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사회가 불온시 하는 사상이 있다면, 그 사상을 담은 책은 그 사회에서 수 많은
우여곡절을 겪어야 할 것이다. 예전에 '자본'이 번역되어 나왔을 때, 그야말로 격제지감을
느껴야 했다. '자본'의 번역이야 말로 이 땅에서 사상의 자유가 얼마나 잘 지켜지고 있는지에
대한 일종의 시금석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처음 번역된 '자본'의 번역자가 초고의 부끄러움을 털어내고 다시 공들여 새롭게 번역을
했다고 한다. 처음 번역할 때는 구속까지 감수하고 번역자 자신의 이름도 올리지 못했지만
이제는 당당하게 자신의 이름을 올렸다. 그런 시절이 있었다. 무언가 새로운 시도를 위해
새로운 사상과 이론을 갈구하지만, 그러한 욕망자체가 불온시되고 거부되었던 시대....
하지만 그 시대에는 무언가 뚫고 나가야 할 절박함이 있었고, 그것을 뚫어내면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는 꿈이 있었다.  

이제 '자본'이 새롭게 번역되어 나왔다. 기쁘고 반가운 일이면서도 한가지 마음에 걸리는 건
과연 누가 얼마나 이 책을 읽을 것인가이다. 자본에 대한 간단한 해설서들은 많이 팔리고
있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이 책을 읽을 사람이 많지는 않아 보인다.
자칭 마르크스를 신봉한다는 사람들도 읽지 않는 '자본'
세계적인 금융위기 이후에 다시 조명 받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긴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남의 나라 이야기지 이 땅의 이야기는 아닌듯 하다.  

이젠 언제나 읽을 수 있어서 그런것 아닐까?
읽지 못하게 막을 때는 기를 쓰고 구하고 찾아서 읽더니, 이제 읽을 수 있는 여건이 충족되니
읽지 않는 이러한 모순의 시대에 살고 있나 보다. 나 자신도 서문을 너머 진도를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니.... 

최근 이른바 마르크스 다시 읽기를 하시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반가운 일이다.
심기일전해서 다시 도전해 봐야겠다. 마르크스를 다시 읽기 이렇게 좋은 시대에 새로운 번역
까지 나왔는데... 정작 독자들이 읽지 않는다면 그것처럼 허무한 일이 어디 있을까?
새로운 독해없이 새로운 사회를 꿈꾸는 건... 그건 그냥 망상이다.  


 

'자본'의 번역자인 강신준 교수의 인터뷰가 프레시안에 실려 있다.
'자본'의 번역과 관련한 여러가지 재미있는 에피소드들과 '자본'이 현재 이 사회에 주는 의미들이
잘 정리되어 있는 듯해 남겨둔다.

www.pressian.com/books/article.asp

>> 접힌 부분 펼치기 >>


빼어난 양장도 좋고 다 좋은데 가격은 참 안이쁘다.

없는 사람들이 꼭 읽어야 할 책이 무진장 비싸다는 현실과
읽어야 할 사람들은 이 책을 읽을 여유가 없다는 것...
결국 꼭 읽어야겠다는 열정과 공공 도서관에 비치될 수 있도록
도서신청운동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해이] 2010-09-10 2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엇 저도 인터뷰 읽어봐야 겠어요 감사~(가격은 참 안이쁘다는 데에 동감 ㅠㅠ)

머큐리 2010-09-12 01:00   좋아요 0 | URL
해이님 요즘 어떻게 지내시고 계신거에요? 다들 궁금해 하던데요..ㅎㅎ
휘님하고 식사나 한 번 하셨나??

양철나무꾼 2010-09-10 2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르크스는 자본주의 이후 새로운 사회의 구체적 상(긍정의 미래)이나 혹은 그런 사회로 이행하는 방법에 대한 지침(이행 수단)을 쓰지 못한 대신에, <자본>의 곳곳에 그런 '긍정의 미래'의 모습과 '이행 수단'의 내용을 때로는 직접적으로 때로는 간접적으로 남겨 놓았다.

이렇다면,읽어봐야 될텐데...
가격도 안 이쁘고,그리고 이런 쪽에 취약한 저로서는 엄청 어려울 것 같다눈~ㅠ.ㅠ

머큐리 2010-09-12 01:01   좋아요 0 | URL
이런 쪽에 취약하시다라... 믿으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