나 벽돌로 벽을 만든 집들을 흔히 볼 수 있다. 다른 지방과 다른 점은 추위와 바람에 대한 대책이 곳곳에 마련되어 있다는 것이다. 먼저 집터를 닦을 때, 바닥을 2m 이상 파고 거기에 모래와 자갈로 다져 놓어서 토대를 만든다. 이 지역은 겨울에 땅이 얼기 때문에 흙으로만 토대를 만들면, 여름에는 습기를 먹어 내려가고 겨울에는 얼어서 올라오면서 토대에 균열이 생겨 집이 오래가지 못”한다고 한다. 또한, 제주도의 고팡과 같은 특이한 가옥 시설도 존재한다. “중국쪽의 백두산 인근지역의 가옥에서 발견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독특한 공간은 ‘빠오미루’라 부르는 곳간이다. 빠오미루는 대문 앞이나 집 옆에 있는데, 네 개의 나무 기둥에 나무를 걸쳐 놓은 다음, 버드나무 가지로 울타리를 치고 버드나무 발과 볏짚으로 지붕을 씌운 형태로, 옥수수만을 저장하는 곳이다. 빠오미루는 사방으로 통기가 잘 되어 옥수수를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고, 옥수수가 천천히 마르므로 몇 년을 두더라도 곰팡이가 피지 않는다”고 한다. 이 지역에서의 옥수수의 중요성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애국가의 첫 소절은 ‘동해물과 백두산’으로 시작한다. 그만큼 백두산이 우리 민족과 국가의 중요한 장소라는 뜻 일 것이다. 그러나 남북 분단이라는 정치적 문제 및 중국과의 복합적인 상황으로 현재까지 학술적 연구의 어려움이 많아 그럴듯한 백두산 연구가 진행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올해 진행되고 있는 남북간 백두산 공동 연구가 잘 진행되어 제2, 제3의 <백두산 : 현재와 미래를 말한다>같은 책들이 봇물 터지듯 발간되었으면 한다.

ps : 지리 교사들이 읽어볼 만한 백두산 관련 서적들을 몇 권 같이 소개할까 한다.   

 백두산     백두산 등척기

백두산 대폭발의 날     간도는 누구의 땅인가 (살림지식총서 140)

우선 대원사(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출판사이다. ‘빛깔있는 책들’ 시리즈 중에 좋은 책이 많다.)에서 나온 <백두산>이 있다. 이 책은 1997년 초판이 나왔는데 중국 연변대학 지리학부 심혜숙 교수가 쓴 책이다. 그런데, 북한측과 중국측 자료가 많이 인용된 듯 하고 그래서 그런지 자연스럽게 읽히지는 않는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 책을 의심하게 만드는 부분이 있는데, 56페이지 ‘천지의 괴물’과 관련 부분이다. 여기를 보면 “역사적 자료와 목격담에 의해 천지에 괴물이 있다고 인정한다”고 서술되어 있다. 그리고, 다음 페이지에 보면 “백두산을 관광하는 사람들은 어느 달이든 괴물을 볼 수 있는 가능성이 있게 된다. 특히 천지의 괴물은 길상의 상징이므로 순간을 잡아 보기만 하면 그들에게는 행운이 기다리고 있다고 전한다.” 도대체, 천지에 괴물이 어디에 있단 말인가? 그리고 천지 괴물은 중국의 '장백산 홍보 전략'의 일환으로 날조, 과장된 것이라 보는게 현재까지 정설이다. 그리고 ‘괴물’이 어떻게 길상이 될 수 있는지 원...좀 어이가 없는 부분이다.  

두 번째 책은 <정민 교수가 풀어 읽은 백두산 등척기>이다. 백두산 등척기는 일제시대 독립운동가이며 언론인이었던 안재홍 선생이 1930년 여름 백두산에 오른 16일간의 기록을 담은 책이다. 옛 문체이지만 정민 교수의 글 솜씨 때문인지 읽기 어렵지 않은 편이다. 책 내용 중 한 부분이다. “줌쑥한 덤불 숲의 맵시와 함께 곱고 보드라운 선과 맑고 또렷한 점의 아름다움이 조화를 이뤄 바다와 산의 빼어난 경치를 이루었다. 쾌청한 하늘의 선들바람은 고요한 굽이의 주름 짓는 잔물결을 몰아다가 붉은 모래와 푸른 솔이 아로새겨진 솟아난 기슭에 찰싹찰싹 부딪친다. 눈을 들어 멀리 보매, 아득한 바다 천리의 탁 터진 빛이 뿌연 하늘 빛과 마주 닿아 눈 닿는 끝까지 드넓다." 정말 아름다운 글이지 않은가! 또한 저자의 머리말 첫 글귀가 아주 '지리'스럽다. “여행은 한가한 일이 아니다. 높은 산에 오르고 한바다에 떠서 천지의 드넓은 기운을 마시면서 웅장하고 아득한 기상을 기르는 것은 그대로 세상에 필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하물며 도시와 시골, 산과 들에서 백성과 만물이 살아 숨 쉬는 실제 상황을 폭넓게 보고, 고금에 변해온 자취를 살피는 것은 사회인에게 가장 으뜸 가는 책무이기도 하다. 이 점에서 여행이 필요하고, 여행기도 가치가 있다.” 지사, 지식인으로서의 기질이 느껴진다. 그리고 ‘지리’라는 학문의 중요성도 다시금 깨닫게 된다.  

