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 도서관 - 세계 오지에 3천 개의 도서관, 백만 권의 희망을 전한 한 사나이 이야기
존 우드 지음, 이명혜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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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사람들은 대개 자신의 관심분야 외의 일이나 대상에 몰두하는 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걸핏하면 밤새 책을 읽는 날 책을 좋아하지 않거나 읽지 않는 사람들은 결코 이해하지 못한다. 오히려 잠자는 시간에 책을 읽는 건 쓸데없는 에너지 낭비요, 무모한 체력소모일 뿐이라고 말한다. 책에 대한 생각이 다를 뿐이니 누가 옳고 누가 그르다 할 수 없다.




왜냐면 내게도 그런 면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게 언제인고 하니 일간지나 텔레비전을 통해 ‘에베레스트 최고봉 등정’...같은 소식을 접할 때다. 거세게 휘몰아치는 눈보라로 인해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절대절명의 상황 속에서도 높고 험준한 산을 올라 정복하는 사람들. 그들은 내게 분명 존경의 대상이다. 하지만 연구 대상이기도 하다. 산을 오르다가 자신은 물론 일행의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들은 포기하지 않는다. 점점 더 높은 곳, 더 위험한 산을 찾아 끊임없이 오르고 또 오른다. 도대체 왜일까.




그런데 바로 그 곳, 히말라야에 도서관을 세운 남자가 있다. 존 우드.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이사로서 성공가도를 달리던 그가 왜 히말라야에, 세계의 오지에 어쩌다 도서관을 짓게 됐을까. 무슨 계기로 그 힘든 일에 뛰어들었을까. 그 모든 궁금증의 해답이 ‘세계 오지에 3천 개의 도서관, 백만 권의 희망을 전한 사나이 이야기’란 부제가 달린 이 한 권의 책, <히말라야 도서관>에 실려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사의 마케팅 이사인 존 우드는 직장생활 후 처음으로 장기휴가를 떠난다. 휴가지는 ‘세계의 지붕’이라 불리는 히말라야였다. 그는 그 곳에서 우연히 교육재정 담당관인 파수파티를 만나고 그에게서 네팔의 교육현실에 대한 예길 듣는다. 네팔의 문맹률이 세계에서 가장 높지만 그건 사람들이 교육에 대해 무관심해서가 아니라고.




그와 함께 네팔의 학교를 방문한 존은 그곳 학교의 열악한 환경에 충격을 받는다. 그리고 그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어놓는 한 마디의 말을 듣게 된다. “우드씨, 책을 가지고 다시 와주세요.”  그에게 네팔의 교육현실을 보여준 파수파티는 헤어지는 존에게 이렇게 말한다.




“안녕이라고 말하지 않을 겁니다. 대신에 ‘페리 베타운라’라고 말할게요. 이건 ‘서로를 다시 볼 때까지’라는 의미입니다. 제발 돌아와 주세요. 페리 베타운라.” - 21쪽.




휴가를 마치고 카트만두로 돌아온 존은 고민에 빠지다가 그에게 저장된 이메일로 무작정 메일을 보내기 시작한다. ‘우리들보다 조금 적게 행운을 누리고 사는 많은 어린이들을 위해 대단히 좋은 일을 하나 할까 합니다....최악의 선택은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는 겁니다(27~29쪽)’...라고.




그러자 곧 많은 사람들이 책을 보내기 시작하고 그렇게 모인 3000권의 책을 가지고 존은 다시 네팔의 학교로 향한다. 환호하는 아이들, 얼굴에 눈물과 미소가 가득한 사람들의 모습에 감동한 그는 어렵지만 새로운 결심을 하게 된다.




내 꿈을 위해서라면 안정적인 삶도 포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내 삶은 이곳 네팔에서 이루어질 것임을 알았다.....나는 이제까지 살아왔던 평범한 일상에 도전할 생각이었다...나는 회사의 중역에서 히말라야에 도서관을 세우는 사람으로 변신하려는 중이었다. -51쪽.



 


존 우드는 자신이 기억할 수 있는 가장 어린 시절부터 항상 책이 있었다.  매일 잠들기 전에 동화를 수없이 읽었고 가족들과 여행을 할 때도 그는 책 속에 빠져들었다. 그에게 책은 새로운 세상을 만날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였기에 책이 없는 세상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고 한다.




