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텐베르크의 조선 2 - 꽃피는 인쇄술
오세영 지음 / 예담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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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서양에서는 구텐베르크가 인쇄술을 최초로 발명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그것은 사실과 다르다. 이는 당시 교황사절단이 한국을 방문한 뒤 얻어온 기술이다.” - 노벨 평화상 수상자이자 전 미국부통령 엘 고어. 





구텐베르크 인쇄공방은 교황청의 ‘42행 성서’ 인쇄계약을 체결하면서부터 훔브레히트 지역에 규모가 3배나 큰 인쇄공방을 새로 짓는 등 크게 확장해 나간다. 그러나 인쇄량이 점점 늘어나면서 활자주형에 균열이 생기게 되면서 석주원은 보수에 필요한 안티몬을 구하기 위해 이레네와 콘스탄티노플을 방문한다. 당시 콘스탄티노플은 오스만투르크와 전쟁을 치르고 있었다.





일촉즉발의 위기와 폭풍 전야의 고요. 오스만투르크 제국 군대는 금각만 상륙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오로지 그리스의 불만이 오스만투르크 제국 군대의 상륙을 막을 수 있는 상황이다. 바로 그런 때에 석주원은 큰스탄티노플로 되돌아왔고, 그리스의 불 제조에 매달린 지 사흘만에 처음으로 시제품을 만든 것이다.





천년제국 콘스탄티노플이 언제 함락될지 모르는 극도의 긴장감 속에서 석주원은 그리스 불의 제조비법을 알게 된다. 천년제국이 오스만투르크에 의해 막 함락될 때 석주원과 이레네는 간신히 마인츠로 향한다. 그동안 숨기고만 있었던 서로에 대한 사랑을 새삼 가슴깊이 느끼면서....

 

 

 "당신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해요. 당신은 그 사람을 사랑하고 있으면서도 그 사람이 당신 때문에 자기 나라로 돌아가지 못했다는 자책감으로 선뜻 다가가지 못하고 있어요....두 사람에게 아직은 좀더 시작이 필요할지도 모르지만 세월은 원하는만큼 마냥 기다려주지 않아요....사랑은 소중한 거예요. 그리고 기회는 한번 흘러가면 다시 돌아오지 않아요"





그즈음 마인츠는 물론 독일 전역에서 최고의 인쇄공방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구텐베르크의 공방에 위기가 닥친다. ‘42행 성서’ 인쇄사업과 관련해서 대부업을 경영하는 요한 푸스트와 야콥 푸스트 형제에게 많은 자금을 빌렸는데 그 푸스트 형제가 구텐베르크 인쇄소를 통째로 삼키려는 계략을 꾸민다. 구텐베르크는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못한채 훔브레히트 인쇄공방을 어이없이 빼앗기고 만다.




그러나 불행중 다행이라고, 이레네가 자신의 법률지식으로 구텐베르크 인쇄소만은 지켜낸다. 석주원은 훔브레이트 인쇄공방을 반드시 되찾아오겠다고 이레네와 약속한다. 뺏으려는 자와 지키려는 자의 긴박한 법정공방이 인상적이었다.




1455년 11월, 구텐베르크는 푸스트 형제와의 재판에서 훔브레이트 인쇄공방과 성서 인쇄권, 그리고 많은 돈을 잃었다. ....그러나 석주원은 이것이 끝이 아니라고 믿고 있었다. 닫혔던 세상이 열리고 사람들의 생각도 새로운 융합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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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텐베르크의 조선 3 - 르네상스의 조선인
오세영 지음 / 예담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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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서양에서는 구텐베르크가 인쇄술을 최초로 발명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그것은 사실과 다르다. 이는 당시 교황사절단이 한국을 방문한 뒤 얻어온 기술이다.” - 노벨 평화상 수상자이자 전 미국부통령 엘 고어. 





