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진 화살 - Unbowed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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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이 많은 모양이다. 현실이냐 허구냐?

 

허구라고 치부하기에는 이 사회에서 실제 벌어져 논란이 일고 있는 사안이고, 현실을 그대로 반영했다고 보기에는 픽션이 가미되어 있으니 100% 현실이라 주장하기도 좀 그렇다. 타협해서 중요한 공판 장면들은 현실이라고 주장하기에는.... 뭔가 좀 미진하다는 생각이 든다.

 

현실이면 어떻고 픽션이면 어떤가?

100% 허구의 소설 속에서 현실보다 더 현실적인 사회의 단면을 캐낼 수 있다는 사실을 생각해 볼때 현실인가 허구인가 뒤져보는 것은 우습다. 오히려 난 영화속 주인공의 생각이 너무나 보수적이라 마음에 들지 않는다. 법만 잘 잘 지켜도 세상이 살만하다는 주장은 왠지 뜬금없어 보인다. 법이란 분쟁을 해결하는 도구이기도 하지만 원천적으로 이 사회를 통치하기 위한 경계짓기의 도구이기도 하다.

 

공정한 재판을 받지 못했다고 분노한 교수가 그가 철저하게 신봉하는 법으로 싸우지 않고 석궁을 들고 판사를 위협하려고 했다는 그 근원적 불화에 대해서는 고찰하지 않고 오히려 법이야 말로 지고의 선처럼 뇌까리고 모든 행위를 법전의 형식적 논리로 풀려고 하는 모습을 일관되게 보여주는 것이 무언가 맞지 않다는 것이다. 그런 불편함이 영화를 보는 마음 한구석에 똬리를 틀고 있었나 보다.

 

그럼에도 마치 이 영화는 법치주의의 훼손에 대해 분노하는 현실고발 영화처럼 되어버렸다. 법 위에서 노니는 꼴들을 너무 많이 경험하다 보니 무조건 반사처럼 재판과정에 대한 비판들이 넘실 거린다. 물론 이야기 구조 상 분노하는 것은 타당하다. 그러나 분노의 방향이 잘못 되었다. 분노의 화살은 법치주의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로 돌아가야 했다. 오히려 현행 법률을 감싸고 돌아가는 폼새는 일종의 보수주의적 감수성으로 보인다. 그리고 지독한 보수성이 마치 진보의 길인것 처럼 여겨지는 것이 이상하다.

 

어쩌면... 가장 보수적인 사람마저도 이 땅에서는 차별받고 살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하는지 모르겠다. 이 영화는 현실을 재현 했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주장하고 있는가에 촛점이 맞추어져야 하지 않을까? 법은 허상이고 원래 가진 놈들을 위해 존재한다는 냉정한 현실대신 법이 모든 이에게 공평하게 적용된다면 아무 문제도 없다는 주인공의 고집....어쩌면 이 영화는 여기에서 환타지로 흐르는지 모르겟다. 다만, 가장 가까운 현실을 소재로 했기에 환타지로 느끼지 못하는지도 모른다.

 

사실 이것저것 재지 않고 논쟁도 하지 않고... 그냥 이 사회에서 벌어지는 하나의 부조리한 현실로 보면 꽤 잘 만들었고 흥미진진한 영화임에는 틀림없다. 그런데... 현실이냐 아니냐의 경계로 진입해 버리는 순간 난 이영화를 찬성하기보다 반대할 수 밖에 없는 처지가 되어 버린다. 법정이 공정했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개개인을 규제하고 처벌하는 법 자체가 공정할 수 있다는 주장이 계속 무언가를 거스르게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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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 2012-01-27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만으로도 영화의 면면이 들여다보이네요. 법을 희롱하는 자들이 판을 치는데 그래도 법은 지켜야지라고 말하긴 애매하죠.

머큐리 2012-01-27 19:22   좋아요 0 | URL
안녕 아치님~~^^ 새해에도 여전한 미모 유지하세요...ㅎㅎ

Arch 2012-01-30 10:14   좋아요 0 | URL
하하 새해 덕담 감사합니다.

부러진 화살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