세 번째 책은 부산대학교 지구과학과 윤성호 교수의 <백두산 대폭발의 날>이다. 작년 12월 말에 나온 책인데, 제목이 너무 맘에 안 들지만 참고해 볼 만한 책 같다. 마지막 책은 살림지식총서 시리즈로 나온 계명대학교 일본학부 교수인 이성환 교수가 쓴 <간도는 누구의 땅인가>이다. 이 책이 출간된 것은 2004년으로 간도협약(1909)이 체결된지 100년이 되는 2009년 이전으로 간도 영유권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던 시기에 출간된 책이다. 그 이유는 국제법 또는 국제관례상 100년을 넘기면 영유권 주장을 할 수 없다는 '100년 시효설'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현재가 2011년이니 이 말은 필요가 없게 되었다. 우리 정부측 주장은 간도협약은 법적 효력이 없으므로 간도는 한국의 영토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간도협약 조약 당사국은 일본과 중국이기 때문에 간도를 현실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중국에 대한 부당성만을 지적할 것이 아니라, 일본 책임론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단순한 사실에 입각한 감정적인 주장은 현실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기실 역사적 영토와 지리적 영토의 차이에 대한 인식의 '갭'은 너무나 크다.(고구려와 관련된 한국과 중국의 역사문제 인식에서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이 ‘인식’해야 하고 ‘해결’하려 노력해야 하는 점은 명확히 인지하고 있어야 하겠다.


댓글(7)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양철나무꾼 2011-04-01 0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정민 교수만 읽어 봤네요.

전 이 책과 아무 상관 없는 얘기지만...백두산정개비 하니까,
얼마전 텔레비젼에서 보았던 어느 대왕비와 탁본이 생각나네요.
즈장이 현실이 되기 위해선 '힘'도 필요하지만, 인식하고 해결하려 노력하는 것도 반드시 필요할 거예요~^^

햇빛눈물 2011-04-01 10:55   좋아요 0 | URL
'인식'도 해야하고 '힘'도 필요하고 참 여렵다는 생각입니다. 정민 교수님 책 읽어보셨군요. ㅋㅋ 참 블로거님들 보면 책 많이 읽으시는 것 같아 너무 보기 좋습니다. 저도 좀더 화이팅햐야 할것 같습니다.

마녀고양이 2011-04-01 16: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글 감사합니다.
한번도, 단 한번도 백두산과 간도에 대해 제대로 생각해본 제가 부끄러운 글이었습니다.
사실 좀 답답하기도 하구요. 며칠 내내 독도로 시끄럽네요.
우리가 하나의 나라였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해봅니다.

햇빛눈물 2011-04-02 21:16   좋아요 0 | URL
독도 참 어려운 문제입니다. 정부의 정책적인 미스도 있거니와 역사적으로 아픈 부분이죠. 요즘 주강현의 <제국의 바다 식민의 바다>를 읽고 있는데, 19세기 말 열강의 틈에 끼인 우리나라의 아픈 역사를 여실히 보여줍니다. 이때 남해의 거문도는 영국이 불법적으로 2년간 점령당했던 적도 있습니다. 두만강 하구의 녹둔도라는 섬은 러시아의 영토가 되었구요.(물론 하턴 퇴적지형의 변화로 인한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슬픈 일이 많았던 우리의 역사입니다. 지금도...

노이에자이트 2011-04-03 15: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남선의 <백두산 근참기>에도 정계비에 대한 글이 있지요.최남선이 백두산에 민족주의적인 의미부여를 한 대표적 인물이기도 합니다.

중국과 북한의 국경협약에 대해서는 북한이 영토를 팔아먹었다는 주장도 있는데 실제로 조사해 본 결과 북한 측에 더 유리하다는 기사가 나온 적이 있었어요.그때가 2008년일 겁니다.

햇빛눈물 2011-04-03 21:25   좋아요 0 | URL
네, <백두산 근참기>는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백두산 관련해서 많이 인용되는 것 같더군요. 북한과 중국간의 국경협약에 대한 부분은 참 어려운듯 합니다. 정확한 객관적 자료가 모두 공개된 것도 아닌 상황에서 북한이 잘했다, 북한이 중국에게 팔아먹었다는 주장 모두 사실 100% 받아들이기는 현재로는서는 어려운듯 합니다. 설령 북한이 협상을 과거에 잘해서 많은 부분 국경 설정 협약을 잘했다 하더라도, 현재 백두산 개발에 있어 과거 북한쪽 영역이었던 남파 산문지역까지 중국이 북한에게 개발권을 넘겨받아 개발하고 있는 상황에서 과히 좋은 경우라고 할 수는 없을 듯 합니다.

노이에자이트 2011-04-04 17:34   좋아요 0 | URL
백두산 근참기에 나오는 분량은 짧은 편이죠.역시 토문강 두만강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남북관계가 잘 안 풀리니 북한으로서는 중국과의 경제협력을 더 강화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그 와중에 임대형식으로 중국이 빌려가는 땅이 많고...아마 흡수통일이 되어도 이런 지역이 큰 골치가 될 겁니다.
 

배타적경제수역에 관한 글을 쓰고 난 후 '노이에자이트'님께서 댓글을 달아주셨다. 그 중 임지현씨의 독도 관련된 글을 읽어보라 권유하시기에 읽어보았다. 상당히 긴 글이었다. 내가 이 사람의 글을 평할 위치와 그 정도의 지식체계를 갖추고 있지는 않지만, 단편적이고 단순한 느낌을 적을까 한다. 주로 작성된 기사를 인용한 후에 간단히 나의 생각을 적을까 한다. 

