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제리 전투 - The Battle of Algiers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워낙 유명한 영화고, 문화적으로 세련되게 식민정책을 펼쳤다는 프랑스의 제국주의적 위선을
날 것 그대로 드러낸 영화이다. 오래전 영화라 화면이 흑백으로 나왔을 때, 나도 모르게 깜짝
놀랐다. 아... 난 이미 컬러에 3D까지 펼쳐지는 현대의 영화들을 섭렵하는 세대고, 이 영화는
영상으로만 보면 그 이전 세대의 영화인 것이다.
영상기술의 진보와 화려한 볼거리가 오히려 진실을 왜곡하고 현실을 감추는 작용을 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난 이 영화를 보면서 절감한다. 흑백의 투박한 영상임에도 그 속에서 드러내는
사실주의적 힘은 영화를 보는 내내 긴장감을 유발한다. 다큐멘터리의 형식을 빌려와서 더욱
그런지도 모르겠다.  

프랑스가 마지막까지 놓지 않으려 했던 식민지가 알제리다. 2차 세계대전 당시 파시즘에 맞서
자유주의 국가를 수호한다고 싸웠던 프랑스의 자유주의가 결국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은 식민
지 알제리의 독립운동을 무력과 공포로 탄압하는 행위 속에 그대로 드러나 있다. 
제국주의적 지배와 통치를 방해받지 않는 자유주의의 한계가 제3세계로 투영되었을 때,
그것은 또 다른 질곡임에 틀림없다. 

시위하는 군중들에게 진압 경찰은 해산을 종용하며 묻는다. "너희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
"독립, 자유..." 가장 원초적인 대답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이러한 상황을 프랑스는 인정하지
않았다. 가혹한 고문과 처벌을 통해 독립운동 조직을 말살하려는 프랑스 공수부대는 언론에게 
협조를 요청한다. 문제는 간단한 것이다. 프랑스가 알제리에서 물러난다면, 이 모든일들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프랑스가 계속 알제리를 점령한다면...끊임없는 폭력과
갈등의 악순환이 되풀이될 것이다. 이것은 프랑스도 알고 있는 일이었다. 다만, 그들은 그것을
인정하고자 하지 않았다. (영화의 대사에 나오듯 유일하게 프랑스 내부에서 그들의 제국주의"
정책을 비판하던 지식인은 사르트르였다. 지식인이란 어떤 존재여야 하는지 다시 한번 생각
하게 된다. )

영화는 무조건적으로 알제리를 두둔하지 않는다. 독립운동이 정당함에도 불구하고 그 와중에
끊임없이 무고한 사람들이 죽어 나감을 보여준다. 혁명이란 결국 피를 두려워하지 않아야
하는 걸까? 박노자의 책에서 혁명에 대한 낭만성을 경계하는 글이 있었다. 혁명을 하자고
하는 사람들은 그 피값에 대한 무거움을 느껴야 한다. 피값을 치룰 각오와 그에 대한 책임
없이 혁명을 말하는 건 무책임하다. 그건 일종의 관념일 뿐이고 낭만일 뿐이다.
알제리 독립은 그런 피를 요구했다. 지배하려는 자의 피와 지배를 거부하는 자의 피!
그리고 가장 서글픈 것은 그 와중에 무고하게 흘려야 했던 사람들, 어린이들의 피! 

모든 예술에 공감하고 전율할 수 있는 건 하나...그건 진실의 힘!이다
오랜 세월이 지나 흑백으로 거칠게 전개되는 영상이지만, 아바타의 화려한 영상도 표현
하지 못하는 힘이 그 속에 있었다.
추상적이고 낭만적인 자유와 독립이 아닌 피로 아로새겨진 자유와 독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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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0-02-10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까지 알제리는 프랑스의 계륵이었지요.프랑스 본국은 알제리에서 손을 떼길 희망했지만 알제리에서 태어난 프랑스인들 때문에 그것도 쉽지 않았습니다.마치 영국이 아일랜드의 독립을 허용하면서도 거기에 정착한 신교들때문에 북아일랜드를 남겨두어서 두고 두고 고생한거처럼 말이죠.
그래서 드골이 알제리 독립을 허용하고자 했을적에 알제리계 프랑스인과 프랑스 일부 군부는 드골의 암살을 기도하기까지 했지요.그걸 소설화한것이 바로 재칼의 날이라고 하더군요^^

머큐리 2010-02-11 08:35   좋아요 0 | URL
선진국들이 아무리 잘난척해도 식민지 지배의 역사를 솔직하게 인정하지 못하는 한 역사의 진보는 없을 것 같아요...