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정상회의가 한 달도 남지 않았다. 2010년 내내 성공적인 G20정상회의 개최를 위해 이명박 정부는 분주했다. 각 관공서에는 G20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마치자는 홍보문구가 가득하고 TV를 켜면 손님을 예의 있게 맞이하자며 글로벌 에티켓을 강조하고 질서를 잘 지키라고 한다.
손님을 맞이하는 일은 언제나 분주하고, 이왕이면 좋은 이미지로 비춰지길 바라는 것도 당연하다. 그런데 좀 이상하다. 국제적인 행사를 한두 번 하는 것도 아닌데 유난히 요란스러운 반면, 도대체 G20정상회의라는 행사의 정체가 뭔지는 알 수가 없다. 정부는 이 행사로 국격이 올라간다하는데 왜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
G20의 풍경
일단 G20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치르겠다며 이명박 정부가 한 일들을 보자.
하나. 노점과 노숙인들을 거리에서 정리했다. 손님들 눈에 보이기 부끄러운가보다. 어느 나라에 가도 노점과 노숙인은 존재하는데 서울에는 노점과 노숙인은 없다고, 가난한 사람들이 없는 잘 사는 나라라고 자랑할 셈인가보다.
둘. 미등록 이주노동자들도 강제 추방했다. 그것도 잠재적 범죄자, 테러리스트라는 딱지를 붙이고 내쫓았다. 그럼 그동안은 위험한 범죄자인데도 눈감아줬다는 말인지, 미등록이주노동자들이 갑자기 테러리스트로 돌변할 만큼 나쁜 인간들이 G20정상회의에 온다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셋. 기초질서단속과 캠페인도 대대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길거리에 쓰레기를 버리거나 신호위반, 무단횡단을 하지 말 것이며, 경미한 교통질서 위반행위도 집중 단속한단다. 어릴 적 학교에 장학관이 온다며 온 학교를 환경미화했던 일이 생각난다.
넷. 공항에는 알몸투시기가 도입되었다. 인권침해가 예상되기 때문에 국가인권위도 사용하지 말 것을 권고했지만, G20정상회의를 위해서라면 개인의 프라이버시쯤이야 충분히 양보할 만한 것이 되었다.
다섯. 개인이 소지하고 있는 공기총과 마취총 10만여 정도 G20정상회의가 끝날 때까지 영치해주시겠다고 한다. 총은 위험한 것이긴 하나 공기총이 유효거리가 짧아 실제로 테러가 가능할지 의문스럽다. 이쯤 되면 집안에 있는 칼이나 가위도 압수한다고 하지 않는 것이 다행일까?
여섯. 'G20 정상회의 경호안전을 위한 특별법'(G20경호특별법)도 만들었다. 10월 1일부터 한시적으로 적용되는 법이긴 하지만 경호안전구역으로 지정된 해당 구역에서 관할 경찰서장은 집회와 시위를 제한해야 하고 심지어 군의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되어있다.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집회시위의 자유, 표현의 자유도 G20정상회의 앞에선 잠시 잊어도 되는 기본권이 되어버렸다.
이렇게 보니 G20정상회의를 위해 정부가 한 일은 한국사회에 위험하고 보기 싫은 것이 있으니 치워버리고, 질서를 잘 지키면서 웃으며 맞이하라고 강요하는 것 같다. 이 손님들은 경제위기의 해법을 찾기 위해 모인다고 한다. 경제위기를 가장 심각하게 겪고 있는 사람들은 누군가? 평범하게 자신의 일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그럼 경제위기가 얼마나 심각하게 우리 삶을 위협하는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묻기 위해 귀를 기울이는 것이 먼저 아닐까? 그런데 가장 가난한 사람들을 내쫓거나, G20정상들에게 반대의 의견을 말할 기회를 박탈하고 있다. 손님을 위해서라는 이유로 인권을 무시하고 국민을 통제하는 나라가 국격이 높아진다고 말하니 참으로 낯부끄러운 일이다.