전문은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6521 미디어오늘에서 찾아볼수 있다.2005년 4월 기사이다.(웹페이지 양 사이드의 지저분한 광고가 상당히 눈에 거슬린다. 요즘 이런 광고들이 너무나 많은듯 하다. XX일보면 이해한다지만, 이곳저곳 가리지 않는 것 같아 기분 나쁘다. 보기 싫은데도 계속 따라다니니...) 대담자에 질문에 임지현 교수가 대답하는 형식이다.

"전근대 시대의 나라 간 경계라는 것이 지금과는 달랐거든요. 오늘날처럼 선으로 그어진 국경이 아니었기 때문이지요. 그러니까 경계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섞여서 살았던 것니다. 서로 다른 민족 정체성이 섞여서 ... 요컨대, 전근대의 경계란 상당 부분이 오늘날 같은 국경선이 아니라, 산포된 점들이 있고 그 산포된 점들 주위의 넓은 영역(zone)으로 이뤄져 있었다는 얘깁니다. 그 넓은 영역 자체가 그냥 경계 지역이었다는 것이지요. 그걸 역사학에서는 변경(border zone)이라고 이야기하는데, 이건 근대의 국경(frontier)과는 명백히 다른 것이지요."

# 1. 뒷부분에 임지현 교수가 언급하기도 하지만, 현대의 선으로서의 국경은 근대의 산물이다. 그 전에는 어떤 가상의 선을 중심으로 점이지대(양쪽 국경의 완충지대)가 광범위하게 형성되어 양국의 국민들이 모두다 거주하였을 것이다. 간도가 바로 대표적인 예이다. 독도 또한 그렇다. 임지현 교수는 독도만을 언급하지만, 사실 독도보다 울릉도가 더 적절한 예일 것이다. 울릉도 같은 경우, 조선시대를 예로 든다면, 과거 많은 수의 주민들이 거주했으나 왜구의 노략질이 심해, 정부는 상당한 기간동안 '공도정책(空島政策)'을 실시했다. 그러나 정부의 정책을 어기고 많은 수의 주민들이 이주(또는 도망)해 거주했으며, 이 중에는 일본 주민들도 상당수 존재했다고 한다. 당연히 울릉도, 독도 인근 해역은 자연스럽게 일본과 조선 주민들의 삶의 터전이었음은 당연하다. 그렇다면 울릉도도 독도와 마찬가지로 '변경(border zone)'지역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단, 울릉도는 현재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기는 하지만. 
 

"분쟁 당사국들이 서로 제시하는 '증거'로서 역사적 자료라는 것은 사실 해석하기 나름인 측면이 강합니다. 독도의 경우 '도해면허'를 둘러싼 논쟁이 대표적입니다. 도쿠가와 막부가 독도에서 조업하는 일본 어민들에게 도해면허를 발급한 적이 있었는데, 이걸 근거로 일본 학자들은 독도가 일본 땅이었다고 주장합니다. 이에 대한 한국 학자들의 반박은 도해면허를 내줬다는 것 자체가 독도가 일본 땅이 아니었다는 것을 오히려 증명한다는 것이었지요. 같은 사실(fact)을 두고서도 정반대의 해석이 나옵니다. 이런 식으로 양국이 제출하는 자료라는 것들은 사실 그것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많이 좌우됩니다. 한국 역사가들은 한국 내셔널리즘에 맞게 해석하고. 일본 역사가들은 일본 내셔널리즘의 시각에서 해석을 하잖아요. 결국 역사적 자료를 들이댄다 해도 각자 이건 우리의 땅이었다는 자기 식의 결론을 가질 수 있다는 거예요."

(보충 질문) '도해면허' 논쟁에서, 도쿠가와 막부가 도해면허를 발급했다는 것이 오히려 독도가 일본 땅이 아니었음을 증명한다고 한국학자들이 이야기했다고 하셨는데, 그것이 '외국'을 가는 것이었기 때문에 면허를 발급했다는 논지인가요?

"그런 이야기죠. 그런데 (내가 볼 때는) (도해면허를 발급한 이유가) 그런 맥락이 아니었던 것 같아요. 잘은 모르겠지만, 내가 갖고 있는 역사적 상식으로 판단하자면 그래요. 결국 전근대사회는 주민 자체가 노동력이란 말이에요. 그러니 전근대 권력의 입장에서 보면, 자기 지배 하에 있는 노동력이 자꾸 다른 땅, 즉 자기 지배력이 미치지 않는 지역으로 이주하려 한다면 막아야 하는 거죠. 그러니까 (남의 땅에 갈 때라기보다는) 멀리 간다고 할 때 도해면허를. 즉 관리하기 위해서 도해면허를 내줬을 가능성이 커요. (어민들이) 갔다가 오지 않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 그런데 그걸 갖고 국민국가의 근대 국경개념을 투영해서 도해면허를 내줬기 때문에 일본 땅이 아니고 조선 땅이었다라고 하는 건 좀 아닌 거죠."

