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행록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22
누쿠이 도쿠로 지음, 이기웅 옮김 / 비채 / 201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어떻게 규정될까? 

어떤 사람을 규정할 때,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그 사람과 같이 지낸 사람들을 통하여 조명해 보는 것이다. 여러가지 면을 종합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단선적이고 획일적인 시선보다 복합적이고 다면적인 면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그 복합적이고 다면적인 면을 살핀다해도 살피고자 하는 대상이 온전하게 드러나는 것인가는 별도의 문제이다. 여러사람들의 기억이라는 것은 결국 그 사람들 만큼의 욕망을 깔고 들어가는 것이고 그 개별적인 욕망을 걷어 낸다고 해서 본질적인 사실이 과연 드러날 수 있겠는가 하는 의문이 드는 것이다.  

일가족이 참혹하게 살해되는 사건의 내면을 파헤치는 인터뷰 속에 피해자들의 과거 행위가 하나 하나 밝혀진다. 그러나 사실 그들의 과거행위와 살인사건과의 직접적 연관이 드러나는 것은 하나도 없다. 현상적으로 보이는 피해자의 일상과 성격이 사회적으로 그저 그런 평범함에서 개별적 성향의 확대로 이어지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살해당할 만큼의 연관성은 드러나지 않는 것이다.  

이 책의 장점은 바로 시선에 있다. 자신의 독특한 성향과 감정과 상황에 따라 타인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자신의 욕망이 스며있다. 그 욕망의 진술에 따라 사실과 진실의 경계는 모호해져 버린다. 일어난 사실로 말하면 객관적이지만, 그 속의 진실에 대한 것들은 주관적이다. 여기에 소설의 묘미가 있다. 사실과 진실의 경계에선 사람들의 욕망과 기억의 틀어짐을 주제로 했다고 해도 모자라지 않는 탁월함이 보여진다.  

'통곡'에서도 느꼈지만, 이야기의 전개와 더불어 들어가는 독백의 장치는 구성의 긴장감과 서술의 의아함을 자아내지만, 결론에 이르는 두 이야기의 합치는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더구나 이 소설의 광고처럼 충격적 반전이라는 말은.... 단순하게 선전용은 아니다. 정말 의외였다고 밖에 할 수 없는 마지막이 인상깊은 책이다.  

더구나 인간과 인간과의 관계, 욕망, 선망, 질투가 적절하게 배치되어 있어 사람관계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만든다. 일상의 관계 속에서 이러한 인간적인 요소들의 혼합이라고 할 때, 인간은 얼마나 비루하며, 또 얼마나 연악한 존재인지... 그럼에도 그것이 가장 인간적으로 보이는 것이 그저 연민으로 바라봐야 할 한계인 것인지 알 수 없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한계를 가졌기에 위대해 졌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위대함의 저변에는 언제든 자신을 삼켜버리는 어두움을 가졌다. 그걸 망각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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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0-11-14 0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간적'이라는 것과 연민 사이에서 망설이시다니...알흠다우시거나 여리신 듯~^^

머큐리 2010-11-16 08:05   좋아요 0 | URL
음..글과 사람은 자주 어긋나요..그게 문제인거요..^^;

라이너스 2010-11-15 16: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로긴안하고 돌아다니다가 들어오게 되니 되게 신기하네요 ㅋ

머큐리 2010-11-16 08:05   좋아요 0 | URL
잘 지내고 있을거지?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