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위대한 발명, 수 GO GO 과학특공대 1
정완상 지음 / 이치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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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4월초였나...큰아이 학교에 급식도우미를 하러갔다. 작은아이는 회사에 하루 휴가를 낸 신랑에게 맡기고서. 급식이랑 교실청소를 마치고 아이 사물함 정리를 해주려다가 놀라운 걸 발견했다. 아이의 수학 시험지. 아이의 점수를 보는 순간, “허억!!” -0-;; 잠깐이지만 호흡이 멈추고 몸은 경직상태에 이르렀다. 그 다음엔 아~니, 요 넘이 시험을 친다면 친다고, 쳤으면 쳤다고 얘길해야 할 거 아냐...점수가 이게 뭐야, 이게!! 세자리수가 뭐 어렵다고 이렇게나 많이 틀리냐??? 아이가 공부에 부담갖지 말라고 그동안 학습지도 안 시켰는데 내 생각이 잘못된건가?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그때 내 눈에 들어온 책, <GOGO 과학특공대> 1권, <가장 위대한 수>. 표지의 그 어떤 것보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게 있었으니...‘초등학교 선생님 100분이 추천한 화제의 도서!!’ ...정말? ‘빽3 +그냥2=빽1’???? 잉? 이게 무슨 말이지?....음, 내용도 왠지 재밌을 것 같은 분위기를 팍팍 풍기는군. 오호, 바로 이것이야.




이 책의 주인공은 12살 매쓰팬, 수학천재다. 아버지가 제작한 MR(Methematical Reality), 수학현실이란 프로그램으로 모든 공부를 한다. 오늘 매쓰팬이 선택한 주제는 수에 관한 것, 초기화면에 ‘수학>수>’를 입력한다.




수에 대한 MR 프로그램입니다. 당신은 다음 상황을 체험하게 됩니다. □ 수몰라 왕국 여행.




수를 모르는 사람들이 사는 나라, 수몰라 왕국. 그 나라에선 요즘 매일 양이 자꾸 줄어들고 있었다. 하지만 수를 모르고 헤아릴 줄도 모르기 때문에 쩔쩔 매는데...이 때 매쓰팬이 해결사로 등장한다. 바로 수를 헤아리는 방법을 가르쳐준 것. 일명 ‘찔찔수’. 1=찔, 2=찔찔, 3=찔찔찔.... 여태 수를 모르고 살던 사람들에게 그야말로 획기적인 방법이었지만 계속 찔찔찔....거릴 수는 없는 법. 수를 잘 아는 쪼마라 박사가 ‘코찔수’란 걸 만든다. 하지만 ‘코찔수’ 역시 불편했다. 코찔수로는 덧셈, 뺄셈이 어렵다는 게 문제였다. 그래서 수 발명 대회를 열게 되는데....






아이들이 게임을 할때 1단계, 2단계...를 거치듯 이 책의 구성도 같은 방식이다. 수학현실이란 가상현실 속 이야기를 통해 단계별 게임(스테이지 1 -> 스테이지 2 -> 3 -> 4.)을 하면서 학습에 필요한 기초적인 개념이나 지식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짜여있다. 한 단계를 통과하고 나면 새로운 아이템도 받는다. 이야~!