동네 버리고 코엑스로 가는 경찰
이렇게 사회를 강도 높게 통제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막강한 공권력이다. 그리고 공권력의 대표선수는 경찰이다. 각종 단속에 앞장선 것도 모자라 얼마 전 'G20 종합치안대책'을 발표했다. G20 회의장인 코엑스 반경 2킬로미터 내외에 1, 2, 3선으로 순차적인 경호안전구역을 설정하여 해당 구역에서는 8일~12일까지 집회시위를 원천봉쇄한다. 반경 600미터까지 모든 차량과 사람은 검문검색을 받아야 출입 가능하다.
코엑스 건물 외곽에는 전통 담장형 분리대, 인근 주변에는 녹색 펜스, 반경 600미터 외곽에는 높이 2.2미터짜리 안전방호벽을 설치한다. 동원되는 경호·경비 인력만 경찰 3만여 명에 전·의경 2만여 명으로 역대 최대이며, 지구대나 파출소는 대학생과 퇴직 경찰관으로 채운다고 한다. G20정상회의를 치르는 동안 우리 동네의 안전은 이들에게 맡겨져 있다.
경찰은 G20정상회의를 위해서 새롭게 규정도 바꾸려 하고 있다. 얼마 전 장비사용규칙을 바꿔 음향대포를 새로 도입하려 했다. 테러진압으로만 사용하게 되어있는 다목적발사기의 사용범위를 집회·시위까지 확장하려 했다. 경찰은 음향대포를 도입하려고 각종 편법과 거짓말을 일삼았으나 이 장비가 결코 안전하지 않음이 드러나자 살짝 물러섰다.
뿐만 아니라 경찰관직무집행법도 개정하여 불심검문을 강화하고 신원이 의심스러우면 임의동행도 맘대로, 지문확인도 맘대로 하겠다고 한다. 야간집회금지조항이 사라지고 3달 동안 아무런 문제가 없었지만 G20정상회의 때문에 다시 야간집회를 금지하겠다고 한다.
서울 시내 대부분 집회도 불가능하게 할 뿐만 아니라 통행까지 제한하는 G20경호특별법도 모자라 각종 법안들을 만들어내 우리의 자유를 제한하고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 시민들의 자유가 축소되고 인권이 침해되는 만큼 경찰력은 강화되어 간다. 헌법적 기본권과 인권은 사라지고 필요하면 군대까지 동원하겠다는 정부의 태도는 그들이 말하는 테러의 위협보다 더 무섭다.
정부는 이런 일들이 G20정상회의를 위한 한시적인 조치라고 말하고 있는데, 과연 G20정상회의 이후에는 잠시 유보해둔 인권과 자유가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을까? 인권과 자유의 자리를 대신한 막강한 경찰력을 다시 무를 수 있을까?
이상한 법치주의와 침묵의 사회
이명박 정부는 출범 이후 끊임없이 법치주의를 말하고 있다. 그가 말하는 법치주의는 인권을 바탕으로 헌법정신을 구현하는 것이 아닌 통제와 억압의 도구로 활용하는 법치주의이다. 형벌을 강화하고 공무집행방해에 대해 엄단하며, 질서를 강조하면서 특히 집회시위와 노동쟁의행위에 대한 엄격한 법적용을 주장하고 있다. 정부가 하는 일에 토 달지 말고 조용히 있으라는 협박을 법의 이름으로 하고 있다.
정부의 법치주의 강화, 경찰국가화를 뒷받침하기 위해 사용하는 수사는 불안과 공포이다. 이명박 정부에게 있어 자신의 삶의 권리를 요구하는 사람들-실업자, 이주노동자, 노숙인, 철거민, 집회시위자-은 사회불안을 야기하는 자들이다. 그리고 이들을 범죄자와 동일시한다.
사회를 불안하게 만드는 사람들은 사회로부터 격리시켜야 하기 때문에 엄정한 법집행이 공감대를 얻고 경찰이 이를 수행한다. 그리고 경제적 불평등과 사회적 빈곤으로 삶이 불안한 사람들을 위한 사회정책을 만드는 대신 추방한다. 나라 밖 또는 감옥 또는 잘 보이지 않는 격리된 곳으로. 사람들은 침묵하고 자신이 이 사회에 안전한 사람임을 끊임없이 증명하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스스로 통제하고 자기검열을 강화하는 사회, 저항을 무력화 시키는 사회로 한발 더 나아가는데 G20정상회의가 좋은 핑계거리가 되고 있는 요즘이다.
출처 : G20정상회의, 누구를 위하여 열리나 - 오마이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