# 2. 나로서는 상당히 이해하기 힘든 논지이다. 물론 '도해면허' 논쟁같은 경우 당연히 한국측 입장과 일본측 입장이 상반될 수 밖에 없다. 당연하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과거의 역사적 자료를 부정하거나 자료적 가치 또는 해석의 양상을 격하시키는 태도는 지식인으로서 온전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역사적 자료가 사료로서 신빙성의 문제가 없다면 말이다.) 역사적 자료라는 것이 말그대로 과거의 것이니 읽는 사람에 따라 보는 사람의 입장에 따라 '해석의 여지'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해석의 과정에 객관적이고 그 해석을 뒷받침해줄 수 있는 또다른 자료와 체계적 얼개가 있다면 그래서 대다수의 사람들이 수긍한다면 그것 자체로서 근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질문) 전근대 시절이 어떠했든 간에 어쨌거나 지금은 근대가 도래했고, 그 근대적 영토선을 어떻게든 확정해서 결국 독도의 영유권을 확정하는 문제가 남으니까요. 알려져 있다시피 영유권은 이는 배타적 경제수역(EEZ)과 같은 경제적 이해관계와 맞물려 있기도 하기 때문에, 네 땅도 아니고 내 땅도 아니다 식의 해결책은 성립하기 어려울 듯한데, 뭔가 더 현실적인 해결책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그러니까 현실적으로 필요한 방법은 '동아시아 각국의 국가권력들이 모여서 현재의 국경선을 인정하자'가 될 수밖에 없는 거죠. 인정 안 한다면 싸우겠다는 얘기밖에 안 되는 거니까. 대신에 현재의 국경선을 인정하되 이 지역은 원래 변경(border zone)이었다는 역사적 컨셉을 적용해서, 현재 독도의 경우 한국이라는 국민국가가 독도를 관할하지만 독도에 대한 이용권은 시마네 현의 어민들에게도 울릉도 어민 못지 않게 같이 활용할 수 있는 권리를 주자는 거죠. 그러면 현재 한국의 서울에 있는 중앙정부와 일본의 도쿄에 있는 중앙정부가 독도를 갖고 싸우는 것이 아니라 시마네 현의 어민들과 울릉도의 어민들이 직접 만나며 어획량 제한 협정을 맺기도 하고, 어업 정보도 교환하고, 때로는 공동작업도 하며 나름의 자치적 질서를 만들어 갈 겁니다. 이런 식으로 발상을 전환하게 되면 이게 우리 땅이다 남의 땅이다 하는 의미가 크게 약화되는 거죠.

# 3. 일견 그럴 듯 할거 같기도 하다. 하지만, 임지현 교수의 논리로 거꾸로 생각해본다면 독도가 '변경(border zone)'지역이었다는 것은 바로 '역사적 자료'를 통해 입증해야 할 문제가 아닌가? 그렇다면, 어느 국가가 현재 상당한 수준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가지고 있는 영해와 배타적 경제수역에 관련된 부분에 대하여 "이 지역은 원래 변경(border zone)이었다는 역사적 컨셉"을 순순히 인정하며 또한 양국 지방정부(중앙정부가 아닌)가 머리를 맞대고 니네가 일년 어획량을 이만큼하고 우리는 이만큼으로 할게...라는 식의 논의가 가능하겠는가?(내가 인간에 대해 비관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과거 독도가 문제가 되니 그냥 폭파해버리자고 하던 그 사람들의 마인드가 사실 그렇게 특별한 몇몇 사람들의 특별한 생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요즘 드는 생각이다.)
 

(질문) 말하자면 다자 간 공동조약인 건데, 그것을 단순히 영토분쟁에 대한 해결책으로만 말씀하시지는 않는 것으로 들립니다. 그것을 이른바 '동아시아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사전단계로 상정하고 계신 듯한데, 그렇다면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듯합니다. 유럽연합(EU)에 해당하는 성격의 국제공동체가 과연 동아시아에도 필요하다고 볼 수 있는 겁니까?

필요하지요. 이렇게 한 번 봅시다. 앞서 언급했듯이 지금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영유권 분쟁은 '우리 고유의 신성한 영토'라는 주장과 맞닿아 있는데, 이러한 주장은 사실 근대 국가 주권개념하고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우리 나라의 주권이 미치는 공간'이라는 건데. 실질적으로 현재 돌아가는 세계는 국가 주권만에 의해 돌아가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현재의 체코 같은 경우 원자력 발전소를 짓는데 헝가리와 슬로바키아 의회의 승인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 사실은 이미 체코의 핵발전소의 문제는 체코만의 문제가 아니거든요. 예컨대 체르노빌에서 방사능이 누출됐을 때 그 핵발전소가 있었던 우크라이나는 체르노빌 부분만 빼고 끄떡없었는데, 정작 더 큰 피해를 본 건 이웃이었던 벨로루시였습니다. 영토의 1/3이 오염(poisoning)됐단 말이에요. 결국 그 지역에 살았던 사람들은 전부 고향을 등지고 새로 조잡하게 지은 정착촌에 살아야 했지요. 이웃 나라(?)의 핵발전소 때문에. 즉 우크라이나의 주권이 영향을 미치는 경계 내에서 일어난 일이지만 우크라이나만의 일이 아니었던 겁니다. 그래서 현재는 체코에서 핵발전소를 짓는데 어떤 원자로를 사용하며 얼마만큼 안정성이 있느냐. 이런 걸 헝가리나 슬로바키아 의회에게까지 보고하는 것이죠. 체코 자국민뿐만 아니라 이웃나라 주민들의 삶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으니까. ... 이제 중국의 경우를 생각해 봅시다. 중국 내 오염에 의해서 황사 바람이 갈수록 독해져 간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이를 견제할 수 있는 수단은 거의 전무하다시피하지요. 요컨대 이런 현상들은 세계의 경제 구조랄까 산업화의 수준이라는 것이 이미 주권의 영역 내에서만 머무르지 않게 되었다는 걸 보여주는 예라는 겁니다.

