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이 길지만 그대로 옮겨온다. 
지방선거가 반MB진영의 승리로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정권은 요지부동이다.
아니 오히려 MBC 직원들을 징계하는 것으로 봐서 그들만의 리그를 어찌하건
계속 이끌고 나가겠다는 독기마저 느껴진다.

그야말로 전초전의 승리를 최종승리로 오해하면 앞으로 또다른 실패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승리에 도취할 때가 아니라 승리를 이끈 요소를 점검하고, 향후 과제
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실천이 필요한 때이다
.  

 

[6.2 ‘피플파워’]   

‘연합정치’가 날뛰는 ‘티나사우루스’를 막았다.

 이명박 정권은 집권 후 오만과 독선과 불통의 국정운영을 하다가 ‘촛불시위’로 혼쭐이 났지만, 촛불이 꺼지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국민을 겁박하고 심지어 반성을 요구했다. 지방선거를 코앞에 앞두고 한나라당은 ‘북풍’을 일으키고 ‘색깔론’을 유포하는 등 시대착오적 선거 전략을 펼쳤다. 정부는 천안함 침몰에 대한 정부의 발표에 대하여 합리적 의심을 제기하면 ‘빨갱이’로 몰거나 명예훼손 또는 전기통신기본법상 허위사실유포 위반―이는 정부의 경제정책을 비판한 네티즌 ‘미네르바’에게 적용된 바로 그 죄목이다―으로 입건하며 형사처벌의 위협을 가했다. 게다가 집권세력은 다목적용으로 “복수혈전, 전쟁불사”를 외치며, 남북관계를 냉전 시대로 돌려놓았다.

여당 우위를 알리는 여론조사가 발표되는 속에서 유권자는 회초리를 다듬었고, 선거일이 되자 매섭게 이명박 정권의 종아리를 내리쳤다. 서울시에서 오세훈 후보가 0.6P 차이로 당선되었지만, 그는 ‘강남특별시장’이라는 별칭을 얻고 말았다. 하늘색 1번 글씨 선명한 어뢰 한 발로 그간의 실정을 덮고 선거를 이기려 했던 이명박 정부는 유권자가 조용히 쏜 무수한 ‘표의 어뢰’를 맞은 셈이다. 유권자는 집권세력에게 분명하고 단호한 견제와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이제 지방정치에서 보수·수구세력에 대한 통제가 가능하게 되었고, 이는 중앙정치에도 파급될 것이다. 앞으로 “뇌가 1cm 이하로 쫄아든 티나사우루스”[신승환, “지겨운 ‘좌파’ 논쟁을 멈추어라”, <경향신문>(2010.04.13)]처럼 날뛰는 집권세력의 모습을 덜 보게 될 것 같아 다행이다.

이번 선거의 결과는 이명박 정권 출범 후 차례로 세상을 떠난 두 대통령의 ‘복수’이다. “잃어버린 10년”이라는 선동적 구호 아래 김대중, 노무현 집권 10년간 유지·활성화 되었던 남북평화공존, 인권중시, 지방 분권 등의 정책을 일거에 부정하려는 이명박 정부에 대하여 유권자는 지난 10년의 성과는 ‘합의된 기본’으로 굳히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김대중, 노무현 두 대통령은 ‘죽은 공명’이 되어 ‘산 중달’을 막아 냈던 것이다. 그리고 이번 선거 결과는 진보·개혁진영의 연합정치의 성과이다. 이명박 정부의 과격․난폭 우회전에 맞서 진보·개혁진영은 ‘반MB연대’에 나섰다. 연대의 내용, 기준, 절차 등에 문제점과 부족함이 있었지만, 진보·개혁진영이 연합하면 보수·수구 집권세력을 아슬아슬하게나마 작은 차이로 이길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상의 점에서 진보·개혁진영은 축배를 들 이유가 있다.

 축배의 달콤함은 잠시이다.