책의 소중함, 중요함을 아는 그였기에 책이 없어서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하는 네팔의 아이들의 현실은 더욱 가슴 아프게 다가왔다고 여겨진다. 책이 절실하게 필요한 아이들에게 한 권의 책을 주는 일이 얼마나 가치있는 일인지 깨달은 존은 새로운 시작을 위해선 지금의 자리에서 떠나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아 성공가도를 달릴 수 있게 했던 마이크로소프트사를 그만두고 결혼을 약속했던 연인과도 헤어진다.




자기 자신에게 스스로 ‘네팔의 가난한 마을에 학교와 도서관을 지어주는 사람’이란 강력한 메시지를 심은 존은 개발도상국에 학교를 짓고 책을 전달하기 위한 단계를 차례차례 밟아나가기 시작한다. 룸투리드란 자선단체를 만들고 그 단체를 꾸려나가기 위해 후원자를 찾고 모인 기금으로 어떻게 일을 했는지...어떤 어려움이 있었는지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책날개에 이런 글귀가 있었다. ‘룸투리드’가 친구이자 애인이고 가족이며 살아가야할 이유인 남자, 존 우드. 네팔의 가난한 마을에 학교와 도서관을 지어주는 것을 시작으로 베트남, 캄보디아, 스리랑카, 에디오파아....까지 수많은 오지마을에 도서관을 건립한 존 우드. 지금은 비록 일부지만 조금씩 세상을 바꿔나가는 그의 모습에서 큰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온라인 어디에선가 순회하고 있을 존의 첫 번째 메일이 언젠가 내게도 오진 않을까...생각했다. 수많은 오지마을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희망과 행복을 가져다줄 ‘행운의 메일’...을 기다리며 가슴설레는 마음으로 메일함을 열어본다. 최악의 선택은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는 것이다.




나는 도서관에서 어린이들이 책을 읽는 모습을 상상했다. 바훈단다를 시작으로 했던 나의 소박한 목표를 다시 한번 생각했다. 소박한 눈덩이가 점점 속도가 붙어 더욱 커졌다. 이제 상상의 날개를 선 세계로 펼쳤다. 인도, 라오스, 스리랑카, 캄보디아, 베트남을 내려다보고 룸투리드 사업이 번창하기를 기원했다. 도서관 2,300개, 학교 200개, 컴퓨터 교실 50곳, 장학금을 받는 1,700명의 소녀, 백만 권의 책. - 254쪽.







존 우드의 희망과 열정을 느낄 수 있었던 의미있는 책이었지만 아주 작은 오타가 있었다.

207쪽. ‘1’부 ---> ‘3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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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8-03-24 1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년 전에 네팔을 여행한 적이 있었지요.. 해외여행겸 네팔인 친구집에서 묵었답니다..
그땐 외국인들에게만 바라던 그들의 거지근성에 몹시 언잖았는데.. 이책을 읽고
나와 다른 시각으로 그들을 바라보던 저자의 밝은 성품이 참~으로 아름다웠습니다..
이 책을 읽고 다른 분들도 누리는 혜택에 대하여 생각해 보아야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어.. 내가 서평을 쓰게된건아닌지.. 님의 서평~ 참으로 좋아 한번씩들립니다..
 
점퍼 1 (보급판 문고본) - 순간 이동
스티븐 굴드 지음, 이은정 옮김 / 까멜레옹(비룡소)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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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한때 만화<드래곤볼>에 열광했던 적이 있다. 지금 대학생인 조카들이 초등학생일 무렵, 조카들 옆에 끼어서 한두 권씩 보다가 재밌어서 나도 모르게 빠져들었다. 세계에 흩어진 일곱 개의 드래곤볼을 모두 모으면 용이 나타나 어떤 소원이든 들어준다는 간단한 줄거리. 하지만 개성 강한 캐릭터, 엄청난 상상력, 예상할 수 없는 이야기 전개는 서른을 코앞에 둔 내 나이도 잊게 할 만큼 강력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건 주인공인 손오공이 야트랜드란 별에 불시착했을 때 그 곳 주민들에게서 배운 새로운 기술, ‘순간이동’이었다. 집게 손가락을 이마에 대고 정신을 집중하더니 순간 사라지는 기술. 정말 환상적이었다.




