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들어지는 병, 조현병 - 내 삶의 주인이 내가 아닐 때
황상민 지음 / 들녘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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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40대 조현병 환자가 고속도로에서 역주행을 하다 정면추돌 사고를 냈습니다. 피해 차량에셔는 이달 말 결혼을 알리는 청첩장 다발이 발견됐습니다.”

p15

 

조현병 환자라는 단순히, 그 이유만으로 범죄자 취급을 받아야 하는가. 이 보도의 의도는 조현병 환자의 범죄라는 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로 인해, 사회는 조현병 환자를 무섭게 인식하게 되는 오류를 범하게 된다. 사고의 원인은 조현병 환자라서가 아니다. 그 외 다른 여러 가지 문제점은 무시된 채, 단순히 조현병 환자이기 때문에 사고를 친다? 이는 사회적으로 조현병 환자를 낙인찍히게 하는 무서운 결과를 가져왔다. 보도가 신중치 못했음을 인정해야 한다.

 

많은 조현병 환자들은 자신이 조현병 환자임을 밝히지 못한다. 그 이유는 조현병 환자라는 것을 밝히는 순간, 받게 될 사회적 낙인 두렵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람들의 시선 역시도 두려워한다. 또한, 조현병 환자들은 취업을 하는 데에 있어서도 차별을 받곤 한다. 조현병 환자라는 이유만으로 채용을 꺼리는 회사들이 많기 때문에, 조현병 환자라는 것을 결코 밝히지 않는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기대보지만,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동성애에 초점이 맞춰져 논점을 흐리고 있다. 동성애의 찬반 논란 때문에, 정신질환자들에 대한 차별은 법적인 장치를 마련할 생각조차 안 하고 있다. 이 얼마나 모순적인 일인가!

 

2.

황 제가 지금까지 들어본 K씨 상황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자면요. K씨는 우선 적극적으로 사람들하고 잘 지내는 그런 상황이 아닙니다. 심리적인 특성을 살펴보면 로맨티스트에 매뉴얼적인 특성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심리라고 이야기할 수 있어요. 이 친구는 상당히 예민하고 섬세하고 또 어떻게 보면 참 착한 아이였을 겁니다. 자라면서 누구랑 싸우거나 다른 사람을 괴롭히거나 그런 일이 별로 없었을 거예요. - p.50

 

K군은 순했지만, 할머니에게 폭력을 휘두른 이후 조현병 환자가 되었다. 어떻게 해서 그가 폭력을 휘두르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경위조차 묻지 않는 의사들 틈에서, 그는 조현병으로 진단받았고 약물치료를 받았고 증상은 더욱 심해졌다. 물론, 폭력적인 성향이 드러난 것은 아니었지만, 오히려 상태는 안 좋아졌다. 이에 대해 저자인 황 박사는 K군이 하는 얘기를 제대로 들어주지 않고, 그의 마음적인 문제를 제대로 돌보아주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마음적인 측면을 진단한다.

 

조현병에 대해서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것은 조현병은 신경전달물질이 원인인 뇌의 문제이고, 이로 인해 약물치료를 해야 하며, 조기 발병시 치료하면 증상이 호전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약을 먹지 않으면 재발될 가능성이 많으니, 평생 꾸준히 복용해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으로 조현병에 대해서 내리는 진단이다. 그러나, 황박사는 이를 다르게 접근한다. 조현병은 마음의 문제이며, 그 마음을 제대로 돌보아 주었을 때, 아무런 문제도 일으키지 않으며, 이는 조현병으로 진단되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 조현병으로 진단되는 많은 경우는 아주 단편적인 몇몇 근거를 토대로만 이루어지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마음에 난 상처, 마음의 어려움들을 잘 들어주면, 실질적으로는 일어나지 않을 사고들이 많다는 것이다.

 

이분의 말대로 조현병으로 진단받은 그 사람이 병원에 계속 입원한 상태로 약물 치료를 꾸준히 받았다면 범죄가 일어나지 않았을까? 그렇다. 범죄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사회로부터 격리되어 약물에 의해 거의 폐인처럼 여원이라는 감금 시설에 계속 갇혀 있었다면 결코 이 범죄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이 주장의 내용은 모순저이다. 의료진을 포함해 현재 우리가 조현병에 대해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내용이 잘못된 것이고, 즉 빙산의 일각에 불과한 것을 전체로 받아들인 오류를 범했고, 조현병에 대한 잘못된 판단을 근거로 치료법(이라 부는 것)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정신병동 입원이나 꾸준한 약물치료 등은 한마디로 조현병으로 진단받은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알지 못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다. - p.190

 

 

3.

사실, 우리 나라에 조현병으로 진단받은 사람들은 꽤나 많다. 그들 대부분은 자신의 병을 숨긴 채 살아간다. 그러나 실제적으로 이 책을 토대로 말하자면, 조현병으로 진단받은 많은 사람들 중에서, 그저 마음의 문제를 조금만 해결해 주었어도 약물치료를 받지 않아도 되는 수많은 사람들이 존재한다.

 

이 시대에 병이 든 사람들, 그들은 약자다. 절대 강자에 의해, 상처를 쉽게 받을 수 있는 존재다. 그런 약자들에게 사회는 또다른 병을 주곤 한다. 요즘은 많이 자제하고 있는 듯 하지만, 아직까지는 조현병을 사고의 원인으로 지적하는 뉴스가 종종 나온다. 이런 뉴스가 앞으로는 아예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누군가에게 상처를 두 번 주는 뉴스, 결코 좋은 뉴스도 아니고, 또 볼 가치도 없는 뉴스이고, 기사다.

 

만들어지는 조현병은 조현병 환자에 대한 마음의 문제, 또 조현병 진단으로 받게 되는 구조적 문제점을 심리학적인 측면과 더불어 잘 짚어냈다. 나는 이 책을 권한다. 조현병에 대해서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조현병에 대해서 안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한테, 조현병을 있는 사람들에게 적대감을 느끼고 이는 사람들에게.

 

들녘에서 도서를 증정받아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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