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종일 내리는 비에 매주 목요일마다 하는 집회가 취소되었다. 집회대신 오랜만에 맘편하게 막걸리에 파전이나 먹자는 회원들의 번개에 의해 찾아간 술집은 뽀얀 담배연기와 왁자지껄한 사람들의 소음으로 가득차 있다.  

몇주 바쁜일로 집회에 나가지 못했기에 더욱 반가운 얼굴들이다.
항상 자리를 지키는 그 엇나간 고집들이 웃기면서도 그래도 이 사람들이 옆에 있다는 사실이 항상 든든하고 고맙다. 이 시절을 통과해 나가면서 이렇게 마음에 맞는 사람들과 함께 있다는 사실은 개인적으로 복이라는 생각이다.  

물론 파열음이 없지는 않았다. 지금 모여서 웃고 떠드는 사람들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소식을 알리지 않고 잠수하고 있고 때로는 격렬한 논쟁끝에 떠나가기도 했다. 그리고 항상 그렇듯이 일상의 먹고사는 일에 부대끼어 아예 모임의 존재 자체도 잊어버리고 살고 있을 것이다.  

성향들도 다양해서 평통사 회원, 진보신당 당원, 참여당 당원, 무당파적 아나키스트(자신의 주장에 따르면)...등등이 있어 여러가지로 씨끌벅적하다. 그러나 생각과 사상이 틀리고 하는 일과 생활이 모두 다르지만 2008년 이 지역에서 촛불을 들었다는 이유 하나로 허물없이 서로에 대해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점이 신기하다.  

물론 이야기는 항상 논쟁으로 전환된다. 어제는 진보대연합 과정에서의 여러가지 일들이 도마에 올랐다. 신자유주의에 대한 참여당의 어정쩡한 태도부터 진보신당과 민주노동당의 통합과정에서 나타난 숱한 이야기들... 그리고 통합 후에 전개될 여러가지 예상들.... 애기를 술을 먹고 술은 이야기를 토해내며... 그렇게 밤은 지나갔다.  

담배연기 속에 사람들을 쳐다보다... 어쩌면 내가 꿈꾸는 사회는 이렇게 사람들이 저녁에 평화롭게 담소하고 즐기고 사람과 사람의 정을 느끼고 서로를 격려하는 그런 소박한 사회가 아닐까 생각한다. 다만, 정치애기가 아닌 예술과 사랑, 음악과 문학에 대한 이야기들이 주를 이룰 것이요. 일상의 잡다하고 소소한 이야기들로 채워졌음 하는 바램이다.  

길을 간다는 것.... 때로는 고독하고 외로운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그래도 역시 옆에 든든한 사람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그 길이 지루하고 힘들지 않을 것이고 그 길에서 내가 생각지 못한 여러가지 실험을 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렇게 의지가 되는 사람들을 동지라 부른다.  

2011년 장마비 내리던 어느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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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24 15: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6-24 22: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녀고양이 2011-06-27 1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게 함께 어울리고 술도 한잔 걸치고 마음 속 이야기도 털고
그러면서도 입장이 다른 상대의 이야기도 들어줄 수 있다면,
진정 행복한 사회가 아닐까 싶습니다. 정치 이야기 중요한걸요, 삶의 이야기잖아요.

아, 술 마시러 가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