그 후 나는 출퇴근길 사람들로 가득 찬 지하철, 버스 안에 있거나 약속 시간에 늦었을 때, 어딘가로 여행하고 싶을 때마다 손오공의 환상적 기술이자 능력이 내게 없음을 못내 아쉬워했다.




스티븐 굴드의 장편소설 <점퍼>는 순간이동의 능력을 가진 이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그들의 순간이동 능력은 드래곤볼의 손오공과 다르다. 손오공이 어떤 사람을 생각한 다음 그의 기(氣)가 느껴지는 곳으로 순간이동 한다면 그들은 사람이 아닌 장소를 느껴야한다. 아니, 느끼는 정도로는 부족하다. 눈을 감고도 그 곳의 모습이나 풍경이 떠오를 정도로 훤~히 아는 곳이어야 한다. 손오공이 아는 사람이 없는 곳으론 갈 수 없듯이 그들은 가보지 않은 장소론 이동할 수 없다는 차이점이 있다. 따라서 카메라를 동원해 자신이 가는 장소를 녹화하면서 꾸준히 복습(?)하는 노력도 기울여야 한다. 순간이동에도 뛰어난 기억력이 필요하다니...아이러니다. 그럼 어떠랴. 사람이든 장소든 뭐가 중요해. 그런 멋진 능력이 있다는 자체가 행운 아닐까.




1,2 두 권으로 이뤄진 <점퍼>는 각각 주인공이 다르다. 1권 <순간이동>편에서는 10대 후반, 성인의 기준이 되는 열여덟살의 데이비드에 관한 이야기다. 술에 취하면 가족을 폭행하는 아버지를 견디다 못한 데이비드의 어머니는 6년전에 갑자기 집을 나간다. 아내의 가출이후에도 반성은 커녕 전혀 달라지지 않은 아버지는 아들인 데이비드를 폭행한다. 그런 어느날 데이비드는 아버지가 휘두른 벨트를 피하려고 몸을 움직이다가 순간이동을 하게 된다. 그에게 가장 편안한 장소인 도서관으로의 점프, 이게 그의 첫 번째 점프였다.




뭔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자신에게 순간이동의 능력이 있음을 알게 된 데이비드는 무작정 고향을 떠난다. 예전에 부모님과 함께 갔던 뉴욕에 자리잡은 데이비드는 일자리를 찾아 나선다. 하지만 아직은 미성년자인데다 신분을 증명할 수 있는 어떤 서류도 갖고 있지 않는 그를 아무도 채용하지 않았다. 최악의 상황으로 떨어진 데이비드는 자신의 능력을 이용해  은행금고를 턴다. 순식간에 백만 달러란 엄청난 거금을 손에 쥔 데이비드는 뮤지컬 공연장에서 우연히 밀리란 여대생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또 어렸을 때 집을 나간 어머니를 다시 만나지만 그 기쁨도 잠시 그를 수상하게 여긴 경찰로부터 추격을 받는다. 게다가 어머니가 탄 항공기가 테러범에 의해 납치되고 그 과정에서 어머니는 참혹한 죽음을 맞고 데이비드는 복수를 결심하게 되는데...




2권의 주인공인 그리핀 역시 데이비드처럼 순간이동 능력자다. 다만 데이비드가 자신의 능력을 가족이나 밀리에게 털어놓지 못해 고민했다면 그리핀은 4살 때 여행객들 앞에서 처음 점프하면서부터 부모에게서 보호와 보살핌을 받는다. 아버지와 함께 인적이 드문 곳에서 점프 연습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우연히 괴롭히는 친구를 피하려다 점프를 하면서 위기를 맞는다. 그를 쫓는 ‘팔라딘’이란 조직의 사람들에게 부모가 살해된다. 부모의 죽음으로 큰  충격을 받은 그리핀은 온통 모래와 바위뿐인 곳으로 점프하는데....