 그러나 축배의 달콤함을 즐기는 것은 잠시이어야 한다. 이제 곧 전국이 월드컵 열풍에 휩싸이겠지만, 진보․개혁진영은 이번 선거를 제대로 복기(復棋)해야 한다. 이번 승리에 도취하여 흐물거리면서 안이한 마음으로 총선과 대선이 연이어 있는 2012년을 맞이하다가는 희망이 없다. 2012년은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 말이기에 ‘반MB’라는 말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MB의 후예 반대’ 정도의 구호를 가지고 선거에 임한다면 필패할 것이다. 그리고 후보 조정을 할 여지가  많은 지방선거와 달리 총선이나 대선은 후보 조정이 매우 어려움을 기억해야 한다.

특히 진보·개혁진영의 정당들은 이번 선거 결과를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며, 혁신을 미루고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는데 몰두해서는 안 된다. 지방선거에서 진보·개혁진영의 승리는 매우 적은 표차로 이루어졌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또한 유권자는 진보·개혁진영이 잘 해서가 아니라 이명박 정부가 너무 못해서 ‘반MB’의 대열에 합류하였음을, 그리고 많은 유권자들이 후보와 정당을 분리하여 찍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진보․개혁진영의 성찰과 혁신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이번 지방선거의 결과는 ‘독’이 될 수 있으며, 반대로 보수·수구진영에게는 면모를 일신할 수 있는 ‘약’이 될 수 있다.

이번 선거에서 ‘반MB연대’를 주도하였고 그 결과 가장 큰 득을 본 정당은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이기에, 두 당에 대하여 고언을 드리고자 한다.

 ‘연합정치’의 최대수혜자,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에 대한 고언

 민주당은 ‘반MB연대’ 전략의 최대 수혜자이다. 민주당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지리멸렬한 모습으로 많은 실망을 주었지만, 유권자는 기회를 한 번 더 주었다. 여의도 정치의 제1야당이자 지방정치의 책임자로서 과격․난폭 우회전을 막는 실력을 보여주고, 나아가 진보정당의 요청을 흡수하면서 MB를 넘어서는 비전과 정책을 제시하고 집행할 수 있어야 한다. 선거 전까지만 하더라도 민주당은 의기소침 ‘울증’ 모드가 지배하더니, 망외(望外)의 선거 결과가 나오니 갑자기 의기양양 ‘조증’ 모드로 바뀐 것 같아 걱정이다.

그리고 이번 승리가 자신들이 잘 해서라는 오만에 빠져서 다른 정당의 존재의미를 무시하거나 그 정당과의 연대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한명숙 후보가 오세훈 후보에게 0.6P 차이로 석패하자, 선거를 완주하여 3.3%를 획득한 진보신당 노회찬 후보에 대한 비난이 일고 있다. 마치 1987년 대통령 직선제 선거에서 독자후보로 출마하였다가 추후 사퇴한 백기완 후보가 운동권 일부에 의하여 ‘미제국주의의 첩자’로 몰렸던 황당한 분위기가 재현된 듯하다. 그러나 이러한 분풀이식 접근은 금물이다. 한명숙 후보의 석패를 가져 온 내적 원인을 외면한 채 모든 비난을 노회찬에게 돌리는 것은 온당하지 못하다. 민주당은 구청장 선거는 압승을 하면서도 왜 한명숙 후보는 당선시키지 못했는지, 자신의 선거전략에는 문제가 없었는지 등을 돌아보길 바란다.

그리고 정치는 도덕이 아니다. 진보신당의 간판 주자 중 한 명인 심상정 후보가 자진 사퇴한 마당에, 당 대표인 노회찬 후보마저 사퇴하라는 것은 당의 간판을 내리라는 요구에 다름 아니다. 정책과 노선이 다른 정당의 후보에게 양보하라고 요구하려면 그에 걸 맞는 예우, 지분 보장, 합리적 절차 등이 있어야 한다. 그러한 전제가 빠진 상태에서 다수파 중심으로 단일화를 강박하는 연합정치는 소수파 진보정당으로서는 항상 무릎 꿇어야 하는 족쇄가 될 것이기에, 진보정당이 연합정치에 동의하기 어렵다.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준비하면서 민주당이 해야 할 일은, 최악의 조건 하에서도 완주하며 3.3%를 확보한 노회찬 후보 및 진보정치 세력과 어떻게 연대할 것인가를 진지하고 구체적으로 고민하는 것이다. 노회찬과 그를 찍은 14만 3천여명의 사람들은 여전히 진보·개혁진영의 소중한 자산이다.

