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큰 윈도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2-8 링컨 라임 시리즈 8
제프리 디버 지음, 유소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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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여기저기 사이트를 뒤지고 설문조사에 응하다 보면 늘어나는 것은 스펨메일과 문자들 뿐이다.
스펨만으로도 일상이 짜증스러운데 내 일거수 일투족을 알고 예측하고 알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리고 그 사람이 나에 대한 악의적인 행동을 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본콜렉터'이후 두번째로 접하는 제프리 디버의 링컨 라임 시리즈다. 시리즈 출판은 벌써 8번째 작품이라는데 내가 좀 제프리 디버에게 소원했나보다. 이 소설은 인터넷으로 모든 것이 연결된 세상에서 일어날 수 있는 범죄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무언가 좀 섬짓하다. 어느날 나의 데이터상 기록에 수배자로 되어 있고, 은행에는 거액의 빚을 지고 있으며 심지어는 살인 사건의 용의자가 되어 버린다. 나는 아무 사실도 알수 없고 이건 마치 신이 일부러 장난 친듯한 사건이 실제로 일어난다면..아마 미쳐버리지 않을까? 

우리는 유비쿼터스 시대의 긍정적인면만 바라보았지 그것이 한 순간에 악몽으로 변해버리는 세상을 상상하지 않는다. 그러한 상상력의 한계을 이 소설은 메워주고 있다. "자 니들이 사는 세상이 편리하고 환상적인 세상인거 같지? 그런데 말이야 한커플만 뒤집어 보면 너는 가장 위험한 세상에 살고 있다는거 그거 알고 있니?" '1984'도 '멋진신세계'도 미래의 암울한 디스토피아를 그렸지만, 이 장르소설도 암울한 디스토피아를 그려내고 있다. 더욱이 정보와 데이터는 국가가 더욱 소중하게 여기는 통치도구이기에 그 어둠의 심연은 깊어진다. 어쩌면 개인적 자유주의가 강한 미국이라는 사회기에 더욱 암울하게 그렸을지도 모르겠다.  

뜬금없는건 책 제목이 '브로큰 윈도우'라는 것.'깨진 유리창 법칙'을 연상한 모양인데 주변의 사소한 것을 잘 치우지 못하면 엄청난 재앙을 당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한 모양이다. 사실 우리가 흔하게 내버리는 우편물 하나가 무신경하게 사용하고 버리는 카드 전표 한 장이 어떤 반전을 가져올지 모르는 사회에 살고 있다. 그러나 '깨진 유리창법칙'이 가끔은 사회적 약자를 처벌하는 강력한 신자유주의적 형벌 이데올로기를 내포하기에 제목만으로 따지면야 마음에 들지 않지만, 소설에서 전개되는 개연성있는 스토리를 보면 제프리 디버는 탁월한 작가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전신마비의 링컨 라임이 특유의 논리적이고 치밀한 추리를 통해 범인과 대결하는 모습은 흥미진진하다. 역시 이성이야 말로 인간이 가진 가장 치명적인 무기인 것일까? 그러나 편집증적인 연쇄살인법의 살인 유인과 살해수법 자체가 극히 이성적이라는 점에서 역시 인간에게 이성은 양날의 칼일 수 밖에 없나 보다.  

전자 데이터가 흘러넘치는 이 세계에서 살인마는 살인에 대한 죄책감이 없다. 육신은 사라질지라도 데이터는 남아서 이 세계에서 영원히 유영할 테니 ... 인간에게 영혼이라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데이터일 것이라는 살인자의 생각이 꽤나 그럴듯하다는 공감을 불러 일으킨 작품.
글세...그런 흩어진 잔재를 모아서 하나의 사람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상상력이 기발하면서도 결국 인간이 이렇게까지 바닥을 치는 세상이 현재의 세상이라는 점이 좀 씁쓸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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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1-01-18 0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예전에 읽었었던 것 같은데...
링컨 라임과 범인의 이성 대비, 누가 더 차가운가 내기하는 것 같았어요.

머큐리 2011-01-19 11:44   좋아요 0 | URL
역시 양철님은 읽으셨군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