두 명의 십대의 소년, 순간이동 능력이 주어지는 순간부터 그들은 더 이상 평범한 소년과 같을 수 없었다. 순간이동, 점프...누구나 부러워할 능력임에 분명하지만 사랑하는 이들을 잃은 그들에게 점프는 고독과 시련의 출발점이나 다름없었다. 그들이 순간이동을 터득하면서 벌이는 여러 사건들, 세계 여러 나라를 누비는 모습은 무척 흥미진진했다. 또 마음 여린 소년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해 위기를 극복해가는 과정에서 조금씩 성인으로 성장해가는 모습은 언제봐도 뿌듯하다.




큰아이는 간혹 “슈퍼맨처럼 하늘을 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거나 “스파이더맨처럼 벽을 기어다니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말을 한다. 그 나이 또래의 아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상상해보는 초능력의 세계...를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는 흥미있는 소설이었다.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가 요즘 한창 상영중이다. 보러 가고 싶다. 이것만은 꼭 보고 싶다. 소설 속 장면이 영화 스크린에 어떻게 펼쳐질지 너무나 궁금하다. 하지만 애들 재워놓고 나면 한밤중인데...어떻게 보러간담??? ㅠㅠ, 이럴때 또다시 그가 생각난다. 손오공....너의 능력을 내게 빌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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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A
비카스 스와루프 지음, 강주헌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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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투정하는 아이를 겨우 재워놓고 책을 들었다. 원색의 화려한 표지로 포장한 다른 책과 달리 하얀색 표지가 유난히 눈길을 끌던 책이었다. 오른쪽 위 귀퉁이에 작게 씌여진 제목 <Q&A>. 여러 상징적인 문양과 인물, 그림들이 어우러져 영어 알파벳 Q와 A를 이루고 있었다. 감각적이면서 깔끔하다.




더구나 소설의 배경이 바로 인도, 인디아다. 여행자유화로 많은 사람들이 찾으면서 인도의 풍습이나 유물, 유적을 다룬 책은 꾸준히 출간되고 있다. 그에 비해 인도를 배경으로 한 장편소설은 보기 드물다. 게다가 순식간에 나의 시선을 사로잡은 노란색 띠지의 문장!  “나는 체포되었다. 퀴즈쇼에서 우승한 대가로!” ....믿기지 않았다. 살인이나 폭행, 강간 같은 강력범죄가 아니라 TV퀴즈쇼에서 우승했다고 사람을 체포하는 나라가 요즘 세상에 어디 있겠어. 지금이 19세기나 20세기도 아닌데 말이야...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은 파리도서전 독자상과 남아프리카 부커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그걸 보면 저자가 책 속에서 풀어놓은 얘기가 전혀 황당한 내용이 아니라는 건 분명한데....그래도, 왠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 대체 왜지?




이 책은 주인공이 경찰에 의해 체포되면서 시작한다. 자신이 왜 체포됐는지 알지 못해 어리둥절해하는 주인공에게 취조관은 “람 모하마드 토머스...뭔 놈의 이름이 이래? 온갖 종교를 뒤섞어놓았군.”하며 대뜸 짜증부터 낸다. 그리고 그가 체포된 이유가 뭔지 알려준다. 토머스가 TV퀴즈쇼에 출연해서 우승할 수 있었던 건 속임수를 썼기 때문이라고. 그렇지 않고서야 빈민가에 살면서 교육이라곤 받아본 적 없는 웨이터가 박사도 풀기 어려운 문제의 정답을 모두 알아맞힐 수 없다는 거다.




어찌 보면 맞는 말 같기도 하다. 퀴즈쇼 제작진과 취조관은 자신들의 주장이 정당하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토머스를 고문하기 시작한다. 굶주린 몸에 가해진 가혹한 고문으로 토머스가 서서히 의식을 잃어갈 즈음, 한 여인이 나타난다. 자신을 토머스의 변호사 스미타라고 소개한 그녀는 그가 퀴즈쇼의 모든 답을 어떻게 맞혔는지 알아내기 위해 토마스의 삶을 하나하나 추적해나간다.




