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토의 주인 - 23일 폐쇄구역
지미준 지음 / 포춘쿠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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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 덕근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잠만 자고 있어도 덕근은 엄마 아빠에게 귀여움을 받았다. 때로는 잠을 깨우는 그들의 손이 귀찮을 때도 있었지만 그 정도는 괜찮았다. 그는 춥지도 덥지도 위험하지도 않은 그 집에서 지내는 것이 좋았고, 일주일에 두세 번 밖에서 뛰노는 것이 좋았고, 엄마 아빠의 웃음과 손길이 좋았고, 그렇게 보낸 석달이 제일 좋았다. - pp.16~17

 

그러던 어느 날 양털을 가진 하얀 암컷 개가 관심을 보인 후부터 검점 산책 시간은 짧아졌다. 그러던 어느 날, 덕근은 공원에 혼자 남겨졌다.

 

2. 고양이 칠백

칠백은 그릇 앞에 앉아 있는 바둑이 암컷을 향해 기둥 뒤에서 머리를 빼꼼 내밀었다. 칠백과 눈이 마주친 바둑이 암컷은 안심하라는 듯 두눈을 천천히 깜빡이며 고개를 돌렸다. 칠백은 바둑이 암컷에게 어쨰서 자기를 구해 주었느냐고 물었다.

그냥, 내 섀끼들 생각나서. 하나 빼고 다 죽었단다.”

p.25

 

칠백은 사춘기가 그를 몰아낼 때까지 바둑이 암컷의 무리와 어울렸다. 칠백은 무리에서 벗어나 공언에서 덕근을 만난다. 그리고 덕근의 이야기를 듣는다. 경계심 많은 고양이 칠백과 세상물정 잘 모르는 강아지 덕근의 이야기.

 

3.

사라졌던 남자가 헛간 마당에 다시 나타났다. 덕근은 그를 보자마자 죽을 힘을 다해 도망쳤다. 왔던 길을 더듬고 더듬었지만 이틀 동안 산속을 헤맸다. 헤매고 맴돌고 구르고 미끄러지다가 겨우 제자리를 찾아온 덕근은 그곳에서 귀 잘린 검은 고양이 칠백은 만났다. - p.48

 

그리고 칠백은 거세된 이야기를 한다. 칠백은 무리와 다시 섞였지만 비겁한 모습을 보이고는 무리에서 따돌림을 당하게 되고 결코 무리에서 이탈하게 된다. 무리에서 떨어진 칠백이는 수리부엉이의 도움을 받아 공원에 오게 되었다.

 

4.

덕근은 고개를 들어 다시 한번 달을 바라보았다. 둥그런 달은 구름의 방해도 받지 않고 기울어 간다. 달을 보며 덕근은 생각했다. 내가 집으로 돌아간다면 칠백은 다시 외로워지겠지, 라고.

달빛이 쏟아지는 작은 덤불은 칠백이 가끔 찾아오는 비밀 장소일 뿐, 주로 생활하는 공간은 아니었다. 칠백의 보금자리는 덕근을 처음 만났던 벤치 앞 나무 아래에 있었다. 비밀 장소에는 거친 흙과 잔가지가 많고 땅이 비탈져 쉬기가 불편했다. 신비롭게 쏟아지는 달빛을 구경하고 난 뒤, 둘은 그곳에서 나와 분수대로 가서 한 번 더 목을 축이고, 다시 벤치로 향했다. - p.82

 

덕근과 칠백의 시간은 이렇게 길어지고 있다. 덕근은 엄마 아빠에게서 버림받고 나름 길거리 생활에 적응해갔다. 덕근과 흰백이 생활하던 공간에 매미라는 새로운 개식구가 생겼다. 매미는 콩이라는 이름으로 전주인에게 입양되었다가 버림받았고 덕근을 ㅁ나났다. 그리고, 덕근이 매미를 적극적으로 도와주게 된 어느 날 덕근과 개미는 사랑을 나누게 된다.