훔브레히트 인쇄공방을 뺏었지만 석주원과의 대결에선 패배했던 푸스트 형제는 피렌체와 로마에서 또다시 부딪힌다. 피렌체에서 르네상스를 주도하고 있던 메디치. 그가 피렌체 플라톤 아카데미의 부설인쇄소를 건립하는데 거기에 석주원의 구텐베르크 인쇄소와 푸스트 인쇄소가 경쟁을 하게 된 것이다.

 

 

저 사람이 코시모 데 메디치란 말인가. 강렬한 열정과 압도하는 존재감이 느껴지면서 석주원은 긴장이 되었다...석주원은 문득 저 사람을 만나기 위해 먼 여정 끝에 여기에 당도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석주원의 일행이 살인사건에 휘말려 잡히지만 소년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만나 또한번 무사히 고난을 넘긴다. 석주원의 도움으로 피렌체에서 무사히 로마로 피신할 수 있었던 이폴리토는 필경사가 되어 로마에서 석주원의 큰 힘이 되어준다. 그리고 조선을 떠날 당시 10대의 청년이었던 석주원은 오십대의 노인이 되어 콜럼부스를 만나 꿈에도 그리던 고향, 조선으로 향하는데...

 

오랜 세월이 흘렀다. 많은 것이 변했을 것이다. 어쩌면 돌아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석주원은 마지막 순간까지 희망을 놓지 않기로 했다.




조선에서 명나라로, 명나라에서 다시 사마르칸트, 독일의 마인츠로 향하고 마인츠에서 콘스탄티노플과 피렌체, 로마로 향하는 석주원의 여정이 3권의 책 속에 펼쳐져 있다. 한 권당 약 300쪽, 모두 합해 950여쪽에 방대한 분량의 책이지만 몰입해서 읽어나가는 데엔 크게   없었다. 구텐베르크와 석주원의 숙적인 푸스트 형제와의 대결에서 편법이나 속임수를 쓰지 않고 오직 진실된 자세와 실력으로 임하는 석주원의 모습에서 당당한 활자장인의 면모를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부분적으로 끊어진 역사를 저자가 자신의 상상으로 메워서 이어나가다 보니 스토리 전개에 있어 매끄럽지 못한 부분도 더러 눈에 띄었다. 석주원이 위기에 봉착할 때마다 매번  우연히 만난 인물에 의해 해결의 실마리를 풀어가는 것에서부터 자신의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려고 하기보다 오히려 다른 사람을 도와주는데 앞장서는 석주원의 행동이 이해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다소 억지스러웠다. 우리의 인쇄술이 우수하다는 것에 너무 중점을 두다 보니 구텐베르크의 존재감이 석주원에 비해 희미하게 표현됐다는 느낌이 들었다.

 




또 이 책은 각 권마다 주된 사건이 벌어지는 장소가 조금씩 다른데도 불구하고 앞면지의 지도는 1,2,3권 모두 같은 지도다. 사건이 벌어지는 장소와 나라에 따라 그 지역만을 부분적으로 확대하거나 조금씩 달리했다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각 권마다 끝부분에 ‘자료그림’이 첨부가 되어 있어서 책 한 권을 읽을때마다 그림을 보면서 나름대로 내용을 정리할 수 있었다. 운명에 힘에 이끌려 조선에서 머나먼 독일까지 머나먼 길을 떠나야 했던 석주원. 마지막 순간에도 그리운 나라, 조선으로 가겠다는 그의 꿈이 과연 이루어졌을지 궁금해진다.



