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국가 비타 악티바 : 개념사 22
정원오 지음 / 책세상 / 2010년 11월
평점 :
품절


요즘 그나마 정상적으로 보이는 국가들은 적건 많건 복지국가를 지향하고 있다. 물론 신자유주의의 파고 속에서 복지국가 실험에 많은 도전이 이루어지고 있음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감히 복지를 포기하겠다고 나서는 정당이나 정치인은 없다. 다만 효율적으로 하자고 하던가.. 예산이 부족하니 맞추어서 하자고 하던가.... 이리저리 에둘러 보편적 복지를 선별적인 복지로 돌리려고 하는 모양새가 강해지고 있는 것이다.  

'복지국가'가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로 등장하면서 복지 논쟁이 불붙는 와중에 복지국가의 형성과 발전, 복지제도의 형태와 이념등을 비교적 간략하면서 충실하게 알려주는 책이다. 복지국가실험 자체가 워낙 좌와 우의 공격에 노출되어 있는 실험이라 언제나 유동적이었다는 사실과 복지국가라고 해도 그 사회의 역사적 경험과 세력관계 (특히 노동계급의 조직화 정도) 에 따라 천차만별임을 알수 있다.  

복지국가를 이루기 위해서는 3가지 전재조건이 필요하다고 한다. 첫째는 국민들의 복지를 이루기 위해 국가의 헌신이 있어야 하고, 둘째, 민주적 절차가 완결되어야 하며, 세째로 복지국가를 담보할 이념정당이 존재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과연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조건을 담보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존재한다. 첫째 국가는 아직도 국민을 보호보다 경쟁을 더 강요하고 있는 실정이고 (복지 논쟁에는 항상 경제 발전의 문제로 딴지를 거는 모양새를 보라) 87년 체제 이후 형식적 민주절차는 보이고 있지만 실질적 민주적 절차는 항상 위배되고 있고 복지 얘기만 하면 '빨갱이'로 몰아세우는 역사적 사회적 현상은 이념정당이라고 할 수 있는 '민주노동당'이나 '진보신당'의 존재자체가 신기할 지경이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은 진보정당들이 있는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살람살이 팍팍한 신자유주의적 경쟁체제는 사람들로 하여금 복지에 대한 선호를 불러 일으켰으니 이건 거의 생존권 확보 차원의 문제가 되겠다. 복지라는 말은 좌파의 전용어도 아니고 우파의 전용어도 아니다. 오히려 좌파와 우파의 세력관계에 따라 복지라는 이름 속에서 천차만별의 제도가 시행이 된다. 우려되는 점은 우파쪽 그것도 꼴통이라는 한나라당에서 조차 복지를 들고 나올 수 밖에 없을 정도로 우리 사회는 사회안전망에 대한 열망이 존재하지만 그 열망에 부응할 만한 복지 프로그램은 어디서든 확고하게 내세우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영국이 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처칠의 보수당을 거부하고 베버리지 보고서를 적극적으로 채택하겠다고 공약한 노동당을 선택한 역사적 사실을 볼때 복지에 대한 선점과 정책의 문제는 어쩌면 진보진영이 마지막으로 정치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우파가 내용은 없어도 복지라는 프레임을 선점하고 공세적으로 정치일정을 풀어나가는 현실은 그만큼 진보진영의 힘이 약하다는 현실적 관계를 반영하고 있다. 어려운 정치지형에서 복지까지 꼴통들과 중도우파에게 넘겨주고 진보진영이 획득해야 할 가치는 무엇이어야 할까? 

이 책에서 복지국가 유형을 3가지로 나누고 있다. '자유주의적 복지국가 모델' 이른바 영미식 모델이다. '조합주의적 복지국가 모델'  즉 독일, 프랑스식 모델이고, '사민주의적 복비국가 모델'  즉 핀란드, 스웨덴 등 노르딕 모델로 나눌수 잇다고 한다. 자유주의적 복지국가 모델은 주로 곤경에 처한 사람들에게만 한시적으로 보조하는 시혜적, 선별적 요소가 강하고 당장 급한 가난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반면 노르딕 모델은 전체 사회 구성원이 평등하게 만드는 구조를 상정하고 복지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한다. 진보측이 지향하는 복지국가 모델은 노르딕 모델이 분명할진대 문제는 그 모델을 이끌고 갈 역량과 힘이 있는가의 문제인 것이다.  

복지국가는 돈이 많이 드는 모델이고, 경제성장이 어느정도 뒷받침되지 않고는 시행하기 힘든 모델이다. 따라서 항상 예산문제로 인한 실현가능성 문제가 불거져 나오는 것이다. 현 단계에서 갱인적으로 세금제도만 투명하게 만들고 국가 예산 중 낭비적 부분에 대한 합리적 조정을 이루어내고 부자감세 등 꼴통들이 선호하는 제도를 수정한다면... 어느정도 복지국가로 들어가는 초입의 문제는 해결될 듯하다. 그리고 세금을 올려야 하면 올려야 할 것이다. 그것은 복지제도하에 복지의 맛을 본 국민들이 선택할 사항이다. 조세 투명성이 강화된다면 조세 저항은 좀더 줄어들지 않을까? 

이왕 복지국가 논쟁이 붙었다면... 2가지는 고집스럽게 밀고 나가야 할 듯하다. 하나는 복지는 무조건 시행해야 하는 것으로 못박는 것, 또하나는 시행되는 복지는 국가의 시혜가 아니라 국민의 권리라는 것. 따라서 복지에 무능하거나 보편적 복지를 거부하는 세력에게는 권력을 주지 말아야 한다는 것... 이것이 이 작은 책을 읽으면서 꿈꿔본 나의 망상(?)이었다.... 그러나 꿈은 이루어지는 것 아닐까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녀고양이 2011-02-17 1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한겨레 신문에서 계속 복지론에 대해 특집으로 다루었어요.
그에 맞추어 정치인들이 하나같이 복지론을 들고 나오더군요, 참 얄팍해요. ㅡㅡ^
그래서 복지라는 진정한 의미는 퇴색되고,
(공부하지 않는) 국민들은 다시 헛갈리겠죠.

자신의 권리 주장도 못 하는 우리 국민들, 너무 착하다(?) 해야 할지.
그래도 오늘 햇살 좋네요... 즐거운 하루 되세요, 머큐리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