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0.30 11:30  경복궁역 카페 디비 베스에서

위선자 교사 or 위선자이기 쉬운 교사

토요일이다. 학교가는 토요일. 쌀쌀한 아침과는 다르게 점심인 지금 날씨는 너무 화창하다. 떨어지는 낙엽만 없다면 봄같이 느껴질만큼.

며칠 전 1학년 학생 한명이 야간자율학습실에서 PSP와 MP3 player를 잃어버렸다. 자기가 책상위에 엎어져 자는 사이에 책상 위에 놓아둔 물건을 몰래 누군가 가져갔다는 것이다. 생활지도부에서는 너의 과실도 있고 하루 지난 상황에서 어쩔 수 없다 했고, 아이는 우선 담임교사에게 보냈다. 뻔한 일이지만 담임도 뾰족한 수가 없다고 했을거고, 그 아이는 화가 났을 것이다. 왜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건지, 학생의 일에 대해 교사들이 학교가 너무 무관심하다. 그런 맘을 가졌던 것 같다. 그 아이가.

그리고 오늘 그 아이가 다시 생활지도부에 왔다. 1학년 담당 교사가 불른 듯 하다. 이 아이가 교장선생님한테 가서 또 애기를 한 듯 하다. 그래서 학년 담당 교사가 또 부른 것이다. "너 왜 여기 저기 들쑤시고 다니냐"며 애기를 하는데 내가 너무 답답해서 아이와 장장 1시간(?)동안이나 애기를 했다. 우리 반은 그 덕분에 종례도 늦고. 어떻게 보면 내일도 아니고 끼어들 필요도 없는데...또 끼어들고 말았다. 그 아이와 대화를 하면서 느낀점 두가지는 이 아이는 약간의 '피해의식'이 있는 듯 하다는 것이다. 누구나 어느정도의 피해의식은 가지고 있다고 난 생각한다. 누구나 완벽하지는 않으니, 그로 인해 나의 부족함에 의해 내가 무언가 피해를 보고 있다고 느낄수 있다. 나 역시 그렇고. 정도의 문제가 있지만.

학교에 있다보면 아이들과 어떻게 대화하고 설득해야 할지 난감할때가 많았는데, 오늘이 딱 그런 날이다. 아이가 잘못을 해서 설득을 해야 할 때도 있지만, 정반대의 경우도 있는 법이다. 이럴때 나의 존재상황을 배반하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두번째는 교사는 참으로 위선적이다, 또는 위선적이기 참 쉽구나 하는 것이다. 그 아이가 나에게 한 말이다. "학교에서 선생님들은 자기 물건(물론 그 아이는 교사 개인의 물건이 아니라 교실 열쇠같은 것을 지칭했다) 잃어버리면 애들한테 막 혼내고 추궁하잖아요"하는 것이다. 왜 니들은 그러면서 내가 내 물건 잃어버린 것에 대해 애기하는데 왜 자꾸 니 과실 애기하며 못 찾는다는 애기만 하냐는 것이다. 아이의 그 말을 듣는 순간 '뻥'했다. "그럴수도 있겠구나!" 아이들의 눈에는 입장에서는 교사의 그런 행동들이 어쩌면 위선적으로 보일 수 있겠구나... 내가 깨달은 것은 오늘이지만 사실 아이들은 오랜 전부터 알고 있었고 교사들만이 모르고 있다는 생각에 얼굴이 뜨거워졌다.

학생과 교사는 다르다. 존재 목적과 현실 상황이 전혀 다를 수 밖에 없다. 교사는 교사이다. 그러기 때문에 남다른 도덕성과 지성, 판단력, 세상을 옳바르게 볼 수 있는 눈과  그것을 뒷받침 할 수 있는 행동이 필요하다. 바로 그런 교사의 생각과 행동을 아이들이 보고 배우기 때문에 학생과 교사는 다르며 또한 교사의 역할이 중요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현실의 이 구조는 교사를 그런 교사로 교육시키지도 않고 또한 그만큼의 책임에 따른 권위와 대우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모든 교육 문제의 책임을 교사에게 지우고 있다. 답답하다. 교사에게 많은 책임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또한, 한국의 현실 교육이 이 정도 유지되는 것도 어찌보면 현재 주어진 상황에서 묵묵히 자기 일을 하고 있는 교사들의 노력의 결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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