# 4. 물론, 유럽연합의 경우를 보면 일개 국민국가 개념의 영토개념을 넘어 좀 더 통합되고 확장된 정치체제의 가능성이 열려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유럽은 아주 특수한 'case'이다. 역사적으로 보더라도 유럽의 경우는 동아시아(일본, 중국, 한국)보다 국가로서의 응집력이 약했던 부분이 존재한다. 그리고 많은 학자들(어떤 학자들인지는 나도 지금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여러 지면을 통해 이런 주장을 하는 이들이 꽤 있는 것 같았다)이 '동아시아 공동체'의 필요성(항구적인 동아시아지역의 평화를 위해서라도)을 주장하지만 그 실현성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공동체를 만들게에 한.중.일은 너무나 다른 역사적 문제와 경험을 가지고 있는 나라임이 사실이다. 그러나 체코의 원자력 발전소 건설의 경우와 같은 예는 현재 일본에서 일어난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폭발사고에 견주어 봤을때 실현 가능하고 국제적 협력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된다. 현재 세계화의 진행이 경제적인 수준에서는 상당히 진행되고 있다. 내가 사용하고 있는 컴퓨터, 커피, 옷 등 모든 경제적 재화들이 국경을 넘나들며 만들어지고 유통되고 있다. 노동력 또한 마찬가지이다. 이런 상황에서 좀더 긍정적인 부분으로의 세계화가 진전이 되기 위해서는 '동아시아 공동체'같은 거시적인 부분보다는 좀더 현실적으로 필요한 인간의 '안전'을 위한 국가간의 국경을 뛰어넘어 타국에 피해를 줄 수 있는 원자력 발전소같은 시설의 건설과 발전의 진행을 주변국가간 상호협력, 견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질문) 그래서 국가주권에 대한 일정한 제한이 필요하다?

그렇죠. 그런데 전통적으로 이 제한주권론은 제국의 논리였습니다. 이를테면 68년에 소련의 브레즈네프가 프라하를 침공하면서 내세운 논리가 제한주권론이었죠. "사회주의 형제국 사이에서는 사회주의 전체의 대의가 중요하며 이는 개별 주권국가의 이해관계를 넘어서는 것이다"라며 침공을 정당화했거든요. 그리고 사실 필요도 필요지만, 경제적으로 보면 주권국가의 경계를 허무는 일은 이미 진행되고 있어요. 예를 들어 벌써 오늘 인터내셔널 해럴드 트리뷴만 봐도 뭐가 나오냐 하면, 중국에서 일본 상품 불매운동이 벌어지자 중국의 고위 관리들이 일본의 비즈니스 리더들을 만나서 이런 말을 한다는 거죠. "우리 벌써 작년의 상호 무역량이 900억불이다. 그러니 불매운동 우리가 잠재우겠다". 이건 물론 중국 신문에는 보도가 안 되겠지만. (웃음) 그러니까 실질적으로 이미 경제생활 자체가 더 이상 격리되고 고립되는 걸 불가능하게 만드는 그런 틀, 하드웨어는 됐다는 거죠. 문제는 소프트웨어인데, 변경 연구(border studies)나 국사 비판과 같은 것들을 통해 그런 소프트웨어 부문에서 문화적 마인드들을 바꿔 나가는 작업들이 돼야 하겠죠.

# 5. '제한주권론'에 관한 내용과 브레즈네프의 프라하 침공에 대한 내용은 내가 알지 못해 뭐라 애기하기 힘들것 같다. 그러나 "중국에서 일본 상품 불매운동"같은 사건이야 현대 사회에서 상당히 많이 일어나는 일이다. 경제적인 차원에서는 주권국가의 경계가 약해진 것이 사실이다. 최근의 센카쿠 열도(댜오위다오)에서 벌어진 중국과 일본간의 영유권 분쟁에서 일어난 중국의 희토류 일본 수출금지 사건도 비슷한 경우일 것이다. 강경하게 나오던 일본 정부도 중국의 희토류 수출금지 정책에 할 말을 못하게 되는 것이다. 경제적인 부분에서는 개별 주권국가만을 따로 놓고 애기할 수 없는 환경인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주권국가의 개념이 사라지거나 약해진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오히려 국사(임지현 교수도 끊임없이 파시즘과 국사교육의 문제점을 지적해온것으로 알고 있다. 나도 '국사', '국어'란 말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교육이 강화되고 있는추세이다. 하드웨어 환경이 갖추어졌다고 생각지도 않으며 소프트웨어가 하드웨어보다 더욱 바꾸기 힘들것 같다는 생각이다.
  