이정명 작가의 <뿌리 깊은 나무>란 책을 통해 세종대왕의 한글창제 과정을 엿볼 수 있었고 <구텐베르크의 조선>을 통해 그 다음 창제 후 반포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어렴풋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동쪽의 작은 나라, 꼬레아. 고려와 조선을 거쳐 이어져온 활자문명이 지구 반대쪽인 멀리 유럽으로까지 영향을 끼쳤다니 자부심으로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가슴이 뿌듯해진다. 설령 허구가 상당부분 차지한다고 해도 역사의 기본 틀에는 변함이 없으니까 말이다. 우리의 금속활자가 얼마나 우수한지 새삼 느낄 수 있었던 된 책이었다. 세계에 우뚝 선 우리의 인쇄술, 잃어버린 ‘활자로드’를 찾아 되살리려 애쓴 저자의 노고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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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둥의 계절
쓰네카와 고타로 지음, 이규원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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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이번 달에 <야시> 한번 읽어볼까. 생각보다 정말 좋던데. 어때?” 지난 3월이었나? 독서모임의 맴버 중에서 책을 가장 넓고 깊게 읽는 언니가 제안했다. <야시>의 출간은 오래전부터 알았다. 하지만 그 책은 줄곧 나의 관심밖에 있었다.  이유는 하나. 피를 연상케하는 섬뜩한  빨간색 바탕에 이상하리만치 목이 긴 인간처럼 보이지만 인간은 아닌듯한 여인(?)이 그려진 표지에서 느껴지는 호러의 이미지! 그것도 너무 강렬했던 게 문제였다. 독서모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구입했으면서도 혹시나 이 책 읽고 밤잠 못자거나 가위 눌리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 때문에 난 읽기를 거부했다.




그러다 <천둥의 계절>을 만났다. <야시>를 쓴 쓰네가와 고타로의 작품인데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묘한 새가 마음에 걸렸지만 보기만해도 왠지 마음이 차분해지는 파란색의 표지가 괜찮아, 괜찮아, 전혀 두려워할 거 없어...하고 말을 거는 듯했다. 그래, 까짓거 읽어보자....고 책을 들었다. 그리고 마지막 책장을 덮을 때까지 책을 내려놓을 수 없었다.




천둥소리가 들리면 내 마음은 어두워진다. 천둥은 이곳이 아닌 머나먼 땅의 어두운 기억을 일깨우기 때문이다. 그곳의 이름은 ‘온’. - 7쪽.




쓰네가와 고타로의 <천둥의 계절>은 지구상 그 어디에도 기록되어 있지 않은 이계의 공간, ‘온’이라는 환상의 마을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다. ‘온’에서는 겨울과 봄 사이에 ‘천둥계절’이 있는데 바람이 미친 듯 불어대고 아침부터 밤까지 천둥이 그치지 않는 천둥계절 동안 온에 사는 사람들은 바깥출입을 하지 않는다. 천둥과 바람이 한바탕 휘몰아치고 나면 마을 사람 한 두명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 책의 주인공인 겐야는 유일한 가족인 누나 역시 천둥계절에 실종된다.




어느날 천둥이 그친다....바람이 바뀌고 대기가 느슨해진다....덧문이 활짝 열리고 새해 첫 바람이 집 안으로 춤추듯 날아든다. 봄은 그렇게 시작된다. - 11쪽.




누나가 행방불명 된 이후 아이 없는 노부부의 집에서 자란 겐야는 동네 아이들의 괴롭힘을 당하지만 호다카, 료운과 단짝 친구가 된다. 온에는 ‘무덤촌’이라고 일단 한번 들어가면 살아서는 빠져나오지 못하는 유령마을이 있는데 겐야는 어느날 호다카에게서 ‘무덤촌’의 얘길 듣고 그곳을 찾아간다. 또 우연히 만난 마을의 주술사와 문지기는 겐야가 바람와이와이에게 씌워진 것을 알아챈다. 겐야는 온의 마을 입구에서 부정한 존재의 출입을 막는 문지기를 통해 온이 어떤 마을인지, 자신이 바깥세계의 상인을 통해 온으로 들어왔다는 걸 알게 된다. 그러다 호다카의 오빠인 나기히사가 살인을 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되고 사건이 벌어진 장소인 ‘무덤촌’으로 들어갔다가 그곳에서 나기히사를 만난다. 나기히사로부터 위협과 살의를 느낀 겐야는 격투를 벌이고 급기야 마을의 경비대인 ‘귀신조’를 피해 달아난다. 자신이 원래 있었던 곳, 바깥 세계를 향해




내 주변에 있던 모든 것들이 이제 지극히 자연스럽게 배후의 어둠 속에 남겨졌다....한 발, 한 발, 예전에 나를 담아두었던 그릇이 멀어져 갔다. 이제 나에게 있는 것은 체중이 느껴지지 않는 바람와이와이뿐. - 126쪽.