 

덕근, 칠백, 매미, 호박, 마루, 그리고 타이슨, 오디까지, 공원식구는 점점 늘어가고 이들이 펼쳐지는 이야기는 어떻게 전개될까.

 

5.

게토의 주인은 개와 고양이가 공원에서 살다가 점점 더 변해가는 이야기다. 이 소설을 읽다 보면, 사람의 이기심이 얼마나 끔찍한 결과를 초래하는지, 그 무서운 이야기는 어떻게 전개되는지가 절절히 다가온다.

 

개와 고양이가 사람처럼 느끼고 행동한다면 과연 어떨까. 그리고 개나 고양이가 인간에게 복수심을 갖는다면 사람의 세상은 어떨까. 가끔, 그렇게 끔찍한 세상에 살고 있지 않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게토의 주인은 그렇게 버려진 개와 인간에게 학대당한 고양이들의 세계를 그린다. 이 세계에서 절대 강자는 없다. 서로가 협력하지만, 그러면서도 자신의 세력을 구축해 나가는 세상의 모습이 있다. 그 세상엔 어떤 무자비한 일이 도사리고 있을까. 게토의 주인에서 보여준 세상, 그 세상은 어쩌면 인간이 경험할 만한 세계를 동물의 세계를 통해 보여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게토의 주인을 일으면서, 암흑의 세계란 이런 것이구나 하는 걸 느끼면서, 우리에게 또다른 세상, 또다른 암흑은 존재하지 않기를 바라고 또 바랄 뿐이다.

 

이 리뷰는 포춘쿠키에서 도서를 증정받아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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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요, 소울메이트 (리커버 아트에디션)
조진국 지음, 유대영 그림 / 포춘쿠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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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랑이 변하게 되면서 사랑한다는 말뜻도 변해갔다. ‘안녕이라는 말을 만날 때도 헤어질 때도 하듯 사랑한다는 말은 어느 순간부터 사랑과 이별의 두 가지 뜻을 달고 있었다. ‘사랑한다는 말은 처음엔 그 온전한 뜻으로 가슴을 울렸지만, 언젠가부터 마음이 변해 이제는 헤어져야겠다는 뜻으로 변해버렸다. - pp.32~33

 

 

여자 옆의 남자는 이런 소리가 귀찮은 소음처럼 느껴진다.

성의 없이 책 몇 권을 골라내는 남자를 곁눈질하다가 여자는 책장에 손가락을 베인다. - p.41

 

다음은 중심내용 요약 -

 

여자는 서점의 책장에 손가락이 베이고 남자는 서점 재미없다며 몰아붙인다. 남자가 신발을 사준다는 말에 짜증을 내는 여자. 남자는 여자의 이런 짜증이 싫다. 사랑싸움인가 했지만, 남자는 여자에게 헤어지자고 한다. 이게 최선일까. 여자는 남자와 헤어지고 왈칵 쏟아지려는 눈물을 간신히 참는다. 야속한 친구는 헤어진 사실도 모르고 전화를 바로 끊어버린다. 이별의 아픔을 위로해주는 건 엄마, 엄마 앞에서 왈칵 쏟아지는 눈물.

 

여자 안 아프고 싶은데 왜 이렇게 아픈 거야?

친구 이별은 몸이 떨어지는 게 아니라 마음이 떨어지는 거니까. 울고 싶은 만큼 울고, 소리 지르고 싶은 만큼 소리 질러. 고통의 네 소리에 놀라 달아나버리게 크게 울면서, 나쁜 사람은 잊어버려. - pp.81~82

 

친구는 마음껏 소리치고 울라고 한다. 여자는 너무 아프다, 이별이 너무 힘들다. 여자는 남자는 잊지 못해 찾아가자민 남자는 냉정하다. 친구는 위로를 해준다면, 진짜 위로가 될까. 같이 그 남자를 욕하는 것만으로 상처받은 마음이 풀어질까. 갑자기 그 남자가 전화해서 다시 시작해 보자고 말하지만 여자는 이제 받아줄 마음이 없다. 이번엔 여자가 돌아선 것이다.

