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전 날...그러니까 빨간날...
인천에 쏟아진 물폭탄은 만조와 겹치면서 기대한 대로 침수피해를 불러오고...역시 예상대로
도로를 메우고 넘친 물들은 회사 지하를 습격했다. 아마.. 30분 정도만 더 쏟아졌다면...
지하를 헤엄치고 다녀야 했을 것이다.
명절이라고 사람들은 없고... 물은 넘치고 결국 고생한 사람들 몇몇만 고생했을 뿐이다.
회사야 직원들이 나와서 어찌어찌 해결한다고 하더라도 인천지역에 침수피해가 만만치 않아
보인다. 가만보면 결국 지하에 생활하는 곳의 침수가 대부분일테고... 자연재해 역시 계급적
(?)이라는 사실에 쓴 웃음만 나온다. 결국 가난하고 없는 사람들일수록 자연재해에 취약하고
재해에 직격탄을 맞는다는 것이다.
이들에게 명절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아마 신산한 인생에 덧 씌워진 또다른 고단함일 뿐이다.
즐거운 추석을 보냈을 이들.... 고단한 추석을 보냈을 이들....
남성과 여성의 입장에 따라... 추석의 즐거움과 고단함은 또 다시 갈릴 것이다.
가부장적인 집안 분위기로 손에 물한방울 묻히지 않고 추석을 보내지만, 그렇다고 맘까지
편한것은 아니다. 세대에 따른 차이로 어른들에게 듣는 잔소리도 썩 유쾌하진 않고...
가족이라고 모여도 위계에 따라 일들이 배분되어 편차가 심한 것도 좋아보이진 않고...
즐겁게 보내라는 추석도 결국 사람의 처지와 조건에 따라 달라지는지라 정말 즐거운 명절이란
어떤 것인지 갸우뚱해지기 마련이다.
쉬어도 쉰것 같지 않은 이 피곤함은....그나마 장거리 이동이나 없으니 다행이라면 다행이라
해야 하나...
가만보니 달도 한 번 못보고 추석을 넘긴 것 같다.
딱히 기대하는 소망도 없었고...나이를 먹을 수록 소망하기 보다... 무언가를 이루기엔 실천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되지만... 역시 소망이 적어지는 건 마음이 왜소해지는 징후같다.
그래도 오랜만에 동생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못보던 조카들이 부쩍 커진 모습을 보는
것은 즐거웠다...이런 소소한 즐거움마저 없다면 삶은 너무 삭막할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