<GOGO 과학특공대>시리즈 이 책은 아이들이 매쓰팬의 여행을 통해 그동안 모르고 있었거나 어렵게만 여겼던 지식을 쉽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도록 여러 가지 마법 장치을 만들어뒀다. 주인공인 매쓰팬을 비롯한 등장인물의 이름부터 수학현실이란 가상공간 속 게임, 또 단계 사이사이에 몇 개의 코너가 있는데 이 부분이 무척 돋보였다. ‘피타고라스(혹은  페르마)와 채팅하기’는 본문의 내용에서 다뤄지는 지식을 좀 더 알기 쉽게 하기 위해 ‘채팅’이란 방식을 이용했다. ‘서프라이즈 진실 혹은 거짓’, ‘알쏭달쏭 내 생각’은 앞서 배웠던 지식을 바탕으로 아이들이 복습겸 응용게임을 해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주인공인 매쓰팬의 나이가 12살이듯 이 책은 초등학교 고학년을 대상으로 씌여졌다. 출간예정인 책목록을 보니 약수배수, 분수, 확률...등 고학년 아이들이 골머리를 앓는 부분이다. 아이가 고학년이 되기 전에 부모가 먼저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얼마전 아이의 수학 시험을 계기로 새롭게 알게 된 사실! 요즘 초등학교에선 시험을 안 친다더니 그게 아니었다. 시험이 수행평가로 이름만 바뀌었을 뿐이었다. 학교홈페이지에 수행평가 일정이 공지되어 있었는데 난 그것도 모르고 있었다. 아이고, 이 무심한 엄마야!!  이제부터라도 챙기자. 챙겨!!  하지만 그전에 나부터 일단 무식을 면해야겠지? 매쓰팬을 부르자. 도와줘~, 매쓰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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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랑가족 세이타로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김소영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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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쿵쿵, 딱딱, 쿵쿵딱 쿵쿵딱, 뿌빠뿌~우, 삐로로...., 띵까띵까...어디선가 요란한 소리가 난다. 서커스단이라도 왔나....쿵쿵, 딱딱, 쿵쿵딱 쿵쿵딱, 뿌빠뿌~우, 삐로로...., 띵까띵까...마구 제멋대로 불어대고 두드려서 불협화음인 듯 하지만 가만히 들어보면 저마다 개성이 있고 어울리는 소리들. <유랑가족 세이타로> 표지에선 이런 소리가 들린다.


<유랑가족 세이타로> 이 책은 <오로로 콩밭에서 붙잡아서>란 작품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독자를 사정없이 웃기면서 울리는 작가로 알려진 오기와라 히로시의 소설이다. 그의 작품을 아직 한 편도 접하지 못했던 나로선 무척 궁금했다. 빨강과 노랑, 하양 줄무늬 바탕 위에 무대화장을 한 캐릭터를 테두리만 검은색으로 짙게 그린, 어찌보면 촌스런 이 표지 속엔 어떤 사람들이 어떤 이야기들을 꾸려나갈까....


이 책의 주인공은 세이타로 가족이다. 유랑극단의 배우 출신인 아버지 하나비시 세이타로와 그의 아름답고 상냥한 아내 미호코, 록밴드에 매료되어 고등학교도 마치기 전에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싱글맘이 된 모모요와 그녀의 딸 다마미, 특수분장 공부를 하고 싶어하는 장남 다이치, 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못한데다 지능도 평균에 못 미치는 막내 간지. 이들은 한때 일가족 모두가 전국을 돌며 대중연극을 했지만 그 일을 그만두고 대여가족 파견업이란 사업을 시작한다.


사랑하는 가족을 잃었거나 떠나보낸 사람, 혹은 임시로 부족한 가족의 자리를 메워주는 일인 대여가족 파견업. 그 일은 결코 만만한 게 아니었다. 고객의 요구대로 해줬는데도 나중에 불평을 늘어놓기 일쑤였고 심하게는 생명의 위협을 받는 경우도 있었다. 자신을 가리켜  항상 운이 없다...자신의 운은 세상하고 파장이 다르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던 세이타로는 결국 그 사업마저 실패하자 빚을 갚지 못해 다시 유랑생활을 하게 되는데....


세이타로 가족이 서로 티격태격하며 꾸려나가는 이야기 속에서 ‘웃기면서 눈물도 주고 감동도 주고 재미도 주는’ 오기와라 히로시의 힘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등장인물 각각이 벌이는 사건과 행동이 때로 배꼽을 잡을만큼 웃겼지만 그렇다고 마냥 웃을 수만은 없었다. 웃음으로 포장된 그 속에 뭔가가 있었다. 그게 무엇인지 알고 싶었다.