 

여자 소울메이트라는 게 있기나 한 걸까. 사람들이 고민 안 하고 편하게 사랑하고 싶어서 만든 환상 아닐까.

친구 아냐, 있어. 있으니까 그런 말이 생긴 거 아니겠어? , 받아. 선물이야!

p.103

 

여자는 클럽에서 만난 남자의 손길을 느끼지만,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든다, 남자의 마음을 먼저 느껴야 함을 깨닫는다.

 

그리고 다른 남자가 다가온다.

 

2.

내가 당신을 사랑할 떄의 1분은 그냥 60초로 이루어진 1분이 아니다. 나에게 그 1분은 우연히라도 당신과 부딪치기를 소망하면서 100시간을 기도한 끝에 잠깐마주친 1분이고, 혹시라도 메신저에 로그인할까봐 24시간을 기다린 끝에 오랜만이네요. 잘 있었어요?”라고 라고 아무렇지도 않게말을 붙인 1분이다. - pp.158~159

 

여자에게 한 남자가 다가온다. 하지만 여자는 그 남자를 받아줄 마음의 여유가 없다. 남자는 다른 날 우연히 만나게 되고 전에 만나던 여자가 말을 못했기 때문에 수화를 배웠다고 한다.

 

여자 이렇게 누군가의 아름다움이 아니라 아픔을 사랑했던 사람이라면 괜찮을지도 몰라. 이런 사람이라면 다시 어깨에 기대도 괜찮지 않을까. - p.165

 

여자는 이렇게 한 남자에게 마음을 연다. 과연 이 둘의 사랑은 이루어질까?

 

남자 세상에 완벽한 남자와 완벽한 여자는 없다

여자 모자라는 남자와 모자라는 여자가 만들어가는 완벽한 사랑이 있을 뿐이다. - p.324

 

3.

이 책은 남자와 여자가 만들어가는 사랑, 소울메이트에 관한 이야기가 있고, 그에 관한 명상으로 이루어진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사랑은 무엇일까, 사랑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들게 하였다. 남자와 여자가 만들어가는 사랑이야기는 모자라는 부분을 채워주는 이야기부터 절정에 달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소울메이트가 되기 위한 서로의 노력.

 

고마워요 소울 메이트는 이렇게 내 가슴을 절절하게 다가왔다. 사실, 사랑이란 것이 그리 쉬운 것은 아니다. 한 사람이 사랑을 하게 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리고, 서로의 진심을 확인하기까지도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린다. 사랑은 그렇게 서로의 진심을 확인했을 때에 비로소 진짜가 된다. 고마워요 소울메이트는 서로의 진심을 통해, 사랑을 하게 되기까지, 소울메이트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그려낸다. 그래서, 진짜 사랑이란 이런 것이구나, 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나도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다. 너는 나의 소울메이트라고. 그러니, 곧 만나게 될 거라고. 그러니까, 지금 너에게 말한다. 나는 너를 사랑한다고. 나의 소울메이트여, 그날에 우리는 활짝 웃을 수 있을 거다! 그러니, 조금만 기다리자고. 우리에게 말한다. 그리고, 너도 말한다. 우리는 사랑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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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사과 편지 - 성폭력 생존자이자 《버자이너 모놀로그》 작가 이브 엔슬러의 마지막 고발
이브 엔슬러 지음, 김은령 옮김 / 심심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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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브는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성폭력을 당했다. 이 책은 이브에게 그런 짓을 한 아버지가 쓴 가상의 사과편지다. 아버지는 무덤에서 쓰는 건지, 과거 혹은 이래에서 쓰는 건지 (p.17) 잘 모르는 상태에서 편지를 쓴다. 저자 이브는 이 편지들을 아버지의 관점에서 써내려간다. 그래서 그런지, 편지는 너무 생생했고 그 어느 편지보다 진정성이 느껴졌다.