이후의 소설은 토머스의 과거가 회상처럼 떠오르고 곧이어 그와 관련된 퀴즈쇼 문제가 연결되면서 진행된다. 예를들어 토머스와 친구 살림은 배우 아르만 알리가 출연한 영화를 자주 보러 갔는데 살림은 아르만을 좋아한 나머지 그의 대사를 외우다시피 했다. 그때 출제된 문제는 아르만 알리와 프리야 카푸르가 처음으로 함께 주연을 맡은 영화는 무엇인가...였다. 토머스는 당연히 이 문제의 정답을 맞혔고 1000루피를 벌었다.




이렇게 퀴즈쇼에 출제된 열 세 개의 문제는 토마스의 삶과 절묘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한 두 개가 아니라 모든 문제가....우연도 이 정도면 너무 심한 거 아닌가...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강한 부정은 곧 긍정이라고, 우연이 연이어 계속 된다면 그건 필연이고 운명이란 생각이 든다.




각각의 문제마다 보여지는 토마스의 삶이 때로 놀랍고 엽기적인 일, 슬프고 안타까운 사연들이 계속 되는데도 지겹거나 뻔한 스토리란 느낌이 들지 않았다. 자신을 옥죄는 가난에서 벗어날 가망성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언제나 낙천적이고 정직한 그의 모습이 너무나 감동적이어서 응원하고 싶어졌다. 저자 비카스 스와루프의 이야기 풀어내는 힘을 실감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 책이 데뷔작이니...굉장하다.




열 여덟살의 청년 토마스의 삶에서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인도의 숨겨진 면을 들여다본 듯하다. 타지마할 같은 유적지 몇 개와 뿌리깊은 신분제도 외에 사회 곳곳에 만연한 부정과 부패, 극심한 빈부격차, 끼니를 잇지 못할 정도로 찢어지게 가난한 이들의 비참한 생활....등 이 책으로 인해 인도를 좀 더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고 형부근무 때문에 온가족이 인도에 살고 있는 언니 소식이 궁금해서 전화를 했다. 그럭저럭 잘 지낸다는 얘기 끝에 물었다. “근데 언니, 10억 루피가 우리나라 돈으로 얼마나 되지?” “...왜?” “그냥 궁금해서...읽고 있는 책에 그런 대목이 나와서...” 언니가 알려준 방법으로 환율을 조회해봤다. 그랬더니 인도 10억 루피는 약 60,635,000원이었다. 꽤 큰 돈이다.




친정엄마는 나만 보면 늘 ‘책 자꾸 읽어서 뭐하냐. 퀴즈 프로그램 나가서 상금 좀 받으면 얼마나 좋냐’...고 핀잔을 주신다. 이담에 또 재촉하면 그땐 퀴즈쇼에서 우승한 것 때문에 체포된 토마스의 얘길 해드려야겠다. 그럼 단념하시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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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8-03-03 0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재밌을 것 같아요. 어쩌면 인도라는 나라는 서구인의 오리엔탈리즘에 의해 가장 피해를 입은 나라일 것 같아요. 인도하면 성자를 연상시켜버리면서 그속에 있는 온갖 사회문제와 인권문제를 덮어버리는.... 인도인이 그려낸 인도 사회의 모습 궁금하네요.

몽당연필 2008-03-03 0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한번 읽어보실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제법 두툼한 책이지만 금새 읽혀진답니다. ^^

2009-02-18 09: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2-19 00: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금요일 밤의 뜨개질 클럽
케이트 제이콥스 지음, 노진선 옮김 / 대산출판사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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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이나 휴일, 시댁 어른들 찾아뵙고 집으로 돌아가려면 대교를 거쳐 가거나 그냥 일반도로로 가는 길, 두 가지 방법이 있다. 그 중 두 번째, 일반도로로 갈 때면 항상 내 시선은 창밖에 고정된다. 목적지에 가까워질수록  혹시나 그냥 지나칠까봐 두리번거리며 살피게 되는 곳...주택가의 작은 재래시장 입구에서 <@@손뜨개방>이란 간판을 보면 그제서야 안심하고 제자리에 앉곤 한다.




