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이콥스키 교향곡 6번 4악장이 이렇게 아름다웠던가...
2011 교향악 축제가 4월1일 예술의 전당 콘스트홀에서 정명훈 지휘 서울시립교향악단의 공연으로 시작되었다. 프로그램은 드뷔시의 'La Mer'와 라벨의 'La Valse',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6번이다. 모두 내가 관심있어하고 좋아하는 곡이어서 꼭 들어야지 마음을 먹고 있었다. 그런데 표가 공연 한달 정도 전 부터 매진이었다. 하루에 예매 사이트에 몇번씩 들어가 혹시 취소된 표가 있나 확인해 표를 구했다.(사실, 공연장에 오면 안되는 사람들이 많이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누구나 공연을 볼 수 있기는 하지만 분위기를 흐리는 사람들은 용서할 수 없다.)
원래 시간이 날때면 콘서트홀 앞 분수대 옆에 있는 '모차르트'란 레스토랑에 가서 헤페바이젠 맥주를 한잔 하곤 했는데, 이 곳이 장사가 잘되는지, 모든 자리를 100% 예매석으로 영업방침 변경해서 하루 전에 애매를 하지 않으면 이용할 수 없게 되었다. 이러 경우가 있나 싶다.(물론 여름이 되면 커피와 음료같은 경우는 테라스에서 이용할 수 있다고 한다. 그나마 다행.)
공연장에 들어가니 내가 있는 2층 B블로 옆 한구역이 모두 단체애매였다. 교향악 축제를 한화에서 후원하는 것 같은데, 이 날 공연에 한화 임직원들이 단체 관람을 하는 것 같았다. 시간이 조금 지나니 나이 드신 분들이 대거 입장했다. 그러다 공연 8분 전 정도되니 김승현 한화 회장님(?)께서 행차하셨다. 뭐 그럴수도 있지...그런데 회장님이어서 그런지 여기저기서 플래쉬를 터트리며 촬영을 하는게 아닌가. 내가 눈이 좋지 않아 그런지 예당 콘서트 홀에 가면 눈이 상당히 피로한데 잘 보이지도 않고 그런데 공연 시작 전부터 카메라 플래쉬를 받으니 눈이 시작 전부터 피곤했다. 그래서 그쪽을 째려보니 옆 블록 내 옆에 앉아 계신 점잖게 생기신 분이 날 훝어 보시더라. ㅋㅋ
첫번째 프로그램인 드뷔시의 'La Mer'와 라벨의 'La Valse'. 'La Mer'는 많이 들어보지 않아 Martinon의 1973년 녹음으로 예습을 했다. 처음엔 별로 내 귀에 들어오지는 않았지만, 들으면 들을수록 묘한 매력이 느껴지는 곡어었다. III. 'Dialogue du vent et de la mer'(바람과 바다의 대화)의 종결부분같은 경우 악기군간의 소리와 리듬이 명확히 귀에 들리지는 않았지만 곡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공연이었다. 라벨의 'La Valse'는 내가 워낙 좋아하는 곡이어서 실제 공연을 보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위 두 곡 모두 서울시향의 2010 유럽투어 공연시 호평을 받았다고 한다. 그리고 예전부터 조금씩 느낀건데 어제 'La Mer'와 'La Valse'를 들으며 생각한건 이 곡들을 악보를 보면서 들으면 재밌겠다는 것이다. 두 곡이 관현악법적으로 뭔가 특징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느낌이다. 혹, 저같은 초보가 악보를 볼 수 있으려면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 아시는분 계시면...
정명훈 지휘의 비창 교향곡은 아르떼 TV를 통해 본 적이 있다. 그때의 인상은 번스타인의 말년 녹음과 비슷하다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예습한다는 차원에서 번스타인과 뉴욕필의 1986년(DG) 녹음된 앨범을 찾아 들었다. 그러나, 공연장에서의 느낌은 므라빈스키보다 더 다이나믹하고 액션이 느껴지는 공연이었다.
1악장 초반의 비올라의 음색은 귀에 착 붙게 들렸다.(개인적으로 서울시향의 공연을 몇번 보면서 느낀 점은 왠지 비올라와 콘트라베이스 연주가 따뜻하고 안정적으로 느껴진다는 것이다.) 3악장의 과격함과 큰북 타격은 보는 이로 하여금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줄 정도였다. 문제는 4악장이었다. 예당 공연을 보면서 매번 어수선한 공연장 분위기에 많이 신경을 쓰는 편이다. 특히 말러 교향곡 4번. 9번, 비창 교향곡처럼 종악장이 느리고 조용하게 마무리되는 곡들의 경우는 보는 내내 조마조마하다. 얼마전에 아바도, LUCERNE FESTIVAL ORCHESTRA의 2010년 8월 공연 DVD를 구입해 들었다. 애기가 있어 허접한 홈시어터 마저 치워 TV 스피커를 통해 듣기 때문에 소리는 별로지만, 정말로 좋은 공연이었다. 특히, 종악장 마지막 10여 분 간 이어지는 정적은 정말 몸서리처질 정도였다. 연주자 관객 모두 아바도 옹께서 진정이 되고 곡에 대한 마무리를 지을 때까지 숨죽이고 지켜보는 모습을 보며 부러웠다. 저런 공연장의 분위기가 매너가. 그래서 조용하게 마무리되는 곡에서 흔히들 애기하는 '안다 박수'가 나올까 해서 항상 신경이 쓰이는 편이다. 그러나 다행히 작년 말러 교향곡 4번때와 마찬가지로 종악장의 여운을 느낄 수 있는 분위기였다. 지휘자의 손이 모두 내려가고 고개를 끄덕이며 연주의 끝을 알릴때 까지(좀 빨리 마무리된 듯 하는 느낌이 들었지만) 관중들은 조용히 그 여운을 즐겼다.
난, 4악장을 들으며 내 눈에 뜨거운 기운이 느껴지는 걸 느꼈다. 누군가 이런 말을 했던게 기억난다. 비창 교향곡을 들으면 이 곡을 작곡할 당시 눈물을 흘리고 있을 차이콥스키의 모습이 떠올라 눈물이 난다고. 예전엔 그 말의 의미를 알 수 없었지만, 어제 공연을 통해 조금이나마 그 '눈물'의 감정을 알 수 있게 되었다. 앨범을 통해서는 절대로 느낄수 없는 감동과 여운이 느껴져 그 여운을 깨고 싶지 않아 박수도 작게 치고 '브라보'를 외치지도 않았다. 자리에 앉아 조용히 연주자, 지휘자에게 박수를 보낼 뿐이었다. 조용히. 아주 천천히. 박수로 화답하였다. 나에게 차이콥스키의 눈물을 보여준 그들에게. 난 앵콜곡을 듣지 않았다. 아니 듣고 싶지 않았다. 앵콜곡은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4번 4악장이었다. 비창 교향곡 3악장과 비슷한 그러나 더 경쾌한 느낌의. 아마도 관객들에게 그 흥겨운 분위기를 마지막으로 느끼게 해주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러나, 난 그게 싫었다.
비창 교향곡을 들으며 3악장이 종악장이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많은 사람들이 그래서 알면서도 3악장이 끝나면 박수를 치게된다. 이게 끝이 아니란걸 알면서 말이다. 그러나 어제 공연은 어수선한 공연장의 분위기와는 다르게 박수가 거의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이 공연 이후 비창 교향곡의 백미는 차이콥스키의 눈물 4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