 

이브의 아버지는 막내로 태어나 특별한 선물로 태어났다고 한다. 그런 자신의 태생이 오히려 자신을 옭아맨다. 부모님은 오히려 그렇기에 더 가혹하게 대했고, 그의 가족들은 그를 특별히 대한다. 그 점은 오히려 아버지를 가짜로 여기게 했고, 아버지는 점점 더 고립되어갔다. 매력은 아버지의 장점이었지만, 그 매력을 통해서 그는 철저하게 가면을 만들어갔고, 그 와중에 엄마를 만났다. 그리고 태어난 이브. 아버지의 가면은 이브에게로 향한다.

 

무릎 위에 앉은 너를 끌어앉자 모든 경계가 녹아 사라졌더구나. 금기를 넘어, 법을 넘어, 더없는 행복의 은하수가 위아래로 출렁거렸어. 천국이 모두 소리를 내는 것 같았다. 계속해. 계속하면 안돼. 계속해. 이래선 안 돼. 이건 네 권리야. 이건 죄악이야. 이건 너무 지나쳐……. , 에비. 그때 그만두어야 했는데. - p.72

 

아버지는 이브가 다섯 살 때 이브에게 성추행을 하였고, 아버지가 엄마와 단둘이 여행을 하고 돌아오자, 이브는 아버지에게 차갑게 대하고 아버지는 분노가 치밀어오르게 된다. 이브가 남자애들에게 수모를 당했을 때 오히려 아버지는 이브를 위로하기보다는 혼냈으며, 결국은 이브를 소유물로 여기며, 정신적 학대 육체적학대를 자행하게 된다. 온전치 못한 상태로 성인이 된 이브는 결국, 누구에게나 자신의 몸을 내어주는 기행을 범하게 된다.

 

네가 다섯 살 때 죄의 경계를 넘어 내게 찾아왔던 그림자 인ㄱ란이 이번엔 나를 지옥으로 이끌고 있었어. 물론 내가 그렇게 자란 탓에 폭력적인 처벌에 거리낌이 없었던 건 사실이지만, 이건 훨씬 더 끔찍한 일이었찌. 고백하기조차 힘든 일이야. - p.113

 

아버지는 이 모든 과정을 편지로 풀어내며, 결국엔 아버지는 이브에게 마지막 사과를 한다.

 

이브.

이 말을 하게 해줘.

미안하다, 정말 미안해. 여기 앉아 미지막 시간을 보내도록 해주렴. 이번에는 제대로 할 숭 ᅟᅵᆻ도록 해주렴. 너의 온화함에 기대어 빝틀거리게 해주렴. 나약함을 무릅쓰게 해주렴. - p.185

 

2.

누군가에에게 받지 못한 사과가 있다면, 마음은 처절히 무너질 것이다. 사과를 받고 싶어도 받을 수가 없는 처지라면, 더더욱 힘들 것이다. 더욱 비참한 것은 상대방이 사과할 마음조차 갖고 있지 않다면, 그것보다 더 큰 슬픔은 없다는 것이다. 이브의 아버지는 과연 이브에게 사과를 못하고 떠난 것일까.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이브는 아버지의 사과편지를 온전히 받고 싶었을 것이리라. 그 마음이 이 작품으로 탄생한 것이 아닐까. 절절하게 울리는 사과편지를 보면서, 누군가에게 사과받는 기분이란 이런 것이구나, 라는 느낌. 그 느낌을 가질 수 있었다는 것은 어쩌면 행운인지도 모르겠다.

 

저자가 처했을 상황, 아주 끔찍했던 상황을 극복하고 결국엔 이렇게 아버지의 사과편지를 쓸 수 있는 용기를 낼 수 있었던 저자의 도전에 경의를 표한다.