결혼전, 직장일하는 틈틈이 하려고 무작정 뜨개질을 시작했다. 어렸을때  엄마와 동네 아주머니들에게서 배웠으니 만약을 대비한 손뜨개책 한 권만 있으면 될 거라고 생각했다. 무작정 실과 대바늘을 구입한 다음 스웨터를 떠나갔다. 처음엔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그런데 중간쯤부터 꼬이기 시작했다. 코를 줄이거나 늘이고 코막음을 하는 부분이 책의 설명대로 되지 않았다. 발만 동동 구르다가 집 근처의 손뜨개방을 찾았다.




2평 남짓한 작은 공간 <@@손뜨개방>. 딸각딸각 대바늘 스치는 소리와 작게 소근대는 사람들의 음성이 벽면을 가득 메운 갖가지 빛깔의 실과 어울려 편안하고 아름답게 느껴졌다.




표지를 보고 뜨개질 교본이나 도안에 관한 책이라 여겼던 <금요일밤의 뜨개질 클럽>. 이 책에는 뜨개질의 기법이나 방법이 아닌 사람들의 얘기로 가득하다. 저마다 외롭고 상처받은 사람들을 슬며시 등장한 대바늘과 갖가지 털실이 서로서로 연결해주고 있다. 아름답고 독특한 패턴을 곁들여서.




뉴욕의 어퍼웨스트사이드 77번가 <워커 모녀 수예점>. 이 책의 주인공이자 워커수예점의 주인인 조지아는 매력적인 흑인 남성 제임스와 첫 눈에 반해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흑인과 백인의 결합이 오래가지 못할거라 여긴 제임스는 임신한 조지아 곁을 떠난다. 홀로 남은 그녀는 제임스의 배신으로 인해 상처받고 방황한다. 하지만 우연히 만난 애니타를 통해 다시 일어설 용기를 얻게 된다. 주변이 온통 정신없이 바쁘게 돌아가는 도시 뉴욕에서 싱글맘, 그것도 흑백혼혈의 딸 다코타를 키운다는 건 예삿일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열심히 노력한 끝에 워커모녀 수예점은 잡지에 소개되는 성공가도에 들어설 수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늘 조지아의 수예점을 찾는 사람들이 서로 뜨개질에 대한 얘기를 나누면서 시작된 게 바로 ‘금요일밤의 뜨개질 클럽’이었다. 조지아의 정신적 지주이자 그녀를 엄마처럼 보살펴주는 애니타는 워커 수예점의 든든한 버팀목이었고 조지아의 옛직장 동료 K.C는 뜨개질보다 모임 멤버들과 수다 떠는 걸 더 좋아한다. 결혼보다 아기를 간절히 원해 미혼모의 길을 걷는 40대의 프리랜서 TV PD 루시, 요즘 같은 세상에 여인들이 왜 뜨개질을 하는지 그 이유와 삶을 논문으로 쓰려고 수예점을 찾은 다윈과 수예점에서 아르바이트 하는 틈틈이 자신의 뛰어난 패션 감각을 살려나가는 페리...이들이 모두 직업과 나이, 성격이 다르듯 뜨개질을 시작한 동기 역시 저마다 달랐다. 하지만 그들에겐 매주 금요일밤의 모임이 고된 일상 끝에 맛보는 편안함이자 여유이며 생활의 활력소가 된다는 큰 공통점이 있었다.

 

또 조지아의 딸 다코타가 직접 만들어 내놓는 쿠키와 케익, 머핀을 먹으면서 서로 비밀을 털어놓고 아픈 상처를 위로 받는다. 외롭고 상처받은 그들이 서로를 보듬어주고 지탱해주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조지아는 위안을 얻고 서서히 안정을 느낀다. 하지만 어느날 학창시절 조지아와의 약속을 깨트리고 배신한 캣과 다코타의 아버지인 제임스가 워커모녀 수예점을 찾으면서 조지아와 다코타는 다시 혼란을 겪게 되는데....



