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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선과 착각 - 인간은 정말 동물보다 우월한가?
퍼트리샤 브로진스키.제임스 깁슨 지음, 이채진 옮김 / 시아출판사 / 2004년 4월
평점 :
절판
인류에게 하고픈 말이 많으신 분이 쓴 책이다. 인간은 선하다라는 위선을 깨고 있는 그대로를 보라는 것인데... 날 것 그대로의 인류는 위선덩어리이자 착각 속에 살고 있는 존재다.
서구 기독교의 인간 우월론에 대한 강한 비판이며, 이것을 극복하지 못하면 인류는 위선과 착각속에 자멸할 것이라는 경고다. 그 위선을 밝혀내기 위해 인간의 역사를 차근 차근 돌아본다. 돌아본 인간의 역사는 전두엽발달의 역사이자 사고 발달의 역사이고 야만성이 증진해온 역사이다.
본능에 충실하지 않고 사고하기 시작한 인간은 스스로를 동물과 분리해내기 시작한다.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종이 아닌 자연을 착취하고 자연을 개조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많은 제도와 질서을 창조하고 이 질서와 제도를 스스로에게 부과시킨다. 그럼으로 인류는 본능을 초월한 도덕을 가졌다는 위선에 빠지고 현재의 모습이 원래의 인간 본성이라는 착각에 도취한다는 것이다.
같은 종을 멸절시키는 유일한 종인 인간은 사실상 윤리적이지도 이성적이지도 않다. 오히려 자신의 멸망과 더불어 이 지구상의 모든 종을 멸망시킬 야만적 파괴성을 지니고 있는 종인 것이다. 여기까지 급 공감할 수 있다. 그런데... 대안이 조금 미묘하다.
저자들은 융심리학을 전공한 사람들이다. 융이 가지고 있는 기본적 전재 인간 본래적 고유성을 찾으면 이러한 모순을 극복해 낼 수 있으리라 믿는 듯하다. 그 고유성이 무엇인지 스스로가 탐색해야 하며 그 길은 보편적인 사람들이 가는 길이 아니고 니체의 표현대로 지금의 인간을 극복해 내는 '초인'의 길이 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 초인은 스스로 형성시켜 내야 하는 것이다.
개인적 도달점이 보인다고 해도 그것을 사회적으로 어떻게 결합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대안이 안보이는 점이 한계로 보인다. 사실상 인간 종의 위험성은 융심리학에서 주장하지 않아도 이들이 비판하는 '이성'의 힘만 조금 사용하면 알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그들의 해결책은 '이성'을 배체하는 것이고 본연의 자아를 찾는 것이다. 그 차이를 사실 잘 모르겠다.
'이성'이 쌓아 온 이 문명을 개인의 '자아'를 찾아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란 낙관적 희망에 대해 일견 긍정하면서도 현실적인지에 대한 의문이 드는 것이다. 개개인이 찾은 '자아'가 과연 파괴와 공격적인 본성을 극복하리라는 전망을 할 수 있을까? 인간의 사회적 동물이다. 그리고 모든 개별 혁명이 개인으로부터 시작하더라도 혁명의 끝은 사회로 종결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야 집단적 인류의 종이 변할 수 없을 것이고 다시 회의적이고 절망적인 전망만 늘어놓을 것이다.
그래도 최소한 우리 인간이라는 종은 이렇게 야만적이고 황당하고 모순덩어리이자 기만적인 동물이라는 사실에 대해서 인상적으로 보여주는 탁월함은 있다. 자 문제는 제기했지만 그 해결책은 이 책으론 부족하다. 무언가 더 필요한데... 그건 모든 사람들의 지혜가 필요하다. 문제제기 만큼은 참으로 인상적인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