“너희 엄마는 ‘시궁고양이’란다.” 소설은 6장부터 이야기가 크게 뛴다. 현실세계의 사타케 아카네가 계모의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가출하는데 설상가상으로 우연히 만난 낯선 남자가 자신을 죽이려고 한다. 간신히 죽음의 위기에서 벗어난 아카네는 바깥세계가 아닌 ‘온’으로 발길을 돌린다. 일가족이 괴한에게 몰살당한 후 말을 잃어버린 어린 소년과 함께.




우리 눈에 보이지 않지만 어딘가에 존재할지도 모르는 또 하나의 공간, 환상의 마을 온과 현실세계를 넘나들면서 목숨을 건 모험을 펼치는 겐야. 그의 내부에 깃들어 있으면서 위기의 순간마다 힘을 실어주는 정령 바람와이와이, 자신에게 풍령조가 내려오기를 간절히 바라는 아카네, 아무리 죽여도 다시 부활하는 ‘귀신조’ 도바 무네키. 겐야와 바람와이와이 외에 서로와 그다지 연관성이 없어보이는 이 넷은 마지막에 이르러 서로 얽힌 관계에 있음이 드러나는데...

 

‘온’이라는 환상의 공간과 현실세계 속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주축으로 고아소년 겐야가 자신의 존재를 찾아가는 여정을 그린 이 소설은 무척이나 매혹적이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란 에니메이션처럼 낯설지만 사람을 끌어당기는 묘한 매력이 있다. 콕 집어서 이거다 라고 말할 수 없는 그 어떤 것. 그게 대체 뭘까. 일본소설 특유의 환성적 세계? 그게 전부가 아니다. 뭔가 더 있다. 정확하다고 할 수 없지만 난 이 책이 일본의 신화나 민간신앙, 더 나아가 일본인을 잘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웃에게 피해를 주고 폐를 끼치는 사람을 그 가족이 살인의뢰를 한다는거나 무네키에게 잡혀와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도 기이할 정도로 침착하고 조용한 사람들은 섬뜩하기까지 했다.




가을이 찾아오고 겨울이 끝났을 때, 이 땅에는 천둥계절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전에 나를 덮쳤던 커다른 파도는 나를 물가로 번쩍 밀어올리고 나의 소년 시절을 앗아서는 끝없는 대양으로 데려갔다...그 파도는 나를 다시 새로운 바다로 데려갈 것이다. - 372~373쪽.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계절을 맞은 겐야가 자신의 존재의미를 찾아가듯 나 역시 이 책으로 색다른 경험을 했다. 지금까지보다 시야가 좀 더 넓어진 느낌이랄까. 순서가 바뀌었지만 쓰네가와 고타로의 <야시>를 어서 만나보고 싶다. 그의 후속작 역시...




책을 읽고 나서도 해결되지 않는 궁금증 하나. 하야타 고지. 그는 과연 누구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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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계 이황, 아들에게 편지를 쓰다
이황 지음, 이장우.전일주 옮김 / 연암서가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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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천원짜리에 있는 사람이다!!”







<퇴계 이황 아들에게 편지를 쓰다> 이 책을 보고 있으니 옆에 있던 큰아이가 대뜸 이렇게 말했다. 정확히 누군지 이름을 아느냐고 했더니 뭐 그리 쉬운걸 묻냐는 투로 “당연히 퇴계 이황이지!”하고 대답하면서 “그 사람이 아들한테 뭐라고 편지 썼어?” 묻길래 다 보고 나면 알려주겠노라고 얘기했지만 사실 나 역시 내용이 무척 궁금했다.







