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토의 주인 - 23일 폐쇄구역
지미준 지음 / 포춘쿠키 / 2020년 8월
평점 :
품절



강아지 덕근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잠만 자고 있어도 덕근은 엄마 아빠에게 귀여움을 받았다. 때로는 잠을 깨우는 그들의 손이 귀찮을 때도 있었지만 그 정도는 괜찮았다. 그는 춥지도 덥지도 위험하지도 않은 그 집에서 지내는 것이 좋았고, 일주일에 두세 번 밖에서 뛰노는 것이 좋았고, 엄마 아빠의 웃음과 손길이 좋았고, 그렇게 보낸 석달이 제일 좋았다. - pp.16~17

 

그러던 어느 날 양털을 가진 하얀 암컷 개가 관심을 보인 후부터 검점 산책 시간은 짧아졌다. 그러던 어느 날, 덕근은 공원에 혼자 남겨졌다.

 

2. 고양이 칠백

칠백은 그릇 앞에 앉아 있는 바둑이 암컷을 향해 기둥 뒤에서 머리를 빼꼼 내밀었다. 칠백과 눈이 마주친 바둑이 암컷은 안심하라는 듯 두눈을 천천히 깜빡이며 고개를 돌렸다. 칠백은 바둑이 암컷에게 어쨰서 자기를 구해 주었느냐고 물었다.

그냥, 내 섀끼들 생각나서. 하나 빼고 다 죽었단다.”

p.25

 

칠백은 사춘기가 그를 몰아낼 때까지 바둑이 암컷의 무리와 어울렸다. 칠백은 무리에서 벗어나 공언에서 덕근을 만난다. 그리고 덕근의 이야기를 듣는다. 경계심 많은 고양이 칠백과 세상물정 잘 모르는 강아지 덕근의 이야기.

 

3.

사라졌던 남자가 헛간 마당에 다시 나타났다. 덕근은 그를 보자마자 죽을 힘을 다해 도망쳤다. 왔던 길을 더듬고 더듬었지만 이틀 동안 산속을 헤맸다. 헤매고 맴돌고 구르고 미끄러지다가 겨우 제자리를 찾아온 덕근은 그곳에서 귀 잘린 검은 고양이 칠백은 만났다. - p.48

 

그리고 칠백은 거세된 이야기를 한다. 칠백은 무리와 다시 섞였지만 비겁한 모습을 보이고는 무리에서 따돌림을 당하게 되고 결코 무리에서 이탈하게 된다. 무리에서 떨어진 칠백이는 수리부엉이의 도움을 받아 공원에 오게 되었다.

 

4.

덕근은 고개를 들어 다시 한번 달을 바라보았다. 둥그런 달은 구름의 방해도 받지 않고 기울어 간다. 달을 보며 덕근은 생각했다. 내가 집으로 돌아간다면 칠백은 다시 외로워지겠지, 라고.

달빛이 쏟아지는 작은 덤불은 칠백이 가끔 찾아오는 비밀 장소일 뿐, 주로 생활하는 공간은 아니었다. 칠백의 보금자리는 덕근을 처음 만났던 벤치 앞 나무 아래에 있었다. 비밀 장소에는 거친 흙과 잔가지가 많고 땅이 비탈져 쉬기가 불편했다. 신비롭게 쏟아지는 달빛을 구경하고 난 뒤, 둘은 그곳에서 나와 분수대로 가서 한 번 더 목을 축이고, 다시 벤치로 향했다. - p.82

 

덕근과 칠백의 시간은 이렇게 길어지고 있다. 덕근은 엄마 아빠에게서 버림받고 나름 길거리 생활에 적응해갔다. 덕근과 흰백이 생활하던 공간에 매미라는 새로운 개식구가 생겼다. 매미는 콩이라는 이름으로 전주인에게 입양되었다가 버림받았고 덕근을 ㅁ나났다. 그리고, 덕근이 매미를 적극적으로 도와주게 된 어느 날 덕근과 개미는 사랑을 나누게 된다.

 

덕근, 칠백, 매미, 호박, 마루, 그리고 타이슨, 오디까지, 공원식구는 점점 늘어가고 이들이 펼쳐지는 이야기는 어떻게 전개될까.

 

5.

게토의 주인은 개와 고양이가 공원에서 살다가 점점 더 변해가는 이야기다. 이 소설을 읽다 보면, 사람의 이기심이 얼마나 끔찍한 결과를 초래하는지, 그 무서운 이야기는 어떻게 전개되는지가 절절히 다가온다.

 

개와 고양이가 사람처럼 느끼고 행동한다면 과연 어떨까. 그리고 개나 고양이가 인간에게 복수심을 갖는다면 사람의 세상은 어떨까. 가끔, 그렇게 끔찍한 세상에 살고 있지 않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게토의 주인은 그렇게 버려진 개와 인간에게 학대당한 고양이들의 세계를 그린다. 이 세계에서 절대 강자는 없다. 서로가 협력하지만, 그러면서도 자신의 세력을 구축해 나가는 세상의 모습이 있다. 그 세상엔 어떤 무자비한 일이 도사리고 있을까. 게토의 주인에서 보여준 세상, 그 세상은 어쩌면 인간이 경험할 만한 세계를 동물의 세계를 통해 보여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게토의 주인을 일으면서, 암흑의 세계란 이런 것이구나 하는 걸 느끼면서, 우리에게 또다른 세상, 또다른 암흑은 존재하지 않기를 바라고 또 바랄 뿐이다.

 

이 리뷰는 포춘쿠키에서 도서를 증정받아 작성하였습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