전반적으로 내가 임지현 교수의 글을 읽으며 든 생각은, 불연듯 지금 읽고 있는 러셀 자서전의 어떤 글귀가 생각이 나더라. 러셀이 1차세계대전 반전운동을 할때 D.H 로렌스를 잠깐 알고 지냈다고 한다. 한 일년 정도 나야 뭐 로렌스라고 하면 <채털리 부인의 사랑(연인)>이 생각나지만, 러셀의 경우그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인 평가이다. 러셀이 로렌스를 평가한 글 중 일부가 이렇다. "나는 그가 세상을 더 낫게 만들려는 진정한 소망은 없고, 다만 세상이 얼마나 나쁜지를 웅변조로 독백하는 짓에 빠져 있다는 것을 점차 깨닫게 되었다."  물론 임지현 교수가 러셀의 이런 평가를 받았던 로렌스와는 다른 부류의 사람이라는 것은 나도 알수 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흔히들 애기하는 진보인사들의 그럴듯한 '수사'에서 러셀의 로렌스에 대한 평가의 부분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살짝 걱정이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이런 긴 글을 쓰게 된 동기가 되는 글은 따로 있다. 노이에자이트 님의 댓글에 가벼운 댓글을 달고 끝내려 했는데, 임지현 교수의 아래 글이 나의 전투력에 불을 당겼다고 할 수 있다. 문제가 되는 글귀는 이렇다. "국제법적으로도 근대주권 국가주권 국민주권 개념을 넘어서는 어떤 새로운 전망이랄까 하는 것들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시기가 아닌가 싶은데, 그런 상황에서 바위섬 하나의 영유권을 가지고 이렇게 싸우는 모습이라는 건 참 답답한 일".  정말 이런 글이 무섭다. 물론, 글쓴이의 앞뒤 글 다 잘라먹고 이 글만을 놓고 이해한다는 것은 온당하지 못하다고 생각하지만, 이 글귀만으로도 글쓴이의 독도에 대한 이면의 생각을 알 수 있을것 같다. 독도가 일개 '바위섬'일까? 그리고 만약 그렇다면 싸울 가치가 없는 것일까? 그리고 임지현 교수가 말하는 "국제법적으로도 근대주권 국가주권 국민주권 개념을 넘어서는 어떤 새로운 전망이랄까 하는 것들"이 절실히 필요하기는 한 것일까? 필요하다면 어떤 것일까? 어떤 새로운 전망일까? 최소한 독도가 일개 '바위섬'이 되려면 "국민주권 개념을 넘어서는 어떤 새로운 전망"이라는게 구체적으로 제시되고 국가적으로 동의, 합의된 후에 가능한 것이 아닐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무서운 일이다. 원자력 발전의 위험은 1986년 우크라이나의 체르노빌, 1979년 미국 펜실베니아의 스리마일 섬(three mile island)의 원전 사고를 우리들은 너무나 쉽게 잊어 버렸다.

 

위 사진과 같은 지각의 변위량을 나타내는 지진의 경우, 내진설계를 아무리 강하게 하든지 저 땅위 있는 원자력 발전소는 무너지고 위험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원자력발전 찬성하는 쪽에서 애기하듯, 발생 가능한 지진의 강도를 예상해서 거기에 맞는 내진설계를 하면 안전을 확보할 수 있다고 하는데, 현재의 기술로 절대로 발생 가능한 지진의 강도를 예상할 수 없다. 자연은 인간의 예측 범위에 있지 않다. 인간이 이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

세계일보 2011.3.28  제트기류 타고 최단코스 상륙… 한반도 日 방사능 영향권

국내 방사성물질 검출 파장

일본 후쿠시마 원전에서 유출된 방사성물질이 서울에서도 검출되면서 앞으로 이들 물질이 우리나라에 얼마나, 어느 정도로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에 검출된 방사성물질은 '북극 진동' 등에 따라 한반도 근처까지 늘어진 제트기류를 타고 가장 짧은 코스로 날아온 것으로 분석된다. 강원도 고성에서 '제논'이 검출된데 이어 서울에서 '세슘'과 '요오드 131'이 나와 한반도가 일본 원전 방사능 오염권에 들어갔다고 할 수 있다. 걱정스러운 점은 향후 방사성 물질의 한반도 유입이 더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특히 그렇다. 아직은 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지만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한 것도 이 때문이다. 

 

'지름길'을 타고 온 방사성

기상청의 기류 이동 전망에 따르면 29일까지 상층 바람은 동쪽으로 분다. 이 같은 공기 흐름은 후쿠시마 원전 폭발 이후 단 한 번도 바뀐 적이 없다. 그렇다면 강원도 제논과 서울에서 검출된 세슘, 요오드 131은 지구를 한 바퀴 돌았을 가능성이 높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등은 이동경로를 역추적한 결과 후쿠시마 원전 방사성 물질의 극히 일부가 캄차카 반도를 거쳐 북극→ 시베리아→ 한반도로 왔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이동시간이다. 후쿠시마 원전이 지난 12일 첫 폭발을 했다. 23일 강원도에서 검출됐으니 11일만에 한반도에 상륙한 셈이다. 평상시 편서풍대를 탔다면 2주 정도가 소요되는 거리다.

기상청은 그 이유로 올 겨울 우리나라에 장기간의 한파를 몰고 온 북극 진동의 영향을 꼽는다. 북극을 중심으로 중위도 지방으로 흐르는 한랭한 공기의 흐름인 북극 기류가 올해 평년보다 유난히 아래로 처져 한반도까지 확장했다. 북극에서 그 바람을 탔다면 한반도 북쪽까지 일사천리로 내려왔을 가능성이 크다.

우려되는 해류의 역습

바람과 함께 해류의 환류도 관심사다. 후쿠시마 원전 앞바다를 흐르는 쿠로시오 해류는 장기적으로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 해류는 대만 동쪽에서 시작해 동쪽으로 이동, 일본 동해를 거쳐 북태평양 해류→ 캘리포니아 해류→ 북적도 해류→ 쿠로시오 해류로 다시 돌아온다. 그중 10% 가량은 우리 남해를 지나 동해로 유입된다.

