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사회 - 평등이라는 거짓말
대니얼 리그니 지음, 박슬라 옮김 / 21세기북스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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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우선 성경 구절 하나...

무릇 있는 자는 넉넉하게 되되 없는 자는 그 있는 것도 빼앗기리라 (마태복음 13장 12절)

 

세상을 살다보면 우위는 더 나은 우위를 가져오고 열위는 더 못한 열위를 가져옴으로써,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차이가 계속해서 커질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저명한 사회학자 로버트 머튼은 이러한 현상을 '마태 효과'라고 불렀는데 그 이유는 위의 성경구절을 빌려왔기 때문이다.

이른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사회에 관통하는 '마태 효과'에 대한 불편한 진실을 말하고 있다. 물론 '마태 효과'는 절대적인 법칙은 아니다. (하긴 절대적 법칙이란게 있을 수 있을까?) 다만, 생활하면서 경향적으로 관철되는 법칙이라 할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법칙은 생활 속에서 허다하게 발견된다. 물론 개인의 경험차이로 이러한 경향을 눈치채지 못할 수는 있지만, 현재 한국 사회처럼 빈부의 격차가 절대적으로 벌어지는 사회에서는 이러한 경향성은 확연하다.

 

우리는 절대적 평등을 구가하진 않아도 기회의 평등은 누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사회가 결코 불평등한 사회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사람들이 '성공할 기회가 있다'는 말과 '성공할 기회가 동등하게 주어져 있다'는 말은 동등한 말이 아니다. 그러나 그 차이를 쉽게 구분하지 못한다. 모든 사람이 열심히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초기 조건의 차이로 인해 모든 사람이 동등하게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주어진 것은 아니다. 당장 재벌의 아들과 일반 시민은 출발 조건 부터 틀리다. 이런 점에서 평등은 한갓 신기루일 뿐이다.

 

자력으로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신화'가 되는 이유도 '마태 효과' 때문이다. 일반적인 법칙적 경향성을 거스르는 이야기에는 어떤 위대함이 있어 보인다. 하지만 결국 '신화'는 '신화'일 뿐이다. 우리는 그 성공신화에 취해 이미 5년을 지긋지긋한 차별을 견뎌야 했다. 그것은 '마태 효과'에 대한 불철저한 대응 때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모두 부자가 될 수 있다는 환상은 실제로 부자가 될 수 있는 사람들이 유리하게 펼쳐낼 수 있는 게임의 규칙을 용인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결과는 부자는 더 부자가 되고 가난한 자는 더 가난해 졌다. 그리고 가장 환상에 들떠 있던 중산층은 가진 초기 자본에 따라 일부는 부자로 대다수는 가난으로 떨어졌다.

 

이러한 측면이 더욱 더 강화되었던 것이 바로 '신자유주의'적 경제 질서가 아닌가 한다. 시장의 기능에 대한 맹신이 가져온 자유주의적 경제논리는 결국 '마태 효과'의 극대화로 귀결되고 있다고 본다. 현재 나타나는 복지 담론은 결국 '마태 효과'를 줄여보자는 대중의 요구가 가시화 되면서 나타나고 있다고 본다. 한국 사회에서 복지란 말은 쓸데없는 낭비와 다를 바 없었으니까...

 

물론 '마태 효과'가 결정적인 것은 아니다. 그리고 사회의 구성원들이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다른 양상을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마태 효과'에 대한 견제가 없다면 사회는 결국 초기조건에 따라 빈익빈 부익부로 나아갈 수 밖에 없다.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이 바로 이 점이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

 

초기 과학자들의 명성을 조사하면서, 유명해지거나 유력한 과학자가 다른 과학자들에 비해 실적이나 업적이 비슷함에서 상대적으로 지명도가 높아지는 것을 보고 '마태 효과'에 대한 연구가 시작되었지만, 과학계 뿐만 아니라 교육이나 경제, 심지어 정치도 동일한 경향성을 가지고 있다. 결국 사회는 하나의 경향성으로 '마태 효과'를 지니고 있으며 이러한 경향성을 조심스럽게 논의하고 다루지 않는다면 사회는 이분화되어 그 건강성을 상실할 것이다. 이 책에서 논하는 점이 바로 이 점에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보수주의자와 진보주의자가 '마태 효과'를 바라보는 관점은 상반된다. 보수주의자의 눈에는 어느정도 불평등은 사회를 발전시키는 힘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마태 효과'를 부정적으로 보지 않으며, 어느정도 불평등이 존재해도 공정사회라고 느낀다. 물론 진보주의자는 사회를 분열시키고 부의 세습과 대물림으로 불평등이 영속화되는 점에 대해 반대할 것이다.

 

결국 어떤 태도를 결정할 것인가의 문제이고, 현 사회의 방향을 어떻게 정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그리고 사회에서 관철되는 이 법칙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에 대한 문제일 것이다. 여기까지다. 나머지는 결국 구성원이 해결해야 하는데... 난 뜬금없이 '계급투쟁'이란 말이 생각나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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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2-01-04 1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전 TV 힐링 캠프에서 박근혜씨가 나왔어요.
우아하고 단아하고 뜻밖에도 인간적인 면모도 좀 보여주었지요. 박근혜씨를 원래 지지했던 사람들에게 효과가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지요. '마태 효과'를 줄여보기 위해서, 사회 현상을 제대로 바라보기 위해서, 개개인 자신에 대한 믿음이 선행되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왜냐하면, 자존심이 낮을수록, 근거도 없이 강한 누군가에게 무조건적인 지지를 하며 기대하고 싶어하는 모습을 보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건, 보수를 지지하든 진보를 지지하든 똑같은거 같습니다. 아무런 근거없이 무조건적인 추앙, 참 무섭더라구요. ㅠ

제 댓글이 산으로 갔습니다... ^^

머큐리 2012-01-04 17:47   좋아요 0 | URL
ㅎㅎ 어느 산으로 가셨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