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지친 하루를 마감하고 퇴근하기 직전 대학동기의 부고 소식을 들었다.
그동안 만나지도 못하고 술 한 잔 기울이지 못했던...동기의 장례식장엔 그동안 얼굴 한 번 제대로 보지 못했던 동기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모두들 이제 죽음이 자신의 곁으로 다가오고 있음을 느끼는 것일까?
세월이 흐르고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어느사이 죽음과 친숙하게 되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
젊은 시절 먼저 세상을 버리고 간 선배와 동기의 죽음은 당시에는 죽음이라기 보다 저항이라고 느꼈고, 거기에서 죽음의 의미는 생물학적인 소멸이라기 보다 사회적 타살로 인식했다. 그렇기에 소멸의 쓸쓸함보다 저항의 격렬함과 오히려 새로운 생에 대한 갈망을 느꼈었다.
어느 덧 친구들의 부모님의 부고 소식을 전해들은 나이가 되었을 때는 이제 윗세대가 가고 우리의 차례가 오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자라나는 아이들에 치여 당장은 내 차례가 아니라고 이제 다가 오고 있지만 지금은 아니라고... 애들이 자라고 자신의 일을 스스로 해 나갈 정도 될 때까지는 윗세대의 죽음은 그저 당연한 자연의 순리처럼 느껴졌다. 세월이 흐르고 나이가 들면 당연히 통과해야 하는 의례인양...
그리고 좀 더 세월이 흘러 일상에 치이고 있을 때... 일찍 요절하는 후배의 죽음, 선배의 죽음... 그리고 동기의 죽음이 현실로 다가 왔다. 생물학적인 소멸.... 생을 얻었으면 반드시 반납해야 하는... 그 죽음의 사례들이 번번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일찍 죽음의 길로 들어선 선후배의 사인은 암이었고 수긍할 수 밖에 없는 그 죽음의 원인 앞에서 나이 들어 가는 자들은 건강을 이야기 하고 운동을 이야기 했으며 해롭다는 술, 담배에 대해 이야기 했다. 그러면서도 너무나 일찍 가버린 사람들을 추도하며 상호간 안부를 묻고 술잔을 기울이고... 삼삼오오 담배를 피웠다.
갑자기 죽은 동기처럼 오랜만에 만난 동기들은 모인 숫자 만큼 다양하게 삶을 살고 있었고 각자의 꿈들을 이루고 있었으며 청년때의 모습과는 많이 다른 중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반가운 놈도 있었고 별로 보고싶지 않은 놈도 있었으며 형식적으론 다음에 술잔을 기울이자고 말하면서도 그저 말로 그치는 놈도 있었고 꼭 한 번 다시 만나 살아온 세월에 대해 이야기를 듣고 싶은 놈도 있었다. 얼굴은 보지 못했어도 궁금했던 친구들의 소식을 들을 수도 있었고.... 설마 이 자리 이후에 다시 만나지 못하더라도 또 다른 동기의 부고로 이렇게라도 다시 모일것이라 추측도 했다.
죽음 앞에서 삶의 다양함을 느낀다는 것.... 살아 있는 사람들의 애도란 그런 것이다. 특히 한때의 인연이 있어도 그와 함께 한 시간이 없을 때는 그 한 때의 인연이 전부일터...자신과 공유하는 부분에 따라 죽은자에 대한... 죽음에 대한 느낌은 틀릴 것이다.
2013년은 연초부터 죽음과 연결되어 지나가고 있고... 정말 순순하게 받아들이고 이에 대한 준비를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죽음에 대한 준비가 뭐 별거 있을까....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정말 충실하게 사는 것... 문제는 그 충실한 삶에 대해 아무것도 준비하지 못함일 뿐...
그러고 보니 삶 속에는 언제나 죽음이 있었다... 단지 내가 의식하지 못하고 인정하지 않았을 뿐...이제 그걸 의식하고 인정하는 것일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