 

 

한 편의 시를 읽듯이, 이 아침, 머리가 맑아지는 사과편지를 읽었다. 비록, 그 안에 담긴 중심 내용은 비참했지만, 참 아름다운 사과의 풍경이었다.

 

도서출판 푸른숲에서 증정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이 책을 읽게 해주신 푸른숲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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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내게 행복하라고 말했다
에두아르도 하우레기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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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구역질나는 아침이다. 그런데, 고양이가 말을 한다?

 

케리다 데자메 엔트라르

해석하면, “, 나 좀 들여보내줘란 말이다. - p.12

 

고양이가 자기를 들여보내달란 말을 한다. 특별할 것 없는 일상에 사라 앞에 나타난 고양이. 처음에 사라는 고양이를 거부했지, 프로젝트에 지친 사라에게 고양이는 오히려 손님이 되고 있었다.

 

난 뭐가 중요한지 알아. 네 머리가 헤어볼처럼 완전히 헝클어진 채로 뭉쳐 있다는 것. 그리고 네 심장이 잊힌 채로 슬프게 시들고 있다는 게 중요하지. 누가 봐도 알 수 있어.“ - p.52

 

2.

사라는 호아킨과 같이 산다. 호아킨이 오면 말을 하는 고양이 시빌은 사라진다. 시빌은 사라에게 꿀 같은 조언도 한다.

 

그래. 사람들은 널 배신할 수 있지. 그들이 하는 ᅟᅡᆷㄹ도 널 배신할 수 있고. 네가 슷로 하는 생각마저도 널 배신할 수 있어. 하지만 집중만 한다면 네 코는 널 배신하지 않아. 해봐.” - p.56

 

3.

호아킨은 청천벽력 같은 말을 사라에게 남긴다. 헤어지자. 사라는 그 말을 믿을 수 없다. 호아킨과의 이야기에 대해서 시빌과 이야기를 나눈다. 시빌은 사라를 공격했고 그것이 시빌의 인ㅅ행에서 일나고 있는 일이라고 말한다. 시빌의 인생에 대체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기에?

 

사라는 호아킨이 자신을 속여왔음을 호아킨의 이메일을 확인하고는 안다. 이미 오랫동안 몰래 만나온 여자가 있는 것.

 

연인이 날 두고 바람을 피웠다는확증을 보았을 때, 처음 드는 기분이 온몸이 오그라드는 느낌일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은하소녀? 은하수 키수? 이 불쌍한 애는도대체 몇 살인 거야? 정말 이런 유치한 애가 호아킨인 거야? 메시지를 계속 읽어가자 머릿속엔 의문만 더 차올랐고 심장은 점점 더 빨리 뛰었다. - p.121

 

 

4,

사라는 핍의 집으로 가 사라의 집에 전화를 걸어보앗지만, 집은 이미 파산했다는 소식. 사라에게 도대체 왜 이런 일이! 극단적인 생각의 끝에서 고양이 시빌은 사라를 위로해주고 사라는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서게 되는데.

시빌은 사라를 절망의 구렁텅이에서 건재는 훈련을 하게 되는데. 사라는 이 절망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일까. 사라가 이사간 곳은 이상한 옆집 여자가 살고, 아래층이 훤히 보이는 곳. 진짜 마음에 들지 않는다.

 

5.