그건 바로 외로움과 슬픔, 고독이었다. 세이타로와 간지를 통해, 다이치와 모모요, 미호코....그들이 내뱉는 말과 무심결에 취한 행동 속에서 진정 가족을 위하고 자신을 위하는 일이 어떤 길인지 가족이란 진정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되묻고 있는 저자를 만날 수 있었다.


다른 가족에 비해 어리고 부족하지만 조금씩 자신의 자리를 찾아나가려는 간지, 자신은 이제 병아리가 아니니까...주둥이를 벌린채 먹이를 기다리며 삐악삐악 울고만 있을 수는 없다...고 앞으로 나아가는 간지. 자신은 이제 괜찮다고 혼자서도 살아갈 수 있다고 누군가에게 알려주고 싶어하는 간지의 모습이 대견했다.


항상 가까이에 있는 가족...그렇기에 때로 소홀해지고 서로의 마음에 상처를 주기도 한다. 이게 정말 가족일까. 가족의 의미, 그 소중함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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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대답해주는 질문상자
다니카와 슌타로 지음, 양억관 옮김 / 이레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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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토빛 표지에 둘러진 하늘색 띠지...거기에 마음씨 좋~아보이는 할아버지가 손을 흔든다. 얼굴 가득 커다란 웃음(꼭 개구쟁이 웃음 같다)을 띠고서 날 반겨준다. “여~어, 안녕! 잘 지내지?”....그 옆으로 흰곰 한 마리가 편지를 손에 들고 온다. 할아버지와 흰곰...뭔가 엉뚱한 이 조합에 낯선 사람을 만났을 때의 긴장감은 어느새 달아나버리고 쿡, 웃음이 나온다. 순식간에 완전히 무장해제 되버렸다.




‘정말 알고 싶은 게 있다면 일본 최고의 시인 다니카와 슌타로에게 물어보세요’ 라고 띠지에 씌여있듯이 <무엇이든 질문해주는 질문상자>는 정말 다양한 질문과 답변들로 이뤄진 책이다. 총 여섯 개의 장으로 나눠졌는데 저자가 시인이어선지 멋지게 표현했다. 새벽녘 플랫폼, 떠들썩한 깊은 숲, 운동장의 아이들, 친구들에게 온 편지, 해질녘 해변, 출구의 점원들...(우와!!)..여기에 총 64개의 질문과 64개의 답변들이 있는데 질문한 사람의 나이가 최저 4살 꼬마부터 64살의 할아버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만큼 질문의 내용도 정말 가지각색이다.




6살 꼬마가 “왜 사람은 죽어?”라고 질문을 던지는가 하면 20대의 젊은이는 “왜 매일 목욕을 해야 하는지” 묻는다. ‘러시아워를 잘 보내는 방법’을 묻기도 하고 ‘왜 친구들과 놀아야 하나’ ‘‘나라‘에 속하지 않은 인간은 나쁜지’ ‘왜 둥근 것이 많은지’ ‘거짓말을 왜 멈출 수 없는지’...등등 어린 아이들의 순수함이 뚝뚝 묻어 나오는 질문부터 ‘이 사람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질문을 하는거지?’란 의문이 들 정도의 엉뚱하고 어처구니 없는 질문, 삶과 인생에 대해 저마다 진지하게 고민한 이들의 심오한 물음들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중요한 건 저자의 답변이다. 질문한 이의 나이와 성별, 내용에 따라 때론 유머스럽고 익살스럽게, 때론 따스한 부모의 품이 느껴지는 애정이 담긴 답변을 해주고 있었다. 물론 오히려 질문자에게 다시 질문을 던지는 경우도 있었지만....




