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1.12 목도리 네트
올해 학교에서의 나의 업무 분장은 생활지도부 기획B이다. 뭐 옆에 앉아 계신 기획A 선생님께서 거의 모든 업무를 총괄하고 나는 그 옆에서 몇 가지 일만 하는 처지라 솔직히 기획이라고 할 수도 없다. 그래도 기획은 기획인지라, 나름 여러가지 일을하며 배우고 있다.
솔직히 이 학교에 와서 생활지도부에 배정받고 정말 좌절했다. 왜, 내가 가장 가기 싫어하는 생활지도부로...그러나 3년 있어보니 오히려 지금은 잘된 일이라 생각된다. 여기서 내가 3년 동안 있지 않았다면 평생 모를 여러가지 학생지도에 대한 노하우를 배운 듯 하기 때문이다.
하여튼 나의 업무 중 연말에 하는 '사제동행' 프로그램이 있다. 뭐 거창하게 이름 붙일것도 없긴하지만. 흡연, 폭력, 벌점 상위자 학생들을 대상으로 생활지도부장선생님과 대화, 운동, 식사 등을 하는 시간을 마련한 프로그램이다. 예전 같으면 "이런거 뭐더러 하는지. 돈 아깝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얼마큼의 효과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번해에 이 프로그램을 지켜본 내 느낌은 '의미 있다'이다.
교실에서는 그렇게 기운없고, 목표없고, 맹한 녀석들이 자기네들끼리 족구를 하는데 정말 적극적으로 재미있게 하는게 아닌가. 물론 거기서도 벤치에 앉아서 멍하니 있는 아이들도 더러 있기는 하다. 어디가나 예외와 주류를 벗어나는 존재들은 있기 마련이니.
근데 난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했다. 아이들이 족구를 하려 하는데, 족구 네트가 없는 것이다. 아이들은 여기저기 네트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네트는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난 "체육부 가서 물어볼끼?"하고 고민을 하고 있는 찰나에 어떤 한 아이가 자기 목도리를 벗더니, "야 목도리 있는 사람 다 나 줘봐"하더니 목도리를 서로 연결해서 네트에 묶는것이다.
"아 이거다!"
그 아이들에게 학교 내에서의 교실은 억압과 실패, '재미없음'의 공간이겠지만, 교실 밖 운동장은 정반대였던 것이다. 자기가 하고 싶은 좋아하는 친구와의 시간과 공간에서 보여지는 그들의 모습은 평소와는 너무도 달랐다. 저절로 웃음을 지으며 적극적으로 '노는' 모습을 보며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도 난 저 아이들이 교실에서도 저런 모습을 가졌으면 하는 바램은 어쩔 수 없이 들었다.
그런 교실이 현실화될수는 있는 걸까? 요즘 유행처럼되다시피 한 핀란드 교실의 모습을 보면 그런 교실이 가능할 것 같기도 한것 같기도 하다. 거기에도 여러가지 문제가 있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