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첫번째 토요일 '행동하는 기억 4.16' 광화문 모임이 성대(?)하게 이루어졌다.

음... 성대하게 이루어졌다는 의미는 약 10명이 광화문 광장에 책을 한권씩 들고 모였다는 것이고 서로 둘러 서서 (바닥이 차서 앉지도 못한다) 자신이 골라온 책의 구절을 읽고 있을때... 광화문 주변을 경비하는 경찰이 관심을 가져 주었고... 지나가던 행인이 돌을 던졌다. (왜 던진거지?)

사실 둘러서서 있으니 무슨 기도회 모임 같은 분위기더라는...

 

항상 4명~5명이 모였던 것과는 다르게 그래도 한 10여명이 모여드니까 관심을 받는 듯해 웃프다.

사실 이렇게 많이 모인것은 그동안 이 모임을 주관해온 문화연대 활동가분이 광화문에 나오는 이유가 뭔지 서로 좀 알아보자고 신년 초에는 꼭 다 모이라는 당부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모임이 독특한게... 4시에 모여서 서로 안부를 묻고 차례로 자신이 가져온 책 소개 및 그 책속에 구절을 읽은 후, 그 구절에 대한 자신의 간략한 소견을 밝히고 그냥... 각자 갈길 간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시간은 한 30분이면 끝난다. 가끔 커피나 한 잔 간단하게 마시는 경우도 있지만 그냥 쿨하게 헤어진다. 그런데... 토요일에 이 모임을 나가지 않으면 좀 마음이 편치 않은 거다.

 

책을 읽고 각자가 생각하는 '행동하는 기억 4.16'에 참석하는 의미를 간담회 형식으로 나누어 보았다. 의외로 세월호로 한 참 시끄러울때는 그 문제에 크게 신경쓰지 않았던 사람이 대부분이라 놀랐고, 오히려 세월호가 언론에서 사람들 뇌리에서 사라지면서 세월호를 각자 기억하기 위한 방법으로 모임에 나온다는 공통점을 발견하게 되었다. 물론 책이라는 매개를 통하는 만큼 책을 많이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는 것과 몇몇는 땡땡출판협동조합의 조합원이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이 모임에 거의 한번도 빠짐없이 출석하면서도 단 한번도 책과 구절을 골라오지 않는 사람이 하나 있다. 자신은 다른 사람들이 골라온 구절을 듣는 것만으로도 이 모임이 만족스럽단다. 아직 하고 싶은 말보다 듣고 싶은 말이 더 많다는 멋진 핑계를 대고...앞으로도 책과 구절은 골라오지 않을 듯한 말을 해서 한참 웃었다.

 

책도 글도 어쩌면 그냥 핑계이고 허세일지 모른다. 지금은 광화문이지만, 처음에는 시청에서 지금은 광화문광장에서 4시에 모여 한 30분 정도 우리들만의 추모와 애도를 보낸다 그리고 뿔뿔이 흩어진다.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해도 좋고 줄어들어도 좋다. 그냥 세월호를 기억하기 위해 모이는 사람들이 있다는 그 사실이 그냥 위안을 주는지도 모르겠다.

 

책에서 위로 받고 사람에게 위로 받는...그래서 30분의 만남을 위해 1시간을 걸려 광화문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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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15-01-05 0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런식의 애도의 방식도 있었군요. 일종의 퍼포먼스같은 느낌이네요.

머큐리 2015-01-05 2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게 보일 수도 있네요..ㅎㅎ
사실 6월부터 모였는데... 요즘같이 휙하고 사라지기 시작한 때가..음..날씨가 무진장 추워진 11월 말부터 인 거 같아요..
아예 천막을 칠까 생각도 했는데... 토요일 잠깐 모이는 터라 천막을 관리하기 힘들고 해서 다른 장소도 생각했는데... 유가족이 있는 광화문을 벗어나긴 싫고... 그러다보니 차가운 길에서 빨리 헤어질 수 밖에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