‘어른’이 된다는 것은 어떤 것인가요? 다니카와 씨의 ‘어른’을 가르쳐주세요. (고모모, 17세)

--> 자신의 내면에 있는 어린 아이를 두려워하지 말고 자각하여, 늘 거기서 에너지를 끌어올릴 수 있다면 어른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최소한의 어른 룰은 지켜야 하겠지만 때로 그 룰을 벗어날 수 있는 것도 어른의 증거. (다니카와의 대답)




그리고 이 책은 일러스트나 삽화에서 느껴지는 분위기가 다른 책과 좀 다르다. 정확하게 꼬집어서 말하기 어렵지만 그냥 쓱쓱 그려넣은 듯은 모나지 않은 선과 한 두가지의 색감으로 표현된 삽화가 왠지 낯선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이 책의 분위기나 본문의 내용과 정말 잘 맞아 떨어진다고 생각했는데 책의 끝에 가서야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9살 큰아이에게 늘 얘기한다. 사람은 평생을 공부해야 한다고. 모르는 걸 부끄러워 하거나 창피하게 생각하지 말고 모르는 게 있으면 언제든 누구한테든 물으라고...이제 그 물음을 나 자신에게 던진다. 그래, 넌 뭐가 가장 궁금한데? 뭘 알고 싶지?....멋진 질문을 하고 싶은데  언뜻 떠오르지 않는다....생각나는 거라곤 고작 “아이 키우는 게 너무 힘들어요. 어떻하면 되죠?”....이 질문에 다니카와 슌타로 씨는 어떤 대답을 해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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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비 터커, 나를 찾아서 - 이집트에서 미라 만들기 1 도시락 16
발 와일딩 지음, 김영선 옮김, 마이클 브로드 그림 / 사파리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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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머신’이 과연 존재할 수 있는가. 누구나 한번쯤 이런 의문을 갖는다. 오랫동안 반복되는 이 질문에 어느 과학자가 답을 했다. ‘NO!!’라고. 아니, 지금말고 이담에, 머~언 미래엔 가능하지 않을까? 그에 대한 답도 역시 ‘NO~, NO!!’란다. 왜냐고? 만약 미래에 타임머신이 존재한다면 이미 미래의 사람들이 현재로 찾아왔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거다. 듣고 보니 그럴듯하다. 또 왠지...시시하다. 과거와 현재, 미래를 넘나드는 꿈같은 일은 결국 꿈으로 끝나버리고 마는 건가.




그런데 그렇지 않다. 여기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방법으로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다녀온 소년이 있다. 그의 이름은 토비 터커. 부모 없이 자란 고아였던 그는 새 부모님을 만나 새 집으로 온다. 묵직한 나무 상자만을 갖고. 자신에 대한 어떤 기록도 존재하지 않다는데 실망한 토비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나무상자를 연다. 그리고 그 속에서 찢어진 종잇조각들과 이런 메모를 발견한다.




“이 상자에 든 종이는 너희 집안 족보란다.....찢어진 종잇조각을 붙여 보거라. 그러면 네가 누구이고, 네가 언제 왔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 지이.” - 15쪽.




자신이 누구인지 알고 싶었던 토비는 종이 조각을 맞추다 우연히 이름 하나를 맞춘다. “세...티...”. “세티?” 그 순간 토비는 자신의 방에서 뜨거운 황금빛 모래의 나라 이집트로 가게 된다. 세티란 소년이 사는 고대 이집트로...




농장을 소유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세티는 두 가지가 늘 불만이었다. ‘왕짜증’이란 못된 수탉에게 발목을 쪼이는 것과 아버지의 뒤를 이어 농부가 되는 것. 곡식이나 과일, 채소를 가꾸고 가축을 기르는 농사일보다 미라 만드는 일을 하고 싶은데 아버지에겐 입도 벙긋 못한다. 그에 비해 세티의 사촌 네브는 집안의 가업인 미라 만드는 일보다 농사일을 하고 싶어한다.




그래서 세티와 네브는 서로에게 일을 어떻게 하는지 가르쳐 주기로 약속한다. 나일강이 범람해서 농사일이 적은 ‘아케트’ 기간엔 네브가 세티에게 미라 만드는 법을 가르쳐주고, 물이 빠져서 농사일을 시작하는 ‘페레트’때는 반대로 세티가 네브에게 농삿일을 가르쳐주자고. 그리곤 맹세의 의미로 행운의 부적인 쇠똥구리를 교환한다.