<고추장 작은 단지를 보내니>라고, 연암 박지원이 그의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보낸 편지를 모아서 출간한 책을 봤는데 거기엔 편지를 보낸 대상 때문인지 정말 사적이고 자잘한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또 다산 정약용은 유배지에서 편지를 써서 두 아들의 평소 생활의 공부 방법까지 지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유박해로 강진에서 유배생활을 하면서 틈나는 대로 두 아들에게 게으름을 멀리하고 학문에 힘쓰라고 하거나 근과 검에 대한 것, 사람이 살아가는 동안 가장 귀한 것은 성실함이며 어떤 것도 속여서는 안 된다고 하거나 자신의 집안이 성공할 수 있는 길은 오직 독서와 수양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편지글에서 문인으로서의 다신이 아닌 아버지로서의 다산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래선지 이 책을 보기 전에 퇴계 이황은 과연 어떤 편지를 썼을까...기대가 컸다. 조선 성리학의 대가로 알려진 퇴계가 맏아들 준에게 보낸 편지는 뭐가 달라도 다르지 않을까 짐작했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우리가 알고 있는 학자로서의 퇴계 이황이 아닌 생활인, 두 아들의 아버지인 이황을 만날 수 있었다.







학자여서 인지 아들의 공부를 염려하는 글이 유독 많았다. 독서를 함에 있어 어찌 장소를 택해서 하느냐, 어디에 있더라도 뜻을 세워서 부지런히 공부하고 한가하게 시간을 낭비하지 말라고 당부하거나(24쪽) 시간이 얼마나 중요한지 꼬집어주기도 했다. 즉, 이제부터라도 열심히 공부하지 않으면 시간은 쏜살같이 지나버리고 한번 지나간 것은 따라 잡기 어려울 것이라고 하면서 ‘끝내는 농부나 군대의 졸병으로 일생을 보내고자 하느냐?’하고 따끔하게 질책을 하기도 했는데 이 부분에선 나도 순간 뜨끔했다.







또 계모의 초상이 났을 때 계모가 친모와 다르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건 대개 뜻을 알지 못해서 경솔하게 하는 말이니 이를 듣지 말고 계모상을 친모상 같이 지내라며 당부하기도 했는데, 무척 인상적이었다. 그런데 책을 보니 이 편지는 ‘가정윤리관리’사상에도 매우 중요한 편지였다고 한다. 퇴계의 이 편지로 말미암아 계모를 하대하는 습속을 개선하게 됐다고 한다. 이 외에 노비들을 어떻게 다스릴 것인지에서부터 기와 굽는 일이나 집안의 자잘한 대소사를 챙기는 편지들이 많았다.




반면에 무척 의외다...싶은 편지도 눈에 많이 띄였다. 또 퇴계 이황 선생은 벼슬에 대해 그다지 욕심이 없는 분으로 알려져 있는데 책 속의 편지를 보니 나아가지 않으면 퇴보한다는 옛사람의 말을 빌어 아들이 앞으로 나아갈 줄을 모르니 아마도 날로 퇴보하여 마침내는 쓸모없는 사람이 되고 말까 두렵다며 걱정하면서 아들이 부지런히 공부하여 벼슬에 나가기를 간절히 바라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아들과 주고 받은 편지 모두가 수록된 것이 아닌 퇴계 이황선생의 편지만 실려 있다. 더구나 편지에서 거론되는 일이나 대소사에 대한 정보도 자세히 알 수 없는데다가 소설처럼 특별한 사건이 없어서 책을 읽어나갈 때 다소 지루했다. 하지만 아들을 걱정하는 아버지 이황의 모습을 오롯이 느낄 수 있었다.







작년에 초등학교에 입학한 큰아이에게 매일 ‘필통편지’를 썼다. 학교 생활 재밌게 보내라거나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 혹은 급식으로 나오는 음식 모두 골고루 먹어야 튼튼하게 자란다거나 엄마가 널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지?...하는 식의 편지를 짤막하게 써서 아이 필통에 넣어줬는데 아이가 무척 좋아했다. 어쩌다 바빠서 미처 쓰지 못한 날은 집에 오자마자 오늘은 왜 안 썼냐고 서운해하기도 했다. 큰아이에게 보내는 필통편지도 6개월 정도 쓰다가 흐지부지 되고 말았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문득 다시 써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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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텐베르크의 조선 1 - 금속활자의 길
오세영 지음 / 예담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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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에서는 구텐베르크가 인쇄술을 최초로 발명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그것은 사실과 다르다. 이는 당시 교황사절단이 한국을 방문한 뒤 얻어온 기술이다.” - 노벨 평화상 수상자이자 전 미국부통령 엘 고어. 