이 책에서 저자는 조지아, 다코타를 비롯해 수예점을 찾는 이들의 다양한 삶과 서로 얽힌 관계들을 뜨개질의 과정(재료 모으기 - 첫 코 뜨기 - 게이지 내기 - 겉뜨기와 안뜨기 - 복잡한 스티치 마스터하기 - 털실 풀어내기 - 다시 시작하기 - 코막음하기 - 함께 이어붙이기 - 자신이 만든 옷 입기)에 비유해서 풀어놓고 있는데 그게 절묘하게도 꼭 맞아 떨어진다. 이루 헤아릴 수 없을만큼 다양한 여러 종류의 털실과 문양, 패턴 중에서 한가지를 골라 10명이 똑같이 스웨터를 만들어도 완성된 옷은 저마다 다르듯이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뜨개질을 하다보면 자연히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된다. 이 두 가지 색깔이 서로 어울릴까? 여기엔 도안을 몇 번 넣는 게 좋을까...패턴이 너무 복잡하거나 단순하진 않나?...이렇게 끊임없이 대어보고 가늠하면서 대바늘로 털실을 한 코 한 코 떠나가다보면 한껏 들떴던 마음은 어느새 가라앉고 불안한 감정은 편안해진다.




작지만 포근한 분위기가 맘에 들어 한동안 부지런히 다녔던 손뜨개방. 그 곳에서 나는 스웨터 한 벌, 가디건 두 벌, 머플러 하나, 선물용 아기 모자 하나를 완성했다. 하지만 연노랑 스웨터 한 벌은 10년이 지나도록 채 앞면도 완성하지 못하고 있다. 아이들 데리고 다시 가볼까. 친절하고 다정했던 주인 할머니는 지금도 그 곳에 계실까. 꼭 계셨으면 좋겠다.




사족> 책 속에 조지아와 다코타가 즐겨하는 게임이 있다. “....하면 좋겠다” “언젠가는...” “내가 어른이 되면...” 같은 문장을 기분에 따라 문장을 변형시켜서 서로 주고 받는 형식인데 나도 언제든 큰아이와 함께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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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드 1 - 엘파바와 글린다 위키드 6
그레고리 머과이어 지음, 송은주 옮김 / 민음사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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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초승달이 뜬 어두운 밤, 검은 옷, 검은색 뾰족 모자, 검은 고양이, 하늘을 나는 빗자루. 마녀하면 생각나는 것들이다. 인형에 바늘을 찔러 누군가를 죽게 하거나 저주의 주문을 외워 사람을 두꺼비 같은 동물로 바꿔버리는 마녀는 지혜롭고 용감한 영웅이 꼭 물리쳐야할 악당이자 공포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마녀의 그런 고정관념을 여지없이 깨뜨린 한 소녀가 있었으니 그녀의 이름은 키키. 13살이 된 키키가 마녀 수행을 위해 고향을 떠나 도착한  바닷가 마을에서 ‘마녀배달부’로 거듭나는 과정을 담은 애니메이션 <마녀배달부 키키>를 큰아이와 나는 무척 좋아했다. 빗자루를 타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키키와 사람의 말을 하는 검은 고양이 지지가 나오는 <마녀 키키>를 당시 6살이었던 큰아이가 어찌나 좋아하는지 거의 매일 보다시피 했다. 밝고 경쾌한 내용에 혹시 후속편이 제작되진 않을까...10년쯤 훌쩍 넘어 성숙한 여인이 된 마녀 키키의 활약을 또 볼 수 있진 않을까 내심 기대를 했었다.




그에 대한 보답이었을까. 얼마전 내 앞에 한 명의 마녀가 나타났다. <위키드>의 초록색 표지 속엔 초록빛 피부의 마녀가 미소 짓고 있다. 한쪽 입꼬리만 씨익 올리고 웃는 모습에서 당돌하고 자존심 강한 여인의 분위기가 물씬 풍겨나온다. 초록빛 피부가 오히려 신비롭고 매혹적으로 보인다.




<오즈의 마법사>를 유쾌하게 뒤엎은 초록색 마녀의 감동적인 이야기. 뉴욕, 런던, 도쿄를 강타한 뮤지컬 <위키드>의 원작이란 문구의 띠지를 두른 이 책은 마녀가 노란 벽돌길을 걸어가는 도로시 일행을 근처 나무에 숨어 살펴보면서 시작한다. 도로시의 신발에 유난스레 집착하는 마녀. 단순히 동생이 신던 신발이기 때문일까?