드디어 세티는 미라 만드는 일을 시작하지만 코를 찌르는 엄청난 냄새와 네브의 아버지가 콧구멍으로 기다란 갈고리를 넣어 뇌를 꺼내는 걸 지켜보면서 충격을 받는다. 그리고 자신이 진짜 미라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은지 생각하게 되는데....




<토비 터커, 나를 찾아서> 그 첫 번째 이야기인 [이집트에서 미라 만들기] 이 책은 자신을 찾기 위해 고대 이집트로 떠난 소년이 그 시대에서 정말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노력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그들의 모습에서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할 때 진실한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진리를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었다.




이 책의 가장 큰 재미는 이야기를 읽으면서 이집트의 문화나 생활을 엿볼 수 있다는 것이다. 나일강의 범람에 따라 시기를 어떻게 나누는지, 피라미드나 신전을 짓는 일에 인력동원이 어떤 방법으로 이뤄졌는지, 역사 속에서 미라를 왜 만들게 됐으며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고대 이집트에선 어른과 아이 모두 맥주를 마셨다는 다소 충격적인 내용도 있었지만...




찢어진 종잇조각을 붙이면 자신이 누구이고 언제 왔는지 알 수 있다...첨엔 황당했지만 갈수록 궁금해진다. 나무 상자에 수북한 종잇조각을 부지런히 맞춰가면 자신을 알게 될까?




참, 끝부분에 토비가 ‘세티’라고 적힌 메모를 보는 장면, 토비의 오른쪽 손목에 쇠똥구리 문신(?)이 그려져 있다. 그건 무엇을 뜻하는 걸까. 다음엔 어떤 여행, 어떤 모습의 토비를 만나게 될까...기대가 된다.




“그래! 토비 터커, 너를 찾아보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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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풍경을 나는 이제 사랑하려 하네 - 안도현의 노트에 베끼고 싶은 시
안도현 엮음, 김기찬 사진 / 이가서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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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봄볕이 좋았던 지난 주말, 바닷가를 찾았다. 작은아이와 한참 모래장난을 하다가 큰아이가 날리던 연을 억지로 넘겨받았다. “엄마도 한번 해보고 싶어.” 근데 어려웠다. 연이 잘 날리려면 바람의 흐름과 세기에 따라 얼레를 조절해야 하는데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아차, 하는 사이에 얼레에 감겼던 실이 몽땅 풀어지면서 연은 하늘 높은줄 모르고 올라갔다. 그걸 보던 큰아이가 면박을 준다. “어, 어엄~마! 그게 머야. 나보다 못하네!!”

시를 읽은지 무척 오래됐다. 감수성 예민한 학창시절이나 20대 초반엔 시를 그렇게 좋아했는데 나이를 한 살 한 살 먹으면서 한 발짝씩 뒷걸음질 쳤나보다.  어느날 문득 정신차리고 보니 시와 엄청나게 멀어진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마치 내 맘과는 달리 하늘 저 높은 곳까지 날려버린 연처럼. 손으로 쉽게 잡을 수 없는 거리, 저 먼 곳으로 가버린 시를 어떻하지? 견우직녀처럼 까치와 까마귀를 풀어서 오작교라도 놓아야하나?

그럴때 만났다. 해맑은 웃음으로 반겨주는 표지의 소녀처럼 어색함에 주춤거리는 내 손을 살며시 끌어주는 시들을. 아름답고 다정하며 구수한 48명의 안내자들을. 

<그 풍경을 나는 이제 사랑하려 하네> 이 책은 안도현 시인이 그동안 문학공부를 하면서 자신의 노트에 옮겨 적었던 시 중에서 특별히 아끼고 좋아하는 시들이 실려있다. 총 4부로 나누어 각 부마다 12편의 시를 선별해서 수록했는데 그 하나하나의 시마다 안도현 시인은 짤막한 글을 덧붙여놓았다. 시인을 소개하거나 그 시에서 느껴지는 정경이나 감상, 더 나아가 저자가 그 시를 좋아하는 이유를  풀어놓아서 시를 이해하기가 훨씬 수월했다.

