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추리에 살다 - Memories of Daechuri
영화
평점 :
상영종료


'대추리에 살다'는 이른바 대추리 3부작의 마지막에 해당하는 다큐이자, 대추리 마을의 마지막을
필름으로 담은 작품이다. 그리고 대추리를 지키기위해 지원나온 대추리 '지킴이'들의 이야기
이기도 하다.  

이제는 사람들 기억에서 많이 지워졌지만... '대추리 주민 이주 정책'은 흔히 민주정부 10년 동안
이루어진 일이고, 참여정부의 민주성과 자주성에 대한 많은 의혹과 문제를 제기한 사태이기도
하다. 그리고 '대추리'는 이 땅 한반도의 전쟁과 평화의 문제, 이주민 인권의 문제, 미국과 한국
의 안보와 동복아 정세를 포괄하는 숱한 모순들이 중첩되어 있는 상징이 되어 버렸다.  

그냥 보면 익숙한 시골 풍경들... 그 한가로움과 느긋함의 일상이 순간 아수라장으로 변하는 건
순식간이었다. 일상의 평화가 깨지고 공권력과 주민들이 충돌하기 시작하면서, 국가는 그 본연의
폭력성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특히 대추리를 국방부의 자산으로 통합하면서 대추리를 둘러
싼 통행까지 금지했을 때 그 속에 갇혀서 외롭게 싸워야 했던 주민들의 고립감은 당해보지 않고
서는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이런 통제와 감시를 뚫고 대추리 주민들과 함께 싸우기 위해 인권
운동가들이 대추리로 이주하기 시작한다. 몇몇되지 않는 그 사람들은 주민의 생존과 미군기지확장
을 반대하여 함께 생활하고 싸우고자 결심한 사람들이었다. 이들을 조중동은 반미주의자, 빨갱이
라는 색깔을 덧쒸웠고, 이 싸움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이들을 '지킴이'라 불러 주었다.  

다큐멘터리의 특성 상 영화를 보는 내내 심기는 불편했다. 잠시의 평화로운 마을의 정경까지도
그 불편함을 달래주진 못했다. 그들의 삶이 평범할수록 강제적 힘에 떠밀려 내려가는 대추리
주민들의 모습은 영화내내 심장을 두근거리게 하였다. 그리고 이것이 다큐멘터리가 가질 수 있는
최대의 장점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장점은 다큐멘터리를 불편하게 여기고 피하게 하는
이유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진실은 언제나 냉혹한 법이고 여기서 눈을 돌리는 순간 우리는
다른 환상의 메트릭스에서 살아갈 수 밖에 없다.  

영화를 본 9월 15일은 한국전쟁 당시 인천상륙작전으로 전황을 뒤집은 날이고, 이날 인천시는
대대적인 기념행사를 벌인 날이다. 80억의 예산을 들여 전쟁을 기념하는 시대에 '대추리'는
또 다른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다. 그것을 직접적으로 표현하지는 않아도 대추리에 집약되어
있는 모순들을 생각하면 이 땅은 정말 모순투성이의 아비규환으로 변해 버린다.   

영화에 나오지 않지만... 대추리 주민들의 이주의 역사는 꽤나 반복되던 일이기도 하다. 일제
하에서는 비행장과 활주로 건설로 1차 이전해야 했었고, 해방 후 미군기지 문제로 2차 이주가
진행되고, 이번 미군기지 확장으로 3번째 이주가 되었다고 한다.
사람들은 토지 보상으로 떼돈을 받고 이주한 것으로 알고 있고, 거세게 저항하는 주민들의 싸
움을 마치 보상금을 더 받기위해 떼를 쓰는 것으로 표현하던 수많은 보수언론들.
일상을 영위하던 장소에서 뿌리채 뽑혀 자기 땅에서 쫒겨나는 사람들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와
인식은 저버리고 국가적 안보와 안위의 당위성을 외치면 그 광기는 언제든지 인간의 가치를
짓뭉개고 사람들을 이윤을 위한 도구로만 인식하는 이 시대의 차가운 합리성을 그대로 담아
내고 있다.  

이 땅에서 미국과 미군은 무엇인가?
어느정도 해답은 나와 있지만, 합의는 이루어지지 않는 이 영원한 숙제는 최근의 일련의 사태를
보면 더욱 시급한 문제가 아닌가 한다. 천안함과 이란제재라는 현상 속에는 이 땅에서 미국의
실체에 대한 본질적인 접근이 아직도 유효함을 말하고 있다. 물론 그 접근 속에서의 자본의 이
해를 간과하지 않으면 안되지만 말이다.  

싸움에 점차 지쳐가면서 미군기지 이전에 대한 문제제기를 삭제하고 주민들 이전으로 문제의
해법을 도모하기 시작하고, 지킴이들은 주민들의 의사를 받아들여 철수하게 된다. 철수하는
지킴이들에게 미안해 하는 주민들과 그들을 이해하고 주민들의 이주를 마지막까지 지켜봐야
하던 지킴이들의 눈물을 보면서...이 다큐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이주한 주민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농촌지역답게 평균연령이 높은 이들은 한 곳에 모여서 정착하고 있다. 하지만, 보상받은 금액
으로 토지를 구할 수 없어 농사를 짓지 못하고, 취로사업으로 생계를 연명하고 있다. 그들을
삶의 터전에서 쫒아낸 결과는 결국 멀쩡한 농민을 무기력한 잉여인구로 만들어 놓은 것 뿐이다. 
그리고 생명을 일구는 그 땅은 전쟁을 위한 죽음의 땅으로 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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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0-09-16 0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도 우리는 혼란 속에 있고,
털어내지 못 한 많은 것들이 있으며,
잃는 자가 계속 잃는 세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저는 비 피해 현장을 뉴스에서 보도하면 항상 미안합니다.
저 역시 잘살지는 못 하지만, 그래도 재난은 항상
제일 힘든 사람에게 몰아치는 듯이 보여서요. 저렇게 당하고 나면
안 그래도 돈이 없는데 또 돈이 들겠지,, 어쩌나... 불운의 악순환이구나.. 이런 생각들.

이주한 주민들, 가득한 좋은 일들이 생겨서 잘 살고 계시면 좋겠다고 바람합니다.

머큐리 2010-09-17 08:48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힘든 세월을 버틴만큼 좋은일이 생겨야 할텐데 현실은 넘 고단하고 팍팍해 보입니다.

2010-09-16 11: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17 08:49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