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 - 진실의 목격자들
PD수첩 제작진.지승호 지음 / 북폴리오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지금도 시끌시끌하다. 피디 수첩에서 채택한 팩트가 방영이 되지 않는 사태가 계속해서 벌어지고 인사권을 통한 이른바 '피디수첩'의 연성화 또는 무력화가 진행되고 있다. 이런 지저분한 사태들이 3년 내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다. 물가는 치솟고, 환경은 파괴되고 언론의 자유는 질식당하고 있다. 이런 날이 올지 지승호는 알고 있었던 것일까? 

피디 수첩 20주년을 기념하면서 그 동안 피디 수첩을 꾸려온 강성 피디들에 대한 인터뷰 모음집이다. 찬찬히 보면 낯익은 사람들이고 지금도 현장을 지키고 있는 사람도 있지만 결국 이번 인사로 현장을 떠나게 되었다. 현 시점에서 피디 수첩을 거쳤던 강성 피디들은 인터뷰집으로 변해 버린 것이다.  

이 책 내내 등장하는 이슈는 결국 언론의 자유와 탐사 저널리즘에 대한 피디들의 애정어린 고백이다. 87년 민주화 항행 이후 부채의식을 가지고 피디 수첩을 시작하고 그 와중에 생명의 위협까지 받으면서 진실을 밝히고 사회의 억울한 사람들의 사연을 팩트 삼아 이 땅의 부조리와 불의에 대해 끝까지 추적하고 방송했던 그들의 이야기는 흥미진진할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아픔이 남는다. 민주정권 아래서 어느정도 진전된 언론의 자유가 훼손되고 거기에 고통받는 후배 피디들을 볼 때마다 그들의 어투에서 안타까움이 묻어난다. 더구나 좌파 언론이라는 보수언론의 공격에 고분분투하며 싸워야 하는 그들의 처지는 현 정권들어 갈수록 팍팍해 지고 있다. 광우병에 대한 탐사보도로 이미 구속까지 당하고 이메일까지 까발겨지고 형사재판을 받아야 했던 피디들의 고초를 생각하면 민주주의란 자유란 성취된 그대로 멈춰서지 않는 것 같다. 현재의 자유라도 누리기 위해서는 죽어라고 뛰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언제 뒤로 쳐질지 모르는 운명이다. 이건 마치 신자유주의의 경쟁 논리와 같다... 

한가지 공통점은 있다. 피디 수첩은 언제나 가진자와 권력을 가진자와 불화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불화는 진실을 추구하는데 있었다. 묻어두고픈 진실을 파헤치며 까발기는 피디들에게 호의적인 정권은 없었다. 이른바 민주정부라는 김대중, 노무현 정권과는 피디 수첩은 불화했다. 다만, 당시에는 불편해도 탄압하거나 조종하거나 방해하진 않았다. 지금의 정권과 틀린 점은 그것 밖에 없다. 그러나 그 차이는 언론을 죽이느냐 살리느냐의 차이다. 더구나 제대로 된 탐사보도 프로가 피디 수첩 하나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건 치명적이다.  

피디들은 낙관적이었다. 지금의 어려움은 일시적이고 대세는 언론의 자유가 더욱 확장될 것이라 예견한다. 그리고 피디수첩이 국장제로 운영되고 구성원들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했기에 지금까지 버텨올 수 있다고 한다. 황우석의 경우도 국장에게만 보고 하고 3개월을 바닥부터 취재했기에 건질 수 있었던 진실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줄기세포의 신화에 반쯤 미쳐버린 국민들과 권력의 압력에서 버텨내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한 시스템이 조금씩 무너져 가고 있다. 사장부터 교체한 후 차근차근 피디 수첩이 가지는 장점들을 해체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 대담집을 통해 피디수첩의 저력과 피디들의 노고를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그들이 가진 초심이 20주년이 아닌 100주년이 될 때까지 이어지길  바란다. 지금의 어려움도 다른 인터뷰집에서 웃으면서 이야기하는 에피소드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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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1-03-09 0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지승호씨 인터뷰집은 여전히 건재하군요. 반가워라~~~^^
피디수첩 피디들이 걷는 길은 역시 가진자와 정권과의 불화로 귀결되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그저 열심히 응원해야지요~~~~~짝짝짝

양철나무꾼 2011-03-09 0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의 어려움은 일시적이고 대세는 언론의 자유가 더욱 확장될 것이라 예견한다.
예견이 시련될 수 있도록 우리가 열심히 응원하는 수밖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