또 이 책에는 김기찬 사진작가의 사진이 함께 실려 있는데 흑백이어선지 하나같이 어린 시절의 지나온 추억을 떠올리게 했다. 구불구불 이어진 골목길에서 여동생을 등에 업고 “똥 푸소~” 놀이를 하는 소녀와 친구들, 온갖 그릇과 병, 깡통, 하얗게 타버린 연탄재까지 모아놓고 소꿉놀이를 하는 단발머리를 한 어린 기집애들, 지게 양쪽에 연탄 하나씩 지고 열심히 나르는 소년, “뻥이요~~!!”하고 큰 소리가 날 듯한 사진, 입을 크게 벌리고 하품하는 할머니, 우루루 담벼락에 올라앉아 만화삼매경에 빠진 아이들...이런 사진들이 시와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어쩜 이리도 시의 분위기에 꼭 들어맞는지...이 시를 위해서 사진을 찍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이런 촌스러움, 이런 구닥다리, 이런 케케묵음, 이런 한가로움, 이런 퇴행이 오히려 신선하게 뵈는 것은 어찌된 일인가. - 50쪽.

 

물론 이 책에 수록된 48편의 시를 모두 이해할 순 없었다. 절반은 읽는 순간 가슴에 찌릿...하게 와닿았지만 나머지 절반 가까이는 안개 속을 헤매는 듯했다. 시 한 편에 자신의 인생을 고스란히 녹여낸 시인들의 마음을 짐작할 수 있으면 정말 좋으련만...십년 가까이 시를 읽지 않았으니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조급해하지 말자고, 차 한 잔을 마시듯 매일 시 한 두 편을 읽어보자...아이들에게 소리내어 읽어주고 시를 눈이 아니라 오감으로 느껴보자고 다짐해본다.

불혹이란 인생의 전환점에 만난 의미가 되어버린 이 책 한 권을 조금씩 야금야금 먹고서 가슴에 꼭 안았다. 그래, 이 느낌이야. 가슴 한 켠의 열기가 조금씩 퍼지는 것 같은...이걸 잊지 말자...이번엔 절대 놓치지 말자고 주문을 걸듯 몇 번이고 되뇌었다.

불혹의 첫 봄에 정말 사랑하고픈 풍경을 만났다. 이런 기분, 다른 이들에게도 전해주고 싶다. 한동안 이 책은 나의 선물목록 1호가 될 듯하다.


 

 

<불혹不惑, 혹은 부록附錄  /   강윤후>  - 84쪽.

마흔 살을 불혹이라던가

내게는 그 불혹이 자꾸

부록으로 들린다 어쩌면 나는

마흔 살 너머로 이어진 세월을

본책에 덧붙는 부록 정도로

여기는지 모른다

삶의 목차는 이미 끝났는데

부록처럼 남은 세월이 있어
덤으로 사는 기분이다

봄이 온다

권말부록이든 별책부록이든

부록에서 맞는 첫 봄이다

목련꽃 근처에서 괜히

머뭇대는 바람처럼

마음이 혹할 일 좀

있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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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자 2008-04-19 0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불혹] 저 시를 그냥 지나칠 수가 없더라구요^^;;
부록으로 펼쳐질 제 2의 인생도 멋질 거라는 기대감...전 그런게 있어요.

세실 2008-05-11 0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불혹을 작년에 끝냈지만 아직도 제 마음이네요.
부록....살짝 서글픈 마음 들지만 뭐 생각하기 나름이겠지요.
'목련꽃 근처에서 괜히 머뭇대는 바람처럼 마음이 혹할 일좀 있어야 겠다'필이 팍 옵니다. ㅎㅎ

몽당연필 2008-05-11 2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가장 맘에 들었던 시인데 함께 공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전 이 책 이번 스승의 날에 선물하려고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