그거 알아, 사라? 진짜 세상은 네가 보는 세상과 달라. 아니, 네가 본다고 생각하는 세상이라고 해야 하려나.”

p.217

 

고양이는 내게 행복하라고 말했다는 고양이와 사라가 엮어가는 절망극복스토리다. 고양이 덕에 사라가 살아난다는 설정이 조금은 이상하긴 했지만, 그래서 더 동화 같고 극적이었던 걸까. 읽는 데는 조금 시간이 오래 걸리긴 했다. 좀처럼 넘어가지 않는 책장들은 지루함 때문이라기보다는, 조금 더 진지하게 삶을 성찰하려는 자세로 이 책을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진짜 세상은 내가 보는 세상과 다르다는 이 말 한 마디는 그래서 의미있게 다가온다. 어쩌면,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세상은 진짜가 아닐 수도 있다. 사실, 파고 들어가 보면, 세상엔 말도 안 되는 희한한 일들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그래서 믿기 힘든 일들도 실제로는 일어나고 있다. 그래서, 아무리 절망 속에 빠져 있더라도 희망을 품을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사라, 그녀는 절망을 극복해 나아간다. 사라를 도와주는 고양이 시빌도 사라와 함께 나아간다. 그 목표의 끝이 무엇일까.

 

절망 속에 빠져 있던 사라에게 시빌은 용기를 주었다. 누군가 내게 용기를 주려 한다면, 그 대상은 정해져 있지 않다. 나보다 한참 어린 꼬마애가 내게 용기를 주기도 하고, 어떤 초라한 행색의 노숙자가 내게 희망을 심어줄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우리는 항상 누군가에게 최선을 다할 필요가 있다. 비록, 그 최선이 모든 사람에게는 아닐지라도, 노력을 할 필요는 있을 것이다. 시빌이 사라에게 용기를 주었고, 절망을 극복해 나아갔듯이.

 

오늘, 시빌을 읽는다. 그리고, 고양이를 본다. 때로는 고양이가 내게 용기와 위로와 희망을 주기도 한다. 그 설렘으로 아침을 깨운다. 오늘, 시빌을 보았다. 내 영혼의 한 페이지에서.

 

다산책방에서 도서를 증정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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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어지는 병, 조현병 - 내 삶의 주인이 내가 아닐 때
황상민 지음 / 들녘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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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40대 조현병 환자가 고속도로에서 역주행을 하다 정면추돌 사고를 냈습니다. 피해 차량에셔는 이달 말 결혼을 알리는 청첩장 다발이 발견됐습니다.”

p15

 

조현병 환자라는 단순히, 그 이유만으로 범죄자 취급을 받아야 하는가. 이 보도의 의도는 조현병 환자의 범죄라는 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로 인해, 사회는 조현병 환자를 무섭게 인식하게 되는 오류를 범하게 된다. 사고의 원인은 조현병 환자라서가 아니다. 그 외 다른 여러 가지 문제점은 무시된 채, 단순히 조현병 환자이기 때문에 사고를 친다? 이는 사회적으로 조현병 환자를 낙인찍히게 하는 무서운 결과를 가져왔다. 보도가 신중치 못했음을 인정해야 한다.

 

많은 조현병 환자들은 자신이 조현병 환자임을 밝히지 못한다. 그 이유는 조현병 환자라는 것을 밝히는 순간, 받게 될 사회적 낙인 두렵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람들의 시선 역시도 두려워한다. 또한, 조현병 환자들은 취업을 하는 데에 있어서도 차별을 받곤 한다. 조현병 환자라는 이유만으로 채용을 꺼리는 회사들이 많기 때문에, 조현병 환자라는 것을 결코 밝히지 않는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기대보지만,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동성애에 초점이 맞춰져 논점을 흐리고 있다. 동성애의 찬반 논란 때문에, 정신질환자들에 대한 차별은 법적인 장치를 마련할 생각조차 안 하고 있다. 이 얼마나 모순적인 일인가!

 

2.