후쿠시마 원전은 전력이 끊긴 뒤 바닷물을 투입해 냉각시켰다. 통상 원전 냉각수는 정화된 물을 사용해야 하지만 일본 정부는 급한 불을 끄기 위해 바닷물을 있는 그대로 퍼부었다. 이 경우 바닷물과 방사능 연료 등의 상호작용으로 흡착 물질이 발생하고, 방사능 농도가 짙어진다. 이 물은 걸러지지 않고 다시 바다로 방류됐다.

일각에서는 쿠로시오 해류 환류 주기가 수년에서 수십년은 걸리기 때문에 염려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국립해양조사원 변도성 박사는 "환류하는 동안 방사성물질이 금방 희석돼서 농도가 급속히 낮아진다"고 설명했다. 환류 이전에 수입되는 수산물이 대부분 이 해류의 흐름이 닿는 지역산이라 불안은 가시지 않는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과 러시아 연방, 일본, 미국 등 태평양 연안국에서 들여온 어류가 전체 수입량 108만1800t 가운데 90만6857t(83.8%)에 달했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cyrus 2011-03-29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실시간 뉴스를 보니 우리나라 12곳에 요오드가 검출되었다네요,,
그 전부터 한반도는 방사능에 안전하다고 호언장담했던 정부의 안일한 대응 때문에
구제역 파동처럼 또 화를 부를까봐 걱정됩니다.

햇빛눈물 2011-03-29 22:39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걱정입니다. 문제없다고 애기하는 것들 시간지나고 보면 죄다 문제가 발생하죠.

양철나무꾼 2011-03-29 1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지리는 도통한 사람이나 할 수 잇는 학문 같아요.
자연은 인간의 예측범위 안에 있지 않다...라니 걱정해야 될 얘긴데...넘 멋진걸요.

저 지리시간에 졸지 않았나 봐요.
쿠릴,쿠로시오 해류 기억하고 있어서 그런지, 이 페이퍼 알아 먹겠어요~^^

햇빛눈물 2011-03-29 22:40   좋아요 0 | URL
기억하시는 걸 보니. 수업시간에 잘 들으셨나보군요. ㅋㅋ 근데 언제 들었느냐가 문제인다...시간이 꽤 지나셨죠?
 

어제 방과후에 한국지리 보충 수업을 했다. 월화수목 모두 보충을 하기에 좀 피곤하기도 하지만 아직까지는 애들의 수업 태도가 좋아 나름 할 만하다.  

한국지리는 1단원이 국토의 이해라고 해서 아주 기본적인 내용들이 나온다. 그 중에서 영역에 관한 부분을 어제 수업 했다. 영토, 영해, 영공, 배타적경제수역 뭐 이런 내용들이 나온다. 이 부분에서 가장 중요한(문제에 자주 나오는) 부분이 영해와 관련된 부분이다. 

 

위 문제가 똑똑한 학생이 질문을 하게 만든 문제이다. 여러분들도 과거를 생각하면서 한번 풀어보시길.ㅋㅋ 문제의 답은 2번이다. 이 문제가 중요한 이유중의 하나는 문제집이나 심지어 교과서마다 서술하는 부분이 달랐던 항목을 위에 제시한 평가원 모의수능 문제가 정리를 해줬기 때문이다. 논란이 됬던 부분에 대한 하나의 결론이라 보면 된다. 그 논란은 무엇이냐면 배타적 경제수역을 어디까지 보느냐는 것이다. 

 

위 그림이 일반적으로 많이 예시로 드는 그림이다. 얼핏 보면 배타적경제수역이 영해의 시작이 되는 해안선(기선)으로부터 200해리까지를 가리키는 것 같다.(밑 부분의 설명(이 글은 블로그에서 퍼온 것이다)에 배타적경제수역을 200해리라고 써 놓았다) 또 다른 곳들에서는 기선에서 200해리까지의 수역 중 영해를 제외한 구역이 배타적경제수역이라고 서술한 곳들도 많다. 그러니 산술적으로는 188해리가 배타적경제수역이라는 것이다. 한동안 혼동이 되었으나 평가원 문제로 인해 배타적경제수역은 영해를 제외한 구역(188해리)이라 결론이 난 것이다.  

그런데 이 똑똑한 놈의 질문은 이 부분 다음이었다. 우리나라는 영해의 기준이 되는 기선이 두 가지 방식으로 정해진다. 섬이 많은 서해와 남해는 직선기선(최외곽 섬들을 이은 선)과 동해는 통상기선(가장 낮은 해안선)으로부터 각각 12해리를 적용하고 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가볍게 외우고 넘어가는 부분이다. 그런데 이 아이가 위에 있는 평가원 문제 (나) 그림을 보며 질문하길. "선생님 그럼 직선기선의 기준이 되는 섬에 관한 기준은 없나요? 예를 들어 미국 같은 경우 하와이를 직선기선의 기준이 되는 섬으로 정하면 엄청나게 넓은 바다를 영해로 확보할 수 있는 것 아닌가요?" 

난 순간 "어 그러게.."하며 빨리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하나 고민을 했다. 그래서 "아마도 어떤 구체적인 기준이 있겠지만, 그것은 국제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경우라 그러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얼버부리며 다음에 대답해준다고 해버렸다. 지리 수업을 하다보면 가끔 이런 경우가 있다. 수업을 하는 나도 '왜 그런건지 알지 못하는...' 창피하다. 공부를 좀 더 해야하는데...그래서 한번 찾아봤다.