한편, 민주노동당은 ‘반MB연대’의 추동력이자 최고공신이다. 민주노총의 ‘배타적 지지’에 힘입은 민주노동당은 민주당과의 스킨 쉽을 강화하면서 야권내의 일정 지분을 확보하고 지방선거에서 상당한 수확을 거두었다. 특히 수도권을 포함하여 기초단체장 자리 3석을 확보하고, 경남에서 원내교섭단체가 이루어진 것은 쾌거이다.

그러나 민주당과 구별되는 진보정치의 비전과 정책은 선거판에서 사라졌다. 후보단일화 프레임의 작동을 주도하였으니 만큼, 당 후보들의 사퇴가 불가피했다. 선거에서 존재감이 사라지니 정당득표율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였다. 서울과 경기의 광역의원의 경우 당 후보들은 전멸하였고, 기초의원의 경우도 성적은 미미했다. 그리고 기존의 ‘진보대연합’ 노선을 사실상 포기하고 ‘민주대연합’ 노선으로 회귀하여 일부 지역에서 민주당과의 공동지방정부에 참여하겠지만, 뿌리가 같은 진보신당과의 간극은 더욱 커졌다. 분당 과정의 감정, 진보정치 내의 주도권 경쟁 등이 겹쳐 민주노동당은 진보신당을 경원시하며 민주당쪽으로만 다가가고 있다. 현실 사회주의의 붕괴 이후에 자본주의의 모순은 사라지기는커녕 세계화하고 있고, 한국 사회는 신자유주의 정책의 후유증으로 시달리고 있다. 따라서 어느 때보다도 진보정치의 이론과 실천은 소중한 바, 민주노동당이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연합정치에 나서면서도 진보정치의 파이를 키우기 위해 진보신당과의 스킨쉽을 강화하길 희망한다.

 심상정의 ‘고육지계’가 던지는 과제

 이 점에서 선거과정에 발생한 여러 사건 중 심상정 진보신당 경기도지사 후보의 사퇴에 주목한다. 왜냐하면 이는 2012년 진보․개혁진영의 연합정치의 승리를 위하여 어려운 과제를 던져주는 사건이기 때문이다.

그의 사퇴는 진보정치의 독자성과 연합정치의 필요성을 제대로 조합시키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던 진보신당의 현실이 만들어낸 사건이다(사실 김석준 진보신당 부산시당 후보가 부산지역 야5당 후보단일화에 합의하고 사퇴하였을 때 심상정의 사퇴는 예고되었다). 사퇴 이후 심상정은 진보신당 일부에서 ‘배신자’로 취급받는다. 필자로서는 왜 심 후보가 당 차원의 공식적 논의와 결정 없이 개인적 결단으로 후보직을 사퇴하고 유시민 후보를 지지했는지 그 이유를 정확히 알지 못한다. 다만, 그가 후보를 사퇴하면서 정당투표에는 진보신당을 찍어달라고 호소한 점, 서울시장 등 다른 선거구에서 진보신당 후보의 완주를 지지한 점, 사퇴 이후 고양시에 출마한 진보신당 후보를 위한 지원유세를 벌였다는 점에서 그가 진보정치를 포기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확인한다.

심상정은 자신의 결단으로 진보신당 내부에서 격렬한 비난을 받을 것임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가 의도적으로 그러한 결단을 내린 이유는 무엇일까. 심상정의 사퇴 소식을 들으며 필자는 삼국지 적벽대전에서 ‘고육지책’(苦肉之策)을 자처한 황개(黃蓋)를 떠올렸다. 적벽에서 조조의 백만 대군을 물리치기 위한 화공(火攻)을 성공시키기 위하여 만신창이의 몸이 되었던 오나라의 장수 황개 말이다. 심상정은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현재의 진보신당의 모습은 물론, 진보․개혁진영 전체의 현재 모습으로도 집권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기존의 정당 틀을 넘는 진영개편을 위한 도화선에 불을 붙이고자 ‘고육지책’을 자처한 것이 아닐까. 이러한 추측은 한국 정치판의 ‘저평가 우량주’ 심상정에 대한 평소의 기대로 인한 착각일지도 모른다.