황 제가 지금까지 들어본 K씨 상황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자면요. K씨는 우선 적극적으로 사람들하고 잘 지내는 그런 상황이 아닙니다. 심리적인 특성을 살펴보면 로맨티스트에 매뉴얼적인 특성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심리라고 이야기할 수 있어요. 이 친구는 상당히 예민하고 섬세하고 또 어떻게 보면 참 착한 아이였을 겁니다. 자라면서 누구랑 싸우거나 다른 사람을 괴롭히거나 그런 일이 별로 없었을 거예요. - p.50

 

K군은 순했지만, 할머니에게 폭력을 휘두른 이후 조현병 환자가 되었다. 어떻게 해서 그가 폭력을 휘두르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경위조차 묻지 않는 의사들 틈에서, 그는 조현병으로 진단받았고 약물치료를 받았고 증상은 더욱 심해졌다. 물론, 폭력적인 성향이 드러난 것은 아니었지만, 오히려 상태는 안 좋아졌다. 이에 대해 저자인 황 박사는 K군이 하는 얘기를 제대로 들어주지 않고, 그의 마음적인 문제를 제대로 돌보아주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마음적인 측면을 진단한다.

 

조현병에 대해서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것은 조현병은 신경전달물질이 원인인 뇌의 문제이고, 이로 인해 약물치료를 해야 하며, 조기 발병시 치료하면 증상이 호전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약을 먹지 않으면 재발될 가능성이 많으니, 평생 꾸준히 복용해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으로 조현병에 대해서 내리는 진단이다. 그러나, 황박사는 이를 다르게 접근한다. 조현병은 마음의 문제이며, 그 마음을 제대로 돌보아 주었을 때, 아무런 문제도 일으키지 않으며, 이는 조현병으로 진단되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 조현병으로 진단되는 많은 경우는 아주 단편적인 몇몇 근거를 토대로만 이루어지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마음에 난 상처, 마음의 어려움들을 잘 들어주면, 실질적으로는 일어나지 않을 사고들이 많다는 것이다.

 

이분의 말대로 조현병으로 진단받은 그 사람이 병원에 계속 입원한 상태로 약물 치료를 꾸준히 받았다면 범죄가 일어나지 않았을까? 그렇다. 범죄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사회로부터 격리되어 약물에 의해 거의 폐인처럼 여원이라는 감금 시설에 계속 갇혀 있었다면 결코 이 범죄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이 주장의 내용은 모순저이다. 의료진을 포함해 현재 우리가 조현병에 대해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내용이 잘못된 것이고, 즉 빙산의 일각에 불과한 것을 전체로 받아들인 오류를 범했고, 조현병에 대한 잘못된 판단을 근거로 치료법(이라 부는 것)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정신병동 입원이나 꾸준한 약물치료 등은 한마디로 조현병으로 진단받은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알지 못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다. - p.190

 

 

3.

사실, 우리 나라에 조현병으로 진단받은 사람들은 꽤나 많다. 그들 대부분은 자신의 병을 숨긴 채 살아간다. 그러나 실제적으로 이 책을 토대로 말하자면, 조현병으로 진단받은 많은 사람들 중에서, 그저 마음의 문제를 조금만 해결해 주었어도 약물치료를 받지 않아도 되는 수많은 사람들이 존재한다.

 

이 시대에 병이 든 사람들, 그들은 약자다. 절대 강자에 의해, 상처를 쉽게 받을 수 있는 존재다. 그런 약자들에게 사회는 또다른 병을 주곤 한다. 요즘은 많이 자제하고 있는 듯 하지만, 아직까지는 조현병을 사고의 원인으로 지적하는 뉴스가 종종 나온다. 이런 뉴스가 앞으로는 아예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누군가에게 상처를 두 번 주는 뉴스, 결코 좋은 뉴스도 아니고, 또 볼 가치도 없는 뉴스이고, 기사다.

 

만들어지는 조현병은 조현병 환자에 대한 마음의 문제, 또 조현병 진단으로 받게 되는 구조적 문제점을 심리학적인 측면과 더불어 잘 짚어냈다. 나는 이 책을 권한다. 조현병에 대해서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조현병에 대해서 안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한테, 조현병을 있는 사람들에게 적대감을 느끼고 이는 사람들에게.

 

들녘에서 도서를 증정받아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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