답은 <해양법에 관한 국제연합 협약>에 있었다. 이 협약의 주요 취지는 이렇다.  

"해양의 여러 문제가 서로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으며 전체로서 고려되어야 할 필요성이 있음을 인식하고, 이 협약을 통하여 모든 국가의 주권을 적절히 고려하면서, 국제교통의 촉진, 해양의 평화적 이용, 해양 자원의 공평하고도 효율적인 활용, 해양생물자원의 보존, 그리고 해양환경의 연구, 보호 및 보전을 촉진하기 위하여 해양에 대한 법질서를 확립하는 것이 바람직함을 인식"

이 협약에 직선기선과 관련된 부분이 아주 정확하게 언급되어 있다. 

제Ⅱ부 영해와 접속수역

제2절 영해의 한계

제7조 [직선기선] 1. 해안선이 깊게 굴곡이 지거나 잘려들어간 지역, 또는 해안을 따라 아주 가까이 섬이 흩어져 있는 지역에서는 영해기선을 설정함에 있어서 적절한 지점을 연결하는 직선기선의 방법이 사용될 수 있다.

2. 삼각주가 있거나 그 밖의 자연조건으로 인하여 해안선이 매우 불안정한 곳 에서는, 바다쪽 가장 바깥 저조선을 따라 적절한 지점을 선택할 수 있으며, 그후 저조선이 후퇴하더라도 직선기선은 이 협약에 따라 연안국에 의하여 수정될 때까지 유효하다.

3. 직선기선은 해안의 일반적 방향으로부터 현저히 벗어나게 설정할 수 없으며, 직선기선 안에 있는 해역은 내수제도에 의하여 규율될 수 있을 만큼 육지와 충 분히 밀접하게 관련되어야 한다.

4. 직선기선은 간출지(干出地)<주 간석지를 말한다>까지 또는 간출지(干出地)로부터 설정할 수 없다. 다만, 영구적으로 해면위에 있는 등대나 이와 유사한 시설이 간출지(干出地)에 세워진 경우 또는 간출지(干出地) 사이의 기선설정이 일반적으로 국제적인 승인을 받은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5. 제1항의 직선기선의 방법을 적용하는 경우, 특정한 기선을 결정함에 있어서 그 지역에 특유한 경제적 이익이 있다는 사실과 그 중요성이 오랜 관행에 의하여 명백히 증명된 경우 그 경제적 이익을 고려할 수 있다.

6. 어떠한 국가도 다른 국가의 영해를 공해나 배타적 경제수역으로부터 격리시키는 방식으로 직선기선제도를 적용할 수 없다.

똑똑한 아이의 똘똘한 질문 덕분에 나도 많이 배운듯 하여 뿌듯하다. 아이들에게 공부 잘하려면 많이 궁금해하고 많이 질문하라고 입버릇처럼 애기하는데, 그 효과가 나타난 듯 하여 기분이 좋다.


댓글(6) 먼댓글(1)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1. buy followers instagram
    from socialhoe.com 2014-02-14 21:17 
    전지연-지리관련소식 - 한국지리 수업시간 똑똑한 학생의 똘똘한 질문 하나.
 
 
양철나무꾼 2011-03-24 16: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리샘이세요?^^
전 학교 다닐때 질문 참 자주 했는데...
똑똑한 학생이라기 보단 엉뚱하다는 얘기 들었어요.
그리고 애들도, 샘도 귀찮아 하는 분이기였구~

지금 님의 학생으로 가면...똘똘한 학생 소리도 듣고, 님 기분도 좋게 만들고 일석이조일텐데 말이죠~^^


햇빛눈물 2011-03-25 08:08   좋아요 0 | URL
수업시간에 너무 자주 질문을 해서 수업의 맥이 끊기는 경우가 있어서 좀 그렇기도 하지만, 학생의 그런 자세를 전 좋아하는 편입니다. 사실 지리가 질문할 꺼리가 많은 편이기도 합니다. ㅋㅋ

노이에자이트 2011-03-24 2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타적 경제수역이나 영해 안에 있어도 남의 영토인 경우가 꽤 있더군요.아르헨티나 옆의 포클랜드가 영국령이고, 사모아엔 아직도 미국령 사모아가 있구요.

햇빛눈물 2011-03-25 08:16   좋아요 0 | URL
포클랜드 같은 경우는 아르헨티나가 에스파냐로부터 독립하면서 자연스럽게 포클랜드의 영유권을 주장하고 영국은 원래 자기네 꺼였다는 식이죠. 사실 동아시아에서 벌어지는 일본의 한국, 중국, 러시아와의 영해, 영토분쟁도 과거 일본의 제국주의 시절의 잔재라고 볼 수 있죠. 독도는 역사적으로 당연히 한국의 섬인데, 20세기 초중반 그 짧은 시기 일본이 잠시 불법적으로 자기네 것으로 서류조작을 한것을 가지고 지금까지 분쟁이 이어지는 것이죠. 슬픈 일입니다.

노이에자이트 2011-03-25 18:11   좋아요 0 | URL
검색창에 '임지현 독도'를 치면 여러가지를 생각할 글이 몇 개 올라오더군요.혹시 안 읽으셨다면 한 번 읽어보시라고 권해드립니다.

세실 2011-03-25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흣 지리 어려워 어려워~~~
과학문제 같아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