필자는 향후 2012년까지 진보·개혁진영의 정당 간의 ‘소통합’ 또는 ‘헤쳐모여’ 움직임이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기존 정당 중 이념과 정책적 근친성이 있는 정당끼리 묶일 수도 있고, 또는 기존 정당이 쪼개지면서 제3지대로 헤쳐모이는 실험이 이루어질 수도 있다. 이러한 개편으로 현재 진보와 개혁을 자처, 자부하는 상당한 유권자들이 겪고 있는 정치적 정체성의 분열과 혼동이 경감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 때 이명박의 퇴행을 막는 것은 물론, 김대중과 노무현의 한계를 넘어서는 비전과 정책을 확고히 세우는 방향으로 진영 재편이 이루어지길 희망한다. 필자는 그 비전과 정책의 핵심에는 노동, 교육, 주거, 복지를 포괄하는 ‘사회권’(social rights)이 자리 잡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진보․개혁진영의 사람들이 ‘정치적 결벽증’ 또는 ‘정치적 자폐증’을 떨쳐 버리고, 정말 집권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고민하기를 권유한다. 그리하여 대중의 눈에 비판세력을 넘어 집권가능세력으로 비칠 수 있는 틀을 형성하기 위하여 새롭게 연대하길 희망한다.

적벽대전을 앞두고 심상정이 황개의 역할을 자처한 것이라면, 주유, 노숙, 감녕, 공명, 방통 등의 역할은 누가 할 것인가. 심상정이 속한 진보신당의 대표로서 일관되게 진보의 기치를 곧추 세워온 노회찬은 무엇을 할 것인가. 심상정의 옛 동지인 민주노동당의 열혈 심장들, 그리고 심상정이 여전히 가입해있는 민주노총의 굳센 팔뚝들은 무엇을 할 것인가. 그리고 심상정의 ‘서울노동운동연합’ 옛 동지이자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적 경호실장’이었던 유시민은 무엇을 할 것인가. 반독재 민주화운동의 맹장(猛將)과 책사들이 포진하고 있는 집권경험 10년의 제1야당 민주당은 또 무엇을 할 것인가.

 모두 ‘파부침선’의 결의로 신발 끈을 다시 매라.

 진보·개혁진영은 지방선거라는 중요한 전투에서 승리하였다. 그러나 2012년이라는 더 큰 전투를 승리로 맞이하기에는 갈 길이 멀다. 이명박이 사라지는 2012년 진보·개혁진영은 서로 어떻게 경쟁하고 또 어떻게 연대할 것인가. 그 이전에 전국 8곳에서 치뤄지는 7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는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 ‘반MB’라는 간단한 도식으로 해결할 수 없는 과제가 앞에 놓여 있다. 지금은 축제의 시간이 아니다. 찰스 디킨스의 『두 도시 이야기』(A Tale of Two Cities)의 표현을 빌자면, 지금은 “빛의 계절”이자 “어둠의 계절”이고, “희망의 봄”이자 “절망의 겨울”이다.

진보·개혁진영은 지방선거 승리의 축배를 던져버리고 다시 신발 끈을 매야 한다. ‘파부침선’(破釜沈船), 즉 자신이 끼고 있는 솥을 깨고 자신이 타고 있는 배를 가라앉힐 결의를 해야 한다. 소속 정당, 지지 정당의 이익을 넘어 ‘깨어있는 시민’의 시각에서 진영 전체를 바라보아야 한다. 대중의 고통과 꿈을 정확히 포착하고 이들을 열광하게 만들 수 있는 새로운 시대정신의 창출, 이를 구현할 수 있는 새로운 진영의 구축, 그리고 현재의 소속정당이 아니라 실력 위주의 인물 라인업, 이 세 가지가 이루어질 때만 진보·개혁진영은 재탄생하여 재집권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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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0-06-07 1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 선거에서 들어난 국민의 민의를 계속 거스른다면 다음번에도 참패를 당하겠지만,MB야 2년반뒤면 끝이니 계속 자기 고집대로 할것 같아 걱정입니다.

머큐리 2010-06-07 23:52   좋아요 0 | URL
아직도 자기가 주식회사 대한민국의 CEO로 착각하고 있는 것 같아서 미치겠습니다. ㅎㅎ

2010-06-09 22:25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