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 러브스토리
마이클 무어 감독 / 파라마운트 / 2010년 7월
평점 :
품절


마이클 무어가 새로운 다큐멘터리를 들고 왔다.  

영화는 오바마 대통령 당선 전이니 이미 흘러간 이야기이고 무엇보다 야만적인 미국식 자본주의의 작동방식에 대한 고발이다. 그러니 자본주의 자체에 대한 비판이나 비난은 아니라는 이야기이고 지극히 체제 내적인 고발인 것이다. 영화 마지막에 오바마 대통령의 당선을 축하하며 눈물을 보이는 미국 시민들의 모습을 보면 이 다큐멘터리가 가진 한계가 뚜렸하게 보인다.  

상식적인 이야기를 하면 미국은 철처하게 성공한 사람들을 우대하는 자본주의이다. 거기에는 한가지 전제가 있다. 성공한 사람들은 근면하고 성실하게 노력하고 창의적으로 살아서 부자가 되었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부자들에게 갖는 선호와 혐오의 교차에 비교하면 꽤나 의아스러운 일이다. 물론 미국의 역사적 배경에 따른 감정이지만, 성실과 노력에 따른 보상에 대한 광범한 합의와 그 결과에 대한 승복은 미국이라는 나라의 자본주의가 버티고 온 동력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는 현실적 결과가 터져버렸다. 이른바 전세계를 공포에 떨게한 금융위기.... 거기에는 단순한 부도덕을 넘어선 체제의 함정이 있었다. 마이클 무어는 이것에 항의하고 있는 것이다.  

국가 또는 정부의 존재 이유는 무엇일까? 이른바 가진 사람들이 정권을 장악하여 좌지우지 하고 있을 때 생존에 쫒기는 사람들이 기댈수 있는 언덕은 어디에 있을까? 금융위기를 통해 기업들은 국민들의 세금으로 위기를 넘기고 무리한 금융투기를 통해 빈털털이가 되어 집을 빼앗기고 쫓겨나는 민중들은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한다고 했을 때 그 나라는 정상적인 나라인 것일까? 그리고 그 나라에서 오랫동안 신봉하는 자유, 경쟁, 선택의 가치가 사실상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가치이고 그 가치를 신봉하도록 교육하여 사람들을 세뇌시키는 것이 올바른 일일까? 역시 마이클 무어가 던지고 있는 질문이다.  

웃기는 건 가장 자본주의적인 나라인 미국에서 가장 사회주의적인 방법으로 금융위기를 돌파하고 이에 대한 자신의 가치를 왜곡하는 대목일 것이다. 어쩌면 사회주의란 단어는 부자에게는 허용되는 단어일지도 모르겠다. 우리도 마찬가지지만 아무런 의사결정 없이 노동하는 노동자들이 자본가의 잘못된 결정으로 일자리를 잃게 되어도 자본가는 보호 받지만 노동자는 실직으로 이어진다. 자본가에게 도움이 되면 정당한 지원이고 민중에게 돌아가는 지원은 사회주의적 정책이라는 이중 잣대는 결국 이데올로기란 힘있는 자들이 자신을 변호하는 수단이상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변하하고자 하는 열망은 무엇으로 담아내야 하는가? 변화를 추동하는 힘은 어디서 오는가? 무엇을 어떻게 변화시켜야 하는가? 답은 루스벨트 대통령의 교서에 있다고 마이클 무어는 본다. 미국 역사에서 뉴딜정책을 사용하고 노동조합을 보호했던 거의 유일한 대통령이었던 루즈벨트의 정책이 미국에 정착되었다면 미국은 지금과 다른 사회로 변화할 수 있었을까? 그건 장담하지 못하겠다. 세계를 경영하느라 군산복합이 가장 발달한 사회가 스스로를 교정하기란 쉽기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결국 그 사회의 토대를 이해하지 않고서 그 사회의 변화를 추정하기란 쉽지 않다.  

세계에서 가장 선진적이라는 미국에서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대립이 심화되는 과정과 이에 따른 부의 재분배에 대한 마이클 무어의 신랄한 비판과 비아냥은 최고다. 하지만 엄밀하게 말해서 미국식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일 뿐 자본주의 일반에 대한 비판은 아니다. 자본주의는 죄악하고 최악의시스템이라고 주장한다. 그 다음은... 사회민주적 복지만 장착하면 그 죄악이 사라질까? 유럽처럼 자본주의를 운영한다면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이 사라질 수 있을까? 여기에 대해서 마이클 무어는 이야기 하지 않는다. 아니 못할 것이다. 미국식 자본주의만 해결하기에도 벅찬 상황에서 한 걸음 더 나가라고 요청하는 건 욕심일테니까....그리고 그 한 걸음에 대해서는 아직 어느 누구도 전망을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으니까.... 

행동한다는 것.... 그것이 유일한 수단임에 틀림없음을 다시 한 번 강조하는 영화다.
민주주의는 가만히 앉아 있으면 죽는다.....슬프지만 맞는건 맞다고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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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2-20 22: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머큐리 2011-02-22 08:36   좋아요 0 | URL
암튼 건강하게 잘 지내셔야 합니다..ㅋㅋ

양철나무꾼 2011-02-20 2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만히 앉아 있으면 죽는다면...그렇다면 민주주의는 생물인가요?
전 '정조와 불량선비 강이천'이란 책을 읽었는데, 연관시켜 함 생각해볼만 하네요.

봄이 오려나 봐요, 잘 지내시죠?^^


머큐리 2011-02-22 08:36   좋아요 0 | URL
그리 잘 지내고 있지는 못하지만...나름 봄을 즐기려고 노력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