목사인 아버지 프렉스와 부유하고 혈통있는 집안에서 자란 어머니 멜레나 사이에서 네스트 하딩스의 트롭 3대손이 태어난다. 하지만 고대하던 아기는 피부가 초록색인데다 날카로운 상어이빨을 한 여자아이였다. 태어나자마자 부모에게서 사랑이 아닌 ‘악’이 깃들어 저주받은 불길한 존재로 여겨진 아기. 프렉스는 딸에게 엘파바란 이름을 지어주지만 여느 아버지처럼 따스하게 품어주지는 않는다. 더구나 둘째를 임신한 멜레나는 야클이란 점쟁이 노인에게서 의문투성이의 이상한 예언을 듣는다.




십대후반 이국적인 외모의 소녀로 성장한 엘파바는 시즈 대학에 입학하고 금발의 미녀 갈린다와 룸메이트가 되어 기숙사 생활을 시작한다. 어린 시절의 영향인지 갈린다를 비롯한 동생 네사로즈, 보크, 티벳, 피예로, 애버릭 같은 친구를 사귀기보다 인간처럼 지적인 능력과 영혼을 가진 동물들에게 동질감을 느낀다. 그리고 딜라몬드 박사와 함께 동물 이동 금지령를 저지하는 연구를 하지만 어느날 박사가 갑작스런 의문사를 당하면서 엘파바는 동물들의 생존과 권리보호를 위한 투쟁 단체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게 되는데...




<오즈의 마법사>에서 도로시가 끼얹은 물에 의해 죽음을 맞는 서쪽 마녀가 주인공으로 등장한 <위키드>. 저자는 이 책에서 <오즈의 마법사>에 등장하는 서쪽 마녀가 왜 사악한 마녀로 표현되는지, 정말로 죽어 마땅한 인물인지 얘기해보고자 했다고 한다. 서양고전 명작동화로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오즈의 마법사>의 숨겨진 이면을 저자의 상상력을 바탕으로 닮았지만 전혀 다른 새로운 소설로 재탄생한 셈이다.




하지만 저자의 의도만큼 그다지 성공적인 작품은 아닌 듯하다. 초록색 피부를 지닌 앨파바의 출생부터 성장하고 서쪽 마녀로 죽는 순간까지의 삶의 여정을 지나치게 부각시키면서 소설의 구성이 허술하고 느슨해지고 말았다.




독재자인 마법사에 대항해 차별과 박해받는 동물들의 권리를 보호하고 더불어 오즈를 구하고자 했던 서슴없이 마녀이길 자처했던 앨파바. 그녀의 삶을 지루하게 늘어놓기보다 영웅적인 눈부신 활약에 초점을 맞췄어야 하지 않았을까. 예를 들어 앨파바가 극장 앞에서 마담 모리블을 죽이려고 할 때나 민병대에 의해 사리마 가족이 잡혀가 몰살당할 위험에 처했을 때, 이제야 손에 땀을 쥐는 스릴을 맛보겠구나...했다. 그런데 이렇게 분위기가 최고조에 달하고 사건이 흥미진진해지려고 할 때 계속 진행되지 않고 도중에 멈춰버리곤 했다. 활활 잘 타오르는 모닥불에 찬 물을 끼얹은 격이다.




사실 초록색 피부의 여전사!! 얼마나 매력적인가. 앨파바가 <툼레이더>의 안젤리나 졸리보다 지적이고 매혹적인 주인공이 될 수도 있었다. 그녀가 하늘을 나는 빗자루를 타고 오즈의 곳곳을 누비면서 스릴 넘치는 모험을 할 수 있도록 유도했어야 한다. 하지만 협소한 공간의 실내에서 느슨하게 진행되는 이야기는 판타지 소설의 특징을 제대로 살려내지 못했다.




이 소설이 서쪽 마녀의 이야기니 시작부터 이미 죽음이 예고되어 있었다. 다만 그녀를 소설 속에서 어떤 인물로 표현했을지 궁금했다. 악당이 분명하지만 결코 미워할 수 없는 매력을 지닌 인물. 그런 서쪽 마녀를 은근히 기대했다. 하지만 정작 소설 속에서 만난 서쪽 마녀는 악당이라 할 수도 없었고 초록색 피부 외엔 그다지 특징이 없었다. 역시...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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