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졸업식이 있었다. 고3 담임이라 더욱더 다가온다. 졸업식이.
졸업하면 우선 떠오르는 것들이 있다. 첫번째는, 마이크 니콜스 감독, 더스틴 호프먼 주연의 영화 <졸업>이다. 어디서 봤는지 기억도 나지 않지만(아마도 고등학교 졸업하고 한동안 영화에 빠져있던 시기일 것이다. 그때 <베를린 천사의 시>, <레인맨> 등 여러 영화들을 봤다. 하루에 두세개편씩), 이 영화의 엔딩 장면만은 아직도 눈에 선하다. 연상의 여인과 사랑(?)에 빠지고 그 여인의 딸과 또 사랑에 빠진 주인공. 엔딩 장면은 그 여인의 딸 이레인의 결혼식장에서 난입해 이레인과 도망쳐 나온다. 그리고 달린다. 그리고 버스에 탄다. 버스에 탄 후 벤과 이레인의 표정이 사뭇 다르게 보여진다. 흐믓한 벤, 그리고 걱정스러운 이레인. 그들은 지금도 달릴수 있을까?
Simon and Garfunkel의 'The Sound Of Silence'가 흐른다. 40년 가까이 지난 영화지만, 난 요즘 영화보다 오히려 이때의 이런 분위기 영화가 좋다. 음악도 너무 좋다. 젊은 더스틴 호프만의 턱이 정말 얄쌍하다.
졸업식하면 생각나는 두번째는 '쥐불놀이'이다. 좀 생뚱맞다. 이유는 간단하다. 초등학교 졸업식 전날이 대보름이어서 밤에 친구들이랑 논에서 쥐불놀이를 했다. 분유통에 구멍을 뚫어서 통을 만들어 신나게 돌려댔다. 그런데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 보니 눈이 이상했다. 눈물이 나고 눈이 붉게 충혈되고. 그런데 졸업식에 온 고모와 부모님은 나의 눈물을 보고, 슬퍼서 흘리는 눈물인줄 알고 "아쉬워도 그만 울어라"하고 위로를 해주는게 아닌가. 난 아파서 우는건데. ㅋㅋ 좀 웃겼다.
그리고 세번째는 재미'없음'이다. 졸업식 따분하고 재미없었다. 항상. 뭐, 특출난 재능이 있지 않은 평범한 아이였으니, 대부분의 아이들처럼 상장이라고는 달랑 '개근상' 하나 받았었다. 그 긴 졸업식에서 내 이름이라고는 불려지지 않았다. 당연히 심심할 수 밖에. 따분할 수 밖에. 그때 난 졸업식을 인생의 '시작과 끝'이라는 삶의 중요 지점이라는 사실을 아직 알지 못했으니깐.
그런 나에게 이제 졸업식은 주체가 아닌 객체의 입장에서 바라본다. 더군다나 올해처럼 고3 담임을 했을 경우 떠나는 학생들을 보며, 음 뭐랄까? 복잡한 생각이 든다.
부디 나랑 1년 동안 치고받던 그 놈들 앞 길에 행운과 건강이 함께 하기를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