<구텐베르크의 조선> 이 책의 뒷표지와 작가의 말에 이런 대목이 있다. ‘인쇄술은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란 말에 인터넷을 검색했다. 엘 고어가 정말 이런 말을 했는지 알고 싶었다. 아니나다를까 2005년 5월 19일(작가의 말 부분엔 2006년이라고 되어 있다. 책의 제일 처음부터 오타라니) 연합뉴스에 <엘 고어 전미부통령 서울디지털포럼 개막식>이란 기사가 있었다. 사실이구나! 세상에 그때부터 겨우 3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이런 중요한 뉴스를 잊고 있었다니!!




<베니스의 개성상인> <원행> 등 역사를 주제로 한 이야기를 써온 작가 오세영은 엘 고어의 이 연설에 엄청난 충격을 받고 즉시 역사적 사실 추적에 들어간다. 정말인가? 구텐베르크의 친구는 누구고 교황청의 사절은 또 누구인가? 언제 조선을 다녀갔는가?...끊임없이 이어지는 의문들, 도무지 알 수 없는 공백을 저자는 상상력을 동원해 메워나간다. 베워진 역사의 행간을 채워나가기 시작한다.



세종대왕이 백성들을 위해 읽고 쓰기 쉬운 문자인 ‘훈민정음’을 창제했다는 건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훈민정음’을 반포하고 백성들에게 널리 알려지기까지 어려움이 많았다. 최만리를 비롯한 사대부들이 훈민정음의 반포를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이에 세종은 석주원에게 명나라(북경)에 있는 장영실을 도와 훈민정음을 인쇄하기 위한 활자를 주조하라는 밀명을 내린다.

 


훈민정음. 말 그대로 백성들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다. 유사 이래 글자를 읽고 쓸 줄 아는 백성이 있었던가. 우리나라는 말할 것도 없고 긴 중원의 역사를 살펴봐도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문자는 언제나 지배층의 전유물이었다.



장영실이 활자주조기를 개발했지만 정작 중요한 향동활자제작은 난항을 거듭하고 있었다. 일시에 엄청난 화력을 뿜어내는 해탄을 구하지 못해 전전긍긍하던 중 우연히 해탄을 손에 넣는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명나라와 마찰이 생기면서 석주원은 명의 사절단 자격으로 티무르제국, 사마르칸트로 향하게 된다. 그곳에서 석주원은 로마 교황청의 사절단인 쿠자누스 신부와 운명의 여인 이레네를 만난다. 사마르칸트에서의 일을 마치고 북경으로 돌아갈 날만 기다리던 석주원은 이레네가 위기에 처한 것을 알게 되고 그녀를 구하기 위해 독일 마인츠로 떠난다.



자신이 돌아갈 나라 조선에서 더욱 멀리 떨어진 이역만리 독일의 마인츠에 도착한 석주원은 구텐베르크를 만나 그의 인쇄공방에 임시 머물게 된다. 당시 교황청은 성서 인쇄 사업을 시도하는데 그 일환으로 구텐베르크가 ‘42행 성서’ 인쇄사업에 뛰어든다. 그러나 구텐베르크를 눈엣가시처럼 여기던 마인츠 상사길드연합회는 그의 성서인쇄사업을 가로채기 위해 계속해서 방해와 음모를 꾸민다. 구텐베르크와 길드상사연합회의 대결은 곧 석주원과 아비뇽의 야금장과의 향동활자 대결로 이어지는데...

 

이것이 스승님께서 그리도 염원하시던 향동활자란 말인가. 최상의 향동은 종금이라고도 부른다고 했다. 그럼 좀 전의 맑고 경쾌한 종소리는 최상의 향동임을 말해주는....'그래, 나는 해냈다. 그리고 이레네의 말대로 멀리 떨어진 곳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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