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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 ㅣ 비타 악티바 : 개념사 6
공진성 지음 / 책세상 / 2009년 1월
평점 :
품절
정말 단순하게 '폭력'에 대한 개념을 알기위해 책을 읽게 될 줄 몰랐다. 사실 폭력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이 책을 읽다 보니 딱히 잘 알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깨
닫게 되었다.
폭력에 대한 관심이 증폭된 것은 2008년 촛불집회 이후다. '촛불 폭도'라는 말까지 사용하는
판에 시위대는 항상 폭력과 비폭력의 문제로 갈등했고, 실질적으로 폭력을 가했던 경찰은
자신의 폭력을 공권력의 정당한 행사로 미화했다. 그리고 2년이 흐른 지금의 시점까지 경찰
의 대응은 항상 법의 테두리 안에서 정당한 힘의 행사를 이야기 할 뿐 권력의 하수인으로서
폭력을 이야기 하지 않는다. (프레시안에 뜬 웃지못할 기사는 폭력에 대한 공권력의
인식을 잘 보여준다 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
폭력이란 모두 거부해야 하는 것일까? 그리고 근대사회에서 폭력은 어떤 형태로 존해하고
있는가? 이것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잠깐 살펴보는 것이 좋다. 비타 악티바 시리즈는 항상
간결하면서도 명쾌하게 풀어주는 맛이 있다.
정치학적으로 근대 국가의 탄생을 사회 계약으로 보는 서구의 관점은 일단 개인이 자연상태
속에서는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으로 돌입하기에 자신의 안전을 위해 자신이 남들에게
행사할 수 있는 폭력의 권리를 이양하는 것으로 본다. 모든 폭력의 권리를 국가에게 이양
함으로 국가는 외부적으로 적의 침탈로 내부적으로 성원의 폭력으로 부터 개인을 보호하는
것이다. 여기서 국가의 폭력 독점 현상이 나타난다. 사회에서 올바르게 폭력을 구사할 수
있는 주체는 국가일 뿐이고, 국가는 대표적인 폭력기구인 군대와 경찰로 폭력을 조절하고
이용한다. 그리고 폭력의 행사에 관한 판단은 법체계를 구성함으로 완성한다.
국가가 행하는 폭력이 사회의 개인들에게 위임받은 공권력이라면, 개인이 행하는 폭력은
사회가 규정한 법체계에 따라 규정된다. 하지만 국가가 폭력을 독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개인적 힘의 행사는 정당성을 인정받기 힘들다. 그건 그저 폭력일 뿐이다.
물론 정태적인 사회 분석으로 보면 타당해 보이는 이야기지만, 동태적인 사회의 변동을 생각
하면 무조건 긍정하기 힘든 면이 분명히 있다. 일단 국가가 규정한 법체계보다 양심이나
신앙, 신념이 더 우월하다고 느끼는 개인의 저항은 끊이지 않고 있다.
공권력의 입장에서 볼 때, 사회에 혼란을 주는 폭력이지만, 국가보다 분명하게 우월한
도덕적 지위에서 나오는 저항을 무조건 폭력으로 몰아붙이기도 힘들다. 여기에 폭력에
대한 논쟁이 시작되는 것이다. 국가가 인정하지 않는 폭력도 정당성이 있는가?
또 하나 물리적 폭력 말고 상징적 폭력의 문제는 없는가?
민주주의 사회에서 국가 폭력의 정당성은 국민에게 나오기 때문에 권력의 중심인 국민은
폭력의 주체가 될 수 있다고 보여진다. 특히 국가가 폭력을 독점하게 된 이유인 국민의
안전보장을 소홀히 할 경우에 국민의 저항권은 당연한 권리가 되겠다. 폭력과 비폭력은
저항의 효과를 노리는 형태를 가늠하는 방법일 뿐이고 비폭력이 선이고 폭력이 악이라는
공식은 무의미하다. 어쩌면 이 점에서 촛불은 폭력 / 비폭력 이분법적인 논리에 윤리성
까지 덧쒸우면서 스스로 자멸한 면이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도 든다.
오히려 공권력의 폭력이 더욱 거세게 몰아쳤음에도, 이에 대한 대응은 긴장을 일으키는
저항의 비폭력의 모습도, 격렬하게 저항하는 폭력의 모습도 띄지 못한 것이다.
오히려, 다음 선거에서 보자는 체제 내적 동화로 끝나버리는 점도 눈에 띈다.
상징적 문화 폭력도 마찬가지다. 권력에 대한 민중의 연대라는 것은 결국 지배자의 문화에
동화되는 것일 뿐 진정한 민중연대가 어려운 것도, 기층에 대한 상층의 문화적 우월성을
통한 상징적 폭력 때문이다. 상징적임으로 폭력적으로 드러나지 않으면서 의식을 통제하여
실질적 투쟁의지를 잠식시키기에 그 효과는 더욱 크다고 볼 수 있다.
(이 지점에서의 내 생각이 넘 복잡해지는 경향이 있다. 그람시의 헤게모니 이론도 떠오르고
...결국 기층과 함께할 유기적 지식인의 존재가 있어야 이러한 상징적 폭력까지 깨뜨릴 수
있는 것인지... 지식인의 역할이 얼마나 위선적인 것인지... )
현대는 폭력이 만연한 시대다. 테러와의 전쟁도 그렇고 사적 폭력이 이제 공권력에 버금가는
파괴력을 가지고 사회를 혼란하게 만드는 시대다. 이런 시대일수록 폭력에 대한 불안감은
가중하고 안전에 대한 희구가 높아지는 것 같다. 더불어 공권력은 폭력에 대한 공포감을 지속
적으로 유포하면, 개인의 권리를 더욱 더 침탈하는 것이 대체적인 흐름인 것 같다.
어느때보다 안전한 사회에서 살면서 어느 때보다 불안감에 떨명 안전을 희구하는 경향이
지속될 수록 폭력에 대한 혐오감은 커질 수 밖에 없다. 우리가 돌아봐야 할 것은 폭력에 대한
주체와 욕망에 대한 분명한 구분이고, 막연한 불안이나 공포로 과도한 국가의 폭력을 인정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경계는 언제나 모호하고 그것을 인지하기에 피통치자들은
너무 뿔뿔히 흩어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