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 영원히 철들지 않는 남자들의 문화심리학
김정운 지음 / 쌤앤파커스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재미있게 읽고 나서 느낀 감정이다. 그래 다 좋다 그래서 어쩌란 이야기냐~~  

아마도 이 책을 커다란 범주로 나누면 행복론에 해당할 것이고, 좀더 전문성에 방점을 찍어 준다면 문화심리학에 대한 재미있는 강의라고 생각할 수 있겠다. 그리고 여느 자기개발서와는 틀리게 인간의 개조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다만, 인간이 느끼는 여러가지 한계가 문화적 산물임을 깨닫고 그 변화에 대한 가능성을 진단하고 있다. 나름 이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문화심리적 비판은 나름 인정할 만한 것도 있다.   

문제는 현상에 대한 분석은 날카로우나 그것을 타파할 본질에 대한 대안은 영 못미덥다는 것이다. 행복하기 위해 자신이 즐기는 일을 찾고 자신을 분석할 수도 있어야 하며, 노는 일에 더 많은 가치를 부여해야 한다는 이야기야 뻔한 이야기일테고 문제는 그렇게 하지 못하는 사회적, 심리적 억압이 존재한다는 것이 것인데 그것에 대한 해결은 결국 개인으로 귀결된다는 것에 있다.  

물론 사회과학책이 아니니 만큼 그리고 가벼운 에세이니 만큼 그 문화적으로 문제가 있는 부분에 대한 치말한 해답을 요구하는 것이 무리라는 것은 알고 있다. 그렇다고 해도 어느정도 먹고 살만한 위치에 있는 사람의 입장에서 좀 더 세련되게 인생을 즐기라고 이야기하는 것 이상의 다른 내용이 없으니 막상 행복을 추구하려 해도 그 방법을 모르는 사람에게 섣부른 충고 이상도 이하도 아닌 어정쩡한 이야기들이 대부분을 차지해 버린다.  

아니 어쩌면 저자의 경력이 그런지도 모르겠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세리 특강의 유명강사이자 교수인 저자가 느끼기에 이 땅의 중년들은 너무 열심히만 살고 있다. 그리고 열심히 살고 나서 나머지 인생에 대한 목적을 모르는 것이 안타깝기만 하다. 열심히 살고도 자신의 내면적 욕구를 이해하지 못해 방황하는 꽃중년들을 위로하기에는 좋을지 모르지만, 열심히 살고 또 살아서 자아 실현에 대한 고민은 커녕 먹고 사는 문제조차 해결하지 못하고 허덕이는 사람들에게는 그저 뜬 구름 잡는 이야기일 뿐이다.  

제목 하나는 섹시하게 뽑아놨다.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는 이 도발적 제목처럼 살아온 인생을 후회하지 않고 가는 사람이 몇이나 있겠는가? 다 거기서 거기고 아무리 바른 훈수를 두어도 인간은 어쩌면 후회할 수 밖에 없는 존재인지 모르겠다. 사후적으로 아무리 심리적으로 분석을 하고 삶에 적용한다 해도 스스로 각성하고 깨닫기 전에는 인간이란 원래 그런 것이다.  

그나마 현실에 적용하는 심리학적 이론을 쉽게 풀어 쓴 맛이 있고, 자신의 개인적 이야기를 더해 구수하게 풀어나가는 입담이 있어 지루하지는 않았지만... 뭔가 생리적 거부감 비슷한 느낌을 지우기는 힘들다. 구라가 어찌나 세신지 사회주의가 멸망한 이유가 재미가 없기 때문이라는 사회심리적 분석은 아주 쓰러질 뻔 했다. 그럼 자본주의는 재미있어서 유지되고 있는 것일까? 이 책의 최대의 장점은 기득권자, 중년, 남성, 정규직, 고액연봉자에게는 삶의 재미에 대한 현명한 충고와 위로를 줄수 있다는 것이고, 최대의 단점은 청년, 여성, 비정규직, 생계위험자들에게는 그냥 껌 씹어먹는 소리밖에 안된다는 점이다.  

그리고 중간중간에 나오는 골프에 대한 그 사랑은.....좀 재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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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2-28 23: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머큐리 2011-03-03 09:10   좋아요 0 | URL
넘...그런가요?

sslmo 2011-03-01 0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 책 영 재수없었거든요.
근데 남정네들은 열광하여 읽길래 그런가보다 했는데...
시간이 좀 흐르니 이런 리뷰도 올라오긴 하네요~

"그나마 현실에 적용하는 심리학적 이론을 쉽게 풀어 쓴 맛이 있고, 자신의 개인적 이야기를 더해 구수하게 풀어나가는 입담이 있어 지루하지는 않았지만... 뭔가 생리적 거부감 비슷한 느낌을 지우기는 힘들다."
제 느낌이 딱 이랬거든요~^^

머큐리 2011-03-03 09:16   좋아요 0 | URL
위로받고 싶은 중년들이 많은거 같기는 한데... 그래서 더 어려운게 아닐까 해요..^^ 위로받고는 싶지만 위로해주는 데가 없으니 자족적 만족이라도 구가해야죠..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