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밤의 뜨개질 클럽
케이트 제이콥스 지음, 노진선 옮김 / 대산출판사 / 2008년 2월
평점 :
절판


 

주말이나 휴일, 시댁 어른들 찾아뵙고 집으로 돌아가려면 대교를 거쳐 가거나 그냥 일반도로로 가는 길, 두 가지 방법이 있다. 그 중 두 번째, 일반도로로 갈 때면 항상 내 시선은 창밖에 고정된다. 목적지에 가까워질수록  혹시나 그냥 지나칠까봐 두리번거리며 살피게 되는 곳...주택가의 작은 재래시장 입구에서 <@@손뜨개방>이란 간판을 보면 그제서야 안심하고 제자리에 앉곤 한다.




결혼전, 직장일하는 틈틈이 하려고 무작정 뜨개질을 시작했다. 어렸을때  엄마와 동네 아주머니들에게서 배웠으니 만약을 대비한 손뜨개책 한 권만 있으면 될 거라고 생각했다. 무작정 실과 대바늘을 구입한 다음 스웨터를 떠나갔다. 처음엔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그런데 중간쯤부터 꼬이기 시작했다. 코를 줄이거나 늘이고 코막음을 하는 부분이 책의 설명대로 되지 않았다. 발만 동동 구르다가 집 근처의 손뜨개방을 찾았다.




2평 남짓한 작은 공간 <@@손뜨개방>. 딸각딸각 대바늘 스치는 소리와 작게 소근대는 사람들의 음성이 벽면을 가득 메운 갖가지 빛깔의 실과 어울려 편안하고 아름답게 느껴졌다.




표지를 보고 뜨개질 교본이나 도안에 관한 책이라 여겼던 <금요일밤의 뜨개질 클럽>. 이 책에는 뜨개질의 기법이나 방법이 아닌 사람들의 얘기로 가득하다. 저마다 외롭고 상처받은 사람들을 슬며시 등장한 대바늘과 갖가지 털실이 서로서로 연결해주고 있다. 아름답고 독특한 패턴을 곁들여서.




뉴욕의 어퍼웨스트사이드 77번가 <워커 모녀 수예점>. 이 책의 주인공이자 워커수예점의 주인인 조지아는 매력적인 흑인 남성 제임스와 첫 눈에 반해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흑인과 백인의 결합이 오래가지 못할거라 여긴 제임스는 임신한 조지아 곁을 떠난다. 홀로 남은 그녀는 제임스의 배신으로 인해 상처받고 방황한다. 하지만 우연히 만난 애니타를 통해 다시 일어설 용기를 얻게 된다. 주변이 온통 정신없이 바쁘게 돌아가는 도시 뉴욕에서 싱글맘, 그것도 흑백혼혈의 딸 다코타를 키운다는 건 예삿일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열심히 노력한 끝에 워커모녀 수예점은 잡지에 소개되는 성공가도에 들어설 수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늘 조지아의 수예점을 찾는 사람들이 서로 뜨개질에 대한 얘기를 나누면서 시작된 게 바로 ‘금요일밤의 뜨개질 클럽’이었다. 조지아의 정신적 지주이자 그녀를 엄마처럼 보살펴주는 애니타는 워커 수예점의 든든한 버팀목이었고 조지아의 옛직장 동료 K.C는 뜨개질보다 모임 멤버들과 수다 떠는 걸 더 좋아한다. 결혼보다 아기를 간절히 원해 미혼모의 길을 걷는 40대의 프리랜서 TV PD 루시, 요즘 같은 세상에 여인들이 왜 뜨개질을 하는지 그 이유와 삶을 논문으로 쓰려고 수예점을 찾은 다윈과 수예점에서 아르바이트 하는 틈틈이 자신의 뛰어난 패션 감각을 살려나가는 페리...이들이 모두 직업과 나이, 성격이 다르듯 뜨개질을 시작한 동기 역시 저마다 달랐다. 하지만 그들에겐 매주 금요일밤의 모임이 고된 일상 끝에 맛보는 편안함이자 여유이며 생활의 활력소가 된다는 큰 공통점이 있었다.

 

또 조지아의 딸 다코타가 직접 만들어 내놓는 쿠키와 케익, 머핀을 먹으면서 서로 비밀을 털어놓고 아픈 상처를 위로 받는다. 외롭고 상처받은 그들이 서로를 보듬어주고 지탱해주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조지아는 위안을 얻고 서서히 안정을 느낀다. 하지만 어느날 학창시절 조지아와의 약속을 깨트리고 배신한 캣과 다코타의 아버지인 제임스가 워커모녀 수예점을 찾으면서 조지아와 다코타는 다시 혼란을 겪게 되는데....



이 책에서 저자는 조지아, 다코타를 비롯해 수예점을 찾는 이들의 다양한 삶과 서로 얽힌 관계들을 뜨개질의 과정(재료 모으기 - 첫 코 뜨기 - 게이지 내기 - 겉뜨기와 안뜨기 - 복잡한 스티치 마스터하기 - 털실 풀어내기 - 다시 시작하기 - 코막음하기 - 함께 이어붙이기 - 자신이 만든 옷 입기)에 비유해서 풀어놓고 있는데 그게 절묘하게도 꼭 맞아 떨어진다. 이루 헤아릴 수 없을만큼 다양한 여러 종류의 털실과 문양, 패턴 중에서 한가지를 골라 10명이 똑같이 스웨터를 만들어도 완성된 옷은 저마다 다르듯이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뜨개질을 하다보면 자연히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된다. 이 두 가지 색깔이 서로 어울릴까? 여기엔 도안을 몇 번 넣는 게 좋을까...패턴이 너무 복잡하거나 단순하진 않나?...이렇게 끊임없이 대어보고 가늠하면서 대바늘로 털실을 한 코 한 코 떠나가다보면 한껏 들떴던 마음은 어느새 가라앉고 불안한 감정은 편안해진다.




작지만 포근한 분위기가 맘에 들어 한동안 부지런히 다녔던 손뜨개방. 그 곳에서 나는 스웨터 한 벌, 가디건 두 벌, 머플러 하나, 선물용 아기 모자 하나를 완성했다. 하지만 연노랑 스웨터 한 벌은 10년이 지나도록 채 앞면도 완성하지 못하고 있다. 아이들 데리고 다시 가볼까. 친절하고 다정했던 주인 할머니는 지금도 그 곳에 계실까. 꼭 계셨으면 좋겠다.




사족> 책 속에 조지아와 다코타가 즐겨하는 게임이 있다. “....하면 좋겠다” “언젠가는...” “내가 어른이 되면...” 같은 문장을 기분에 따라 문장을 변형시켜서 서로 주고 받는 형식인데 나도 언제든 큰아이와 함께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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