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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잉 아이 - Dying Eye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0년 7월
평점 :
게이고는 참 애증이 교차하는 작가다. 무언가 부족한 듯 하다고 느끼면서도 계속 읽어 나가는 걸 보면 애정이 좀 더 많다고 해야 하나? 일단 다른 작가들에 비해 망설임없이 책을 집어드는 걸 보면 그래도 많이 애정을 가지는 작가라고 해야겠다.
그런 작가가 "다시는 이렇게 쓸 수 없을 것 같다" 고 고백했다는 작품이고, 문예지 연재 후 8년 만에 '해금'되어 단행본으로 출판되었다는 작품이라고 하니 어찌 솔깃하지 않을까?
아직까지 읽어야 할 게이고의 소설들이 쌓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선 이 작품을 손에 들 수 밖에 없는 필연적 이유들이 겹겹이 둘러싼 셈이니 우선적으로 읽어내려 갔다.
그러나 이 책을 읽은 후 나는 게이고가 "다시느 이렇게 쓸 수 없을 것 같다"고 고백한 것은 과장된 표현이라고 느껴지며, 도대체 이 책이 왜 해금될 때까지 기다려야 했는지 그 이유를 알 수가 없다. 다른 작품에 비해서 과도한 성애적 표현이 있지만, 요즘 추세로 보면 그 정도로 문제가 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고...
이 작품이 범작이라는 이야기는 물론 아니다. 다만, 좀 과장된 상찬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일 뿐이다. 여타의 추리 소설에서 보이듯 이중적 플롯은 정교하게 짜여져 있으며, 죽음을 앞에둔 사람의 절박한 마음과 원한은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잘못을 저지르고도 몇 푼의 보상금만 주어지면 양심의 가책따위는 사라져도 상관없는 현실적 냉정함도 잘 그려지고 있다. 우리가 흔하게 이용하는 교통수단으로 인한 사건 사고가 일상의 재난으로 되어 사람들의 마음을 무감각하게 만드는 일련의 심리적 통찰도 음미 할만하다.
추리소설을 읽다보면, 사건이 갖는 의외성이 중요하게 대두된다. 그리고 그러한 의외성은 오히려 일상적인 생활속에서 느끼지 못한 일들이 끔찍한 경험으로 재생될 때야 비로소 느끼게 된다. 재생이 되지 않으면 무감각하게 그냥 묻혀지거나 사라지는 것이다. 대규모의 인간이 군집하는 도시에서 그런 무감각은 일상적인 일이고, 이러한 일상이 정상적으로 여겨진다.
정상적 사회에서 일탈하겨 생명에 대해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마주쳤을때, 그 공포를 느꼈을 때 오히려 사람들은 비정상적인 취급을 당한다. 그러나 정상과 비정상의 차이는 어떻게 가늠할 수 있는 것일까? 가해자들의 행태는 여러가지로 나타나지만, 가장 인간적인 행태는 가장 광기에 찬 행태임을 이 작품은 드러내는 듯하다. 희생자에 대한 진정한 애도가 없는 이 사회의 행태 속에서 진정한 애도는 그 희생자의 삶의 의지와 공포를 그대로 인정하고 감싸안는 것이 아닐까? 그러나 그것은 결국 공포를 넘어서지 못하는 것이 되고 말았다.
언제나 그렇듯이 게이고는 나에게는 2% 부족하다. 닥치는대로 읽다보면 그 2%를 채워줄 작품을 만날 수 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